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nomad
    2025-05-30
    검색기록 지우기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317
  • [20&30] “찍을 후보가 없는걸…뜬구름 잡는 공약도 짜증나”

    회사원 정모(31)씨는 스무살을 넘긴 이후 딱 두 번 투표를 해봤다. 군에 있을 때 억지로 끌려가 부재자 투표를 했고,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 때 투표를 했다. 대선 땐 의도해서 투표소에 간 게 아니라, 투표소 근처에 있는 고모 댁에 심부름갔다가 “잠시 들를까.”싶어 표를 던졌을 뿐이다. 정씨에게 투표란 ‘부질없는 짓´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단 한 차례도 ‘저 사람은 정말 시민의 대표자로서 자격이 있겠구나.´란 생각이 든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대표자가 있으면 왜 나서서 투표하지 않겠습니까. 모두들 똑같이 가식적인 얼굴을 하고 한 표 찍어 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 썩소(썩은 웃음)만 나옵니다.” ●“투표해 봤자 바뀌는 게 뭐죠?” 직장인 이모(30)씨는 지금까지 특별히 선거에 참여한 기억이 없다. 이번 선거도 그다지 관심이 없어 투표하지 않을 작정이다. 그렇다고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놀러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선거를 안 하는 이유는 그저 그가 ‘귀차니스트´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선거를 해도 자기 주위에 당장 무언가가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때문에 굳이 투표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생기지 않는다. 이씨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직장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물가가 잡히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면서 “공약을 들어봐도 전부 뜬 구름 잡는 소리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집을 나서 투표소까지 가는 길이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선거일만 되면 투표장에 같이 가자고 재촉하는 어머니의 성화에 짜증만 난다.“투표를 해서 권리를 찾으라는데, 투표하지 않는 것도 나의 권리 아닌가요. 주위에선 투표율이 더 떨어져야 국회의원들이 정신차린다는 소리도 합디다.” 회사원 박모(33)씨는 처음엔 정치에 관심이 있었지만 쌓여온 실망감 탓에 ‘정치 시니컬리스트(냉소주의자)´로 변했다. 술집에서 정치이야기가 나오면 말을 끊어 버리거나 짜증을 내기 일쑤다. 그는 우리나라 정치는 ‘초등학교 반장 뽑기´ 같아 싫다고 말했다.‘누가 더 잘 생겼다.´,‘누가 돈이 많다더라.´,‘누가 대통령이랑 더 친하다더라.´는 말만 오갈 뿐 정책을 들고 나오는 정치인은 거의 없다고 그는 단언했다. 결국 정치에는 염증만 생겼고 선거할 이유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때는 그도 열렬한 정치 이야기꾼이었다. 하지만 점점 냉소적으로 변해갔고 태어나 처음 선거를 하지 않았던 지난 대선 땐 죄스러운 느낌까지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눈감으면 편한 것이 정치라고 했다.“선거 때는 술집도 잘 안 갑니다. 온갖 정치 얘기에 지치지도 않나 봐요. 정치인들도 국민이 한 표 들었다고 굽실거리지만 막상 당선돼 봐요. 시민은 자기 아래 있는 사람일 뿐이지.” ●열정을 차갑게 만든 정치에 대한 혐오 꼬박꼬박 선거를 해오던 대학원생 서모(29)씨도 지난 대선 때부터 투표장을 찾지 않는다. 서씨는 한 때 열렬한 ‘노사모´였다. 시민의 정치 물결을 받들어줄 이가 노무현 후보라고 믿었고, 열렬하게 운동했지만 당선 뒤 결과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비리와 관행을 개혁한 점은 평가할 만했지만, 기대했던 서민 정책은 없었다. 결국 노 대통령 이후 다시 서민들을 위한다고 정책을 내세운 후보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게 됐고, 내세워 봤자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아 정치에 대한 관심을 아예 접었다. “뜨거운 애정이 식고난 뒤엔 뜨겁던 만큼 차가워지는 것 같아요. 정말 모든 걸 걸고 변할 수 있으리라 믿었는데, 뛰는 부동산 값과 반복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그만 지치고 말았습니다. 이젠 정치는 쳐다 보지 않고 공부만 하렵니다.” 유독 이번 총선에서만 투표하지 않겠다는 젊은층도 많다. 지난 대선 이후 급격하게 실망감이 늘어난 탓이다. 주부 이모(27·여)씨는 선거권을 가진 뒤 빠짐없이 투표소를 찾았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처음으로 투표권을 포기하고 밀린 집안 일이나 할 생각이다. 이씨가 투표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지난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를 그렇게나 비판하더니 이번 대통령도 별반 달라진 게 없잖아요. 당선되자마자 물가는 계속 오르고, 기름값은 얼마나 올랐으며, 먹거리도 안전하지 못하고, 범죄만 뻥뻥 터지잖아요. 자꾸 이러니까 ‘나만 잘 살면 되지.´싶어서 별로 투표하고 싶지 않아요.” ●“정권이 바뀌어도 변한 게 없잖아요”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 정모(27)씨는 선거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후보들을 지켜봐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투표를 하지 않을 예정이란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일어나는 파벌 싸움이 점입가경이라 정치에 신물이 나기 때문이다. 파벌 싸움으로 공천에서 ‘친박세력´을 밀어내고 ‘친이세력´이 요직을 차지한 것도 맘에 안 들고, 그들끼리 또다시 파벌 싸움에 몰두하는 것을 보니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파벌 싸움에서 밀려난 세력이 ‘친박연대´를 내세워 정체성도 없고 정책도 없고, 박근혜라는 인물 하나 믿고 나와서 선거운동하는 걸 보면 짜증부터 나요.” 새내기 대학생 김모(19)씨는 지난해 대선 때 안타깝게도 선거 가능 연령이 아니어서 투표를 하지 못했다. 한 살만 더 많았어도 투표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투표권을 가진 이번 선거에서 ‘기권´으로 의사표시를 할 예정이다. 이번 선거가 사상 최악의 투표율을 기록할 거라는 얘기가 있는 데다 지지하지 않는 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할 거라는 뉴스를 듣고 실망한 것도 하나의 이유다. ●“기권도 넓은 의미의 투표권 행사” 조그만 컴퓨터 부품업체 사장 임모(30)씨는 이번달 들어 주문이 계속 들어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가뜩이나 지지하는 후보도 없는데 총선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게다가 선거일에 비까지 온다는 소식에 그냥 회사에 출근해 밀린 업무나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선거에는 원래 관심이 없는데다, 그날 비까지 온다고 하데요. 굳이 투표소에 나갈 이유가 없지요. 워낙 바쁘게 살다 보니 내 일 아니면 신경 쓸 여유가 없네요.” 서울에 사는 권모(29·여)씨는 이번 총선에 친구들과 경남 진해로 벚꽃놀이를 가기로 했다. 새벽 6시에 만나기로 한 친구들은 모두 투표를 안 하기로 했다. 놀러가느라고 투표를 안 한다는 소리를 듣겠지만 권씨의 마음은 또 다르다. 남들이 뭐라 하든, 이번 선거엔 정말 찍을 사람이 없어 기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성장보다는 분배´가 먼저라는 생각을 해왔다. 따라서 특정 정당을 찍어야 하지만 선뜻 손이 안간다. 지난해 직장에 취업해 보니 성장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반대편 당을 찍고 싶은 마음도 없다. 결국 그는 이번 투표를 포기하기로 했다. 권씨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말했다.“사실 이번에는 누가 나왔는지도 모르겠어요. 투표가 아니더라도 신입 사원의 삶은 너무 바쁘거든요.” 사건팀 nomad@seoul.co.kr
  • 경찰 달라진다더니 결국…

    경찰 달라진다더니 결국…

    지난달 28일 경기도에 사는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앞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구대 소속 경찰이 “강력 사건이 많이 나 불심검문을 하겠다.”며 대뜸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A씨는 경찰관들을 가게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여기가 우리 집”이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막무가내였다.“내가 왜 의심을 받아야 하느냐.”고 물었지만 답이 없었다. 결국 신분증을 보여줬지만 손님들이 A씨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봐 모멸감을 느꼈다. 지난 3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 앞.20여명의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회원들이 15년째 이어져 온 703회 목요집회를 열고 있었다. 이때 사복을 입은 2명의 경찰이 회원들의 집회 모습을 캠코더로 촬영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회원들이 소속과 이름, 동영상 촬영 이유를 물었지만 이들은 ‘종로경찰서 수사과 집회시위전담반’이라고만 답했다. 민가협 박성희 총무는 “15년 동안 이어온 목요집회에서 수사과 형사가 나와 채증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집회 자유를 위축시키는 경찰의 대응이 도를 넘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생치안에서는 허점을 잇따라 드러내고 있는 경찰이 ‘공안사찰’과 ‘법질서확립’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 비난을 사고 있다. 정권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경찰 수뇌부의 모습이 일선 경찰을 통제 불능 상태로 빠뜨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경찰의 기강 해이 사고는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에는 휴가중이던 서울 기동대 소속 전경 B(22)씨가 만취 상태에서 마을버스 운전기사를 흉기로 위협해 KBS로 버스를 돌진케 했다. 버스는 방송국 정문의 주차 유도봉을 들이받고 겨우 멈춰섰다.B씨는 경찰에서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혀온 선임병들의 이름을 언론에 공개하려 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밤 경기 성남시 금곡동에서는 지구대와 600m 거리에 있는 제과점에서 위조수표 사용 신고가 들어왔지만 경찰이 30분이 지나서야 출동하는 바람에 용의자를 놓치고 말았다. 제과점 주인은 “경찰이 ‘지금 너무 일이 많다. 줄서서 기다리라.’고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8일에는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위반으로 서울 강남서 압구정지구대에 검거된 정모(31)씨가 강남서 형사계로 인계되기 직전 담배를 피우는 척하다가 그대로 달아났다. 하지만 지구대 경찰은 이를 “혐의가 없어 풀어줬다.”고 허위보고했고, 정씨가 엿새 뒤 성동서에 검거돼 조사받는 과정에서야 보고 누락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이창무 교수는 “지난해 김승연 한화회장 보복폭행 사건 등으로 인해 경찰에 자조적인 분위기가 생기면서 일선으로 갈수록 수뇌부에 대한 신뢰가 약해져 경찰청 차원의 대책이 아래로 전달되지 않고 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팔찌든 발찌든 性맹수 잡아라”

    “팔찌든 발찌든 性맹수 잡아라”

    안양 초등생 납치살해사건 피의자 정모(39)씨,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사건 용의자 이모(41)씨 등 곳곳에서 난무하는 ‘성(性) 맹수’들에 대한 감시 및 치료 시스템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법무부는 오는 10월28일부터 특정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법률을 시행한다.▲성범죄 2회 이상으로 합계 3년 이상 징역을 산 자 ▲성범죄를 2회 이상 저질러 상습성이 인정되는 자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자 등에 최장 5년 동안 전자발찌를 채우게 된다. 발찌를 찬 사람은 이동 경로가 보호관찰관에게 실시간 전달된다. 당초 전자팔찌를 추진했지만 일반인에 노출돼 성범죄자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여론 때문에 발찌로 전환됐다. 때문에 이웃에 사는 성범죄 전과자를 검색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자발찌는 심리적인 압박의 도구로 사용되겠지만 이웃에 ‘이 사람이 성범죄 전과자’라고 알릴 수 있는 장치는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성범죄자들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감호법도 마련돼야 한다. 현행 치료감호법은 정신질환, 마약·알코올 중독 범죄자만 대상으로 징역형 이전에 최장 15년까지 공주치료감호소에 구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소아기호증 등 ‘정신성적 장애’를 앓고 있는 범죄자에 대해 형기를 마친 뒤 최장 7년 동안 치료감호를 받도록 하는 치료감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17대 국회 종료 등의 문제로 빠른 시일 안에 통과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학교 등 교육기관 채용과정에서 범죄 경력 조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는 형이 확정된 뒤 10년 동안 교육기관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성범죄 전과자가 ‘무사통과’될 가능성이 큰 실정이다. 서울시교육청 등이 지난해 12월 학원, 교습소, 유치원, 보육시설 120곳을 대상으로 취업제한 이행실태를 점검한 결과 범죄경력을 조회하는 유치원은 전체의 21%인 26곳에 불과했다. 취업제한제도 자체에 대해 알고 있는 유치원은 70%인 84곳에 그쳤다. 이재훈 이경원기자 nomad@seoul.co.kr
  • 2월에도 고양에 두 번 다녀갔다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경찰청 수사본부는 2일 피의자 이모(41)씨를 성폭력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상해 혐의로 구속했다.수사본부는 또 지난 2월에도 이씨가 두 차례나 고양시에 다녀간 사실을 확인하고 이씨가 추가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캐고 있다. 수사본부는 이날 이씨가 사용한 교통카드에서 2월 말쯤엔 지하철 3호선 대화역, 이보다 열흘 정도 전에는 일곱 정거장 떨어진 고양시 원당역에서 각각 내리고 탄 기록이 확인됐다고 밝혔다.이씨는 당시 대화역에선 10여분 머물렀지만 원당역에선 6시간 이상 머물러 경찰은 성범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씨는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 도착한 뒤 취재진에게 “피해 가족에게 미안하다. 평생 죗값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대책회의를 열고 아동·부녀자를 상대로 한 범죄는 단순 폭행 사건도 즉시 폭력팀 형사가 현장에 출동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지금까지 단순 폭행은 지구대 경찰이 경찰서로 사건을 넘긴 뒤 48시간 안에만 사건을 배당하면 됐기 때문에 초동수사 부실 문제가 제기돼 왔다.경찰청 유근섭 생활안전국장은 “지구대 경찰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귀찮게 생각하고 부담을 느껴 축소보고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교육과 훈련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이재훈 황비웅기자 nomad@seoul.co.kr
  • 용의주도한 10대 자작극 두편

    용의주도한 10대 자작극 두편

    ■편의점 습격사건 서울 용산경찰서는 1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친구와 짜고 ‘강도극’을 벌여 금품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김모(17), 장모(17)군을 구속하고 송모(16)군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친구 한 명이 편의점에서 혼자 일하고 있을 때 두 명이 강도 연기를 하고, 한 명은 밖에서 망을 보기로 계획을 세운 뒤 지난달 27일 오후 4시쯤 손모(17)군이 망을 보는 가운데 김군과 장군이 용산구 문배동 A편의점에 들어가 편의점 종업원인 송군을 흉기로 위협하는 척하며 현금과 담배 등 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송군이 위협을 당하는 순간에도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등 지나치게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에 착안, 이들을 용의자로 의심하고 범행 다음날 붙잡았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가출 딸 납치사건 서울 송파경찰서는 1일 가출 중에 납치 자작극을 벌여 돈을 뜯어내려 한 혐의(공갈미수 등)로 서모(15)군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모(15)양 등 2명을 불구속입건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오후 4시쯤 송파구 한 주차장에서 이양 휴대전화로 이양 아버지(40)에게 전화를 걸어 “딸을 납치했다.1000만원을 내놓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거짓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군은 나이든 남성 목소리로 변성해 이양 아버지에게 거짓 납치전화를 걸고 이양은 휴대전화 너머로 ‘아빠, 아빠’라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마치 도움이 절실한 것처럼 꾸몄다. 경찰은 ‘딸이 납치됐다.’는 이양 아버지의 신고를 받고 휴대전화 발신지 위치 등을 추적해 송파구 일대를 배회하던 서군 등을 검거했다. 이들은 “가출한 뒤 용돈이 없어 영화에서 봤던 납치자작극이 생각나 따라해 봤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인천공항 1시간40분 ‘마비’

    ‘국제공항 서비스부문 3년 연속 세계 1위’를 자랑하던 인천국제공항 전산망에 1일 오전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면서 발권 업무가 1시간 40분가량 지연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2001년 개항한 인천국제공항 사상 5번째 시스템 장애로 오는 6월 2단계 개항을 앞둔 공항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10분쯤 항공사 간 발권 정보를 교환하는 ‘큐스 시스템’에 원인이 분명치 않은 장애가 발생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일본항공 등 11편 이용객 2000여명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오전 8시30분 출발 예정이던 필리핀항공 비행기는 오전 10시7분에 출발해 1시간 37분이나 지연됐다. 시스템은 7시50분쯤 복구됐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발권시스템과 시스템의 원(源) 서버 사이를 연결하는 라인의 스위치가 갑자기 오작동하며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자세한 원인 분석은 며칠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항측 다른 관계자는 “시스템 상의 문제는 아니고 2단계 개항과 관련한 시스템 전환 작업 중 한 직원이 스위치 작동을 실수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공항 이용객들과 입주 항공사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후쿠오카와 홍콩, 상하이와 마닐라행 등 국제선 비행기 4편이 지연된 대한항공 측은 발권 데스크 직원들이 자체 단말기로 발권 작업을 했으며,1000여명 승객들의 수하물 분류는 수작업으로 처리했다. 아시아나 항공도 4편 승객 591명이 불편을 겪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부 승객들이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오면서 불안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전세계 65개 항공사 비행기가 오가는 인천국제공항의 시스템 장애는 2002년에도 발생했으며,2004년 8월18일에는 통신망 자체가 마비되면서 성수기에 항공 운항이 2시간가량 지연되고 입주사와 상업지역 카드 결제도 불통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같은해 8월23일과 10월3일에도 비슷한 오류가 발생했다. 이후 별다른 사고 없이 국제공항이사회(ACI) 서비스 평가에서 99개 국제 공항 가운데 3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사고로 6월 새로운 활주로와 탑승동 각 1개를 추가해 대규모 국제공항으로 거듭나려던 2단계 개항 계획에 흠집이 생기게 됐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쇠파이프 소지만 해도 처벌 추진

    쇠파이프, 죽창 등 폭력시위용품을 소지한 채 시위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형사처벌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집회 시위참가자의 복면 착용도 금지되고 시위 소음기준도 대폭 강화될 예정이다. 경찰청은 31일 이같은 규제를 포함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18대 국회가 구성되는 대로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폭력 시위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는 점, 불법 시위 참가자의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18대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경찰은 쇠파이프, 죽창 등 폭력시위용품을 휘두르다 적발되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로 처벌해 왔지만 관련 법정 형량이 너무 커 적용을 꺼려왔다. 이 때문에 소지 자체만으로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해 이를 원천 봉쇄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금지 통고된 집회를 강행하면 현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는 처벌 조항을 강화키로 하고, 구체적인 형량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 내용 중 상당수는 17대 국회에 의원입법 등 형태로 제출됐으나 법리 논란과 인권침해 우려 등으로 통과되지 않고 폐기된 적이 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경찰 지구대는 초동수사 ‘블랙홀’

    흉기를 든 용의자 이씨와 초등학교 3학년 강모(10)양. 무차별로 폭행하고 억지로 끌고가려는 모습. 지난 26일 고양시 대화동 S아파트 폐쇄회로(CC)TV에 찍힌 장면이다. 누가 봐도 명백한 초등생 납치미수사건이지만 출동한 일산서 대화지구대 경찰 2명은 ‘취객이 어린이를 때린 단순폭행 사건’으로 보고했다. 강력팀이 맡아야 할 사건은 폭력팀에 배정됐고, 수사는 4일 뒤에야 시작됐다. 꼭 한 달 전인 2월26일. 서울 창전동 K아파트에 마포서 서강지구대 경찰 2명이 김연숙(45·여)씨 등 네 모녀가 8일째 모습을 감춘 현장을 찾았다. 유리와 전등갓이 깨져 있고 핏자국도 있었지만 이들은 “어디갔지, 여행갔나.”라며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수사는 6일 뒤 시작됐다. 이번에도 역시 총체적 부실 수사의 발단은 ‘경찰의 촉수(觸手)’인 지구대에서 시작됐다. 모든 112 범죄신고는 전국 각지의 지구대로 퍼진다. 국민은 지구대를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수사기관’으로 인식하지만, 정작 경찰관들은 지구대를 한 동안 쉬었다가는 곳으로 여길 뿐이다. 현행 지구대 체제는 파출소 3∼5곳에 분산돼 있는 경찰력을 지구대로 집중시켜 날로 횡포화·광역화되는 범죄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2003년 10월 출범했다. 하지만 경찰 지구대와 수사팀은 따로 놀았다.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은 “국민은 수사 형사나 지구대 직원이나 똑같은 경찰로 보는데 지구대와 경찰서는 유기적이지 못해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은 2005년 수사 형사는 수사 부서에서만 일하게 하는 동시에 그에 걸맞은 수당과 승진을 보장하는 수사경과제를 도입했다. 기피 부서로 전락한 수사부서를 ‘경찰의 꽃’으로 다시 일으키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수사 일선에서 멀어진 경찰들만 지구대로 가게 되는 부작용이 나왔다. 강력 범죄 실적 평가에서도 지구대 경찰은 빠졌다. 일선서의 한 강력팀 형사는 “초동수사에서 성과를 내도 지구대원에게 돌아가는 게 없으니 대충 사실관계만 파악해 경찰서 형사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다. 지구대는 편하게 쉬다 오는 곳이라는 인식만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발생 사건을 두려워하는 관행과 상관에 대한 보고를 부담스러워하는 안이한 태도도 문제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최근 법무부장관이 ‘범죄 검거율이 떨어져 치안이 문제’라고 발언했는데, 실적·통계 위주로 치안을 평가하는 정부의 인식이 일선 경찰에게 범죄 발생 자체를 두려워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지구대 경찰이 출동·구호·보고·감식 등 현장 매뉴얼대로만 움직이도록 수뇌부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이창무 교수는 “경찰 수뇌부는 조직 추스르기는 뒷전이고 ‘체포전담반’을 운영하는 등 정치권에 잘 보이기 위한 집회 대책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성폭행 전과자 “힐끗힐끗 봐 폭행”

    성폭행 전과자 “힐끗힐끗 봐 폭행”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경찰청 수사본부는 사건 발생 5일만인 31일 초등생 강모(10)양을 폭행하고 납치하려던 용의자 이모(41)씨를 폭력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이씨를 대상으로 범행 동기 등에 대해 밤샘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씨를 대상으로 납치 및 성범죄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상습 강간 혐의로 10년동안 실형을 살다가 2년 전 출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 검거에도 불구하고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비난을 면하지 못하게 됐다. 이와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일산경찰서를 찾아 이기태 서장으로부터 사건 개요와 수사 진행상황을 보고받고 “경찰이 단순 폭행사건으로 처리하는 게 온당한 일이냐.”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경기경찰청 박학근 수사본부장은 이날 이씨 검거 직후 “오후 8시30분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부근의 한 사우나에서 이씨를 검거했으며 이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경찰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지난 26일 술을 마신 뒤 무작정 지하철을 타고 3호선 대화역에 내려 아파트 단지를 배회하다 강양을 보고 따라갔다.”면서 “강양이 뒤를 힐끗힐끗 보기에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려는데 아이가 덤벼 들어 때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씨는 압송되면서 취재진에게 “소주를 2병 정도 마셨다.”면서 성폭행을 하려 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흔들어 부인했다. 이씨는 강양을 엘리베이터 바깥으로 끌어내려던 이유에 대해 “그냥 데리고 나가려 했는데 아이가 도망가려고 했고 엘리베이터 앞에 있으면 누가 볼까봐 그랬다. 신고할까 두려워서 그랬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가 범행 직후인 지난 26일 오후 4시18분쯤 대화역 폐쇄회로(CC)TV 화면에 모습이 잡힌 것을 포착한 뒤 동선을 추적, 오후 6시쯤 서울 수서역에서 이씨가 내린 것을 파악하고 인근 탐문 수사에 나서 이씨를 붙잡았다. 이씨는 현재 서울 수서동에서 동거녀와 함께 살고 있으며 일용 노동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부실수사의 책임을 물어 일산경찰서 박종식 형사과장과 이충신 대화지구대장, 대화지구대 팀원 3명, 일산경찰서 형사지원팀장 등 6명을 직위해제했다. 또 김도식 경기경찰청장과 이기태 경찰서장에겐 서면경고 조치를 내렸으며, 사건 수사 경위를 추가 조사한 뒤 부실수사 관련자들이 추가로 드러날 경우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고양 이재훈 이경원 황비웅기자 nomad@seoul.co.kr
  • 해외 성매매자 여권 압수 추진

    경찰이 해외 원정 성구매자의 여권을 빼앗는 조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28일 ‘해외 성매매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외교통상부와 함께 태스크포스팀을 조직해 해외 원정 성구매자가 현지 경찰에 적발되면 즉시 국내로 통보하는 협의 체제를 구축키로 했다. 경찰과 외교부는 또 개정 여권법에 따라 해외 성매매 범죄자에 대해 여권을 빼앗거나 재발급을 거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개정 여권법은 ‘해외에서 위법 행위 등으로 국위를 크게 손상시킨 사실이 통보된 사람’에 대해 여권 발급을 거부·제한하거나 반납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45개국 51명이 파견돼 있는 해외 주재 경찰관들에게 성구매자가 단속되면 즉각 국내로 보고하게 했으며, 해외에서 처벌받지 않더라도 국내법에 저촉되면 형사입건키로 했다. 경찰청 외사수사과 관계자는 “미 국무부 인신매매보고서와 해외 보도 등으로 국가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고 미국과의 비자면제 협상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어 이같은 대책을 세웠다.”고 말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과잉 경찰’… 국민 뿔났다

    경찰의 전시 치안과 정권 눈치보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경찰은 28일 등록금 대책 요구 집회에 집회 인원의 2배 가까운 경찰력을 이례적으로 동원했다.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곳곳에서 대운하를 반대하는 교수들의 성향을 조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등록금 대책을 위한 전국 네트워크’ 소속 7000여명(경찰 추산)은 경찰로부터 집회·행진 허가를 받아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비판했다. 정부에 ‘등록금 150만원 상한제’ 등의 구체적인 대책도 촉구했다. 이들은 오후 5시50분쯤부터 을지로2가와 청계광장 등 2㎞ 정도를 행진한 뒤 오후 8시쯤 자진 해산했다. 경찰과의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이날 집회 현장에만 146개 중대,1만 2000여명을 배치했고 인근 시설 보호 경찰까지 합치면 모두 179개 중대,1만 4000여명을 투입했다. 시위대의 2배 규모다. 경찰은 ‘불법 시위’로 규정했던 지난해 11월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에서 노동자·농민 등 2만여명에 경찰 2만 3000여명을 투입해 진압한 적이 있다. 집회 현장과 가까운 탑골공원 앞에선 경찰복을 입은 3개 중대,300여명의 검거 전담부대까지 대기해 집회의 긴장감을 높였다. 서울광장 주변에 배치된 경찰력과 500여대의 경찰 버스 탓에 이날 시청·광화문 일대는 심한 교통난을 겪었다. 시민들은 경찰의 과잉대응을 비난했다. 김남신(65·성북구 돈암동)씨는 “질서 유지는 필요하지만 경찰이 기물 파손도 하지 않는 학생들보다 많은 숫자를 동원해 위압적으로 대처하면 되겠느냐.”면서 “물가가 올라도 한 해 등록금 1000만원은 너무하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 강향순(50·여)씨는 “딸을 공부시켜 보니 등록금 1000만원은 버거운 것 같아 학생들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본다.”면서 “경찰이 저렇게까지 많이 나올 이유가 없다. 이게 다 세금인데 그 돈으로 교육비나 낮추는 게 낫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박모(25)씨는 “경찰 버스가 광화문 일대를 둘러싼 탓에 도로가 완전히 막혔다.”고 말했다.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은 이에 대해 “경찰 인력은 교통을 원활하게 유도하기 위해 동원됐을 뿐이고 종전보다 중대원 숫자가 줄어 실제 숫자는 많지 않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는 전날 대책회의를 갖고 “폭력행위 등 불법 사실이 발견되면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관악경찰서 이모 경위 등 정보과 경찰 3명이 지난 26일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교수 모임에서 활동하는 서울대 A교수에게 모임의 성격과 정치적 색채, 특정 정당과의 연계성 등을 물어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 서부서 정보과 경찰도 최근 교수 모임의 상임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목원대 교수를 방문해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물어왔다고 모임측은 밝혔다. 한남대 교수도 같은 일을 겪었으며 부천대 교수협의회에는 학내에 대운하 반대 모임이 있는지 여부와 동향을 묻는 경찰의 전화가 걸려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 모임의 한 서울대 교수는 “정치 성향을 조사했다는 점에서 우리 모임의 진정성을 왜곡시키는 행위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교수는 “이제 대학에 정보과 형사까지 등장했다.5공으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교수 모임은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관악서 정보과 관계자는 “오피니언 리더인 서울대 교수를 만나 정보를 듣는 게 통상적이고 중요한 일”이라면서 “결코 정치성향을 묻기 위해서 간 게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재훈 이경원 황비웅기자 nomad@seoul.co.kr
  • 빅브러더 꿈꾸나?

    경찰청이 26일 최근 잇따른 부녀자와 어린이 납치·살해 사건을 계기로 실종 사건 종합대책을 내놨다. 법무부도 성폭력 범죄자의 유전자 정보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DB)화한 뒤 수사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CCTV 대당 2000만원… 추가 예산은 어디서 경찰은 어린이들의 신상정보가 내장된 전자 태그를 가방에 부착해 감지 센서가 아이의 이동 경로와 시간 정보를 부모의 휴대전화에 실시간으로 전송토록 하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 폐쇄회로(CCTV)에 찍힌 아이의 모습을 전송받을 수도 있다. 경찰은 전국의 놀이터와 공원 1만 3302곳 가운데 4087곳(30.7%)에만 설치된 CCTV를 치안 수요가 높은 곳을 중심으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한 대 설치에 2000만원 정도 드는 CCTV를 모두 설치하려면 1843억원의 추가 예산이 든다. 결국 지방자치단체 예산에 의존하게 돼 지역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사전 협의가 전혀 없어 현실성도 떨어진다. 공원과 놀이터 이용객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돼 사생활 침해 논란도 예상된다. ●실종수사전담팀 신설과 공조수사 강화 경찰은 경찰청과 각 지방경찰청, 전국 경찰서 238곳에 실종사건 수사전담팀을 운영키로 했다. 지방경찰청은 광역수사대장을 팀장으로 해 5명씩, 경찰서는 형사나 수사과장을 팀장으로 해 3명씩 배치했다.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합동심사를 통해 24시간 뒤 수사에 착수하던 것과 달리 전담팀은 신고접수 즉시 수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실적 위주 수사로 인한 경찰의 고질적인 공조 수사 부재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대책은 없다. 경찰청 송강호 수사국장은 “평가 제도 때문에 공조가 원활치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납치사건 용의자 조사사항 등 데이터베이스 공유를 통해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국내 휴대전화의 20% 정도에 장착된 위성항법장치(GPS)를 모든 전화기에 장착토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그러나 원하는 사람만 장착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책이 아니라 의무화만 강요해 천문학적 비용을 휴대전화 이용자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있다. ●성폭력범죄자 유전자정보 DB화 한편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이날 검찰에 “아동 성폭력·살해 범죄를 엄단하고 관련 수사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성폭력 범죄 등으로 실형이 확정된 수형자나 구속된 피의자에게서 유전자감식정보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화해 수사나 재판에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유전자감식정보의 수집·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키로 했다. 또 아동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하는 범죄에 대해선 사형·무기징역 등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라고 검찰에 주문했다. 그러나 유전자정보 데이터베이스 관리는 참여정부 초기에도 추진됐지만 인권위원회 등이 인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홍성규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고교야구 투수 혹사는 인권침해”

    #1 지난해 5월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 결승전에서 ‘눈물의 역투’로 심금을 울렸던 프로야구 LG의 신인투수 이형종(19·서울고)은 지난달 전지훈련에서 팔꿈치를 다쳤다. 병명은 스트레스성 피로골절. 이형종은 대통령배 5경기에서 26과 3분의 1이닝 동안 무려 470개의 공을 던졌다. 결승전에서도 170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고교 에이스처럼 그는 감독이 원하면 선발이든, 중간 계투든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거의 매경기 등판하다 보니 근육통이 오는 주기가 짧아지고 그게 축적되면서 팔꿈치에 피로가 쌓인 것 같아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투구수와 연속등판 제한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 미 프로야구 LA에인절스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정영일(20·진흥고)은 고교 3학년 때인 2006년 한해 동안 1920개의 공을 던졌다. 그해 5월 청룡기대회 결승전에서 15이닝 동안 무려 222개의 공을 던지는 등 9일 동안 투구수가 모두 741개였다. 정영일은 지난해 팔꿈치 통증에 시달렸다. ●“대책 없는 성적 지상주의” 야구대회 때마다 논란이 일고 있는 ‘고등학교 투수 혹사’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인권위는 26일 대한야구협회장에게 고교 야구대회에서 투수들이 과다한 투구와 연투로 신체가 혹사당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진보신당 노회찬 공동대표가 2006년 6월 제기한 진정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고교 야구 체육특기자의 대학 입학 특전 ▲비정규직 신분 감독의 경우 단기간 성적에 따라 고용이 좌우되는 점 ▲대회 기간이 짧아 충분한 휴식 없이 진행되는 점 등을 볼 때 고교 야구에서 우수 투수에게 무리하게 투구를 시키는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성적 지상주의’로 인해 어린 선수들이 헌법 제12조의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인권위 침해구제총괄팀 관계자는 “대한야구협회는 혹사 방지를 위한 연구 조사나 후유증에 대한 의학적 조사, 선수 생명 단축에 대한 사례 분석 등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 “개인차이 무시한 제한” 하지만 대한야구협회쪽은 투구수는 개인적으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혹사인지 아닌지 일괄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한야구협회 김용균 운영팀장은 “2005년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의 스지우치 다카노부(21)가 이틀새 259개의 공을 던지고도 현재 일본프로야구에서 멀쩡하게 활동하고 있다.”면서 “요즘은 고교 졸업 뒤 바로 프로로 가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던지려는 선수도 없다. 해외 어디에도 일괄적인 제한 자격을 두는 곳은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경찰 선거경비 비상근무 돌입

    경찰은 25일 제18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등록과 함께 공식 선거일정이 시작됨에 따라 경찰청, 지방경찰청, 경찰서 등 전국 255개 경찰관서에 선거경비상황실을 설치하고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경찰은 거리 유세가 벌어질 때 신변 보호에 중점을 두고 주요 인사 참석여부, 청중 규모, 지리적 여건 등에 따라 경찰력을 탄력적으로 배치키로 했으며 안전사고 예방과 원활한 교통 소통에도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또 투표용지 인쇄소·보관소, 투표소에서 우발적인 상황이 벌어질 경우에 대비해 관할 경찰서와 지구대 사이에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하고 관할 지구대가 매시간 특별순찰을 실시토록 할 방침이다. 선거 당일 투표함을 모으는 1만 570개 노선에 무장 경찰관 2명씩이 지원되며 전국 249개 개표소에는 출입구부터 개표장 입구까지 60∼90명씩의 경찰관이 배치된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어린이 상대 범죄 근절” 어청수 경찰청장 밝혀

    어청수 경찰청장이 24일 청와대가 추진하고 있는 실종아동 수사전담기구 신설에 대해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서울신문 3월24일자 1면 참조> 어 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의 방안대로)적극 검토 중이고 2∼3일 내로 범정부적 계획을 브리핑할 것”이라면서 “경찰청 차원에서 할 것을 하고, 어린이가 자주 가는 곳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등 예산이 수반돼야 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어 청장은 “어린이 상대 범죄 예방에 최우선적 가치를 두고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20&30]경찰 체포전담반 추진… 다시 떠오르는 ‘백골단의 추억’

    [20&30]경찰 체포전담반 추진… 다시 떠오르는 ‘백골단의 추억’

    봄 기운이 완연한 요즘,30대 직장인들의 술자리에는 ‘벚꽃 구경’과 함께 ‘백골단’이 단골 메뉴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경찰이 불법 시위 엄단 조치의 하나로 발표한 ‘체포 전담반’이 90년대 중반까지 시위 현장에서 흰색 헬멧을 쓰고 대학생들을 잡아들이던 ‘백골단’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봄과 함께 시작되곤 했던 대학가 시위와 ‘백골단’을 둘러싼 30대들의 추억을 들어봤다. 90학번인 조모(37)씨는 봄만 되면 등줄기가 욱신거린다. 실제 상처가 남아 있다기보단 그저 화인처럼 남아 있는 곤봉 폭행의 상흔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 1학년이던 90년은 수업에 들어갈 시간조차 없었다. 매일 현장 노동자들이 파업 진압에 픽픽 쓰러지고, 농민들은 시장 개방에 비쩍 말라갔다. 책을 든다는 게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시절 조씨에게 ‘백골단(白骨團)’은 공포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1991년 봄.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학과 동료를 위해 법원 마당에서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시위대 앞에 전·의경들이 서 있었고, 경찰 기동대장은 해산을 요구했다.“평화시위를 해산할 이유가 없다.”고 호소한 지 10여분 뒤. 청재킷과 흰 운동화, 몽둥이를 든 백골단이 전·의경 머리 위로 날아오르듯 확 튀어나오더니 시위대를 마구 팼다.“몸집이 참 큰 사람들이었죠. 그저 공포였습니다. 철거예정지에 가면 가끔 조폭들과 연계해 나타나기도 했죠. 대학생들이 왜 정치적인 사건에 개입하냐고 말들 많지만, 배우는 학생들이 주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게 21세기가 원하는 협동심과 리더십을 공유한 사람이 되는 길이죠.” 직장인 이모(36)씨도 봄만 되면 가슴이 울렁거린다. 벚꽃놀이 갈 생각에 설레는 게 아니라 대학 새내기 시절인 91년 봄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해 4월 초 명지대생 강경대씨가 학교 앞 집회에서 백골단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맞아 숨졌다. “매일 집회가 계속 됐죠. 쩌렁쩌렁 울리는 스피커 굉음과 강의실까지 스며드는 최루가스가 절 그냥 놔두지 않았어요. 집회가 시작되면 친구들이 하나둘씩 강의실을 빠져나갔습니다. 그 힘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강씨 사망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성균관대생 김귀정씨도 을지로 골목에서 백골단의 ‘토끼몰이식’ 진압에 숨졌다. 이후 대학생들의 분신이 이어졌고, 매일 대규모 집회가 서울시청 주변에서 열렸다.“서울시청 광장을 놓고 백골단·전경과 매일 싸웠죠. 지금 생각하면 다른 장소도 많은데 왜 꼭 서울시청 광장만 고집했는지 모르겠어요.” 이씨는 91년 봄부터 초여름까지 청바지·청재킷에 하얀 헬멧을 쓴 백골단과 명동, 시청, 종로, 을지로 거리에서 숨바꼭질을 계속했다.“백골단은 전·의경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 ‘전투력’을 보유했죠. 한마디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날아다니는 경찰이 바로 백골단이었습니다. 두꺼운 진압복을 입은 전·의경은 그저 특정 장소를 지키는 일에 주력했지만, 백골단은 검거가 목적이었죠. 백골단에 잡히지 않으려고 얼마나 뛰었던지….” 최근 경찰이 체포 전담반을 꾸린다고 하자 이씨는 가슴이 벌렁거린다.“지금이 대체 어떤 때입니까. 진짜 과거의 백골단을 다시 만든다는 얘기는 아니겠죠?” ● 일반 시민들에게도 ‘공포의 대상´ 통일운동가 황선(34·여)씨도 씁쓸한 추억담을 털어놨다.92학번인 황씨는 같이 집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백골단에 의해 숨지거나 다치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참 많이 닦아냈다고 돌아본다.“87년 민주화 이후에 집회시위는 어느 정도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백골단의 모습은 변한 게 없었죠. 당연히 집회 참가자들은 더욱 분개했고 갈등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민운동가 안진걸(37)씨도 백골단에 대한 ‘추억’ 아닌 ‘추억’을 생각하면 아직도 한숨이 나온다. 안씨는 백골단이 단순히 시위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공포의 존재’였다고 말한다.“무작정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달려드는 백골단이 누가 시위대고 누가 시민인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냥 몽둥이를 휘두르는 거죠. 이유도 모른 채 다치는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어디 한군데 하소연할 때도 없었습니다.” 96학번인 대학생 황모(31)씨는 백골단의 끝물을 맛봤다.97년 노동절 집회 때 한양대 근처에서 당한 토끼몰이식 폭행을 아직 잊지 못한다. 당시 집회는 80년대와는 달리 선배의 강압 없이, 자기 생각대로 나가든 말든 결정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경찰은 96년 있었던 한총련 집회 뒤 또다시 강경 진압을 남발했다. 집회에 갔다가 여자 후배 한 명과 함께 백골단에 쫓겼고 여자 후배를 멀리 피신시킨 뒤 자신만 집중 폭행을 당했다.“백골단은 시위대를 공격하기 위해서 생겼던 조직입니다. 해외에도 시위대를 곤봉으로 때리는 경찰들이 있지만 이들은 최소한의 방어선을 유지하다 시위대가 흥분해 주변 시민을 위협하면 그제서야 곤봉을 듭니다. 무조건적인 체포와 폭력진압을 위주로 하는 백골단과는 성격이 다르죠.” 중학교 교사가 된 96학번 이모(31·여)씨는 같은 대학, 같은 학번 노수석씨를 기억한다.96년 초 새내기였던 이씨는 선배들의 권유로 등록금 투쟁에 나섰다. 이씨는 “당시에도 등록금은 치솟고 있었고, 신입생 때는 무엇이든 참여하고픈 생각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남대문에 다다르자 ‘등록금 투쟁’ 구호는 ‘정권 타도’로 바뀌었다. 무언가 이상하다 느낄 무렵 최루탄이 터졌다. 이씨는 남자 동기의 손을 잡고 서울역 방향으로 무조건 뛰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백골단이다. 남대문엔 골목이 많다. 큰길로 뛰어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비규환이었다.“대부분 서울역으로 뛰었죠. 하지만 나중에 들으니 노수석씨를 비롯한 몇몇이 골목으로 뛰었다는 거예요. 골목은 목격자도 없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르는데….”결국 노씨는 백골단에 폭행당해 숨진 채 발견됐다. 학원강사를 하고 있는 유모(32)씨는 백골단하면 촌스러운 청재킷이 떠오른다.96년 여름, 신분증 검사도 떠오른단다. 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측은했다고 말했다.“연세대에서 8월 사태가 있었죠. 그리고 교문을 들어갈 때면 신분증 검사를 해야 했어요. 당시에는 정말 무서웠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위에서 시킨다고 폭력까지 휘둘렀던 백골단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백골단으로 불리는게 너무 싫었어요” 90년대 초반 광주에서 ‘백골단’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던 전남지방청 소속 한모(44) 경사에게도 그 시절의 기억은 아픔으로 남아 있다.“누가 하고 싶어서 했겠습니까. 당시엔 초임 경찰관 가운데 덩치가 좋고 날렵한 사람들이 대거 검거전담반으로 차출됐죠. 백골단으로 불리는 게 너무 싫었는데…. 진압복도 입지 않은 채 대학생들이 휘두르는 쇠파이를 막느라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습니다. 더이상 그런 아픔은 없어야 겠죠.” 회사원 이모(32)씨는 98년 말부터 2001년 초까지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의경으로 복무했다. 그가 기억하는 백골단은 시위를 진압하는 ‘최후의 수단’이다.“의경 입장에서는 하얀 헬멧과 청재킷만 봐도 힘이 났죠. 각목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대학생들 앞에서 ‘이젠 죽었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백골단이 얼마나 고마웠던지….” 이씨에게 대학 시절 백골단은 무섭고 혐오스러운 존재였지만, 전·의경 복무 시절 시위 현장에서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였다.“갑자기 시위와 관련된 모든 이론이 싫어졌어요. 어떤 생각도 뛰어넘은 평화주의자가 되고 싶었죠.” 사건팀 nomad@seoul.co.kr ■ 백골단을 아시나요? “백골단이요? 알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백골부대를 모르는 사람 있나요.” 백골단이 한창 활동하던 80년대와 90년대 초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코흘리개 시절을 보낸 아이들은 벌써 어엿한 대학생과 직장인이 됐다. 그들에게 백골단은 그저 생소한 이름이었다. 갓 대학을 졸업한 회사원 김모(25·여)씨는 백골단을 백골부대의 다른 이름으로 알았다.“백골단, 유명한 부대잖아요. 여자인 저도 아는 걸요. 해골 부대 마크 있고…. 철원에 있잖아요. 백마부대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부대 중 하나 아닌가요.” 백골단은 80∼90년대 활동했던 사복 시위 진압대라고 알려주자 김씨는 몹시 당황했다.“그런 진압대가 있었나요. 처음 들어봅니다. 아무리 그 당시 유치원생이었지만 우리 근대사의 일부분을 모르고 있었다는 게 너무 부끄럽네요. 인터넷에서 좀 찾아봐야겠어요.” 새내기 대학생 정모(19)씨도 백골단을 부대 이름으로 알고 있었다.“글쎄요. 왠지 군대쪽에 관련된 거 같긴 한데…. 학교 다닐 때 백골단에 대해 배운 적이 없고, 아직 대학 입학한 지 얼마 안돼 잘 모르겠네요.” 정씨는 기자로부터 백골단의 의미를 알게 되자 되레 의아해했다.“정말 그런게 있었나요. 진짜 조선시대 이야기 같습니다. 당당하게 경찰복을 입고 진압하지 왜 치사하게 사복을 입고 진압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 직장인 최모(26)씨도 백골단은 금시초문이었다. 최씨는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모습을 담았던 영화 ‘화려한휴가’를 본 뒤 관련 책 등을 읽어봤지만 백골단은 난생 처음 듣는 단어였다. “사복경찰이 있었다는 말은 들어봤는데 그들이 백골단이란 이름으로 움직인 조직원들인지는 몰랐습니다. 고작 20여년밖에 안 된 일인데 정부가 교묘히 국민을 탄압했다는 사실에 그저 화가 나네요.”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안양 유괴살해 대충 수사했다”

    안양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내부에서 경찰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부실 수사를 질책하는 ‘양심 고백’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본부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24일 언론사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실종 사건 초기 1차 탐문수사에서 정모(39)씨가 5일 정도 집을 비웠고 동네 부녀자를 성추행하려 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대리운전했다.’는 정씨의 말만 믿고 정작 대리운전회사에는 정씨가 실제 일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2개월 뒤엔 군포경찰서에서 군포·수원 부녀자 실종사건 용의자가 안양8동에 살고 있다고 알려와 정씨의 집안 수색과 루미놀 검사까지 했지만 또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3차례나 수사망 올리고도 풀어줘 그는 “3차 수사에선 정씨에게 성폭행당했던 여성의 여동생의 제보도 있었지만 또 수사에서 배제했다.”면서 “렌터카 대여자 명단도 렌터카 담당팀이 이미 지난달 초에 확보했지만 건성으로 수사하다 이달초 우연히 정씨 담당팀 직원이 정씨의 이름을 명단에서 발견하면서 한달이 지나서야 검거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지휘부의 무리한 지시로 ‘선증거 후체포’라는 수사의 기본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사팀이 뒤늦게라도 정씨의 지난해 12월25일 당일 행적을 찾자고 나섰지만 경기경찰청 수사 지휘부는 ‘혈흔이 나왔으니 무조건 잡아와서 족치면 다 자백한다.’고 다그쳤다.”면서 “경찰대 출신의 경기경찰청 간부들이 지시하면 후배인 안양서 형사과장은 토씨 하나 달 수 없어 현장의 의사는 전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A씨의 주장대로라면 ▲초동 수사에서의 부실한 탐문과 증거 미확보 ▲진급 등의 논공행상만 따지는 실적 위주 수사로 인한 공조 부재 ▲경찰대 출신 수사 지휘부와 현장 형사들의 갈등 ▲증거 확보없이 무조건적인 인신 구속 뒤 회유·협박성 자백 강요 등 경찰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진급에 연연… 공조수사 안돼 박종환 안양서장은 이에 대해 “1월 중순 확보한 렌터카 업체 명단 중 성범죄자 위주로 지난 11일까지 37명까지 수사 대상자를 좁혔다. 정씨가 거짓 진술도 했고 운행한 차량에서 두 아이의 DNA가 나온 점 등에 미뤄 도주 우려가 있는 정씨를 우선 검거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서장은 “실종 사건은 현장이 없는 사건이라 다양한 가능성을 뒀는데 일부 수사가 지연된 건 의도적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 내부에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선서 9년차 강력팀 형사는 “요즘은 ‘살인범 하나 잡으면 진급한다.’며 진급에만 목매다는 이들이 태반이니 같은 경찰서 팀원끼리도 공조를 안해서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 이재훈·안양 황비웅기자 nomad@seoul.co.kr
  • 안양유괴살해범 자백 이끌어 낸 심리수사 48시간

    안양유괴살해범 자백 이끌어 낸 심리수사 48시간

    안양 초등생 유괴·살해 피의자 정모(39)씨는 환각 상태에서 두 어린이를 성추행했고, 가족들에게 알릴까봐 살해했다고 자백했다.2004년 군포에서 실종된 40대 여성도 자신이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검거 이후 진술이 오락가락하던 정씨가 범행의 전모를 털어놓게 된 데는 범죄심리분석 수사관(프로파일러)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인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 권일용 경위는 지난 19일 수사에 투입되면서 정씨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작업에 착수했다. 20일 오후. 권 경위는 경기경찰청의 프로파일러 한종수 경사와 함께 정씨를 만났다. 정씨는 권 경위를 똑바로 쳐다보며 자신만만해했다.“어깨를 만지자 소리를 질러서 담벼락으로 밀었는데 숨졌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실수였다.”고 했다.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남에게 지탄받는 걸 극도로 두려워하는 듯 눈빛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프로파일러는 놓치지 않았다. 롤리타(미성숙 소녀에 대해 성적 집착) 동영상과 사진에 대해 묻자 “그건 그냥 내 자료다. 당신도 보다 보면 점점 더 자극적인 거 원하지 않느냐.”고 했다. 왜곡된 성의식을 다른 사람에게 일반화해 비난을 면해보려는 유아적 발상이었다. 첫날 5시간 동안의 탐색전을 바탕으로 프로파일러 5명은 밤샘 분석작업을 했다.“정씨의 인생 얘기를 이끌며 자기 범죄를 객관적으로 말하게 만들라.” 이튿날 전략이었다. 21일 오후 1시. 권 경위가 정씨를 독대했다. 정씨는 대뜸 “당신이 어제 한 얘기를 심각하게 고민해봤다.”고 했다. 이 때다 싶어, 정씨에게 자신의 인생을 얘기하도록 이끌었다.“여자들이 능력과 직업, 돈이 없다고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며 피해의식을 드러냈다.“나는 세상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다.”며 세상과의 고립에서 나오는 스트레스를 털어놨다. 오후 5시쯤. 정씨를 다독이면서 “당신이 죄를 뉘우친다고 이해받기 위해선 했던 일을 객관적 사실로 털어놓는 게 도움이 된다.”고 슬쩍 떠봤다. 정씨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몸을 떨며 고민했다. 그러다 “하필이면 내 인생에서 왜 그때 그 순간 아이들을 거기에서 만났나.”며 강한 자기부정을 내비쳤다. 이어 “아이들도 불쌍하지만 남아 있는 내 어머니는 어떡하냐.”며 울음보를 터뜨렸다. 권 경위는 이때 뒷자리로 물러섰고, 형사들이 들어와 수사 자료를 들고 정씨를 추궁했다. 정씨는 체념한 듯 “술 마시고 본드를 흡입한 상태에서 담배를 사러 가다 만난 두 어린이의 어깨를 만지자 반항해 집에 데려왔다.1시간쯤 성추행했고, 내 얼굴을 알릴까봐 살해했다.”고 했다. 증거가 없어 경찰의 애를 태우던 2004년 7월 군포 전화방 운영자 정모(당시 44세·여)씨 실종 사건에 대해서도 “군포 금정동 모텔에서 살해한 뒤 시흥 월곶쪽의 다리에서 시신을 바다로 던져 버렸다.”고 털어놨다. 잠 안 재우고 협박해서 자백받던 수사기법보다는, 고도의 심리전과 과학을 바탕으로 한 첨단 수사기법이 범죄를 밝히는 시대라고 권 경위는 설명했다. 한편 두 어린이 유괴·살해사건의 현장 검증이 22일 실시됐으며, 주민들은 정씨에게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이혜진 양의 어머니는 “마스크만 벗겨서 얼굴만 보여달라.”면서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안양 이재훈 황비웅기자 nomad@seoul.co.kr
  • 경찰 범죄행동 분석팀은

    범행 동기와 증거가 뚜렷하지 않아 경찰의 애를 태웠던 유괴·살해범 정모(39)씨의 자백을 이끌어낸 주역은 경찰 범죄행동분석팀, 즉 한국의 프로파일러(profiler)들이다. 과거의 범죄는 원한이나 치정, 금전 문제 등의 동기와 그로 인한 화풀이 대상이 명확한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점점 무(無)동기나 이상(異常) 동기를 토대로 불특정 다수를 향한 연쇄·연속 범죄가 늘어나면서 범죄행동분석팀은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2000년 2월 창설됐다. 범죄 현장의 행태 분석을 통해 범인의 프로필을 유추, 수사팀에 제공해 연쇄 범죄가 더 확대되기 전 범인을 검거하도록 돕는 게 이들의 역할이다. 국내 프로파일러는 현재 경찰청 소속인 권일용 경위를 비롯해 지방경찰청 별로 3∼4명씩 모두 30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2005년과 지난해 심리학·사회학 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경장 특채로 채용됐다. 범죄자와의 면담에서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 외에도 범죄 행태를 보고 범죄자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범죄를 저질렀는지 추리해 내는 능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심리학은 프로파일링의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당초 형사들은 프로파일러들의 수사 개입에 거부감을 보였다. 하지만 2006년 연쇄살인범 정남규 사건, 지난해 보령 일가족살인사건과 제주 양지승(9)양 성추행 살인사건 등 점점 이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해결되는 사건이 늘어나면서 요즘엔 분석 요청이 밀려든다. 권 경위는 “프로파일러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의 마음과 동화됐다가 다시 본연의 수사관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정신이 건강해야 하고 가족과 친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못쓰는 금니도 귀금속

    못쓰는 금니도 귀금속

    ●종로 보석상서 금니 거래 #1 서울 종로3가에서 D귀금속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서모(42·여)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 60대 남성이 찾아와 팔고 싶다며 자신의 금니를 불쑥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얼떨결에 받아 순도 측정을 했지만 이물질이 함유돼 있어 순금 값보다 약간 낮춰 돈을 내줬다. 서씨는 “가게 운영 7년 만에 금니를 팔겠다고 온 손님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당동의 A치과에선 지난해 말부터 금니를 교체하는 손님에게 치아에서 제거된 금을 되돌려주고 있다. 예전엔 새 금니에만 신경쓰고, 쓰던 금니는 돌아보지도 않던 손님들의 태도가 돌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니 값이 올라 최근엔 충치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폐휴대전화 1만원에 삽니다 #2 이촌동에 사는 회사원 이모(32)씨는 지난 14일 휴대전화가 고장나 새 전화기를 구입하다가 희한한 경험을 했다. 쓰던 전화기를 반납하면 새 전화기 가격에서 1만원을 빼주겠다는 제안을 휴대전화 가게 직원으로부터 들은 것이다. 이유를 묻자 “휴대전화 반도체에 금이 들어 있는 등 돈 되는 부품들이 있다. 금값이 폭등하면서 보상가격이 높아졌으니 꼭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휴대전화 12만대를 모으면 순도 99%의 금이 1㎏ 나온다. 중고 컴퓨터를 팔면서 프린트 기판은 되돌려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기판에 끼워져 있는 부품에 금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시세 폭등에 밀반출도 국제 금값이 21일 온스당 900달러를 넘어서고 국내 금값도 3.75g(1돈)당 12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등 금값이 폭등하면서 새로운 세태들이 나타나고 있다. 인천공항세관에선 지난 3년 동안 빈번하던 금 밀수입은 쏙 들어가고 단 한 건도 없던 밀수출이 부쩍 늘었다. 올 들어 금괴를 밀반출하다 적발된 건수는 모두 21건으로 금액으로는 27억원(108㎏)에 이른다.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단 한 건도 없었던 점에 미뤄보면 이상현상인 셈이다. 이는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의 국제 금값이 국내 금값보다 더 빨리 올라 ㎏당 시세 차익이 100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밀수출에는 다양한 수법이 동원되고 있다. 지난 12일엔 주부 김모(40)씨가 1㎏짜리 금괴 세 덩이를 복대 속에 숨겨 출국하려다 공항 보안검색 엑스레이에 딱 걸렸다.10일엔 라모(27·여)씨가 187g짜리 금괴 1점을 담뱃갑에 숨겨 출국하려다 덜미를 잡혔다. 계산기, 여성용 구두 뒷굽에 숨기거나 금괴를 은색으로 도금하는 등 기발한 방법도 동원된다. 이재훈 이경주 김정은기자 nomad@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