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로비 연루 현직 서울청장 사퇴…국세청 망연자실

CJ로비 연루 현직 서울청장 사퇴…국세청 망연자실

입력 2013-08-01 00:00
업데이트 2013-08-0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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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호 서울지방국세청장이 CJ그룹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연루된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알려진 1일 국세청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국세청은 검찰의 수사가 2006년 CJ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의혹에 집중되면서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수사 대상에 올랐을 때만 해도 “전직 인사들과 관련된 내용”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해왔다.

그러나 현직인 송 청장이 CJ그룹의 로비 의혹과 관련해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자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특히 김덕중 국세청장이 취임과 동시에 청렴과 비리근절을 강조해 온 상황에서 최고위 간부인 서울국세청장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쇄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뿐 아니라 국세청 전체가 부도덕 집단으로 비쳐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김 청장은 CJ그룹측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골프 등의 접대를 받은 혐의로 지난달 27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검찰은 최근 “CJ 로비 의혹 수사 과정에서 송 청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발견됐다”며 국세청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다만 검찰은 “형사처벌할 정도의 범죄 혐의는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통상 공무원의 경우 수수 금액이 1천만원 이상이 되면 뇌물죄 등을 적용해 기소하고, 세무 공무원의 경우 기준을 더 엄격히 적용해 수백만원을 받아도 기소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송 청장에 대한 로비 수준은 이보다는 약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허병익 전 차장에 이어 전군표 전 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는 상황에서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허 전 차장은 2006년 CJ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당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20만 달러와 고가의 명품 시계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이날은 전 전 청장도 검찰에 소환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국세청 전직 최고위 간부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로 국세청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검찰이 ‘부적절한 처신’을 적발해 비위사실을 통보한 만큼 송 청장으로서도 더이상 버티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검찰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진 상황에서 자리를 지키려 할 경우 자신은 물론 국세청 조직에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송 청장으로서도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앞으로의 검찰 수사 향배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사 상황에 따라서 다른 고위간부들의 연루 사실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국세청 주변에서는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일부 고위 간부들의 이름도 나오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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