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앞두고 리메이크앨범 출시 조성모
가수 조성모에게 ‘새로운 흐름’이란 말은 꽤나 잘 어울린다. 그는 가요계의 대세를 거스르며 우리곁으로 다가왔다.90년대 후반 댄스 뮤직이 판 치던 시절 쇠락해가는 발라드를 들고 나왔고,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영화같은 뮤직비디오, 얼굴없는 가수 등 새로운 시도로 가요계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그런 조성모가 데뷔 8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새로운 흐름의 중심에 서있다. 그는 단순 ‘다시부르기’ 수준이 아닌 원곡 가수와의 ‘공동 작업’이란 차별적 시도를 통해 만든 리메이크 앨범 ‘조성모 클래식 1+1 그랜드 피처링’을 내놓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리메이크 앨범이 출시되는 요즘 가요계에 처음 선보이는 실험이다.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내년 초 군입대,2년 2개월의 공백기를 갖는 조성모를 만났다.
#군입대, 제2의 도약
“남들에겐 ‘조성모의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비쳐진 시간들이 제게는 많은 부담으로 다가왔고, 이후 슬럼프 등 지친 상태로 저를 옥죄었죠. 일 자체가 제가 가진 것을 모두 소진시켰어요. 쉼 없이 왔지만, 공부도 준비도 없었죠. 이젠 군 입대로 제2의 도약기를 찾고 싶어요.”
“군입대를 앞두고 아쉬움은 없냐?”고 묻자, 손에 든 새 앨범을 만지작거리던 그의 손놀림이 갑자기 멈췄다. 목소리 톤도 낮아진다. 하지만 “2년 2개월(공익근무)의 공백기가 평생에 다시 없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는 아쉬움보다는 설렘과 여유가 느껴진다. 그는 “제 자신을 음악적으로 보다 성숙하고 깊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오히려 잘 됐다.”고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제대후 정규 앨범을 선보일 때 팬들이 많은 기대를 가질 수 있도록 착실히 밑거름을 쌓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래식 1+1
그는 이번 앨범을 “가장 쉽게 만든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선배들과의 호흡이 물 흐르듯 잘 맞아 “작업 내내 흥이 났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래서일까 주옥 같은 명곡에 그의 목소리가 덧입혀진 이 앨범은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명품’이란 평도 듣는다. 이번 앨범에는 조덕배, 배철수, 김종진, 전태관, 이치현, 장기호 등 쟁쟁한 선배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원곡을 부른 가수와 조성모가 편곡, 연주, 노래까지 함께 하며 호흡을 맞췄다. 조덕배와 함께 부른 타이틀곡 ‘그대 내 마음에 들어오면은’을 비롯해, 김광진과 함께 화음을 맞춘 ‘편지’, 하덕규와 호흡을 맞춘 ‘사랑 일기’, 이치현과 함께 부른 ‘사랑의 슬픔’, 봄여름가을겨울의 ‘외롭지만 혼자 걸을 수 있어’, 김현철의 ‘왜 그래’, 배철수의 ‘사랑 그 아름답고 소중한 얘기들’ 등 70∼80년대 인기곡 11곡이 담겼다. 노래마다 빛 바랜 추억의 포근함에 세련된 느낌이 적절히 녹아들어 감미로움을 더한다. 조성모는 “어릴 적 누나 몰래 듣던 LP판의 곡들을 직접 선곡했다.”고 말했다.
#이젠 ‘가수’ 아닌 ‘뮤지션’
그는 군 입대보다는 그 이후를 고민하고 있었다. 팬들에게 잊혀지는 것과 정규 앨범 준비보다 더 걱정 되는 것은 ‘과연 조성모표 음악은 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란다.
“저만의 색깔을 찾으려고요.‘이 노래·장르는 조성모만의 것이다.’라는 소리를 듣도록 많이 공부하고 연구할 겁니다.”예전의 색깔에서 탈피, 전혀 새로운 느낌의 음악으로 돌아올 거라며 미소 짓는다. 하지만 “록이건, 재즈이건 간에 ‘감동’과 ‘따뜻함’이라는 두 가지 화두는 죽을 때까지 품고 갈 조성모 음악의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일본 진출 욕심은 없냐?”고 묻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제 뮤직 비디오에 한류 스타가 많이 출연해서인지, 일본측에서 수많은 ‘콜’이 오더라고요(웃음). 하지만 음악은 드라마 쪽 한류 분위기와는 다르죠. 단순 더빙과는 다른 문제이거든요. 음악은 밑에서 전해지는 감동이 있어야 하는데, 문화적 차이 때문에 쉽지 않을 거예요.”
그는 군 복무 기간을 포함해 향후 5년까지는 “‘가수 조성모’를 다시 찾는 시간으로 삼겠다.”면서 “사랑과 결혼 등 ‘인간 조성모’를 찾을 틈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년동안 ‘가수’는 됐을지 모르죠. 하지만 이젠 ‘뮤지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때입니다. 지금이 출발선이죠.”얼굴에 인생이 나타나듯 노래에도 가수의 삶이 묻어난다면, 몇년 뒤 돌아올 그의 노래엔 분명 깊은 향이 배어있지 않을까?
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사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