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의 신정치”… 안정통치 기반구축/6공 2년… 치적과 과제

“타협의 신정치”… 안정통치 기반구축/6공 2년… 치적과 과제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1990-02-25 00:00
수정 1990-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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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 멍에」 벗고 비능률적 4당체제 타파/부단한 경제개혁ㆍ민생치안 확립 급선무

노태우대통령이 25일로 취임 2돌을 맞았다. 지난 2년간이 6공화국의 기반을 닦은 통치토대 구축단계였다면 남은 임기 3년은 본격적인 통치에 가속력을 붙여 나가는 집권결실단계라고 할 수 있다.

노대통령의 집권 1기에 해당하는 지난 2년의 치적은 한마디로 민주주의의 하부구조라 할 수 있는 정치제도분야에 있어 민주화를 구축한 것이다.

6공출범과 함께 오랜 권위주의 통치체제는 점차 붕괴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욕구는 엄청난 폭발력으로 분출했다.

역사의 전환기에 흔히 나타나는 사회기강 해이현상이 두드러졌고 이 과정에서 공권력은 무력화되었다. 과격한 노사분규가 빈발했고 급기야는 자유민주주의체제 도전ㆍ전복세력까지 등장했다.

더욱이 4ㆍ26총선으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초래된 4당체제의 여소야대는 정쟁과 5공청산문제로 일관,전환기적 혼란상황을 더욱 부채질했다.

노대통령은 이같은 상황을 맞아 인내와 자제 그리고 대반전의 결단으로 정치위기를 극복했다.

한동안은 무능과 방치로 여겨질 만큼 혼란상황에 대처를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힘에 의존하는 강경 대응수단을 선택하지 않고 국민의 각성과 공감대가 이뤄지는 때를 기다렸다가 전격적으로 통치의 기반을 구축했던 것이다.

6공출범의 원죄처럼 노대통령 정부의 멍에가 되어왔던 5공청산문제를 작년 「12ㆍ15」 여야 대타협으로 매듭을 지었다.

또한 정치가 생산적이 되지 못하고 걸핏하면 교착상태에 빠지게했던 여소야대의 4당구조 정국을 타파하여 민정ㆍ민주ㆍ공화 3당의 통합을 이룩해냄으로써 안정적인 통치를 위한 정치의 틀을 마련했다.

5공청산ㆍ3당통합을 통해 노대통령은 비로소 본격적인 집권구상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통치체제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년은 또 6ㆍ29선언 실천의 연장선상에서 정치제도의 민주화는 물론 언론ㆍ인권분야에서도 괄목할만한 진전을 보였다.

6공정부의 최대 외교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북방정책도 헝가리 폴란드 유고슬라비아와의 수교,소련과 영사관계 수립,중국과의 교류,교역협력관계 구축 등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노대통령의 집권5년이 앞으로 역사에 어떻게 기록되고 평가되느냐는 지금부터 시작되는 남은 임기3년 동안에 무엇을 이룩하고 무엇을 남기느냐에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집권결실단계의 과제는 크게 보아 민주ㆍ번영ㆍ통일의 목표에 얼마나 근접하게 다가가느냐 하는 것이다.

각종 법령ㆍ제도의 민주화와 함께 정치운영,경제,사회 각분야에 실질적인 민주화를 어떻게 정착시켜 나가느냐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어 흑백논리에 의한 투쟁과 대결의 정치를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로 끌어 올리고 자유민주주의의 바탕이 되는 건강한 시민사회를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다. 번영을 위해서는 안정위의 개혁을 부단히 추구해야 한다.

또 지역간,계층간,세대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모든 정책수단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이미 노대통령은 경제정의 실현을 위해 토지공개념 확대,금융실명제의 단계적 실시,종합토지세제의 도입 등 경제적 개혁조치를 추진하고 있으나 과연 굴절없이 본래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주택 2백만호 건설,서해안개발사업,농어촌종합대책,고속전철건설 등 전국의 반나절권 교통망 구축,교육개혁 등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차질없이 이뤄질지 아직은 장담할 수 없다.

통일의 기반조성도 공산국가의 개혁,개방과 자유화 추세로 주변 여건은 좋아졌지만 북한의 고집스런 폐쇄성 때문에 계속적인 남북 신뢰회복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대통령이 당장 해결해야할 당면과제도 결코 적지 않다.

3당통합으로 정치가 나라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특정지역의 고립화라는 문제를 안고 있으며 비록 민자당이라는 하나의 정당으로 모이긴 했지만 3정파가 얼마나 조화를 이뤄 결속될지도 불투명하다.

또 노사ㆍ이념간의 대립이나 갈등이 계속 내연하고 있고 경제의 하강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밖에 민생치안,교통난해소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노대통령은 집권 3년째를 맞아 우선은 당면 경제위기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금년 6월까지는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지방의회선거를 어떻게 우리 민주주의의 한단계 도약의 계기로 만드느냐도 당면과제라 할 수 있다.

집권전반기의 노대통령이 「물대통령」으로 불리었다면 후반기의 노대통령은 확실히 국정을 장악,2천년대의 청사진을 실현할 수 있는 강력한 「불대통령」으로 불리기를 기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노대통령이 지금까지 진실로 때를 기다렸다면 그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된다.

여소야대의 족쇄도 풀어졌고 나아가야할 목표도 분명히 정해진 이상 과감한 실천력만 뒤따르면 남은 임기 3년은 성공적으로 수행될 것 같다.<이경형기자>
1990-02-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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