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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돋보기] “北기업·철도 등 상태 파악, 11년간 끊긴 남북 경협의 첫걸음”

[판문점 선언 돋보기] “北기업·철도 등 상태 파악, 11년간 끊긴 남북 경협의 첫걸음”

서유미 기자
서유미 기자
입력 2018-05-02 23:00
업데이트 2018-05-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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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산업硏 선임연구위원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일 “남북이 실현 가능한 경제협력(경협)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북한 기업·산업 실태와 철도·도로 및 전력 등 인프라에 대한 조사·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두 축이 비핵화와 경협이라는 점에서 차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며, ‘잃어버린 11년’ 동안 변화한 북한의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첫걸음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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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 경제 전문가인 이 연구위원은 이날 세종시 산업연구원 연구실에서 서울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본격적인 남북 경협은 대북 제재 해제 이후”라며 “개성공단 재개는 비핵화가 확실히 진전돼 국제사회가 인정하기 전까지는 조심스럽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남북 경협의 측면에서 판문점 선언을 평가한다면.

-남북 경협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국제적 대북 제재를 정면으로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나올 수 있는 내용이 철도·도로 연결과 개성 지역 공동연락사무소 정도다. 만약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협의를 한다면 당장 국제사회나 국내에서도 반발이 나올 수 있는데, 연락사무소 설치이기 때문에 영리하게 대북 제재를 비켜 갔다. 협력 사업에 대해 향후 연구 조사한다는 합의문 조항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실제로 철도·도로를 연결하려면 경제적 자원이 들어가야 해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신(新)경제지도’ 구현에 철도·도로 연결이 어떤 역할을 할까.

-신경제지도 구상은 서해안에는 제조업 및 교통 물류 벨트, 동해안에는 에너지 자원 벨트, 남북 접경 지역은 평화 벨트를 그리고 있다. 서해안과 동해안의 남북 경협 벨트 구축을 위해서는 철도 연결이 필수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돈과 시간이 많이 들 수 있다. 단선인 경의선을 화물 수송용으로 쓰기 위해서는 현대화·복선화 작업이 필요하다. 경협 차원에서 철도만 너무 강조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일각에서 언급하는 고속철도는 한국이 대륙으로 연결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가장 효율적인 것은 도로 연결이다. 2007년 ‘10·4 정상선언’ 합의문에 있는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현대화에도 비용이 적게 들고 만약 개성과 평양 주변에서 경협이 추진되면 고속도로를 통해 사람과 물류 트럭이 오갈 수 있다. 또 남북 간 경제협력 구상을 위해서는 남측 신경제지도와 북측 안을 서로 조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연락사무소는 의미가 있다. 예컨대 신경제지도 구상에는 평양 남포 지역에서 남북한 정보통신기술(ICT) 사업 협력을 하자는 내용이 있는데,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북한도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려면 경제 및 ICT 전문가들이 북측 전문가들과 만나 협의해야 한다.

→정부는 대북 제재를 저촉하지 않는 범위의 연구·조사를 한다고 한다. 어떤 것이 필요할까.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북한의 경제개발 전략 모두를 고려해 남북 양측이 실현 가능한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조사·연구가 필요하다. 북한의 경제정책은 그동안 많이 바뀌었다. 우리는 과거 방식대로 북한에 대해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일단 북한 기업 리스트, 산업구조, 철도·도로 상태 등의 조사가 필요하다. 본격적인 경제 협력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 이후다. 특히 개성공단 재개는 확실하게 비핵화가 진전돼 국제사회가 모두 인정하기 전까지는 조심스럽다. 핵·미사일 개발 자금원이 됐다는 좋지 않은 꼬리표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대북 제재가 풀리고 나면 북한에 미국 자본도 유치될 수 있을까.

-미국 자본 유치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미국의 북한 체제 보장이라는 하나의 가시적인 상징물이 될 수 있다. 북한 표현을 빌리면 미국으로부터 북한이 위협을 당할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 입장에서는 한국 자본만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추구하는 ‘정상국가’는 경제 관계에서 국가 대 국가로 자리매김하려고 할 수 있다. 개방이 진전되면 우리 자본이 진출하기는 유리할 것이다. 특히 전력·통신 등 인프라 부문은 표준화 문제가 있어 (북한에 진출하려고 하는) 외국에 넘겨서는 곤란할 수 있다. 남북한 중앙정부 차원의 한반도 전체적인 중장기 관점에서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글 사진 세종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이석기 연구위원

국내외 산업과 무역통상 분야를 연계해 연구하는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윈 해외산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개성공단 업종 배치, 개성공단 발전 방향 등을 비롯해 그동안 남북 경제 교류를 연구해 왔다.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88년 산업연구원 연구원이 됐다. 주요 저서로는 ‘북한의 서비스 산업’(공저), ‘통일을 대비한 남북한 산업협력 전략과 실행방안’(공저) 등이 있다.
2018-05-0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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