엇갈리는 「위기경제」진단/염주영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엇갈리는 「위기경제」진단/염주영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염주영 기자 기자
입력 1990-03-09 00:00
수정 1990-03-0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우리경제는 하루가 다르게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수출은 부진하고 기업은 불황에 허덕이는데 물가는 치솟고 증시는 연일 폭락하는 속에 투기가 성행한다. 우리경제가 이대로는 더이상 성장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한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해외의 시각도 예전과 같지 않다. 개발도상국 경제의 모범생이라던 찬사는 이제 『한국국민들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조롱으로 바뀌고 있다.

7일 조순부총리를 출석시킨 가운데 열린 국회경과위의 여야의원들의 정책질의는 한국경제가 처한 위기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 타개책은 어디에서 구해야 하느냐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경제위기에 관한 각자의 백가쟁명이 있었을뿐 기업과 근로자,정부 모두가 힘을 한데 모아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구심점을 제시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소득이 있었다면 여야간에 판이하게 엇갈리는 두개의 시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정도일 것이다.

민자당소속의 황병태의원은 『경제문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며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고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지배하도록 경제를 시장의 원리에 자유롭게 맡겨두어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 그럴 때에만 경제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황의원은 조부총리에게 『소련의 고르바초프도 생산수단 사유화와 임금노동제 등의 시장원리를 도입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의 개혁은 정부의 시장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어찌된 영문인가』고 묻고 『잘못된 개혁이 경제의 숨구멍을 틀어 막고 있지 않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그는 잘못된 개혁의 예로 토지공개념과 금융실명제를 지적하기를 잊지 않았다. 잘못된 개혁이 기업의 자유로운 생산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효율의 위기」라는 시각에서 경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평민당소속 이해찬의원은 다른 방향에서 경제위기를 진단했다. 이의원은 『불로소득이 노동소득의 두배나 되는 상황에서 투기가 없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하고 『땅을 사두면 앉아서 떼돈을 버는데 어느 기업가가 힘들여 산업자본에 투자하겠느냐』『전세값이 마구 뛰는데 근로자들에게 임금인상을 자제하라고 외쳐본들 무슨 설득력이 있겠느냐』

정부의 보다 과감한 시장규제를 통한 소득분배구조의 개선이 없이는 경제안정도 성장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의원의 주장이었다. 「형평의 위기」라는 시각에서 경제를 바라보았다.

조부총리를 매개자로 펼쳐진 여야의원간의 공방전은 경제위기를 바라보는 상반된 여러개의 시각이 걸러지지 않은 상태로 혼재해 있음을 느끼게 했다. 누구나 경제가 위기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위기가 어디에서 연유했고,어떻게 치유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의사의 최대공약수는 찾지 못하고 있다.

「효율」과 「형평」이라는 상반된 방향으로 달리도록 조부총리를 열심히 채근하는 두의원의 질문모습에서 우리 경제가 처한 위기의 또다른 일면을 읽을 수 있었다.
1990-03-09 5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남북 2국가론’ 당신의 생각은?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2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내용의 ‘남북 2국가론’을 제안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