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행·트럼프 첫 통화, 우호증진 확인… 민감 현안 상호호혜 원칙 아래 추진돼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전화통화를 갖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언제나 100% 한국과 함께할 것이며, 한·미 관계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을 것”이라고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 백악관도 어제 발표한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억제 확대와 모든 군사 능력을 사용해 한국 방위에 대한 철통같은 수호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트럼프 신행정부가 한·미 동맹 강화 기조 속에서 대북 제재 등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의 가치를 존중하고 이를 토대로 양국의 우호 관계를 강화할 것이란 의지를 밝힌 것은 최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노골화하는 시점에서 시의적절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후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 행정부의 대(對)한국 외교안보 정책이 보다 구체성을 띠었다는 측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음달 2일 방한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의 협의 과정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은 보다 확실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미 간 동맹강화 원칙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천명한 미국 우선주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통상과 안보에서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동맹 관계의 재편 등을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년간 지속된 안보 동맹과 자유무역 등의 세계 질서가 격변할 것이란 경고나 다름없다. 발등의 불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사드 배치 등의 현안에서 오바마 정부와 사뭇 다른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협상의 대가답게 화려한 수사적 발언 뒤에 전략적 측면이 숨어 있다.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를 토대로 굳건하게 우리의 외교안보 현안을 풀어 나가야 하지만 한·미 동맹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키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동맹은 어느 일방의 희생을 전제로 성립되지 않는다. 한·미 동맹 역시 호혜적 국익을 바탕으로 이뤄진 만큼 미국의 시혜적 성격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시대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고 사드 배치에 따른 비용 문제도 포괄적 수준에서 우리 정부가 분담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동맹 강화라는 총론 아래 각론이 더없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 정치권은 트럼프 시대에 펼쳐질 미국 우선주의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온통 대선에 쏠려 있다. 국내외적으로 격변기인 만큼 정부는 안보와 경제의 흥망을 좌우할 현안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정교한 대책을 마련해 적극 대처하는 자세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2017-01-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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