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지자체·어린이집 ‘워킹맘’ 고통 아는가

[사설] 정부·지자체·어린이집 ‘워킹맘’ 고통 아는가

입력 2015-10-23 22:32
수정 2015-10-2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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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민간 어린이집이 다음주 월요일부터 집단 휴원에 들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육교사들에게 연차 휴가를 동시에 쓰도록 하면서 문을 닫아걸겠다는 것이다. 엄포가 현실화될 경우 1만 4000곳의 전국 민간 어린이집에 다니는 62만 3000명의 영유아가 일주일 내내 갈 곳을 잃는다. 맞벌이 부부라면 아이를 돌보느라 직장에 휴가를 내야 하는 사태가 빚어질 것이다. 민간 어린이집이 집단 행동에 나서는 이유는 정부와 17개 시·도 교육청의 만 3~5세 누리과정 예산 줄다리기 때문이다. 해마다 ‘네가 부담하라’며 대립하는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근본적으로 문제지만, 아이들을 볼모로 인상된 예산을 조기에 확정짓겠다는 어린이집들도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의 싸움은 그렇지 않아도 격화하는 양상이다. 지난해는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됐다지만 올해는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부는 지난 5월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누리과정 보육료 예산 지원은 교육감의 의무’라며 ‘배수의 진’을 쳤다.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가 지원하면 법을 어기는 꼴이 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전국 시·도 교육감은 엊그제 한자리에 모여 누리과정 가운데 유치원 예산만 편성하고 어린이집 예산은 편성하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는 진보 교육감뿐만 아니라 보수 교육감도 참여했다니 해법이 간단치는 않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의 이견이 끝내 해소되지 않는다면 어린이집 보육비는 결국 학부모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는 22만원의 운영비와 7만원의 방과후 과정비를 지원받고 있다. 여기에 어린이집들은 내년도 보육료를 30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중앙과 지방을 막론하고 우리 교육 행정이 아무리 퇴행의 길을 걷고 있다 해도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 만큼 부작용은 서둘러 차단해야 한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은 하루빨리 보육비 갈등을 끝내야 한다. 어린이집이 반나절이라도 문을 닫는다면 피해는 곧바로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 특히 ‘워킹맘’의 입지를 뿌리째 뒤흔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여성 취업이 확대되고, 저출산이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인지 반성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에 향해야 할 비판의 칼날을 아무 죄 없는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돌리고 있는 어린이집들도 휴원 계획을 철회하기 바란다.

2015-10-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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