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동포들의 강제 우편저금 보상청구소송에서 일본 정부가 “한일협정 후에 한국 국적을 회복한 한국인의 개인청구권도 소멸됐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그 의미가 단지 사할린 동포들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법원이 이 같은 논리를 받아들일 경우 영향을 받는 대상이 무한정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일본과 한일청구권협정 같은 전후 특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북한도 영향받을 수 있다. 한국 주도로 남북이 통일될 경우 북한 주민들의 개인청구권까지 1965년으로 소급해 소멸될 가능성이 있다.
논리를 최대한 확장하면 심지어 한일협정 후 한국으로 귀화한 일본인의 재산권도 일부 소멸된다는 황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일협정 무효 선언 근거될 수도..한국, 민감 대응 = 일본 정부의 이번 주장은 한국측 해석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꺼내 들었다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다.
일본은 법원에 “한국 국민의 범위가 문제인데 원래 해석권은 체결국에 있는 것이므로 한국 국민의 범위도 한일협정의 합리적인 해석에 따라 일본 정부로서 판정하게 된다”는 주장을 제출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1990년대 이후 영주귀국한 사할린 동포들의 강제 우편저금 금액은 한국 정부가 대신 보상해야 한다. 북한인들의 청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로선 한일협정 체결시에 미처 예상하지 못한 책임을 떠맡게 되는 셈이어서 일본 법정에 “일본 정부의 해석은 타당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히는 등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런 해석이 일본 법원에 수용되지 않도록 사할린 동포측 변호사를 통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색이 강한 일본 법원이 자칫 일본 정부의 주장을 수용할 경우 한국 정부는 이를 근거로 ‘개인청구권 해결’ 등을 규정해놓은 한일청구권협정 2조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조약법에 관한 빈협약’ 3조1항이 ‘조약은 용어의 통상 의미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48조 등은 ‘조약의 한쪽 당사자가 상대국과 다른 해석을 할 경우 착오나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조약은 무효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
그렇다고 해서 일본 법원이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즉시 한일협정이 무효가 되는 건 아니다. 협정 해석을 두고 한일간에 분쟁이 생겼을 경우 우선 외교상의 경로로 해결해야 한다고 한일협정 자체에 명시돼 있기 때문.
한국 외교부는 우선 일본 외무성과 협의해 서로 다른 해석을 조정하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양국이 구성할 중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물론 여기서도 타결이 되지 않으면 ‘한일협정 2조 무효’를 선언할 수 있지만 사태가 여기까지 악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日 왜 이런 주장 내놨나 = 일제 피해자들의 각종 청구권 소송은 일본 내에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다.
전례로 볼 때 정부측 변호사들이 임의로 이런 주장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각 성.청(부처)의 협의를 거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이런 과격한 주장을 해서 한국을 자극한 것일까.
이에 대해 한국 외교 전문가는 “우선 소송에 이기려고 이런저런 주장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일본 정부는 “소멸시효가 지났다”거나 “일본 국내법에 따라 안된다”는 등 갖가지 논리로 소송에 대응해왔고 이중 몇가지 주장은 일본 법원에 수용된 전례가 있다.
이번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하지만 이 전문가조차 “이번 주장은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며 “그동안 차마 이런 주장까지는 하지 않았던 일본 정부가 왜 태도를 바꿨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할린 동포측 다카키 겐이치(高木健一) 변호사는 일본 정부가 이런 주장을 한 시점이 지난해 3월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자민당 정권은 8월말 총선을 앞두고 대북 추가제재안을 마련하는 등 보수색을 한층 강화하던 시점이다. 하지만 자민당은 결국 민주당에 정권을 내줬고, 한국 정부는 민주당 집권 이후인 9월말에 반박 주장을 일본 법원에 냈다.
그후 원고측의 ‘주장 철회’ 요구에 일본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가 야당 의원 시절 일본이 태평양전쟁 당시 외국에 끼친 피해를 국회 차원에서 조사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한 적도 있고, 2001년 5월에는 민주당 대표 자격으로 경기도 안산에 있는 사할린 동포 정착촌을 방문하기도 하는 등 전향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카키 변호사는 “처음에는 일본 정부가 지나치게 도의에 어긋난 주장을 한데 대해 놀랐다”며 “하지만 하토야마 총리의 입장은 이런 주장과는 다른 만큼 앞으로 일본 외무성 등이 어떤 조처를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 법원이 이 같은 논리를 받아들일 경우 영향을 받는 대상이 무한정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일본과 한일청구권협정 같은 전후 특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북한도 영향받을 수 있다. 한국 주도로 남북이 통일될 경우 북한 주민들의 개인청구권까지 1965년으로 소급해 소멸될 가능성이 있다.
논리를 최대한 확장하면 심지어 한일협정 후 한국으로 귀화한 일본인의 재산권도 일부 소멸된다는 황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일협정 무효 선언 근거될 수도..한국, 민감 대응 = 일본 정부의 이번 주장은 한국측 해석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꺼내 들었다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다.
일본은 법원에 “한국 국민의 범위가 문제인데 원래 해석권은 체결국에 있는 것이므로 한국 국민의 범위도 한일협정의 합리적인 해석에 따라 일본 정부로서 판정하게 된다”는 주장을 제출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1990년대 이후 영주귀국한 사할린 동포들의 강제 우편저금 금액은 한국 정부가 대신 보상해야 한다. 북한인들의 청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로선 한일협정 체결시에 미처 예상하지 못한 책임을 떠맡게 되는 셈이어서 일본 법정에 “일본 정부의 해석은 타당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히는 등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런 해석이 일본 법원에 수용되지 않도록 사할린 동포측 변호사를 통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색이 강한 일본 법원이 자칫 일본 정부의 주장을 수용할 경우 한국 정부는 이를 근거로 ‘개인청구권 해결’ 등을 규정해놓은 한일청구권협정 2조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조약법에 관한 빈협약’ 3조1항이 ‘조약은 용어의 통상 의미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48조 등은 ‘조약의 한쪽 당사자가 상대국과 다른 해석을 할 경우 착오나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조약은 무효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
그렇다고 해서 일본 법원이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즉시 한일협정이 무효가 되는 건 아니다. 협정 해석을 두고 한일간에 분쟁이 생겼을 경우 우선 외교상의 경로로 해결해야 한다고 한일협정 자체에 명시돼 있기 때문.
한국 외교부는 우선 일본 외무성과 협의해 서로 다른 해석을 조정하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양국이 구성할 중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물론 여기서도 타결이 되지 않으면 ‘한일협정 2조 무효’를 선언할 수 있지만 사태가 여기까지 악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日 왜 이런 주장 내놨나 = 일제 피해자들의 각종 청구권 소송은 일본 내에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다.
전례로 볼 때 정부측 변호사들이 임의로 이런 주장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각 성.청(부처)의 협의를 거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이런 과격한 주장을 해서 한국을 자극한 것일까.
이에 대해 한국 외교 전문가는 “우선 소송에 이기려고 이런저런 주장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일본 정부는 “소멸시효가 지났다”거나 “일본 국내법에 따라 안된다”는 등 갖가지 논리로 소송에 대응해왔고 이중 몇가지 주장은 일본 법원에 수용된 전례가 있다.
이번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하지만 이 전문가조차 “이번 주장은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며 “그동안 차마 이런 주장까지는 하지 않았던 일본 정부가 왜 태도를 바꿨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할린 동포측 다카키 겐이치(高木健一) 변호사는 일본 정부가 이런 주장을 한 시점이 지난해 3월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자민당 정권은 8월말 총선을 앞두고 대북 추가제재안을 마련하는 등 보수색을 한층 강화하던 시점이다. 하지만 자민당은 결국 민주당에 정권을 내줬고, 한국 정부는 민주당 집권 이후인 9월말에 반박 주장을 일본 법원에 냈다.
그후 원고측의 ‘주장 철회’ 요구에 일본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가 야당 의원 시절 일본이 태평양전쟁 당시 외국에 끼친 피해를 국회 차원에서 조사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한 적도 있고, 2001년 5월에는 민주당 대표 자격으로 경기도 안산에 있는 사할린 동포 정착촌을 방문하기도 하는 등 전향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카키 변호사는 “처음에는 일본 정부가 지나치게 도의에 어긋난 주장을 한데 대해 놀랐다”며 “하지만 하토야마 총리의 입장은 이런 주장과는 다른 만큼 앞으로 일본 외무성 등이 어떤 조처를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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