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 구직자 기운 빼는 ‘신의 직장’ 채용 비리

[사설] 청년 구직자 기운 빼는 ‘신의 직장’ 채용 비리

입력 2017-09-06 21:48
수정 2017-09-0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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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의 채용 비리가 심각하다. 감사원은 공공기관 53곳의 채용 실태를 감사한 결과 39곳에서 100건의 불·탈법 사례가 확인됐다고 그제 밝혔다. 공공기관장과 임원들의 낙하산, 코드 인사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직원 채용 과정마저 복마전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청년 구직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감사원은 최흥집 전 강원랜드, 권혁수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 등 8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최 전 사장은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40대 비서관이 채용을 부탁하자 자격 미달임을 알면서도 공개 채용 형식을 동원해 그를 채용했다. 권 전 사장은 자신의 조카를 인턴으로 부정 채용한 것도 모자라 무기계약직으로 신분을 전환해 줬다. 당시 노조위원장은 청탁으로 딸을 합격시키기도 했다. 석탄공사의 이 같은 채용 비리로 11명의 지원자가 탈락의 불이익을 당했다는 게 감사원의 조사 결과다. 한국서부발전 사장 임명 과정에서는 주무 부처인 산업부의 입김으로 추천 후보가 뒤바뀌는 일도 벌어졌다.

공공기관은 소위 ‘신의 직장’, ‘꿈의 직장’이라 불린다. 취업 준비생들은 밤잠을 설쳐 가며 입사 시험을 준비한다. 이들에게 채용 비리는 박탈감, 좌절감을 넘어 분노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들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이보다 야비한 범죄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허탈감을 느낀다. 비리로 채용된 당사자들뿐 아니라 청탁 관련자들의 엄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 채용 비리의 근원은 낙하산, 코드 인사 등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문성도 없으면서 정권과 유착된 이유만으로 공공기관장에 임명되고, 이 과정에 힘을 보탠 주변인들이 채용 청탁에 나서는 먹이사슬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전 정부의 실세로 불렸던 최경환 의원이 채용 청탁 혐의로 재판 중인 것을 비롯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유사한 채용 비리가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공기관장과 임직원은 정부의 인재 채용 사이트인 나라일터를 통해 공개채용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낙하산을 공식화하는 통로쯤으로 인식하는 불신감이 팽배해 있다. 현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는 등 공공기관 임직원 선발 방식을 개선해 나가고 있지만 근원적인 문제로 지목된 낙하산, 코드 인사가 없어지지 않으면 허사일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공공기관의 수장과 임원 인사부터 먹이사슬 같은 채용 적폐를 청산하도록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2017-09-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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