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사 앞의 최순실 속죄하려면 진실 다 밝히라

[사설] 검사 앞의 최순실 속죄하려면 진실 다 밝히라

입력 2016-10-31 23:06
수정 2016-11-0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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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농단’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최순실씨가 어제 검찰에 출두했다. 국내외 보도진이 겹겹이 늘어선 서울중앙지검의 ‘포토라인’에 선 것이다. 분노해 검찰청사로 달려온 시민들은 “최순실을 구속하라”고 외쳤다. 불과 몇 달 전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비선 실세’의 모습은 간데없었다. 모자를 눌러쓰고 코트 깃으로 얼굴을 가린 그의 모습은 초라하기만 했다. 최씨는 “국민 여러분 용서해 주십시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죽을죄를 지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한두 마디의 사과일 수 없다. 최씨는 검찰 수사에서 진실을 밝혀 자신의 사과가 한낱 수사(修辭)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최씨는 지난주 독일에서 도피 이후 처음으로 언론과 인터뷰했을 때만 해도 귀국하는 것 자체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며칠 사이에 마음을 바꾸었고, 중국으로 출국한 뒤 종적을 감추었던 차은택씨도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비이락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두 ‘몸통’의 태도 변화는 수사에 대비한 누군가의 조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런 만큼 정도의 문제일 뿐 사건 관련자들이 미리 진술을 짜맞추었을 가능성은 작지 않다. 하지만 분노의 실상을 보았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더이상은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

최씨의 범죄 혐의는 한 자릿수로는 부족하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이용한 기금 모집과 유용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과 횡령 및 배임에 해당한다. 청와대에서 유출된 문건을 태블릿 PC로 본 것이 맞는다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자 공무상 비밀 누설의 공범이다. 대통령의 옷을 고르고 비용을 지불하는 영상은 그대로 공금 유용이나 뇌물 공여의 직접적 증거가 아닐 수 없다. 딸 정유라씨 이름으로 독일에서 4억원이 넘는 주택을 사들인 것도 증여세 탈루 혐의가 짙다. 하지만 이런 실정법 위반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실감을 국민에 안겨 준 죄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최씨는 살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도 잔재주를 부려 실정법 위반의 죄과를 줄여 보겠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보기 바란다. 검찰 조사에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남김없이 털어놓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공황 상태에 빠진 국민에게 최소한이나마 속죄하는 길이다. 진실을 밝혀야 할 대상에게 성역이 있어서도 안 된다. 그래도 대한민국 역사에 남은 오명은 지워지지 않을 테니 안타깝다.
2016-11-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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