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연 원장 막말, 추락한 국회 단면이기도

[사설] 한중연 원장 막말, 추락한 국회 단면이기도

입력 2016-10-02 18:02
수정 2016-10-0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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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정감사에서 또 막말 논란이 재연됐다. 이번에는 피감기관의 수장이 논란의 주체다.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은 지난달 30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 과정에서 “새파랗게 젊은 것들에게 수모를 당하고 못해 먹겠다”고 발언했다. 공개된 자리가 아닌 화장실에서 보좌관에게 했던 말이라고는 하지만 결코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납득되지 않는 언행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쏟아지자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비공개 원칙인 국정 교과서의 원본을 열람했느냐는 의원들의 추궁에도 그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더라”며 조롱하는 태도를 보였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어떠한 사정이 있더라도 국회의원이 민의의 대변 창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국회의 국감 현장에서 불성실한 막말을 거듭했다면 국민을 농락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이런 식의 무성의한 태도라면 국감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자리가 된다. 이 원장의 기이한 언행에 비난이 쏟아지자 교육부는 해임을 검토하겠다는 수습안을 내놓기까지 했다. 국감의 취지와 본질이 심각하게 훼손된 웃지 못할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연일 파행으로 일관하는 국감을 지켜보는 것도 모자라 덕망을 갖춰야 할 기관장의 근본 자질까지 국민이 걱정해 줘야 하는 판이다.

이번 논란 과정에는 국회도 돌아봐야 할 대목이 없지 않다. 국민들은 이런 황당한 국감 상황이 빚어진 배경이 별난 기관장의 개인적인 돌출행동에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당장 인터넷 여론을 일별해도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얼마나 낙제 수준에 와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문제가 된 사안을 냉철하고 면밀히 들여다보기도 전에 국회의 고압적인 국감 관행부터 뜯어고치라는 여론이 무성하다. 마구잡이로 증인을 불러 앉히고는 호통과 윽박 지르기, 망신 주기를 일삼는 저질 국감 체질을 먼저 바꾸라는 지적이 줄을 잇는다. 딱하게도 이런 충고가 이 원장의 막말에 대한 비판만큼 높고 따갑다.

오죽했으면 민심이 시시비비를 가려 줄 인내심마저 잃고 있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야당 의원들만 앉은 반쪽 국감에서는 국민 신뢰 또한 결국 반쪽일 수밖에 없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는 이런 민망한 현실의 좌표를 뼈아프게 돌아보고 각성해야만 한다.
2016-10-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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