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핵실험 하면 할수록 파멸만 재촉할 뿐

[사설] 北 핵실험 하면 할수록 파멸만 재촉할 뿐

입력 2016-04-24 18:18
수정 2016-04-2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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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언제든 기습적으로 핵실험을 감행할 준비를 갖췄다고 한다. 이르면 북한군 창건일인 오늘이나 늦어도 제7차 당대회가 예정된 다음달 초를 전후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가 떨어지기만 하면 5차 핵실험 버튼을 누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정보 당국은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동향을 면밀히 관찰해 왔으며 최근 들어 새로운 핵실험을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례없이 포괄적이고 강력한 제재를 받으면서도 5차 핵실험을 감행하려는 북한의 만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 북한의 무모함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최근 들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쏴대는가 하면 핵탄두부터 대기권재진입체까지 죄다 공개하며 핵과 미사일 능력을 자화자찬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제도 또다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기습 발사하지 않았는가. 이 모든 게 “핵 공격 능력의 믿음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김 제1위원장의 무모한 지시에 따른 것이니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당과 군의 핵심 기관들이 그의 지시를 관철하는 데에만 매달리고 있을 뿐 주민들의 피폐한 삶에 대한 고민은 안 보인다.

무리수를 두다 보니 실패도 잇따른다. 지난 3월 18일 발사한 노동미사일은 얼마 날지도 못하고 공중 폭발했는가 하면 지난 15일 처음 발사한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또한 몇 초 만에 폭발해 발사 인력 등이 그 자리에서 폭사(爆死)했다. 그제 발사한 SLBM은 최소 비행거리인 300㎞에 크게 못 미치는 30㎞를 날아가는 데 그쳤다고 한다. 김 제1위원장이 지켜본 탓에 북한은 ‘대성공’이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전력화까지는 3~4년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북한은 이처럼 핵 위협 극대화를 위해 총력적으로 핵 투발수단 다양화에 매달리고 있다.

뉴욕을 방문하고 있는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그제 AP통신과의 회견에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중지하면 핵실험을 중단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핵실험 중단의 전제조건으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앞서 그는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고 위협한 바 있다. 애당초 성격이 달라 흥정 대상이 될 수 없는 한·미 군사훈련과 핵실험을 연계한 이번 발언도 핵실험 중단에 방점이 찍혔다기보다는 5차 핵실험을 위한 ‘명분 쌓기’ 공산이 크다. 북한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준비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5차 핵실험은 북한 정권의 재앙이 될 것이다.

이미 한·미·일 3국을 비롯해 국제사회는 5차 핵실험 이후의 추가 제재 방안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대북 원유수출 완전 차단, 고려항공 영공통과 금지, 북한 근로자들의 대북 송금 차단 등이 추가 제재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차 핵실험에 따른 제재로 북한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것은 지난번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탈출 사실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국제사회는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제재에 나설 수밖에 없다. 김 제1위원장은 스스로 파멸의 길을 재촉하지 않길 바란다.
2016-04-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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