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롤렉스 스캔들’… 페루 대통령 8년 새 4번째 탄핵 위기

이번엔 ‘롤렉스 스캔들’… 페루 대통령 8년 새 4번째 탄핵 위기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4-04-03 01:01
업데이트 2024-04-03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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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볼루아르테 탄핵안 발의
불법 재산 증식 의혹에 휩싸여
야당 “도적적 무능력” 총공세
임기 2년 안 돼 벼랑끝 내몰려

쿠친스키 후 3명 불명예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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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 AFP 연합뉴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
AFP 연합뉴스
대통령 탄핵이 일상이 된 남미 페루에서 전임 대통령의 탄핵으로 권력을 이어받은 디나 볼루아르테(61) 대통령이 임기를 2년도 못 채우고 탄핵당할 위기에 몰렸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명품 팔찌와 시계를 착용해 ‘불법 재산 증식’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이른바 ‘롤렉스 스캔들’이다.

페루 국회는 1일(현지시간) 마르고트 팔라시오스 등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대통령 탄핵안을 공개했다. 팔라시오스 의원은 소셜미디어(SNS)에 “명품 시계와 보석류 등으로 문제를 일으킨 볼루아르테 대통령에 대해 ‘도덕적 무능력’을 이유로 탄핵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페루 국회는 총의석수 40%(52명) 이상 동의하면 탄핵 절차를 개시하고 재적의원(130명) 3분의2(87명)를 넘으면 탄핵안이 가결된다.

앞서 페루의 한 팟캐스트 프로그램은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공식 SNS 계정 속 사진들을 분석해 1만 9000달러(약 2570만원) 상당 롤렉스 등 고급시계 14점과 5만 달러짜리 까르띠에 팔찌를 찾았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매달 4200달러 월급을 받는 대통령이 50만 달러 상당의 보석을 갖고 있었다. 취득 경위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는 페루의 평균 직장인이 40개월 넘게 한 푼도 쓰지 않고 월급을 모아야 살 수 있다. ‘공직자가 어떻게 그런 사치품을 다수 구입할 수 있었는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18세부터 쉬지 않고 일한 결과”라면서 “롤렉스 등 고가명품은 2022년 12월 대통령 취임 전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이 지난달 말 대통령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해 롤렉스 정품 인증서를 확인해 보니 일부 제품의 구입 일자는 대통령 집권 이후인 2023년 7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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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의 첫 여성 대통령인 볼루아르테는 부통령이던 2022년 페드로 카스티요 당시 대통령이 부패 혐의 수사 칼날을 피하고자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파면되자 그해 12월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좌파 성향 정당 ‘자유페루’ 소속이었지만, 카스티요 대통령과 함께 출당돼 지금은 무소속이다.

페루 헌법은 반역 행위나 선거방해 등 특정범죄뿐만 아니라 신체·도덕적 무능력 등을 이유로 국회가 대통령 탄핵을 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 도덕적 무능력이라는 건 전적으로 의원들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 2016년부터 대통령 단명의 원인이 됐다.

WP는 “페루에서 1985년 이후 거의 모든 대통령이 최소 한 번 이상 범죄 수사 대상이 돼 탄핵 논의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재임 1990~2000년)는 장기집권을 위한 부정선거를 시도하다 탄핵당했고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2016~2018년)와 마르틴 비스카라(2018~2020년)도 도덕적 무능이 해임 사유가 됐다. 카스티요(2021~2022년)의 쿠데타 시도 역시 국회에선 도덕적 무능이라고 판단했다.
류지영 기자
2024-04-0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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