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직 청년 가슴에 피멍 들이는 ‘두산 명퇴극’

[사설] 구직 청년 가슴에 피멍 들이는 ‘두산 명퇴극’

입력 2015-12-17 23:06
수정 2015-12-18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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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입사한 사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회사의 처사가 가혹하다는 질타가 쏟아지자 박용만 그룹회장이 1~2년차 사원은 예외로 하라며 수습했다. 회장의 긴급 지시에 ‘20대 명퇴극’은 외견상 제동이 걸렸지만 현실이 달라질 것은 없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하다.

대기업들의 감원 칼바람은 갈수록 거세질 기미다. 지금 같은 무더기 희망퇴직 권고가 계속된다면 2030 청년세대라고 외풍을 당해낼 재주는 없을 것이다. 여론에 노출된 대기업이 이런데, 중소기업 쪽의 상황은 오죽하겠는가 싶다. 구조조정 한파는 기업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피부로 실감하는 현실이다. 갑작스런 구조조정으로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렸던 1997년 외환위기 때를 떠올리게 된다는 불안한 목소리가 높아진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도 사무직의 40%를 감원한다는 목표로 신입 사원까지 무리하게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한 모양이다. 올 들어 네 번째 희망퇴직을 진행했다고 하니 기업 사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만하다. 이례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추진하는 삼성을 비롯해 업계 전반에 감원 바람이 불어닥쳤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실적이 악화된 기업들에는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 절박함을 알면서도 ‘두산 방식’에 비판이 쏠리는 까닭은 분명하다. 사회병(病)이 되고 있는 실업 문제에 대기업의 좌표에 걸맞은 고민을 했다는 흔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사 이래 최고라는 암울한 청년실업 시대가 아닌가. 20대 신입 사원을 명퇴시키겠다는 발상을 하기까지 몇 번이나 숙고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벼랑에 내몰린 구직 청년들에게는 희망의 싹을 자르는 횡포가 아닌지 짚고 넘길 문제다. 희망퇴직 불응 사원에게는 날마다 회고록을 쓰라며 압박했다고도 한다. 실직이 누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닌 현실에서 참담한 마음마저 든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더라도 기업의 자세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신성장 동력에 과감히 투자하고 사업 재편을 통한 개혁의 노력부터 보여 줘야 할 것이다. 만만한 인력이나 줄이고 보겠다는 식의 안이한 처방은 기업 불신과 사회 갈등에 더 깊은 골을 파는 일이다.
2015-12-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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