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한·중 FTA
    2025-06-01
    검색기록 지우기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66
  • [2017 공직열전] 5급 이상 72%… 박사학위 가장 많은 ‘엘리트 부처’

    [2017 공직열전] 5급 이상 72%… 박사학위 가장 많은 ‘엘리트 부처’

    특허청은 직원 1664명 중 72.1%가 5급 이상이다. 이 가운데 박사 학위자가 전체 26.1%인 435명으로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학력 수준이 가장 높은 기관 중 하나다. 1977년 상공부 외청으로 개청, 기술·산업발전과 함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06년 정부 부처 중 유일하게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됐다. 특허청은 특허·실용신안·상표·디자인 등 지식재산 창출과 권리화(보호), 활용 등을 주도하고 있다. 2008년 미·일·유럽이 주도하던 국제 지재권 구도가 한·중이 포함된 5자간 협력 체제(IP5)로 전환되며 지식재산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고위공무원단은 고시 출신의 전유물이었지만 특채 출신 배출이 기대되고 있다. 개인은 우수하지만 협력과 소통이 약한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고시·공채·특채 등 입문 경로 및 직렬이 다양하고 업무도 독립되면서 ‘보이지 않는 벽’이 두텁다. 지식재산 총괄부처로서의 위상 및 기능 재점검 필요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이영대(53·행시 29회) 차장은 특허청 핵심 부서를 두루 거친 지식재산 정책 및 심사·심판분야 전문가다. 상표디자인심사국장 재직 시 한·EU, 한·미 FTA 협상 타결에 대비해 상표법, 디자인보호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을 선도적으로 진두지휘했다. 추진력이 뛰어나고 합리적 대안 제시에 능하다. 2010년 마라톤 풀코스를 첫 완주한 후 매년 2차례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최고 기록이 3시간 41분으로 ‘서브 4’ 수준의 마라톤 마니아로 정평이 나 있다. 김연호(55·기시 22회) 특허심판원장은 조용하지만 제 역할을 다하도록 조직을 이끌어 가는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특허심사기획국장 당시 기술 융·복합화형 심사조직에 적합한 특허분류체계를 도입하고 국가 간 심사제도 조화에 힘쓰는 등 심사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원들의 개성과 역량을 최대한 존중하고 부서 간 협력을 강조하는 열린 업무 스타일로 ‘같이 일하고 싶은 간부’로 손꼽힌다. 손영식(51·행시 36회) 기획조정관은 자기 계발에 노력하는 학구파다. 지식재산권법 분야로 국내외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특허행정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합리적이고 균형감 있는 리더십으로 대내외 업무를 조정·관리하고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데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온화한 성품과 격의 없는 소통으로 신망이 높다. 김태만(52·행시 35회) 산업재산정책국장은 ‘형님 리더십’이 장점이다. 인사·기획 등 보직을 거쳤고 미국 워싱턴대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지재권 분야 ‘정책통’이다. 온화하고 소탈한 성품으로 직원들을 배려하면서도 예리하고 정확한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윈드서핑을 즐기고 특허청 직장 밴드인 ‘플레이아데스’의 드러머로 터프함을 자랑한다. 박성준(50·행시 35회)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기획 능력이 뛰어나고 추진력이 돋보인다. 중소기업 기술보호 종합대책, 상표 브로커 대책 등 굵직한 정책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뉴욕 주 변호사 자격 및 세계지식재산기구 총회 의장직을 역임한 국제 전문가이기도 하다. 테니스·마라톤·사이클·스키 등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김민희(50·기시 24회) 정보고객지원국장은 기술고시 수석·최연소 합격자이자 법학박사로, 특허민법개론·특허심판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발간했다. 특허심사기준 전면 개정 및 영문 번역으로 우리나라 특허심사 수준을 세계에 알린 주역이다. 업무처리는 꼼꼼하지만 후배·직원들과 격의 없는 자리를 즐기는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다. 최규완(54·행시 30회) 상표디자인심사국장은 상표·디자인 분야 국제 전문가이다. 상표권 실사용자의 권익을 강화한 상표법 개정 등을 지휘하며 미 상공회의소 산하 글로벌지식재산센터의 국제지식재산지수 상표분야 평가에서 3년 연속 세계 1위를 이끌어냈다. 옆에 항상 책이 있다는 대표적인 학구파다. 장완호(51·기시 25회) 특허심사기획국장은 특허가 안 되는 이유가 아닌 특허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포지티브 심사’를 도입하는 등 강한 특허 창출 기반 마련을 주도했다. 특허 무효제도 개선 시 국회·법원 등의 협의 과정을 통해 전문성과 추진력을 인정받았다. 합리적인 일처리와 소통하는 리더십으로 신망이 두텁다. 이상철(52·기시 25회) 특허심사2국장은 ‘Mr 특허법’으로 불린다. 심사 바이블인 ‘심사기준’을 집필했고 특허심판·소송 관련자면 누구나 끼고 있는 조문별·쟁점별 특허판례집을 현재 7판까지 펴냈다. 특허·상표·디자인을 아우르는 전문가다. 백두대간을 2회 완주한, 100대 명산 동호회·파워워킹동호회장으로 심사관들의 건강을 챙기고 있다. 권오희(52·기시 28회) 특허심사3국장은 특허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변리사시험 출제위원이며,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에서 지재권을 활용한 사업화 전략을 강의하고 있다. 본인에게는 엄격하지만 직원들에게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 직원 보고나 면담 시 직접 차를 대접하는 등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신망이 두텁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사드 보복 비껴간 韓·中 교류 2제] 인천항 한·중 컨테이너 물동량 역대 최대

    노골화되고 있는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지난달 인천항 한·중 컨테이너 물동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한·중 카페리 이용객은 크게 줄었다. 관광산업은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수출입 등 물류 분야는 아직 중국의 경제보복 영향권에 들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19만 2981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로 역대 3월 물동량 가운데 최대치를 보였다. 지난해 같은 달(16만 7689TEU)보다 15.1% 증가한 수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불구하고 대중국 교역량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중국 교역량은 9만 8347TEU로 전년 동기(9만 2811TEU)에 비해 6% 늘었다. 대중국 수출입은 아직 사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인천항만공사는 이 현상에 대해 인천신항 활성화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10개 항로 카페리의 지난달 여객 수는 5만 5805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8만 69명)보다 30.3% 감소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열린세상] 중국의 진화타겁, 그리고 소탐대실/이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

    [열린세상] 중국의 진화타겁, 그리고 소탐대실/이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

    ‘진화타겁’(趁火打劫)은 불난 집(곤경에 처한 상대)을 더 강하게(勢) 몰아쳐 무너뜨린다는 중국 36계의 계책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중국이 한국에 험하게 보복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서투른 방식이 지적되지만, 이미 행한 외교·안보 행위를 외국의 압력에 굴복해서 다시 철회하는 것도 외교의 지혜는 아니다. 그런데 중국의 의도는 무엇이고 그 행태는 왜 저리 노골적일까. 중국의 민낯을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자. 우선 중국의 내부 문제가 있다.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와 공산당 일당 독재를 고수한다. 중국은 역사적 제국주의인 ‘천하’(天下)라는 개념의 과거 중화질서의 회복을 꿈꾼다. 이것이 ‘중국의 꿈’(中國夢)이다. 그런가 하면 중국 관료들의 경직성과 매너리즘은 북한에 버금간다. 경직성과 매너리즘은 일탈행위에 대한 가혹한 처벌을 피하려는 관료의 자기보호 본능이다. 중국과 실무교섭을 통한 합의가 어려운 이유이다. 뭐든지 오래 걸린다. ‘기다린다’(等)는 것은 타성이지만, ‘나는 쉬면서 남을 바쁘게 하는 이일대로(以逸待勞)’나 ‘강 건너 불 보듯 기다린다는 격안관화(隔岸觀火)’와 같은 전술로도 활용된다. 내부 소통과 투명성의 부재, 권력층 간의 불신, 도그마적 이념의 지배, 고위층의 눈치를 보는 경직된 관료주의 등 정책결정시스템의 문제는 보복 외교를 부추긴다. 강경 자세는 권위주의 체제에서 관료의 가장 안전한 자기 보호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들 소위 ‘알아서 기고’ 과장된 행동을 한다. 중국 외교관들의 언행이나 환구시보(環球時報)라는 신문은 중국의 행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이다. 과거 한국과의 마늘 분쟁이나 영국 등 유럽 국가들에 대한 보복 외교에서 이겼다는 기억도 작용한다. 중국의 꿈은 미국과 충돌한다. 반중 인사로 찍혀 있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면서 미·중 간 대립은 더욱 악화될 것이고 한국 외교의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진다. 중국은 1990년 독일의 퍼싱2 중거리미사일 철수, 2007년 폴란드 체코 미사일방어(MD)시스템 배치 계획 철회 사례를 떠올리며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에 직접 나서기를 기다릴 것이다. 한국을 압박하는 것은 소위 ‘뽕나무를 가리키며 회나무를 욕하는 지상매괘(指桑罵槐)’의 계책이다. 사드는 다른 분야에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용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노골적인 보복은 한국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수교 이래 25년간 한국이 경제개발과 올림픽 개최 등 발전 경험 정보를 다 내주고도 경제는 물론 북한(핵) 문제를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해 중국이 한국을 깔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분간 중국이 보복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은 사드 배치에 관해 보수·진보 대립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안보외교에 무슨 이념이 작용하는가. 불만이 있는 정책의 결과도 유용하게 활용하는 길이 있다. 한국의 현 정부는 가능한 저항을 시도함으로써 보복의 득실 재계산과 상황조정의 필요성에 관한 중국의 정책 결정자들의 관심을 환기시켜야 한다. 이는 다음 정부가 이른 시일 내에 중국과 새로운 우호관계를 회복하도록 해 주는 ‘악역’이다. 우선 중국의 보복성 조치를 나열한 백서를 만들어 국제사회에 배포하면 어떨까. 중국이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미래 모습을 국제사회가 엿볼 수 있게 되는 것도 중국에는 예상치 못한 부담이 된다. 나아가 세계무역기구(WTO)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상의 법률적 구제조치를 발동한다. 결과가 어떻든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국제무역규범을 내세워 중국을 괴롭히는 과정은 우리 나름의 ‘이일대로’(以逸待勞) 계책이다. 이런 것이 약한 나라에 가능한 저항 방식이다. 다음 정부는 굳건한 한·미 동맹을 유지하면서 미국이 중국과 사드 문제를 직접 협의하도록 하고 빠른 시일 내에 사드 문제와 북한 핵 문제를 연계하는 창조적인 해결 방안을 미·중 양측에 제시해야 한다. 물론 무역과 투자는 다변화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부터 과거 금 모으기 정신을 되살려 단합하여 사드 보복 피해를 극복하는 운동이라도 하자.
  • 한·중미 5개국 FTA 가서명 “亞 최초…가능성 큰 시장 선점”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온두라스, 파나마 등 중미(中美) 5개국과 우리나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가서명됐다. 양측은 이른 시일 내 정식 서명과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 협정을 발효시키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각국 정부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한·중미 FTA 가서명식을 가졌다고 12일 밝혔다. 양측은 전체 품목수 95% 이상에 대해 즉시 또는 단계적으로 관세를 없애게 된다. 중미는 자동차, 철강, 합성수지, 화장품, 의약품, 음료, 섬유, 자동차부품 등의 시장을 우리 쪽에 대폭 개방한다. 우리나라는 커피, 설탕, 바나나, 파인애플 등의 시장 개방폭을 확대한다. 연간 120억 달러 규모의 이 지역 정부 조달 시장도 개방된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에너지, 인프라, 건설 등의 분야 진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미 국가와 아시아 국가 간 최초의 FTA 체결”이라면서 “성장 가능성 큰 중미 국가 시장을 선점해 일본, 중국 등 경쟁국보다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한·중미 FTA 가서명 완료

    한·중미 FTA 가서명 완료

    한국과 중앙아메리카(중미) 5개국이 자유무역협정(FTA)에 가서명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열린 가서명식에는 한국과 코스타리카, 엘발바도르, 니카라과, 온두라스, 파나마 등 중미 5개국 정부대표단이 참석했다. 법률검토 회의 기간에 양측 대표단은 4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협정문을 조항별로 모두 검토하고 가서명을 통해 협정문을 최종 확정했다. 양측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 한·중미 FTA 정식 서명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 발효할 예정이다. 가서명한 협정문 영문본은 조만간 산업부 FTA 홈페이지에서 공개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드 배치 착수 이후] 韓 화장품·농수산식품 등 ‘직격탄’… 대체 힘든 반도체·석유화학 순항

    [사드 배치 착수 이후] 韓 화장품·농수산식품 등 ‘직격탄’… 대체 힘든 반도체·석유화학 순항

    패션 등 비관세장벽 피해 불가피 “디스플레이 등 제재는 어려울 것”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우리의 대(對)중국 수출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최근 대중 수출 유망 업종으로 떠오른 화장품과 농수산식품, 패션·의류 등 소비재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중국이 제3국 수출에 역점을 두는 첨단 업종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의 대중 수출은 1244억 달러, 수입은 870억 달러로 374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냈다. 무역 비중은 25.1%로 전 세계 교역국 가운데 1위였다. 수출품 4개 중 1개는 중국으로 향했다는 의미다. 대중 수출 품목 가운데 중간재가 74%로 가장 많았다. 수출 상위 품목에는 반도체와 평판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이 있다. 산업부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이들 제품에 대해 중국이 다른 나라 제품으로 대체하거나 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반도체의 대중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8.9% 증가했다.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대체하기도 쉽지 않은 품목이다. 대중 수출 비중이 73.8%에 이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포함한 디스플레이 역시 중국과의 상호 의존성이 높은 편이다.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기준 강화로 고품질 경유에 대한 중국 수요가 늘고 있어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에 대한 수입을 줄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산 일반기계 수입도 9개월 연속 증가했다. 반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5대 유망 소비재 품목으로 자리잡았던 화장품과 농수산식품, 패션·의류, 생활·유아용품, 의약품은 중국의 비관세장벽(위생·인증 강화) 확대로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대중 수출 5위 품목인 무선통신기기를 비롯해 가전, 섬유류도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수출 물량의 40%를 중국에 수출하는 화장품은 현지 검역이 강화되면서 위생 등에서 퇴짜를 맞거나 통관이 지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3년 연속 대중 수출 비중이 높아진 패션·의류(19.9%)는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동안 11월을 제외하고 모두 감소했다. 2014년 대중 수출 비중이 15.1%에서 한·중 FTA 발효 2년차인 지난해 16.8%로 높아진 농수산식품 역시 지난 1월 20.9%가 급감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박진우 한국무역협회 전략시장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제3국으로 수출해야 하는 입장에서 질 좋고 값싼 한국산 중간재를 제재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중국 투자를 꺼리게 만들 경우 중국 내 고용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 “다만 중국 내 성장 속도가 높은 최종 소비재에 대한 수출 감소는 우리 측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당정 “中 사드 보복 WTO 제소 검토… 산업피해 최소화 노력”

    당정 “中 사드 보복 WTO 제소 검토… 산업피해 최소화 노력”

    단체관광 러·印尼 등 다변화 모색… 관광업계 특별융자 500억 추가 정부와 여당이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자유한국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7일 국회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중국의 사드 보복 관련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당정협의를 마친 뒤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WTO 제소 문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등의 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국내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노력도 강화해 나간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의 ‘한국여행 금지’ 조치가 한·중 FTA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법률적 증거 자료 수집에 나선 상태다. 한·중 FTA 협정문 서비스 분야의 여행 알선 대행 규정에는 “시장 접근에 대한 제한이 없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규정 위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만큼 오는 15일 이후 여행금지조치가 동시다발적으로 취해지는지 살펴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소방·위생법을 어겼다며 현지 롯데 계열사에 무더기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것과 관련해서도 롯데 측이 제반 조치를 취했음에도 영업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롯데의 법률적 대응과 함께 한·중 FTA의 ‘외국인 투자’ 규정 위반 여부를 따져 WTO 제소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사드 논란 이후 중국의 철강·석유화학업계에 대한 반덤핑 조사 등 비관세 장벽 소송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정은 관광산업에서 중국 단체 관광 의존도를 낮추고 러시아, 인도,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으로 다변화하기로 했다. 또 관광업계에 운영자금 특별융자를 지원 예정인 700억원대에서 500억원 늘리기로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는 유엔 안보리 차원의 규탄 성명은 물론 추가적인 강력 대북제재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 당정은 뜻을 모았다. 또 미국에서 검토하는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가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당정은 밝혔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서울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사드 피해기업 구제 나선 정부… 최대 10억 긴급자금 지원

    사드 피해기업 구제 나선 정부… 최대 10억 긴급자금 지원

    산업부, 對中신속대응반 가동 ‘한중 통상 TF’ 7일로 앞당겨정부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에 ‘긴급경영안전자금’을 지원한다. 통상·투자·무역 담당관을 중심으로 대(對)중국 신속대응반을 가동하기로 했다. 기존 수세적인 태도에서 통상 역량을 최대한 가동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대상에 보호무역 피해 기업을 추가하고 기업당 최대 5년간, 최대 10억원을 융자해 준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 현지 롯데마트 등에 납품했다가 피해를 입은 국내 협력업체들은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중국이 교묘하게 위생과 규격을 강화하며 비관세장벽(통관·검사)을 높이는 데 대응하기 위한 자금도 지원한다. 수출바우처 제도를 이용해 추가 인증과 규격 상향 조정에 따라 시험 기관에 내야 할 자금을 주기로 했다.산업부는 오는 9일 열리는 민관 합동 한·중 통상점검 태스크포스(TF)를 7일로 이틀 앞당긴다. 이 자리에서 철강과 식품, 화장품, 전기·전자, 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 단체로부터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지원 대책을 논의한다. 또 통상·투자·무역 담당관을 중심으로 대중 신속대응반을 매일 가동하고 중국 현지 내 재중 무역투자 유관기관 회의도 확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최근 중국의 일련의 조치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외국인 투자기업 보호 담당부처인 중국 상무부는 현지 한국 투자기업에 대한 성의 있는 관심과 보호를 제공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무역기구(WTO),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규범에 위배되는 조치에 대해서는 국제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중국 측의 조치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중국의 조치는) WTO와 한·중 FTA 관련 규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중국 정부의 한국여행 금지 조치에 대해 “그런 조치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공식적으로 중국 당국이 부인하는 것 같다”면서 “이러한 인적 교류에 대해 인위적 장애를 초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항공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조치가 주말을 앞두고 시행된 탓에 아직 대규모 예약 취소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중국 노선 매출이 높은 대형 항공사들은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4분기 중국 28개 도시, 38개 노선을 운항해 394만여명을 수송했다. 중국 매출 비중이 큰 아시아나항공은 걱정이 더 크다. 중국 24개 도시, 32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에만 421만여명의 여객을 운송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서울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서울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中전인대 업무보고, 한국 쏙 뺐다

    中전인대 업무보고, 한국 쏙 뺐다

    시진핑, 사전에 2차례 열람·수정 자랑하던 한중 FTA성과도 빠져 한국과의 관계 전면적 재고 분석중국의 ‘2017년 정부 업무보고’에 ‘한국’이 사라졌다. 서울신문이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보고된 중국 정부의 ‘2017년 정부 업무보고’와 지난 2년 동안의 업무보고를 확인한 결과 한국과의 경제 교류를 유달리 강조한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한국이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낭독한 업무보고는 올해 중국 정부가 추진할 핵심 정책이 총망라돼 있다. 업무보고는 총리가 국무원 특별팀과 함께 1만 9000자에 이르는 문구를 직접 쓰고 다듬으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사전에 두 차례 열람하고 수정 지시를 내리는 문서이다. 중국은 2015년 업무보고에서 “중·한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실질적 협상이 타결됐다”고 평가한 뒤 “중·일·한 FTA 협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2016년에도 중·한 FTA 및 중국·아세안 자유무역구의정서 체결을 무역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로 꼽은 뒤 “중·일·한 FTA 협상을 가속화하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적극 추진하고 체결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올해 업무보고 중 지난해 평가 부분에서는 한·중 FTA 1년에 대한 평가가 전혀 없다. 올해 업무계획을 설명한 부분에서는 중·일·한 FTA 부분을 아예 들어내 사실상 3국 FTA의 포기를 천명했다. 대신 중국이 아세안과 주도하는 RCEP 협상을 타결할 것과 아태자유무역구 건설을 추진할 것이라는 대목만 부각시켰다. 특히 중국 정부의 올해 업무보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주의 정책에 맞서 “각종 형태의 보호주의를 반대하고 자유무역을 수호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런데 정작 중국이 지난 2년 동안 가장 성공적인 FTA라고 상찬한 한국과의 FTA는 생략해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20여년 중국 정부 업무보고서를 접했지만, 한국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면서 “중국 지도부가 사드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경제 전문가는 “중국은 한국과의 경제 협력 관계를 이미 전면 재고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사드 보복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추측은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중국이 주변국 가운데 선린우호의 업적으로 내세울 만한 국가가 한국밖에 없었다”면서 “한국과 상당히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진단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윤병세 “국제규범 위반 면밀 검토”… 黃 “中과 소통 강화”

    윤병세 “국제규범 위반 면밀 검토”… 黃 “中과 소통 강화”

    외교부, 우다웨이 통화 “관광 중단 유감” 정부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고위급부터 실무급까지 한·중 간 다양한 채널을 통해 경제 보복의 부당성 등을 제기할 방침이다.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3일 유럽 방문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지 면밀히 보고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또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의 분명하고 당당한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그동안 중국의 조치가 공식적인 조치라기보다는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거기에 대해 공식적인 대응을 하는 것은 어려운 측면이 많았다”면서도 “중국 측 (보복) 조치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그 성격에 맞는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중국이 어떻게 (보복 조치를) 공식화할지 지켜봐야겠다”고 했다. 정부는 고위급 면담 및 자유무역협정(FTA) 실무협의 채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이날 외교부 김홍균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의 전화통화 계기에 “사드와 무관한 정상적인 인적교류까지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한 조치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 관광 금지 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도 이날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 주재로 긴급 점검회의를 열어 관광 및 콘텐츠 분야를 총괄하는 종합대책반을 구성, 중국 현지 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업계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자유한국당과 고위 당정회의를 열고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 논의했다. 올 들어 두 번째 열린 고위 당정회의로 유일호 경제부총리, 한민구 국방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 황 권한대행은 모두발언을 통해 “중국 측의 조치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중국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한 대책을 적시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2017 공직열전] 수출입 물품·여행자 통관 총괄… 무역 국경 ‘파수꾼’

    [2017 공직열전] 수출입 물품·여행자 통관 총괄… 무역 국경 ‘파수꾼’

    관세청은 ‘관세국경’에서 국가재정 수입 확보와 대외무역 질서를 확립하는 경제 파수꾼이자 경제 영토 확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1878년 부산에 설치된 두모진해관이 모태다. 1907년 해관 명칭이 세관으로 바뀌었고 1949년 세관관서설치법 제정 등을 거쳐 1970년 관세청이 개청했다.수입 물품에 대한 관세 부과, 징수로 국가재정 수입을 확보하고 수출입물품 및 여행자 통관관리, 사회안전과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불법물품 반입 감시 등을 수행한다. 경제발전과 개방화, 무역자유화 등 환경이 변화하면서 역할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인천세관이 1급 세관으로 승격되는 등 위상 변화가 현실화됐다. 본청 국장 7명 중 4명이 행시 37회일 정도로 고시 출신이 다수지만 공·특채 등 비고시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위공무원단을 구성하며 조화를 이루고 있다. 김종열(56·행시 33회) 차장은 기재부 조세분석과장과 관세국제조세정책관 등을 거친 세제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다소 늦은 나이에 공직에 입문해 맏형 같은 듬직함과 리더십을 발휘하며 조직을 아우르는 역할을 맡아 왔다.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에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덕장이다. 꼼꼼한 업무처리가 정평이 나 있다. 달리기로 건강관리를 하며 축구 등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마라톤은 풀코스(42.195㎞)를 3시간 이내 완주한 서브3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전에 내려온 뒤 결손가정 아이들을 소리 없이 지원하고 있다. 이찬기(52·행시 38회) 기획조정관은 통관지원국장, 심사정책국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쳐 관세행정 전반에 대해 전문성을 인정받는다. 온화하고 친근한 성품으로 친화력이 뛰어나 관세청 대내외 업무를 조정·관리하고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데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축구동호회장으로 총리배 중앙행정기관 대회 3년 연속 우승이라는 새로운 목표 달성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제영광(54·행시 37회) 감사관은 자유무역협정(FTA) 집행기획담당관과 인천공항세관 수출입통관국장, 청와대 파견, 홍콩 관세관 등을 역임했다. 기획·현장업무에 밝고 특히 감사·감찰업무를 두루 경험해 관세행정에 대한 균형 감각이 탁월하다. 합리적인 일처리로 내부 신망이 두텁다. 김재일(51·행시 37회) FTA집행기획관은 성품이 온화하고 친근해 선후배 사이에 신망이 두텁다. 국제협력과장 및 미국 관세청 파견 경험 등 국제적 감각을 바탕으로 FTA 글로벌 시장에서 한·중 협력사업 정착 등 우리 기업의 FTA 활용과 수출 확대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주시경(51·행시 37회) 통관지원국장은 관세청 최초 고시 출신 대변인을 역임할 정도로 업무 능력과 친화력을 갖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인정받고 있다. 업무적으로는 치밀하고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주저하지 않으며 원칙대로 밀어붙이는 강력한 추진력을 자랑한다.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고 한번 맺은 연은 끝까지 이어갈 정도로 선이 굵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일석(56·행시 30회) 심사정책국장은 정확하고 합리적인 일처리와 친근한 성품으로 신망이 두텁다. 세계관세기구(WCO) 기술관, 홍콩 관세관, 정보협력국장을 거치며 국제적인 감각을 겸비하고 있다. 관세행정 정보화, 4세대 국가관세종합전산망 구축 사업 등 수많은 중장기 플랜 수립을 주도했다. 김광호(53·행시 37회) 조사감시국장은 정보협력국장과 4세대 국가관세종합정보망 추진단장을 역임했고 본청과 세관에서 조사업무를 거친 ‘조사통(通)’이다. 평소 온화한 성품으로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며 업무에 있어서는 꼼꼼하고 합리적인 일처리로 정평이 나 있다. 이종우(50·행시 42회) 정보협력국장은 FTA 집행기획담당관, 관세평가분류원장, 기획재정담당관, 심사정책과장 등 관세행정의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사무관 시절부터 탁월한 기획력과 업무조정능력을 인정받았으며, 관세심사 분야 전문가다. 역사에 조예가 깊어 한국·세계사와 관련한 토론을 즐긴다. 외모와 달리 부하직원을 챙기는 다정다감한 성격의 소유자다. 노석환(53·행시 36회) 서울세관장은 대한민국 경제파수꾼으로 수도의 관문을 지키는 ‘작은 거인’이다. 작은 키와 온순한 외모와 달리 업무에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인사·심사·조사 등 핵심 요직을 거쳐 관세행정 전반에 능통하고, 스마트한 업무 처리로 ‘브레인’으로 평가받는다. 특유의 친화력과 합리적인 성품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다. 조훈구(55·세무대 1기) 부산세관장은 세무대 출신 첫 고위공무원에 발탁된 선두주자다. 광주세관장과 정보협력국장을 역임했고 4세대 국가관세종합망 구축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꼼꼼한 일처리는 물론 일과 생활의 균형이라는 조직문화 구현에 앞장선 온화한 리더십의 관리자로 평가받는다. 윤이근(56·7급 공채) 대구본부세관장은 비고시 출신 고위공무원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1989년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을 시작해 관세청에서 꽃을 피웠다. 외부 출신으로 유일하게 대변인을 맡았고 인천본부세관 수출입통관국장, 서울본부세관 조사국장 등을 거친 ‘업무통(通)’이다. 큰소리 없이 조직를 이끌고 소통을 즐기며 아이디어가 풍부하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사드 배치 첫 관문 넘었지만 롯데 ‘中타깃될라’ 좌불안석

    면세점·中사업 등도 차질 우려 “FTA 규정상 무역보복 못할 것”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로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성주골프장)을 교환하는 안건이 27일 롯데상사 이사회를 통과했다. 올해 안에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정부는 첫 관문을 넘어섰지만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롯데는 좌불안석이다. 일반인들 사이에 불매운동으로 퍼지거나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한 사업이 지체될 수 있어서다. 다음달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에 집중포화를 받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중국 내에 백화점 5개, 대형마트 99개, 슈퍼 13개, 영화관 12개(스크린 92개) 등을 운영 중이다.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케미칼, 롯데알미늄 등은 중국 내 생산기지가 있다. 24개 계열사가 중국에서 사업 중이고 현지에서 2만여명이 근무 중이다. 여기서 거둔 매출은 3조원으로 롯데그룹 전체 매출(2015년 기준 68조원)의 4% 정도다. 중국 내 유통 사업은 적자 상황이다. 서울 시내 면세점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이 매출의 70~80%가량을 차지한다. 현재 롯데자산개발 등이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중국 청두에 연면적 57만㎡ 규모의 복합상업단지 ‘롯데월드 청두’, 선양에 테마파크(롯데월드 선양)·쇼핑몰·호텔·아파트 등을 모아 ‘롯데타운’을 건설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번 겨울 들어 롯데월드 선양 공사가 중단됐는데 일각에서 사드 배치 관련 중국의 보복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다음달 15일 방송되는 중국 관영 CCTV의 ‘완후이’에 롯데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완후이’는 2시간 동안 방영되는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으로 최근 수년째 해외 제품이 공격 대상이 됐다. 중국내 매장은 20~30년의 장기 임대계약이라 쉽게 철수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제조공장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도 어렵다. 롯데 관계자는 “적자 점포 폐쇄 등 효율화는 진행하지만 중국에서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날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조항 탓에 중국이 대놓고 한국의 수출에 제재를 가하는 등 무역 보복을 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중국의 규제 아래에 있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 ”고 덧붙였다. 서울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시론] ‘사면초가’ 한국외교의 살 길/최영진 전 주미대사

    [시론] ‘사면초가’ 한국외교의 살 길/최영진 전 주미대사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 세계 초강대국의 지도자로 오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외교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한·미 관계에서의 동맹과 함께 북한, 중국, 일본 문제가 중요하다. 북한은 핵·미사일 무장을 강화하고 있는데 남북 간에는 아무런 접촉도 없다. 성급히 자초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한·중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멀어지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일본과 외교 갈등이 심각해졌고,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도 떠나 버렸다. 우리 외교는 어쩌다가 친구가 하나도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는가. 트럼프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나섰다. 그 배경에는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가 깔려 있다. 어렵다. 철학적 모순이 많고, 전략적 실행이 어려운 방향으로 우리에게 접근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외교는 인맥 중심의 눈치 외교에서 벗어나 철학과 전략을 가져야 한다. 미국 버락 오마바 행정부가 쓰던 ‘전략적 인내’가 트럼프 신행정부에서 포기된 상황에서 북한은 우리 외교에 닥친 최대의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북한은 우리에게 최대의 안보 위협이며 동시에 북한 동포는 우리의 형제자매다. 그래서 대북 문제에서는 언제나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철학 아래 전략적으로 우리는 최전방에 서서 대북 제재를 이끌지는 말아야 한다. 반대로 대화에서는 비밀 접촉을 포함해 어느 나라보다 앞서야 한다. 지난해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우리는 북한 정권 궤멸 정책으로 나가고 있다. 북한의 붕괴는 스스로 만들어지는 것이지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빨리 제재와 대화 병행으로 복귀해야 한다. 우리가 이런 철학과 전략을 가질 때 비로소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나오든지 중심을 잡고 맞설 수 있다. 북한 핵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서지컬 스트라이크’ 반대, 중국을 끌어들이는 제재 강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대화 병행, 이런 큰 그림들이 그려져야 한다.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한·중, 한·일 문제는 한·미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한·미 동맹과 한·중 협력은 우리 외교의 양대 기둥이다. 우리가 충돌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사드는 남북 문제에만 몰두한 나머지 미·중 문제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 냄으로써 생긴 것이다. 왜 사드 문제에 미·중 문제가 내재돼 있다는 철학을 무시한 것일까. 날로 나빠지는 한·중 관계를 우리는 남의 문제 보듯 낙관론이나 무시론으로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우리 스스로가 철학의 부재로 만들어 낸 것이다. 위안부, 과거사 문제를 외면하고 스스로를 피해자로 보고자 하는 일본과 이 문제를 소위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철학이 우리 대일(對日) 외교의 기본이 됐어야 했다. 따라서 한·일 문제는 ‘해결’이 아니라 ‘관리’해야 하는 차원의 문제가 된다. 해결되지 않을 문제를 ‘불가역적’으로 해결한다는 기발한 생각을 어떻게 한 것일까. 관리라는 철학으로 비로소 한·일 간의 긍정적인 관계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은 왜 못한 것일까. 이런 생각으로 미국을 대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도 반드시 한·미 동맹 및 경제 관계는 상호주의에 입각하고 있다는 철학을 세우고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를 앞세워 강력하고 때로 비논리적인 접근을 할 때, 그럴수록 우리는 철학과 전략을 갖고 대해야 한다. 지도자가 중요하다. 다음 우리의 지도자는 자신이 그러한 철학과 전략을 갖추고 있든지, 아니면 그러한 철학과 전략을 갖춘 사람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 美상품 수입 늘려 트럼프 달래고… 日·멕시코와 FTA 추진

    美상품 수입 늘려 트럼프 달래고… 日·멕시코와 FTA 추진

    G20회의 등 활용 美정부와 소통… 美 기술집약 장비 도입 늘리기로 ‘한·중 펀드’ 콘텐츠 제작 등 지원… 유라시아경제연합과 신규 FTA 진승호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은 지난 25일 언론 브리핑에서 “매년 초 발표하는 대외경제정책 방향이 올해만큼 주목받은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얘기다. 자국 보호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주요 경제정책의 대대적인 수정과 폐기를 예고했다. 우리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인 중국은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한국산 제품 수입과 한류 문화 진출에 어깃장을 놓는 상황이다.이에 대해 정부는 양자 협의와 국제 공조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 대해서는 가급적 빨리 양자 협의 채널을 구축하고 오는 3~4월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등 다자회의를 적극 활용해 트럼프 정부와 소통할 방침이다. 필요하면 범부처 대표단의 방미를 추진해 통상·투자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무역협회와 헤리티지재단의 통상정책 포럼과 한국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가 후원하는 한·미 민관합동포럼 등 양국 협력행사도 활발히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예상되는 직간접적인 갈등 요인 8가지를 정해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철강 등 공급과잉 품목 중심의 수입 규제 ▲환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중 마찰 ▲미·멕시코 마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투자) ▲국경세 조정 등이다. ‘트럼프 달래기’ 전략도 제시됐다. 미국 셰일가스 등 대미 원자재 교역을 늘리고 산업용기기, 수송장비 등 선진기술이 적용된 기술집약적 장비 도입을 늘려 대미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방침이다. 또 국내 투자자와 기업들이 항공기, 선박 등 실물 투자를 활성화하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직접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필요하면 세계무역기구(WTO)나 FTA 채널을 통해 국제 공조로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관계부처 중심의 한·중 통상점검 태스크포스(FT)를 민관합동회의로 확대해 우리 기업이 겪은 중국의 무역 보복 사례 등 현장 애로를 신속히 듣고 대응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에 열릴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비롯해 한·중 FTA 이행위원회, G20,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양·다자 채널을 통해 중국과의 소통을 확대한다. 사드 영향으로 침체된 중국 내 한류 붐을 다시 일으키기 위한 방안도 추진된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는 올해 열리는 한·중 문화산업포럼, 한·중·일 문화산업포럼 등 정부 교류 행사와 오는 3월 열리는 홍콩필름마트, 4월 개최되는 항저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등 민간 행사를 통해 콘텐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1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한·중 문화산업 공동발전 펀드를 활성화시켜 콘텐츠 제작과 판로 개척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TPP 탈퇴를 추진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대두로 대외 통상 환경이 개별 국가나 개별 경제권과의 FTA가 부각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판단했다. TPP 후발 주자로 뛰어든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진 국장은 “TPP 가입을 추진한 12개국 가운데 우리는 이미 10개 국가와 양자 간 FTA를 체결했다”면서 “나머지 2개국인 일본, 멕시코와 경제협력을 강화해 FTA 체결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일본과의 직접 FTA 대신 한·중·일 FTA의 성사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한·중미 FTA 협상 국내 절차와 에콰도르,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이 소속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러시아, 벨라루스 등으로 구성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도 신규 FTA를 추진한다. 아울러 이미 FTA 협정을 맺은 인도, 동남아국가연합(ASEAN), 칠레와는 추가 협상을 거쳐 주력 품목에 대한 자유화를 확대할 계획이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발빠른 日… 통상 전쟁 맞설 범정부 조직 구성

    아베 “EU·아세안과 협정 가속도” 美 빈자리 다른 연대로 채울 전략 일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력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범정부적인 통상조직을 발족시키기로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선언과 관련, 25일 다른 경제체제 및 경제연대와의 제휴 또는 가입도 가능하다는 카드를 내보였다. 미국의 통상 압박 움직임 및 보호주의 정책에 대한 대응에 속도감을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참의원 본회의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공통 규칙에 기반한 자유 무역체제만이 세계 경제성장의 원천”이라며 “논의 중인 유럽연합(EU)과의 경제연대협정(EPA), 한국·중국·일본 및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회원국들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을 최대한 빨리 합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중·일 3국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도 질 높은 협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콜롬비아 등과의 양국 간 경제 연계 협정도 가속화시켜 자유무역 추진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선언으로 당초 기대하던 TPP의 효과 및 협정 발효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EU와 아시아 지역으로 눈을 돌려 자유무역의 경제연대를 강화해 미국의 빈자리를 채워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여겨진다. 일본 정부는 TPP 문제를 비롯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움직임과 통상 압박 등과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대비에 들어갔다. 아베 총리,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등 정치지도자들은 전날 TPP 탈퇴 선언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한목소리를 냈으나 사실상 설득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현행 TPP 대책본부를 외국과의 통상협상 전반을 총괄하는 범부처 조직으로 개편하기로 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자동차 무역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불공평하다”고 주장한 지 하루 만이다. 다가올 통상압력 등 미·일 양자 협상 등을 염두에 둔 조직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높은 자동차 협상에는 응하되 트럼프 정부가 밀어붙일 움직임인 양자 간 FTA에는 분리해 대응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양자 FTA 협상이 열리면 미국의 주력 수출품인 농축산품 분야에서 일본이 궁지에 몰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오는 2월 성사가 예상되는 아베·트럼프 간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될 전망이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데스크 시각] ‘트럼프 파도’를 어떻게 넘을까/김태균 경제정책부장

    [데스크 시각] ‘트럼프 파도’를 어떻게 넘을까/김태균 경제정책부장

    후보 때와 달라진 모습에 대한 기대감은 지난 20일 거칠고 극단적인 표현으로 가득 찬 그의 취임사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도널드 트럼프는 ‘약탈’, ‘대학살’ 같은 말까지 동원한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빠르고 분명하게 실천에 옮길 것임을 선언했다. 타국에 대한 통상 제재를 포함한 전방위 압박의 첫머리에 한국이 위치할 것임은 이미 트럼프 자신이 여러 차례 해 온 발언 등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질문을 던져 보자. 이전 오바마 대통령의 민주당 시절에는 어땠을까. 워싱턴의 정책 당국자들은 지금의 트럼프와는 다른 각도에서 한국을 평가하고 있었을까. 하지만 그때도 결코 그렇지는 않았다. 미국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에 있으면서 각국의 경제 정책에 개입하는 국제통화기금(IMF)까지 한국을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한국이 지나치게 자국 이익 중심주의를 추구하면서 경제 위상에 걸맞은 국제사회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해 왔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예고하는 경제 압박의 바탕은 트럼프 이전부터 구조적으로 내재해 왔던 것이다. 재무부 등 미 행정부 인사들은 우리 정부 측 사람들을 만나면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한국 정부가 하지 않는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을 한국 정부가 방조하고 있다”는 등의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국제 업무에 정통한 전직 경제 관료는 “미국이나 IMF에 한국은 욕심쟁이로 통한다. 많은 나라들이 경상적자와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 한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고, 건전한 재정구조 속에서도 경제가 어렵다며 엄살을 떤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료 출신 인사는 “미국 재무부 사람들에게 우리 경제상황을 설명할 때에는 자주 을(乙)의 입장에 놓이곤 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한국이 환율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의 대외 정책을 좀 더 유연성 있게 가져갈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교역에는 상대가 있다. 이쪽과 저쪽이 서로 맞들지 않으면 안 된다. 강한 나라가 칼을 들고 덤비니 고개를 숙이자는 차원이 아니다. 트럼프 시대의 통상 압력을 앞두고 우리의 무엇과 그쪽의 무엇을 바꿀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어차피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민주당 힐러리 후보가 당선됐더라도 자국 내 사정 등을 감안했을 때 불가피했을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일차적으로 우려되는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무효화와 환율조작국 지정이다. 두 가지 모두 현실이 되면 크게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쪽이다. 한·중·일 3국 비교에서도 우리는 유리할 게 없다. 한 국제기구 출신 인사는 “미국 정부에는 한국보다는 중국, 일본에 대해 더 우호적인 기류가 존재한다. 중국은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고 환율을 떨어뜨리는 노력을 일부나마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일본은 20년 이상 침체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의 폭이 좀 더 크다”고 전했다. 환율조작국 지정만 해도 당장은 트럼프가 중국에 목청을 높이지만, 결과는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이 규정하고 있는 환율조작국 지정 세 가지 요건 중 중국은 한 가지만 충족하지만, 우리는 두 가지가 해당된다. 최소한의 대가를 지불하고 최대한 많은 것을 지켜낼 방안에 대한 고민을 서둘러야 한다. windsea@seoul.co.kr
  • [트럼프 시대] “한국, 한·미동맹 속 독자 행보 구사 ‘미들파워 외교’ 펼쳐라”

    [트럼프 시대] “한국, 한·미동맹 속 독자 행보 구사 ‘미들파워 외교’ 펼쳐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해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 70년간 유지된 국제질서가 급격하게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신문은 23일 미국과 일본, 중국의 3국 전문가를 대상으로 가상좌담회를 개최해 한국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전문가들도 각국의 입장만큼이나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좌담회에 참가한 전문가는 스콧 슈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과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한반도문제 포럼주임)이다. 슈나이더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급격한 정책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면서도 방위비 분담금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통상 압박이 있을 가능성을 전망했다. 반면 진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펼친 갈등이 1라운드였다면 트럼프 정부 출범 후 한반도와 대만을 고리로 미국과 중국이 갈등 2라운드를 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쿠조노 교수는 한·미 동맹 속에서 일정한 반경의 독자외교를 구사하는 ‘미들파워 외교’를 제안했다. →트럼프 취임식 및 이후 행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 미국에 계속 의지해야 하나. -슈나이더 연구원:미국이 아시아에서 한국이나 일본 등 동맹과 맺은 공약에서 후퇴할 것이라는 구체적 증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주의자’가 될지 확실하진 않다, 하지만 미국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추구하고자 더 적극적일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자칭 ‘협상의 달인’이라는 트럼프의 무역 정책 결과가 어떻게 끝날 것인지도 지켜봐야 한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조가 심화되면 한국은 불편해질 것이고 외교정책에도 큰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진 교수:미국 우선주의가 유아독존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무역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면적인 무역 전쟁은 모두에게 출혈이 크며 중국 상품을 봉쇄하면 미국에 더 큰 혼란이 생긴다. -오쿠조노 교수:도발적인 북한과 거대한 중국 등을 상대하고 있는 한국에 현실적으로 한·미 동맹 없이 자체적인 안전보장은 쉽지 않다. 미국을 붙잡아 놓을 전략이 필요하다. 한·미 동맹 속에서 일정한 반경의 독자적 외교를 구사하는 ‘미들파워 외교’는 필요하다. 이슈에 따라 자기주장을 펴면서 자기 위치를 선택하는 것이다. 한·미 동맹에서 미국 변수도 있지만 한국 변수도 있다. 한국에 급진적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조의 흐름 자체도 달라지고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현재 한국의 대미 외교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미국에 너무 의존한다는 비판도 나오는데. -진 교수:미국은 70년 동안 한국의 제1협력국이었고 북한은 한국의 제1적대국이었다. 북한을 주적으로 삼아 대결을 벌이는 한 한·미 관계는 한국의 대외관계에서 최우선순위다. 트럼프 취임으로 불확실성이 가미됐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다. -슈나이더:한국을 주요 동맹으로 보는 미국의 기존 정책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정부 초대 외교안보라인도 동맹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한·미 FTA 등 통상 이슈는 압박이 될 수 있다. 물론 앞으로 한·미 관계는 어느 정도 한국의 대응에 달렸다고 본다. 한국은 트럼프로부터 떠날 수도 있고, 동맹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 더욱 강한 동맹 파트너십을 만들 수도 있다. -오쿠조노 교수:한국은 한·미 동맹이란 틀을 국가안보 체제와 국가안전을 지키는 기본 축으로 삼고 있다. 국가 존속유지를 위한 기본 전제인 셈이다. 한국에 중국은 여러 입장에서 중요한 존재이지만 미국과 대등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미·중 사이에 균형외교란 표현을 하기도 하지만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한국은 거대한 중국의 흡입력과 압박을 대처하는 데 미국을 끌어들여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절대적이 됐다. 지나친 의존으로 중국의 정치상황이 불안정해지거나 문제가 생길 때 한국이 받게 될 충격은 작지 않다. 중국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지나친 의존은 위험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미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오쿠조노 교수:기본적으로 강경 대응이 예상되지만 필요에 따라 극적인 타협도 불가능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미국 정치인과 다르다. 이념보다 이해관계를 중시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흥정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일괄 타결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북한을 보는 미국과 한·일 양국의 시각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의 유지, 존립을 국익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결정적일 때 북한의 숨통을 틔워 주면서 한국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중국은 북한 핵, 미사일 문제를 공식적으로 용인할 수도 없다. 중국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해 온 대만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핵을 가진 대만이다. 한·미의 문제는 북한이 이미 사실상 핵을 가져버렸다는 데 있다. 핵을 가진 북한과 교섭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또 사드를 둘러싸고 중국은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진 교수:6개월 정도는 서로 지켜볼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의 행동을 보면서 판단할 것이다. 북한 역시 이제까지 상대한 미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섣불리 행동할 수 없다. 북한은 제일 힘든 상대를 만났다. 북핵 포기를 전제로 하지 않은 북·미 관계 개선은 한국부터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제재와 압박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 북핵 문제는 북한의 안전 우려가 발단이다. ‘안전 대 안전’의 빅딜이 이뤄져야 한다. -슈나이더:북한이 도발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강력한 물리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 협상도 가능하지만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을 멈추고 노선을 바꾸려는 의지를 보일 때만 가능할 것이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더 유리하고 유연한 조건에서 미국과 대화하기를 원하지만 트럼프 정부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개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이는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다각도의 충돌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이 최근 한국에 사드 배치를 둘러싼 무형의 보복을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슈나이더:사드를 둘러싼 중국의 보복은 균형이 맞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중국이 사드를 둘러싸고 한국과의 관계를 계속 악화시킨다면 결국 한국이 미국에 더 의존하게 만들어 자신의 이익을 해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미국은 이후 중국과의 논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하나의 쟁점으로 만들어 다뤄야 할 것이다.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방어하기 위한 자위적 수단이다. 중국의 역할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다시 데려오고 북한이 중국의 국익을 위협하고 있으니 이를 멈추라고 설득하는 데 있다. -진 교수:중국은 사드를 단순한 군사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 전략 문제로 본다. 대중국 봉쇄 전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이 사드를 원하지 않으면 북핵 문제를 대신 해결하라고 하는데 중국은 자국 기업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대북 제재에 나서고 있다. 대북 제재로 단둥 경제가 죽어간다는 말도 나온다. 사드가 배치되면 한·중 관계는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의 최근 주장을 살펴보면 사드의 목적이 대북 방어가 아니라 중국 압박용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든다. -오쿠조노 교수:센카쿠 열도 문제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면서 일본 길들이기를 시도한 적이 있다. 중국은 자국의 이익과 반하는 경우 국제법이나 국제관례를 인정하지 않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자의적인 측면이 강한데 한국, 일본 등은 중국이 국제법과 국제관례를 지키도록 촉구하고 견제해야 한다. 남중국해 문제도 결국 같은 맥락의 문제로 중국에 대한 한목소리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도 중국이 북핵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진 교수:한국과 미국은 중국이 북한의 숨통을 끊기 바라지만 중국은 1300㎞에 이르는 국경선을 맞댄 국가가 적대국으로 변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북·중 70년 관계를 완전히 무시하고 북한을 괴멸시키라는 요구를 중국이 어떻게 수용할 수 있겠는가. -오쿠조노 교수:일부 한국인은 중국이 마치 북한을 버리고 한국을 선택했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때로는 중국을 믿었는데 배신당했다는 주장을 한다. 한국인의 착각이다. 중국 외교에서 한반도는 미국을 상대하는 대미 외교상의 가치를 지닌 카드다. 북한이 존재한다는 것, 한반도가 분단 상태로 유지된다는 것은 중국에 국익이다. 북한이 불투명한 상황일수록, 한국은 중국에 더 의존하게 된다. 북한리스크를 관리하고 제어하기 위해 한국은 중국에 의존하게 된다. 중국에 불투명한 북한이 있는 것은 한국을 다루고 한반도 정책을 펴는 데 유리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자유무역을 주창했는데 리더가 될 수 있나. -슈나이더:중국은 미국에 비해 리더다운 행동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말과 행동이 따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아직 중국은 멀었다고 본다. 특히 중국은 트럼프가 예측 불가이기 때문에 그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것이 중국의 외교정책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이는 중국과 미국의 긴장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이에 대비해야 한다. -진 교수:중국은 세계 지도국이 되겠다고 한 적이 없다. 그럴 조건과 자격이 갖춰지지도 않았다. 트럼프가 실책한다 해도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자유무역과 안보는 다른 개념이다. 자국의 안보를 해치며 자유무역을 실시하는 나라는 없다. 실제로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은 한국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게 대응할 것이다. 그동안 쌓아 왔던 전방위적 협력은 전방위적 대결 관계로 변할 것이다. 미국이 기어코 중국과 대결을 펼치려 하고 한·미 동맹이 그 역할을 한다면 중국에 북한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차기 정부의 사드 재협상 가능성은. -진 교수:사드는 한국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된 것이 아니다. 지금 최선은 사드 배치를 차기 정권으로 미루고 한·중 양국이 소통과 협상을 통해 적당한 해결 방도를 찾아야 한다. 일부에서 야당 의원만 상대한다고 하는데 한국 정부가 중국의 말을 들으려 한 적이 있는가. 귀를 기울이지 않는 상대방과 어떻게 대화를 하나. 사드를 미국이 주도하는 한 누가 집권해도 중국은 반대한다. 사드의 통제권이 미국에 있는 한 이것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중국의 국력과 반비례한다. 국력이 약할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강할수록 중요성이 약화된다. →대일 관계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슈나이더:위안부 협의는 정상적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한 한 단계였다. 그러나 지금 그 합의는 흐트러지고 있다. 향후 어떤 합의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나는 위안부 합의와 그에 따른 후속 상황이 한동안 한·일 관계에 해를 입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 문제의 원칙을 유지하되 외교적 완화 노력이 필요하다. -진 교수: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사드 배치로 한·중이 소원해진 틈을 이용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하는 등 전략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이 미·일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 줄 것을 바란다. -오쿠조노 교수:아베 정부는 한국이 중요한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한국을 한·일 관계라는 양자 관계로뿐만 아니라 대중 관계의 연장선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패권을 추구하는 거대한 중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아시아의 국제질서를 새로 짜려고 하고 있다. 기존 질서를 존중하기보다 자신들에 의한 새 질서를 만들려고 한다. 중국은 경제에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안전보장상 위협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같은 가치관의 한·일이 손잡으면 중국이란 거대한 존재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중국을 국제 질서 안에서 건설적으로 끌어들여서 같이 성장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한국은 그런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국제적인 시각, 거시적 차원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일본은 위안부 합의로 침략전쟁의 빚을 다 갚았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진 교수:위안부 문제는 한국에 살에 박힌 가시와 같다. 건드리면 계속 아프다. 가시를 뽑으려면 일본이 참다운 사죄를 해야 한다.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의 한을 풀어 주지 못하는 한 위안부 문제 합의가 재논의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오쿠조노 교수:2015년 한국과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했지만 한국 내에서 위안부 합의 재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위안부 합의는 고노담화, 아시아 여성기금 등의 조치와는 차원이 다르다. 2015년 합의는 두 나라 정부가 합의한 것이다. 소녀상 문제 등에 대해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한 강경책을 꺼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지층인 보수개헌 세력을 달래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국제법과 국제 관례에 따른 결정을 지켜 줬으면 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같은 안보적 이익과 역사·영토 갈등을 분리할 수 있나. -슈나이너: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더욱 진전을 거둬야 한다. 그러나 결국 역사 문제는 계속 남아 양국 관계에 잠재적으로 심각한 제약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군사정보 공유 등 안보적 활동을 멈출 수는 없다. 북핵에 대한 공동 대응 강화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오쿠조노 교수:한·일 두 나라의 정책결정자와 정부 관계자는 양국 안보 협력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한·일 안보협력을 정치적인 시각으로 접근한다. 한·일 안보협력의 수위와 성사 여부는 한국 국내 문제에 달려 있다. 일본은 언제든지 협력에 응할 수 있지만 한국은 국내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일본은 보고 있다. 아베 정부의 역사인식 태도를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역사인식 문제가 한·일 협력의 전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생각은. -슈나이더:우리는 아직 트럼프 행정부가 한·일과의 관계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3국 협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한국 대통령이 일본 총리와 함께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찾기를 기대한다. 북한 문제도 한·미, 한·일, 한·미·일 공조가 필요하다. -오쿠조노 교수:한·미·일 3국은 기존 질서를 무시하며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의 부상이란 공통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다. 당장 발등의 불은 핵과 미사일을 쥐게 된 북한의 위협이다. 전에 비해 소형화되고 정밀화된 미사일과 핵무기를 손에 쥔 북한은 한·미·일 3국의 공통된 위협이다. 당장 국가 안전보장상 심각한 문제이다. 게다가 북한은 불투명하고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북한의 위협을 어떻게든 제어할 필요성이 있다. 한·미·일 3국 협력은 이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진 교수:동북아에 ‘작은 나토’ 즉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이 구축되는 것은 중국엔 악몽이다.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지정학적’ 군사동맹 관계가 약화되고 ‘지경학적’ 경제협력이 강화돼야 한다. 한·일 관계에 있어서 역사문제는 화약통과 같다. -슈나이더:북·중·러 3각 관계는 구체화되지 않았다. 러시아와 북한, 그리고 중국과 북한의 안보관계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약하다. 한·미·일 3국 협력이 중국이 아니라 북한에 초점을 두고 있는 한 북·중·러 3국으로부터 심각한 반발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은 멈춘 지 오래됐지만 북한을 포함한 6개국이 트럼프 시대에 양자로든 다자로든 복잡한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스콧 슈나이더 미국 내 손꼽히는 동북아 및 한반도 전문가로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겸 한·미정책 프로그램 국장이다. 북한에 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CFR에서 활동하기 전에는 아시아재단 서울지부 대표를 역임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 등에서 한반도 전문가로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국계 부인과 2녀를 두고 있으며 한국말에도 능숙하다. ▶오쿠조노 히데키 일본의 대표적인 소장파 동북아·한반도 전문가로 한반도 문제를 미국, 중국, 일본 등의 함수 관계 속에서 분석해 왔다. 1964년 후쿠오카 출신으로 일본 방송협회(NHK) 기자, 아사히신문 기자 등 5년 가까이 국제 문제 및 동북아·한반도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한반도·동북아 문제로 특화돼 있는 시즈오카 현립대학 교수로 있다. ▶진징이(景一) 중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로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53년 지린성에서 태어난 진 교수는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게이오대 지역연구소 객원교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방문연구원을 지냈다. 지금은 베이징대 교수 및 베이징대 조선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 ‘中 사드 보복’ 인정한 정부… 양자서한·WTO 통해 적극 대응

    비상경제 TF서 “문제제기 할 것” 기재부 “정경 분리 전략적 대응” 정부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현실적 리스크로 판단,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잇따른 중국의 무역제재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보복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정부는 20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최근 중국의 조치들을 사실상 ‘사드 보복’으로 보고 양자 채널과 다자 채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까지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중국 측의 검역규제 강화 등의 조치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드 배치와는 관련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실제 대응도 지난 13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에서 이의를 제기한 정도가 전부였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태도가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통상 보복으로 여겨지더라도 확실한 근거 없이 문제 제기를 하면 중국이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마찰을 불러올 것이 뻔해 조용히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날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중국이 이런 조치를 사드와 연관시킨 것이라 확인해 준 적이 없는 상황에서 (수입기준 미달 등) 근거를 대며 하는 일마저 따질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도 “(사드 배치와)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으면 정정당당하게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상황별, 사안별 비관세장벽 강화 조치들이 경제 정책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는 한·중 교역 관련 고위 및 실무 협의체와 공식 서한 등 양자 채널과 세계무역기구(WTO) 위생검역위원회(SPS)와 기술장벽위원회(TBT) 등 다자간 협상을 활용하기로 했다. 정부가 주목하는 중국의 조치는 ▲반덤핑 조치 등 수입 규제 ▲화장품 수입 거부 ▲조미김 위생조건 등 비관세장벽 강화 등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양국 간 수교의 기초였던 정경 분리 원칙을 활용한 ‘전략적 대응’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양자·다자 무대에서 비관세장벽이 높아진 현실을 보여 주면서 중국 측에 각각의 조치에 대한 근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면 ‘사드 배치 결정 때문’이라고 대답해서는 안 되는 중국으로서는 태도를 바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광양경제청, 올해 2조 4000억 투자유치 추진

    광양경제청, 올해 2조 4000억 투자유치 추진

    4000여개 일자리 창출 달성 목표 작년 1조 5700억 유치 자신감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 올해 2조 4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청년 일자리 등을 대폭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권오봉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은 “광양만권의 주력산업인 철강, 석유화학, 항만물류의 침체로 고부가가치 미래산업 유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국가 연구개발 등 미래 신성장 연관 산업과 바이오소재, 경량금속소재 분야 연관기업 유치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권 청장은 “올해는 개발사업과 투자 유치에 모든 역량을 쏟아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선도적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75개 기업, 4000여개 일자리 창출을 달성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권 청장은 지난해 78개 기업 1조 5701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또 27개 기업과 1조 428억원의 투자협약을 체결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수산단과 광양제철소, 컨테이너부두를 이용한 지형적 조건과 온화한 날씨, 충분한 인력 등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평가다. 광양경제청은 투자 유치 전략에 대해서는 “대외경제연구원을 통해 투자 유치 전략을 마련하겠다”며 “국내외 네트워크를 확대 구축하고 한·중 FTA 투자기업의 성공 사례와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활용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권 청장은 최근 여수 경도의 미래에셋 컨소시엄과 1조원대 투자협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경제자유구역으로 편입이 확정되면 외국인 투자 유치와 관광 인프라 확충으로 개발이 가속화해 남해안 관광 거점이 될 것”이라며 밝은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광양만권 합동취업박람회와 기업과 마을 간 자매결연사업, 찾아가는 주민 설명회로 기업하기 좋고 지역주민에게도 도움이 되는 상생 협력의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광양경제청은 하동 갈사만 조선산단의 공사 재개와 국제 해양플랜트 종합시험연구원 개원, 영국 애버딘대학교 하동캠퍼스 연내 개교 등을 올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광양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新전원일기] “농촌 마을 주민으로서 더불어 사는 삶… 그 자체로 의미 있죠”

    [新전원일기] “농촌 마을 주민으로서 더불어 사는 삶… 그 자체로 의미 있죠”

    그녀는 제주 한림(翰林)에 산다. 그녀가 사는 집 마당엔 동백나무와 블루베리나무가 있다. 주먹만 한 열매를 단 하귤나무는 뒤란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마루에 앉아 동백꽃과 담장 너머 마을을 한참 쳐다봤다. 육지에서 보지 못한 홑겹의 동백꽃이 바람에 흔들렸다. 공항에서 한림으로 올 때 갤 듯한 날씨는 어느새 흐릿해졌고 제법 바람도 불고 있었다. 5년 전 이선자(37)·윤민상(38) 부부는 이 집에 정착했다. 그녀는 충북 오창과학도시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계획도시답게 오창은 잘 정리되어 있었고 호수가 있는 공원도 있었다. 녹지도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인공적인 그 공간이 그녀에겐 답답했다.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해야 하는 전세살이도 힘들었다. 그녀는 자연과 더 가깝게 살고 싶었다. 그렇다고 꼭 농부가 되겠다는 마음은 아니었다. 귀농학교에 다니면서, 생명평화결사 운동을 하면서 농촌에서 사는 것이 꼭 농부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배웠다. 농촌 마을의 구성원으로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고, 생활 방식을 바꾼다면 적게 벌어도 풍요롭게 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믿고 제주도로 내려왔다. 하지만 제주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연고도 없고, 큰 자본도 없는 그녀에게 제주는 그저 낯선 땅에 불과했다. 돈벌이는 날품팔이일 뿐이었다.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했다. 태풍으로 양철지붕 반쪽이 날아갔다. 어마어마한 제주의 바람을 실감했다. 집안 여기저기서 출몰하는 지네도 낯설고 무서웠다. 기름값이 아까워 세 식구는 방 하나에서 먹고 놀고 잠을 자야만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녀에게 힘들었던 것은 육아였다. 제주로 들어올 때엔 세 식구였지만 이듬해 쌍둥이가 태어났다. 세 명의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 육아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바다 저편 섬에 와 있었던 것이다. ●첫해에 흙살림 회원에게서 귤밭 500평 임대 받아 그러던 중 흙살림 제주도지부 회원에게서 500평 규모의 귤밭을 임대받았다. 또 그 집에서 농업 인턴을 하면서 고정 수입도 생겼다. 그 후 그녀는 금악리 마을문고에서 저녁에 문고지기 아르바이트도 하고, 비상근직이지만 ‘제주 식생활 교육네트워크’ 사무국장으로도 일했다. 남편도 마을 정미소로, 콩나물 공장으로 일을 나갔다. 생활비도 벌어야 했지만 육아 시간도 확보해야 했다. 밤 시간과 새벽 시간을 나눠 가며 부부는 일과 육아에 매달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농사는 점점 자리가 잡혀 갔다. 첫해에 500평이던 귤밭은 지난해 6500평으로 늘었다. 그사이 남편 윤씨가 후계농업인 교육을 받고 일부 자금을 융자받아 1000평 규모의 밭도 장만했다. 그녀가 엄마로부터 백과사전 한 질을 선물받은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지구와 우주’를 읽던 밤 광활한 우주에서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때 시작된 우주와 별에 대한 관심은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졌다. 천문 동아리 활동도 하고, 천체에 관한 책도 읽으며 과학자가 되고 싶은 꿈을 키웠다. 그러다 서울대 농대에 들어가 생물학이나 유전학을 배우면서 미시적인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고, 그 신비에 매료됐다. 대학 3학년, 농대 불교동아리 친구들과 인도로 성지순례 배낭 여행을 갔다. 여행 도중 친구가 발을 다쳐서 일주일 정도 한 마을의 스리랑카 절에 머물게 되었다. ‘불가촉천민’(인도의 최하층 신분)들이 사는 아주 가난한 마을이었다. 때아닌 혹한으로 마을에서는 매일 노인과 아이들이 몇 명씩 얼어 죽었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당장 추위와 배고픔에 죽어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스펙을 쌓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부질없어 보였다. 범지구적인 차원에서 보면 그런 삶은 어리석고, 한 생명으로써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고민 속에서 농사의 가치를 다시 보게 되었다. ●스물세 살, 불교귀농학교 다니면서 본격 준비 스물세 살, 인드라망 불교귀농학교에 다니면서 본격적인 귀농을 준비했다. 현실적으로 당장 귀농이 어려웠는데 그때 ‘한살림’과 ‘흙살림’을 알게 되었다. 대학교 4학년 2학기 때부터 3일은 학교에 다니고 3일은 청주 흙살림으로 출근했다. 흙살림에서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과 친환경 농업 교육, 친환경 농자재 영업관리 등의 일을 했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 일을 하면서 비무장지대(DMZ) 안의 벼농가들로부터 제주도 귤농장까지 전국의 농가들을 돌아다녔다. 현장을 둘러보고 농민들을 인터뷰하고 영농일지와 생산 계획서들을 검토하면서 농대 4년 동안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농업 지식을 쌓았다. 출산과 육아로 그만두기까지 5년 동안 흙살림에서의 경험은 농사를 시작한 제주 살이의 자양분이 되었다. 그녀가 흑보리밭 구경을 제안했다. 밭은 겨울 억새가 둘러싸인 언덕에 있었다. 검은 화산회토 사이로 초록빛 보리싹이 올라와 있었다. 자세히 봐야 보이는 실같이 가느다란 싹이었다. 흑보리 농사를 짓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손 덜 가며 직거래 가능한 작물로 흑보리 골라” “농사와 육아를 같이 하다 보니 이래저래 손이 덜 가면서 직거래를 통해 소득을 높일 수 있는 작물로 4년 전에 고른 것이 흑보리예요. 일반 보리보다 수확이 좀 적긴 하지만 맛이 좋아서 먹어 본 사람들은 거의 매년 재구매를 하거든요.” 2000평이라는 흑보리밭을 보면서 그 크기를 가늠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아파트 평수에만 익숙해 밭이나 논의 크기를 말하면 상상하기 어려웠다. 억새가 시작되는 밭의 끝지점을 보고 있을 때 그녀가 말을 잇는다. “농사라는 게 아주 창의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걸 해 보고 성공시킬 수도 있지만 가장 기본은 주변의 농사를 따라 배우는 거지요. 제주에서도 우리 동네는 양채류와 보리, 콩 농사가 많아요. 반대편 구좌 쪽은 당근과 무를 주로 심고, 대정은 감자와 마늘. 이런 식으로 농사가 나뉘어요. 제주라고 해도 토질이나 기후조건이 서로 많이 다르니까요. 그래서 우리 동네에서 많이 하는 농사를 기준으로 생각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어요. 주변에서는 맥주보리를 많이 심어요. 그런데 맥주보리는 수매값이 너무 싸서 트랙터, 씨, 비료, 수확 비용 이런 거를 따지고 나면 몇 만평 하지 않는 이상 거의 남는 게 없어요. 조금이라도 소득을 높이기 위해 흑보리를 선택하게 된 거죠. 콩이나 보리 농사는 투자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으니까 크게 부담이 없어요. 대신 큰 돈도 못 벌지요.” 감귤농장은 지난해 6500평으로 늘었지만 수확량은 2015년 4000평 때보다도 줄었다. 택배로 보낸 게 1600박스다. 지난해 10월 태풍에 떨어진 것도 많고, 노린재의 피해도 큰 탓이다. 겨우내 귤을 먹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서 천혜향이나 한라봉 같은 다른 품종 귤들도 같이 하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건 시설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그녀에겐 아직 그럴 여력이 없다. 또 귤시장 자체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같은 국제 무역 체제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것 같아 섣부르게 투자하기란 쉽지 않는 일이다. ●“단순 가공·추가 비용 안 드는 귤칩도 택해” ‘요보록소보록’ 상표로 올해 새롭게 시작한 것이 귤칩이다. 귤칩은 품위를 맞추지 못한 귤을 가공해서 만든다. 귤잼, 귤주스, 귤정과도 시도해 봤지만 가공 과정이 복잡하고 병이나 설탕, 포장재 등 추가 비용이 들어서 포기했다. 귤칩은 단순 가공이면서 추가 비용도 들지 않고 직거래하기도 좋다. 8000평 규모의 농사와 흑보리, 콩농사, 귤칩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과 함께 농사를 짓는 다른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두 집은 공식적으로는 아니지만 공동체 형태를 띠고 있다. 일당도 계산하고, 소득도 나눈다. 연매출은 4000만~5000만원에 불과하다. 아직 농사만으로 두 집이 먹고살 만큼 수익이 충분하지 않아서 품을 팔러 가야 한다. 그러나 농사를 매개로 한 공동체적 삶을 실험해 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귤 수입이 많으면 요보록소보록 농장 이름으로 목돈을 넣어 놓고 모든 영농자금 지출도 일원화하고 각자 기본소득 형태로 급여를 가져가는 실험을 해 보려고 한다. 이번 겨울엔 귤 판매 수익이 생각보다 적어 일단 그 실험은 어렵게 됐다. 기본소득은 귀농귀촌 적응을 위해서도, 농촌에서 안정된 생활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제주 생활이 안정되기까지 고정 수입을 가질 수 있었던 농업 인턴제도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그녀로서는 그런 신념이 더 확고해졌다. 네다섯 명이 함께 농사를 짓는 것이 그녀에게는 여러 가지로 좋은 모양이다. “그게 품앗이든 두레 형태든 함께 해 볼 수 있는 일이 많아요. 좀 더 큰 규모의 농사도 가능하고, 일도 더 재밌게 할 수 있어요. 혼자 땡볕에서 풀 깎고 약 치는 것과 두어 명이 같이 일하는 것은 효율 측면에서 달라요. 심적으로 의지되는 부분도 크고. 그런 면에서 서로 마음에 담아 두는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많이 얘기하고 어떤 일이든 구체적으로 정해 놓으려고 해요. 일을 할 때 그 친구들의 상황과 마음을 배려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어서 좋아요. 그럼으로써 함께하는 사람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어릴 적 그녀가 되고 싶었던 몇몇 직업에는 분명 농부도 있었다고 한다. 이제 농부가 됐다. 대학 동기 중 농사짓는 사람은 그녀뿐이라고 한다. 친구들이 ‘행복해 보인다, 멋있다’고 말해 주면 우쭐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게도 된다. 다른 직업을 택할 걸 그랬나, 수백 번 생각해 봤다. 그래도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리고 ‘아직은 잘 가고 있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농부는 사람보다 자연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농부가 좋은 것은 비록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어디 구속되어 있지 않고, 시간의 얽매임도 없고, 무엇보다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거죠.” 한림, 그녀의 집 마당엔 아직도 동백꽃이 피어 있을 것이다. 그녀의 삶은 그 동백 꽃잎을 닮았다. 자신의 신념을 좇아 한 길을 걸어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빛깔이다. 순수하고 단단한 시간이 묻어 있다. 홑겹이지만 선명하고 붉다. ■글쓴이 소설가 강진 2007년 ‘현대문학’을 통해 단편소설 ‘건조주의보’로 등단. 소설집 ‘너는, 나의 꽃’, ‘피크’(공저), ‘캣캣캣’(공저) 등.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