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병들에게 뚫리는 방탄복 입게 한 ‘군피아’

[사설] 사병들에게 뚫리는 방탄복 입게 한 ‘군피아’

입력 2016-03-24 23:36
수정 2016-03-2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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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고성능 방탄복을 개발하고서도 일반 방탄복을 장병들에게 지급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졌다. 장병들의 목숨과 직결되는 방탄복인 까닭에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국방부와 방위산업체의 검은 뒷거래에서는 가능했다. 적발된 당시 군 장성과 퇴역한 ‘군피아’ 등은 장병들의 생명을 지켜 주는 군장비마저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삼았다. 충격적이다. 자기 자식이라면 철갑탄에 숭숭 뚫리는 방탄복을 입혀 경계 근무를 세울 수 있을지 따져 묻고 싶다.

이른바 다목적 방탄복 사업은 부정·부패로 얼룩졌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10년 28억원을 투입해 첨단 나노기술을 이용한 ‘액정 방탄복’을 만들어 성능시험까지 통과했다. 2012년부터 각 군이 쓰도록 결정했다. 액정 방탄복은 북한이 2006년 전차·군함 등을 뚫는 철갑탄을 일선 부대에서 사용한 데 따른 대응이었다. 그러나 액정 방탄복 사업은 2011년 취소되고 2700억원 규모의 다목적 방탄복 사업으로 바뀌었다. 2014~2015년 장병들에게 보급된 3만 5200벌이 철갑탄 방탄복이 아닌 일반 방탄복인 이유다. 독점공급권까지 딴 삼양컴텍은 2011년 이미 불량 방탄복 납품으로 찍혔던 방산업체다. 그런데도 봐줬다. 해야 할 일을 저버리고 해선 안 될 일을 저지른 것이다.

뚫리는 방탄복 비리를 주도한 육군 소장 출신 국방부 1급 간부는 삼양컴텍으로부터 특혜 대가로 4000만원을 받고 아내를 계열사에 위장 취업시킨 뒤 꼬박꼬박 월급을 챙겼다. 육군 영관급 장교는 이 업체에 관련 기밀을 넘겨주고 5100만원을 받은 데다 퇴직한 뒤 이사로 채용됐다. 육군사관학교 교수도 허위 방탄 시험성적서를 발급해 주고 1억 1000만원어치의 주식을 받고 이 업체의 연구소장으로 들어갔다. 현직과 전직, 뒤 봐주기와 금품 제공 및 취업 보장 등 부패 고리의 전형을 여실히 보여 줬다.

북한은 하루가 멀다 하고 무력시위를 벌이며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방산비리는 명백히 반국가 범죄다.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 행위나 다름없어서다. 뚫리는 방탄복은 장병들마저 위험에 노출시켰다. 이제 방산비리가 터질 때마다 발본색원을 내세울 게 아니라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중하게 죗값을 물어야 한다. 업체 선정의 투명성 확보와 철저한 검증을 위한 실질적인 실천도 필요하다. 군이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이 불안감을 떨치게 하는 게 최선인 까닭이다.
2016-03-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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