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경제 분석에 인간 심리 접목’ 비주류 경제학 선구자… ‘넛지’ ‘승자의 저주’ 저자로 인기

‘경제 분석에 인간 심리 접목’ 비주류 경제학 선구자… ‘넛지’ ‘승자의 저주’ 저자로 인기

강국진 기자
강국진 기자
입력 2017-10-09 22:44
업데이트 2017-10-10 00:4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노벨경제학상 세일러 美교수는

비합리성·절제력 부족 연구
행동주의경제학 주류 반열에
“현재 경제 연구·정책 큰 영향”

경제 분석에 인간 심리를 접목한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세일러(72)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제49회 경제학상 수상자를 세일러 교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개인의 의사결정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과 심리학적 분석을 연결하는 데 이바지했다”면서 “경제 연구와 정책 분야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행동경제학을 확장시키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독일계 미국인인 세일러 교수는 주류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 인간’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해 제한적 합리성에 기반한 행동경제학을 체계화했다. 인지적 제약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행동금융학의 창시자로 꼽힌다.

세일러 교수는 로체스터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코넬대와 MIT 경영대학원 등을 거쳐 1995년부터 시카고대 보스경영대학원에 재직하고 있다. 그의 저서 중 ‘넛지’와 ‘승자의 저주’,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등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특히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2008년 출간한 ‘넛지’는 행동경제학을 대중에게 널리 알렸을 뿐만 아니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 각국의 정책결정자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인 넛지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새롭게 정의한 세일러 교수는 민간 기업이나 공공 부문 관리자들이 넛지를 통해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현명한 선택을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그는 ‘이콘’(호모 이코노미쿠스를 줄인 말)과 현실 속에 존재하는 허점투성이 ‘인간’을 대비시키며 주류경제학에서 당연시하는 ‘합리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인간’이라는 가설을 비판했다.

세일러 교수는 사람들이 새해 다짐을 잘 지키지 못하는 점에 대한 연구에서도 족적을 남겼다. 그는 ‘계획자·행동자 모델’을 통해 자기통제 문제를 분석하는 방식을 보여 줬다.

공정성에 대한 이론과 실험도 유명하다. 그는 공정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때문에 기업이 수요가 많은 시기에도 비용이 오르지 않는 한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원리를 설명했다. 세일러 교수는 ‘독재자 게임’을 고안했는데, 이는 세계 각지에서 공정성에 대한 여러 집단의 태도를 측정하는 연구에 많이 활용됐다.

그는 또 손실을 기피하는 태도를 통해 사람들이 소유하지 않을 때보다 소유하고 있을 때 같은 물건을 더 아낀다는 ‘소유효과’를 설명해 내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세일러 교수는 수상자 발표 직후 “경제 행위자가 사람이고, 경제 모델은 이를 포함해야 한다는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상금을 어떻게 쓸 것이냐는 물음에 “가능한 한 불합리하게 쓰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노벨경제학상은 다른 노벨상과는 달리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 창립 300주년을 기념해 만들었다. 정식 명칭도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이다. 다만 다른 노벨상과 마찬가지로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선정해 시상한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7-10-10 4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