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In&Out] 亞는 있는데 韓은 없다

[문화 In&Out] 亞는 있는데 韓은 없다

입력 2014-06-24 00:00
수정 2014-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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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은 이우환 中 작가로 오인… 해외에 국내 작가 알리는 노력 필요

해외 미술시장에서 그의 이름은 ‘리우판’(Lee Ufan)이었다. 백남준, 구사마 야요이(일본)와 함께 아시아의 3대 작가로 손꼽히는 작가는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건너간 뒤 1970년대 ‘모노화’(物派)를 통해 현대 미술 동향을 주도해 왔다. 사물과 공간, 관계 등에 접근한 예술성을 강조하며 한국 미술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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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는 최초로 파리 베르사유궁 내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고 있는 현대미술가 이우환(78)의 이야기다. 지난 19일 개막해 22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을 마친 ‘아트 바젤’(스위스 바젤)에서도 이우환은 단연 화제였다. 대형 화랑인 페이스와 리송, 카멜 메누르가 앞다퉈 작품을 걸었고 부대행사인 ‘언리미티드’전에는 철판과 돌로 이뤄진 그의 관계항 작품이 설치됐다. 아트 바젤이 발행하는 ‘더 아트 뉴스페이퍼’는 이우환의 ‘대화’(2014년)가 “프리뷰 개막 한 시간 만에 팔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한국 작가임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리우판’이란 영문 표기 탓인지 행사장을 찾는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중국계 일본 작가로 이해했다. 베르사유 전시에서도 이우환의 공식 영문명은 ‘리우판’이었다. 유화 ‘점으로부터’(1977년)가 2012년 홍콩 경매에서 약 21억원에 팔리며 국내에서 가장 비싼 작가로 불리지만 그의 예술적 자긍심은 한국과 다소 동떨어진 듯 보인다. 그를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인에게) 다소 거리감을 느끼는 듯하다”고 전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같은 ‘뒷말’들이 무성한 가운데 해외에서 새롭게 주목할 이렇다 할 한국 출신 작가가 발굴되지 않고 있다는 안타까움도 이어진다. 한 국내 화랑 관계자는 “아트 바젤 같은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국내 작가를 해외에 알리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아트 바젤에서도 해외 화상들이 즐겨 찾는 한국 작가는 이우환, 정상화, 하종현, 김기린 등에 국한됐다.

우리에겐 서민의 애환을 담은 박수근의 작품이나 천재 화가 이중섭의 그림도 있다. 또 세계 수준에 근접한 중견·신진 작가들도 적지 않다. 적극적으로 해외 미술 시장에 한국 작가를 알릴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인 접근도, 이쯤에서 한번 생각해 볼 만하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4-06-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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