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디펜던트 리그에선 전국적인 이목을 끌기 위해 이처럼 충격적인 사람-사물 트레이드를 실행하는 일이 잦아 빗나간 마케팅 전략이 결국 앞날이 창창한 선수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다 죽음에 이르렀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인이 약물과 알코올 중독이었던 것으로 미뤄 엄청난 마음의 상처가 결국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그가 마운드에 오르면 상대팀 응원단은 ‘배트 트레이드’를 연상시키기 위해 영화 ‘배트맨’ 주제곡을 트는 등 그를 괴롭혔다.
오덤을 영입했던 텍사스주 라레도 브롱코스의 댄 슈웜 감독은 “방망이 트레이드 사건이 그를 괴롭혔음에 틀림없다.”며 “이 점이 정말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그에 따르면 지난해 6월5일 경기 도중 ‘배트맨’ 주제가가 흘러나오자 그는 3과 3분의 1이닝 동안 8실점하는 최악의 피칭을 했다.슈웜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모아 더 이상 배트 트레이드 얘기를 입밖에 꺼내지 말라고 함구령을 내렸다.
오덤은 닷새 뒤 이 팀에 영입된 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등판에서 3이닝을 깔끔하게 막았다.경기 뒤 오덤은 감독에게 다음날 자신과 만나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슈웜 감독은 다른 일이 많아 다음으로 미루자고 하자 오덤이 굉장히 낙담했다는 것.그 뒤 그는 사라졌다.
여러 구단 관계자가 전화를 걸었지만 도무지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지난 1월 슈웜 감독은 오덤의 휴대전화에 음성 메시지를 남겼는데 몇 주 뒤 경찰이 오덤의 사망 소식을 전한 것.
부검의는 시신 팔뚝에 라틴어로 ‘고통은 지혜에 값한다.’라고 새겨져 있었다고 전했다.
오덤은 지난해 5월 캐나다 골든베이스볼리그 ‘캘거리 바이퍼스’에 입단할 예정이었지만 캐나다 입국 심사 과정에서 청소년 시절 저지른 폭행 때문에 입국을 거절당한 뒤 인디펜던트리그의 라레도 브롱코스 구단으로 옮겼는데 원 소속팀이 이적 대가로 방망이 10자루를 요구해 이를 관철시켜 그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원래 두 구단은 오른손 투수인 오덤과 강타자를 맞바꾸기로 했지만 브롱코스측 타자가 이적을 거부하자 대신 방망이를 주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당시 두 구단이 이렇게 했던 것은 홍보 효과를 겨냥한 것이었다.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에 견줘 관심이 적은 리그도 알리고 관중도 끌어모으려는 마케팅 기법이었던 셈.
캘거리 구단은 전용구장을 리모델링할 때 떼어놓은 1500여 좌석을 대가로 투수를 영입한 전력이 있다.
당시 프레이리 스틱스 사가 제작한 이 단풍나무 배트는 개당 69달러이고 6~11개를 구입하면 65.50달러를 받았으니 오덤의 몸값은 655달러(당시 환율로 68만 6000원) 밖에 안 됐던 셈.오덤은 트레이드 성사 직후 “신경쓰지 않는다. 나중에 내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면 재미난 에피소드가 될 것”이라며 의연해 했지만 진짜 마음 속은 달랐던 것이 분명하다.
2003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부터 신인 지명을 받은 오덤은 2004년부터 3년간 싱글A에서 38경기에 출전해 9승8패, 평균 자책점 4.05를 기록한 뒤 스프링캠프에서 방출됐다.나중에 사이영상을 수상한 팀 린시컴이 지명 당시 동료였다.린시컴은 “그는 재미있는 일을 즐기는 친구”였다며 “항상 에너지가 넘쳤다.”고 돌아보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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