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춘문예 시 당선작-당선소감] 옥상에 매여 있던 ‘전기양’ 발견해 주셔서 감사

[2020 신춘문예 시 당선작-당선소감] 옥상에 매여 있던 ‘전기양’ 발견해 주셔서 감사

입력 2020-01-01 16:30
업데이트 2020-01-03 11:1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원석

이미지 확대
이원석
이원석
진짜 양 한 마리를 키우고 싶었을 뿐이야

열망과 기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전선을 따라 어둠이 내려 기어이

전기양을 보러 갈 때

너는 진짜 양에 대해서 오랫동안 얘기하고는 했지

그리고 혼자 남은 나는 양 울음소리를 흉내내 본다 전자식으로

매에 하고 매번 울었지만

매에 순간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습니다.

전기양의 울음을 모조하기 위해 성대를 기계식으로 교체합니다.

살아 있는 양 한 마리를, 살아 있는 양 두 마리를, 살아 있는 양 세 마리를 천천히

전자식으로 떠올리다가 잠이 들곤 했습니다.

옥상에 매여 있던 전기양을 발견해 주신

*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정진하겠습니다. 작년 체육관 운영이 어려울 때 삼백 빌려준(다 갚음) 재휘야, 고맙다. 사실은 날 가장 먼저 시인이라고 불러 줬던 친구, 나의 부를리우크. 그리고 다시 시를 쓰며 들었던 시 창작 수업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공간과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신 읻다 아카데미, 첫 수업료를 빌려준(다 갚음) 동생 정아, 새로운 언어를 찾아 주신 백은선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유난스런 자식을 지켜봐 주신 부모님(못 갚음), 늘 지지하고 응원해 준 가족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원석 ▲1976년 서울 출생 ▲인하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팀레이븐 주짓수 코치
2020-01-02 43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