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보다 튀어라

유행보다 튀어라

김경운 기자
입력 2005-10-19 00:00
수정 2005-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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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는 프랜차이즈 음식점 성공 비법

1997년 말에 시작된 외환위기를 겪은 뒤 퇴직자들이 늘면서 창업 붐이 일었다. 가맹점을 모집해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는 프랜차이즈 전문업체들도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가 수없이 사라졌다. 최근 소자본 프랜차이즈 창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고 있다. 경기회복의 조짐도 보이고 저금리 덕분에 사업자금 마련에도 여유가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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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말에 시작된 외환위기를 겪은 뒤 퇴직자들이 늘면서 창업 붐이 일었다. 가맹점을 모집해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는 프랜차이즈 전문업체들도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가 수없이 사라졌다. 최근 소자본 프랜차이즈 창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고 있다. 경기회복의 조짐도 보이고 저금리 덕분에 사업자금 마련에도 여유가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행을 놓치지 마라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변신하고 있다. 과거처럼 똑같은 브랜드와 음식 종류, 판매 기법 등을 고집하지 않는다. 손님의 기호 변화에 더욱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창업 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18일 창업 컨설팅업계에 따르면 치킨점은 맛과 기호에서 변화를 거듭했다. 단순한 튀김 닭에서 바비큐식 통닭, 이어 매콤한 양념을 곁들인 양념통닭이 인기를 끌더니 최근에는 지독히 매운 양념에 범벅한 ‘불닭’이 휩쓸고 있다. 신세대를 중심으로 손님들이 늘 새로운 맛을 원하기 때문이다. 변화에 맞추지 못한 통닭집은 문을 닫았다. 이를 반영해 최근 죽 전문점에서 아메리칸 커피를 팔고, 냉면과 칼국수를 한 접시에 내놓으며, 일식 초밥과 이탈리아식 스파게티를 동시에 파는 복합매장이 등장했다. 이를 겨냥한 프랜차이즈 전문업체들도 생겼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민속주점, 호프집, 일식 구이점 등과 같이 다른 성격의 전문점을 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관리하며 주변의 여건과 소비자 기호의 변화에 따라 맞춤식으로 점포가 변할 수 있는 ‘변신 프랜차이즈점’도 등장했다. 이들 프랜차이점들은 대부분 ‘3년 이상 머물지 마라.’를 모토로 내걸었다.

●통념을 과감히 깨라

가맹점을 모은 뒤 관리를 못해 슬그머니 사라진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특징은 소비자에게 깊은 맛을 전하지도 못하면서 동일한 맛과 판매 방식만을 고집했고, 이를 가맹점에 강요했다는 점이다. 브랜드를 앞세운 반짝 인기 덕분에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돈을 벌었지만 막상 장사를 하는 가맹점들은 가맹점 가입비와 인테리어 비용 등만 날리고 마는 경우도 생겼다. 국내에서 인기를 잃은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중국 진출을 대안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변신 프랜차이즈 업체의 대표 주자인 ‘성암푸드시스템(대표 손종선)’이 내세우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행은 ‘일본→부산→서울 강남→서울 강북→전남→대전’ 등으로 이어지는데, 일본에서 대전까지 이르는 기간이 10년쯤 걸린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부산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이를 전국에 똑같은 모델로 보급하려 한다면 뜻밖의 냉담한 반응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설명이다. 한때 부산에서 색다른 실내장식과 깔끔한 안주 등으로 인기를 모았던 J생맥주 전문업체가 다른 지방에선 철저하게 외면받은 예를 근거로 삼는다. 시대의 변화에도 빨라야 한다.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는 구워먹고, 즉석에서 튀겨먹고, 뚝배기에 푸짐하게 담아 먹지만 2만달러 시대에는 색다른 분위기 속에서 나만의 맛을 즐긴다. 따라서 ‘제주흑돼지삼겹삽(단순한 예에 불과함)’ 등과 같이 상호에 지역명, 음식의 특징 등이 함축된 전문점이 꾸준한 인기를 누리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손님의 변화에 나를 맞춰라

성암푸드시스템은 대학가 주변을 노린 생맥주점 ‘모야’, 직장인을 겨냥한 일식 구이점 ‘니또내’, 주변지역의 여건을 고려한 퓨전 민속주점 ‘부치미’ 등 3종의 주점을 운영한다. 술과 본 안주는 뷔페식으로 했다. 본점에선 기본 안주 40종을 갖추고, 가맹점은 지역 여건을 고려해 15종만 선택한 뒤 테이블에 모두 내놓는다. 손님에게 고르는 재미를 주기 위해서다.

가장 큰 특징은 가맹점 가입비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본점과 가맹점은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관계다. 특정한 인테리어를 강조하지도 않는다. 여건 변화에 따라 실내장식을 순발력있게 바꾸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초기 창업자금이 적게 드는 편이다.

본점이 가맹점에 대한 ‘하드웨어’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대신에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반드시 따르도록 조건을 붙였다. 즉 가맹점은 점포를 운영하는 방식, 손님을 대하는 법, 반(半)조리 공급 원료의 품질 유지 등에 대해선 본점으로부터 계속 관리받고 상의해야 한다. 가맹점이 동의하면 주방장도 본점에서 파견한다. 이는 본점이 가맹점의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맞춤식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설계는 수시 점검을 통해 언제든지 바뀐다.

본점은 인테리어 비용 등을 강요하며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가맹점 주인이 점포를 운영하며 불편한 점을 호소했을 때 이를 해결해주는 대가로 수익을 얻는다. 홍보비, 허가 대행비, 용품 구입비 등이 이에 속한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대박 사장님의 ‘변신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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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장사하면 3년만 돈 번다는 옛말이 틀린 말이 아닙니다.3년만 돈을 번 뒤 변신한다면 또 다른 3년을 낚아챌 수 있습니다.”

성암푸드시스템 손종선(47) 대표는 18년 장사 경험에서 터득한 독특한 ‘변신 철학’을 내놓았다.

그는 “창업하면 처음 3년은 적자를 보고 이어 4년은 그럭저럭 장사하다 나머지 3년에 비로소 돈을 버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면서 “이제 앞의 7년은 전문가 집단인 프랜차이즈 본점에서 책임질테니 가맹점 주주들은 뒤의 3년만 장사하다 다음 3년을 찾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장사가 잘 안 되면 흔히 주인은 자신의 눈에 거슬리는 물건 탓을 하며 돈을 들여 간판이나 실내장식을 바꾼다.”면서 “그러나 손님이 원하는 것은 요란한 간판이 아니라 늘 변하는 입맛에 맞게 음식에도 신선한 느낌을 담아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식만 바꾸면 프랜차이즈 본점만 돈을 번다.”며 혀를 찼다. 그는 “가맹점 가입비, 인테리어 비용 등에서 수익을 내지 않으면 ‘어디서 돈을 빼먹느냐.’고 사람들이 묻는다.”면서 “가맹점 주주들이 장사를 하다 보면 점포의 사정에 따라 전기가 더 필요할 수도 있고, 불량배들이 귀찮게 할 수도 있으며, 인·허가 문제 등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를 해결해주고 대가를 받아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장사를 처음 시작할 때 흔히 아이템부터 찾고, 본인의 능력이 맞는지 등을 고민한다.”면서 “아이템은 얼마 뒤에 다른 아이템으로 바꿀 것이기 때문에 그리 중요하지 않고, 무리하게 욕심부리지 않으면 저절로 (사업은)키워진다.”고 충고했다.

손 대표는 대학에서는 경영학과를 전공했다. 졸업 후 해보지 않은 음식·유흥업종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가게를 차렸다. 맨처음 손 댄 ‘룸살롱’만 망했을 뿐 삼겹살 구이점, 뷔페, 생맥주점, 감자탕 전문점 등은 비교적 장사가 잘돼 업종을 계속 추가한 셈이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2005-10-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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