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희정, 중도 확장 노선 구체적 청사진 밝혀야

[사설] 안희정, 중도 확장 노선 구체적 청사진 밝혀야

입력 2017-02-21 22:40
수정 2017-02-22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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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는 어제 논란이 된 자신의 ‘선한 의지’ 발언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는데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해 야권 내부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인 같은 당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로부터 “불의에 대한 분노심 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나”라는 공격을 연이어 받았다. 보수·중도층 공략을 위해 오른쪽 행보를 하던 안 지사의 중도 노선은 이번 일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검증대에 오르게 됐다.

안 지사는 어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상대방을) 선한 의지로 받아들여야 대화도 되고 문제도 해결된다는 취지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국정 농단에 이르는 박 대통령 예까지 간 것은 많은 국민께 이해를 구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사과했다. 안 지사가 진보 진영이면서도 보수·중도층의 지지표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사드 배치와 재벌개혁 등 안보·경제 부문에서 다른 후보들과 달리 안정감 있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사실 상당수 국민은 어느 대통령이든 처음부터 ‘악의’를 갖고 ‘나쁜 정치’를 지향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안 지사의 ‘선한 지도자’ 인식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지지율이 치고 올라오는 안 지사에 대한 정치 공세로도 볼 수 있다.

더구나 안 지사는 보수·진보의 이분법적인 정치 구도를 깨겠다며 ‘대연정 카드’를 내놓은 이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야소야대의 현 정치 지형에서 대연정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선한 의지’ 발언은 대연정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이 발언이 문제라면 그가 앞서 밝힌 “박·이의 정책도 계승하겠다”고 한 발언부터 두들겨 맞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확고한 소신을 밀고 나가다 3일 지나 뒤늦게 사과함으로써 그의 발언에 대한 진정성마저 의심받는 처지가 됐다. 그의 사과는 ‘선한 의지’ 발언이 대화와 통합의 정치를 위한 정치철학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지지층 확장을 위한 득표용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상승세인 지지율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산토끼 사냥에 나섰다가 당 안팎의 비난이 거세지자 집토끼라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이제 그는 자신이 주장하는 통합의 정치라는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그의 일련의 행보는 중도 확장을 위한 선거 전략으로 폄하될 수밖에 없다.
2017-02-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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