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천신일
    2025-05-14
    검색기록 지우기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67
  • [사설] 사면초가 검찰, 거듭나야 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이어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마저 기각되자 임채진 검찰총장이 어제 사직서를 던졌다. 지난달 23일에 이어 두번째다. 임 총장은 사직서에서 “공정한 수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으며, 인간적인 고뇌로 평상심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총장직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가 받아들여지면 지휘책임이 있는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물론 이인규 중앙수사부장 등 검찰 수뇌부에도 인책의 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또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공소권 없음’결정을 내린 것과 마찬가지로 연루된 정·관계 인사 전원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의 사면초가다. 천 회장은 박연차게이트의 양대 축 중 ‘산 권력’의 대표 주자였다. 저인망식 수사로 궁지에 몰린 ‘죽은 권력’은 스스로 목숨을 저버렸지만 산 권력은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인 끝에 살아났다.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은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등 어느 하나도 뚜렷하게 입증하지 못했다. 검찰의 완패였다. 추가혐의를 밝히지 못한다면 영장 재청구는 물론 불구속기소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표적수사와 피의사실 공표에 따른 책임론이 검찰에 쏟아졌지만 사실상 문제의 핵심은 산 권력에 유독 약한 검찰의 부실수사에 있었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하고,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한다. 검찰은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존중해 달라며 반박할 게 아니라 제대로 수사했어야 했다. 검찰은 거듭나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과 선거기간을 제외하면 겁날 게 없는 국회의원, 힘 센 공무원과 돈 많은 기업가 등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법치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검찰조직의 민주화와 법 집행의 투명성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임채진 검찰총장 사표

    임채진 검찰총장이 3일 법무부에 다시 사직서를 제출했다. 임 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달 23일에도 사표를 제출했으나 법무부는 “사태 수습과 (박연차 게이트)수사 마무리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사직서를 반려했었다. 검찰총장이 수사 중인 사건에 책임을 지고 수사 도중에 사의를 표명하기는 지난 2002년 이용호 게이트 수사 때 가족 연루로 신승남 전 총장이 사퇴한 이후 두번째다. 임 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함에 따라 당분간 문성우 대검차장이 총장직무를 대행한다. 임 총장은 이날 ‘사퇴의 변’을 통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상할 수도 없는 변고로 인해 많은 국민들을 슬프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번 사건 수사를 총지휘한 검찰총장으로서 진심으로 국민들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원칙과 정도, 절제와 품격의 바른 수사, 정치적 편파 수사 논란이 없는 공정한 수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한 단계 높이려 최선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면서 “인간적 고뇌로 평상심을 유지하기 힘든 제가 검찰을 계속 지휘한다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임 총장은 또 “한·아세안 정상회의라는 국제적 큰 행사가 무탈하게 종료된 이 시점에서 물러나는 것이 저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수사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제언과 비판은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개선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이번 사건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존중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임 총장은 앞으로 보름 정도면 이번 수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이때까지 남아 있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2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참고인들이 진술을 하지 않는 등 수사가 난기류에 휩싸이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청와대는 임 총장의 사표 제출과 관련해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라 사퇴를 만류하고 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검찰총수로서 그동안 겪었을 인간적 고뇌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공인에게는 선공후사(先公後私)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정정길 대통령실장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나 이명박 대통령 지시로 반려됐다.”고 밝혔다. 이종락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국정 쇄신 물꼬트나] 檢 ‘박연차 역풍’ 잔인한 6월

    [국정 쇄신 물꼬트나] 檢 ‘박연차 역풍’ 잔인한 6월

    임채진 검찰총장이 수사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3개월 가까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 수사와 검찰에 대한 비판과 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전 정권에 대한 사정은 중단됐고 현 정권 실세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은 기각된 채로 이번 수사는 제대로 모양도 갖추지 못한 채 끝날 가능성이 농후해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포괄적 뇌물’이라는 결론을 미리 내리고 측근·가족을 샅샅이 뒤지는 ‘먼지털이’식 수사로 숨통을 조인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천 회장에 대한 수사는 피의자에게 온갖 편의를 봐주며 진행해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내용상으로도 수사팀 내부에서조차 “법원의 기각 사유를 보면 천 회장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못할 정도”라는 자조 섞인 성토가 터져나오는 수준이다. ‘원칙과 정도, 절제와 품격’ 있는 수사를 그토록 강조했던 검찰이 ‘정치검찰’, ‘표적·편파수사’라는 굴욕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대검 중수부는 그래도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사에 협조적이었던 참고인들마저 입을 굳게 다문 상황에서 검찰이 의미있는 수사결과를 이끌어 낼 가능성은 낮다. 또 검찰 수사과정의 난관뿐만 아니라 밖으로부터의 공격도 무시할 수 없다. 임 총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했지만 검찰 주변과 정치권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임 총장에게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수사를 이어갔던 중수부 수사라인과 검찰을 지휘했던 김경한 법무부장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현재까지 임 총장 외 사직서를 제출한 대검 간부는 없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 측은 사의를 표명한 임 총장을 거듭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거로 중단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사실상 실패로 끝난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대한 수사뿐만 아니라 이른바 ‘리스트’에 대한 수사와 재판도 미궁에 빠질 공산이 크다. 박 전 회장 등 주요 피의자 및 참고인들이 기존의 진술을 번복하거나 입을 다물어 버리면 공판과정에서 검찰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노 전 대통령·세무조사 무마로비·정관계 리스트 수사가 모두 실패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요란하게 시작했다 전직 대통령만 죽여 놓은 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오이석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노 前대통령 국민장 이후] ‘살아있는 권력’ 수사 중대기로… 檢 또 궁지에

    [노 前대통령 국민장 이후] ‘살아있는 권력’ 수사 중대기로… 檢 또 궁지에

    ‘살아 있는 권력’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이 범죄 혐의에 대한 입증 부족을 이유로 기각됨에 따라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또다시 중대 위기를 맞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천 회장을 양대 축으로 균형 맞춘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 뿌리째 흔들리게 된 것이다. 2일 천 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영장전담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혐의 사실별로 조목조목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의 반발을 의식한 듯 분량으로는 A4용지 2장에 이를 정도로 세세하게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2008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돈 15만위안(약 2500만원)을 천 회장에게 건넸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레슬링협회 부회장이었던 박 전 회장과 회장이었던 천 회장이 막역한 사이로 이전에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이 있을 때 격려금을 줬던 점 등을 들어 범죄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천 회장에게 구명로비를 부탁하는 대신 정산개발이 ㈜세중게임박스에 투자했던 돈 가운데 돌려받을 정산금 6억 2300만원을 면제해줘 천 회장이 그만큼 이득을 취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미 태광실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세중게임박스의 주주가 된 상황인데, 주식 가치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대표이사가 주주에게 투자 정산금을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는지 자체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증여세 포탈 혐의에 대해 법원은 “천 회장의 행위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고의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차명주식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는 상당 부분 인정했지만, 이 역시 범죄에 대한 소명이 충분치는 않은 데다 이미 천 회장이 미납 양도세를 완납해 정상을 참작했다고 전했다. 유일하게 인정된 혐의가 주가조작 부분이지만, 재판부는 범행의 정도나 동기 등에 참작할 사유가 있다고 보고 구속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또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고, 고령인 데다 반성하고 있는 점 등도 참작 사유에 포함됐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혐의 입증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무리한 수사를 강행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검찰은 천 회장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이 역시 부실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검찰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사용한 비장의 카드였다. 하지만 ‘찬스’를 놓치면서 검찰은 다시 한번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특히 법원의 기각 사유는 곧 범죄에 대한 소명 자체가 부족하다는 뜻이기 때문에 향후 검찰이 천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더라도 유죄 판단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황량한 들판에 홀로 서게 된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거듭되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오이석 유지혜기자 hot@seoul.co.kr
  • 천신일회장 영장 기각

    법원이 2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대검 중수부는 천 회장에 대해 지난해 7월 태광실업 세무조사 때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에게 조사중단을 청탁하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박 전 회장의 도움을 받아 자녀들에게 주식을 편법 증여하는 등 100억여원의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조세포탈 혐의, 회사 합병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하고 자녀에게 주식을 편법 증여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김형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알선수재 혐의와 관련해 박 전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부탁을 받은 천 회장이 한 전 국세청장에게 청탁을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수수한 금품의 대가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면서 “조세포탈 혐의는 범의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고, 증권거래법 위반 부분은 범죄에 대한 소명은 있지만 동기에 참작 가능성이 있고 비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천 회장은 이날 오전 변호사 4명을 대동하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 6시간에 걸쳐 검찰이 제기한 혐의 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뒤 오후 11시40분쯤 대검 청사를 나서면서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황이 없어서 뭐라고 말 못하겠다.”고 말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기각사유를 검토해서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검 중수부는 이날 박 전 회장에게 수천만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이상철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언론인 출신의 이 부시장은 지난해 5월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발탁됐다. 검찰은 이 부시장을 상대로 박 전 회장한테 받은 불법자금의 규모와 명목을 조사했다. 이 부시장은 “언론사 재직 시절 박 전 회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돈을 받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의혹이 제기된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과 김태호 경남지사, 부산고법 P판사 등을 주중에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유지혜 장형우기자 wisepen@seoul.co.kr
  • 여야 원내대표 첫 만남서 기싸움

    여야 원내대표 첫 만남서 기싸움

    두 강성 원내대표의 첫 만남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1일 상견례를 겸한 첫 만남에서 6월 임시국회 일정과 정국 현안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이 원내대표는 “빈손으로 오시진 않았을 테고….”라며 선수를 쳤고, 안 원내대표는 “큰 벽 앞에 다가선 느낌”이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결국 두 사람은 시각차를 확인하는 선에서 일합을 마무리 지었다. 이날 회동에서는 ‘강성 대 강성’이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두 사람이 첨예하게 맞섰다. 이 원내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책임론을 6월 국회 일정과 연계했다. 이에 안 원내대표는 북핵 사태, 경기 침체 등을 감안해 오는 8일 국회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맞섰다. 안 원내대표는 “평소 친한 사이니까 뭐든지 협의해서 잘 되기를 바란다.”면서 “한승수 국무총리가 19일부터 해외출장을 가기 때문에 이 기간을 피해 대정부질문을 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가급적 오는 8일 국회가 시작됐으면 한다.”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이 원내대표는 “제가 부드러운 남자가 될지, 강성이 될지는 전적으로 안 원내대표에게 달렸다.”면서 “오늘 빈손으로 오시진 않았을 테고, 8일 국회를 열 수 있느냐는 안 원내대표의 몫”이라고 공을 넘겼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김경한 법무부장관 등의 파면, 국정조사권 발동,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사건에 대한 특검 등을 한나라당이 수용해야 국회를 열 수 있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에 회동에 참여한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이 “너무 정치적 기싸움으로 가면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민을 위해, 경제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합리성을 바탕으로 6월 국회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는 “6월 국회에서는 더 이상 전직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결연한 자세로 6월 국회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진행된 비공개 회동을 마친 직후 안 원내대표는 “큰 벽 앞에 다가선 느낌”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를 열어 원내 운영권을 이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정쟁의 도구로 삼진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여권이 성의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책 논의를 거부하면 공세 수위를 최고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사설] 천신일·박연차 수사 엄정 마무리하길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중 숨을 죽이고 있던 검찰이 어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해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예기치 못한 서거에 따라 관련 수사를 전격 종결한 뒤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일정을 조정해 온 검찰이 8일 만에 수사를 재개한 것이다.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수사와 사법처리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태호 경남지사, 김학송 의원 등 국회의원 2∼3명, 전·현직 판사 등이 소환 대상이다. 이미 조사를 받은 박진·서갑원 의원과 박관용·김원기 전 국회의장, 이종찬 전 민정수석, 민유태 전 전주지검장 등의 사법처리도 남아 있다.지금 검찰은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열 명 가운데 여섯 명이 검찰의 수사책임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어제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수사진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한때 국민의 지지를 업고 손바람을 내던 검찰의 처지가 딱하다. 여당도 도와줄 기력이 여의치 않다. 하지만 우리는 검찰의 천신일·박연차 수사가 정치공세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본다. 수뇌부와 수사진이 책임질 부분은 사건 마무리 이후 따져도 될 것이다.
  • 신속·조용한 수사로 가닥잡은 까닭

    검찰이 31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전격적으로 사법처리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중단됐던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재개됐음을 의미한다. 또 예정된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검찰의 행보는 예전과 다르게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분위기다. 세무조사 무마로비의 ‘몸통’인 천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도 요란한 소리를 내기보다는 전광석화처럼 처리했다. 조용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음을 보여준다. 향후 검찰 수사는 이전과는 성격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천 회장 구속 전까지의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전 정권에 대한 사정이었다면 앞으로의 수사는 ‘살아 있는 정권’에 대한 철저한 단죄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남은 수사에 커다란 변수가 될 게 분명하다. 천 회장을 전격적으로 사법처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구 정권과 현 정권간 적당히 숫자를 맞추거나 사법처리 수위를 조절하는 ‘형평성 수사’는 이젠 생각할 수 없게 됐다. 또 이번 수사의 문제점으로 팩트까지 알려주는 ‘상세한 브리핑’이 도마에 오른 만큼 검찰은 한층 더 신중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이 수사가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일체의 브리핑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이처럼 변화된 수사기법 속에서 수사의 속도에 가속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끌어봤자 득될 게 없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특히 임채진 검찰총장을 비롯해 수사팀에 대한 교체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간, 그리고 폭넓은 수사는 검찰로서는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예정된 수순인 2~3명의 여당 국회의원 및 지자체장에 대한 수사를 매듭짓고 ‘제 식구’도 예외 없이 사정의 칼날을 들이댈 것으로 보인다.이달 중순이면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사를 종결해야 하는 검찰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고민이 있다. 다름 아닌 박 전 회장의 ‘입’이다. 지금까지 박 전 회장의 진술로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했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충격을 받은 박 전 회장이 입을 닫거나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다면 수사 전체의 틀이 깨질 수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위기를 맞은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통해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을지 주목된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노 前대통령 국민장 이후]정국 난기류… 여야 움직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끝나자마자 여의도가 급류에 휩싸이고 있다. 민주당은 31일 ‘서거 책임론’에 따른 요구사항을 공식 제시하며 여권을 강도높게 압박했다. 이에 한나라당도 침묵을 깨고 ‘여야 3당 청와대 회동’과 ‘국회내 대화’ 카드로 힘겨루기에 나섰다. ●민주 “노무현 정신 이어가겠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법무부 장관·검찰총장·대검 중앙수사부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노 전 대통령과 그 주변의 피의사실을 일방적으로 공표한 수사 관계자들은 당 차원에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진상규명을 위해 검찰 수사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면서 “‘천신일 특검법’을 관철시켜 현 정권 관련 의혹도 반드시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개혁을 위한 제도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또 현 정부 정책 기조의 전면적 전환과 인적쇄신을 주장하며,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 관련법 등 ‘MB악법’을 철회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여권에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8일 열릴 예정인 6월 국회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특히 정 대표는 회견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민주개혁진영이 한자리에 모였다. 노무현 정신을 이어가겠다.”면서 “모두가 하나돼서 계승 작업과 추모 사업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친노세력에 대해서도 “당내 의견을 모으면서 그분들과 대화를 통해 차분하게 한발씩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與 사무총장 장광근·여연소장 진수희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열기가 ‘제2의 촛불사태’로 번질까 전전긍긍하면서도 민주당의 공세에는 “국회로 들어가 대화로 풀자.”고 제동을 걸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제 평상으로 돌아가 모든 문제는 국회에서 토론과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국회내 상임위에서 대화와 타협, 토론을 거쳐 모든 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에 ‘대통령 및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회담’을 건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안 원내대표는 정 대표의 ‘MB악법 철회’ 요구에 “뭐가 ‘MB악법’이냐.”면서 “ 미디어 관련법은 이미 3당 원내대표들이 약속한 것으로, 그 약속은 민주당이 존중해 주리라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북핵 문제가 굉장한 위기이지만, 위기를 위기로 보지 않는 게 더 위기”라면서 조문정국에서 한발 비켜서려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르면 1일 사무총장에 3선의 친이명박계 장광근 의원을, 여의도 연구소장에 이재오 전 의원의 핵심 측근인 진수희 의원을 각각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분위기를 정비해 6월 국회의 입법 전략 등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김지훈 허백윤기자 kjh@seoul.co.kr
  • 천신일 사전영장 청구

    대검 중수부는 31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천 회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및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천 회장의 구속 여부는 2일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이로써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중단됐던 검찰수사가 재개됐다. 검찰은 당초 천 회장에 대해 지난 23일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었으나 같은 날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영결식이 끝날 때까지 수사를 잠정 중단했다. 천 회장은 지난해 7월 태광실업 세무조사 때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에게 조사중단을 청탁하고 박 전 회장한테서 7억여원의 금전적 이득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천 회장은 박 전 회장의 도움을 받아 자녀들에게 주식을 편법 증여하는 등 100억여원의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다. 2003년 세중과 나모인터랙티브를, 2006년 세중나모인터랙티브와 세중여행을 각각 합병해 세중나모여행을 만든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하고 우회상장 등의 방법으로 자녀에게 주식을 편법 증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박 전 회장에게서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정·관계 인사들을 이번 주중 소환조사한 뒤 이달 중순 수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노 前대통령 국민장] 민주 ‘서거 책임론’ 총공세 나설 듯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일정이 29일로 마무리되자 여야는 임박한 6월 임시국회에 대비해 각각 정국 구상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책임론을 계속 제기하며 정부와 한나라당을 압박할 태세다. 한나라당은 자극적인 언행을 자제하면서도 민심의 흐름을 살피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랑의 정국이 다가오고 있다. ●민주당, “활시위 놓는다.” “이제는 총공세다.” 민주당은 침통한 심정을 다잡고, 당내 분위기를 재정비하고 있다. 국민장 기간 동안 참아왔던 노기가 정부·여당으로 쏟아질 참이다. ‘서거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거센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사과해야 할 사람들이 사과를 하지 않는 현상은 분명히 잘못됐다.”면서 “확실하게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고 거듭 확인했다. 당 내부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공개 사과와 김경한 법무부장관·임채진 검찰총장의 경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검찰의 표적 수사와 피의사실 중계방송으로 나라의 큰어른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면서 “도마뱀 꼬리자르기식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또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의 의혹을 밝히기 위한 ‘특검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한나라당과 검찰의 반대로 무산된 고위 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 상설특검제 도입 등을 다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인 국정운영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6월 국회에서 방송법 등 미디어관련법을 비롯해 ‘MB악법’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여론 동향에 촉각 국민장 기간 동안 모든 일정을 중단했던 한나라당은 이날 영결식 이후 민심이 어디로 어떻게 흐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은 무엇보다 전국적인 추모 열기가 지난해에 이어 ‘제2의 촛불’로 번지지 않을까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이 ‘서거 책임론’을 제기하며 정치 쟁점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도 한나라당으로서는 부담이다. 노동계의 하투(夏鬪)도 맞물려 있다. 한 당직자는 이날 “국가적인 불행인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 정치권도 이제 화해와 대화의 정치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정쟁화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나가며 야당의 공세에는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 야당의 정치 공세에 섣불리 대응하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자초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서거 책임론’을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으로 규정하고 이를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둘 생각이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신경을 쏟고 있는 것은 여론의 움직임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성향이 옅은 보통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이후 정국의 흐름을 두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여권이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한나라당 지지율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한나라당은 이래저래 고민이다. 홍성규 김지훈기자 cool@seoul.co.kr
  • [노 前대통령 국민장] 여권내 검찰 책임론

    여권 내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검찰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지나치게 몰아세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한나라당 친이계의 한 의원은 27일 “비리 의혹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의 수사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 수사가 사건의 본질을 밝히기보다 ‘망신주기’로 흘러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구체적 물증으로 혐의를 입증하기보다 언론에 각종 의혹이나 정황을 흘려 흠집내기에 치중했다는 것이다.검사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한 의원은 이날 “검찰이 수사만 해야 하는데, 언론을 통해 여론몰이를 한 것 아니냐.”면서 “이런 수사방식은 처음 본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특히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엄중하고 진지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검찰이 피의자를 희롱하듯이 여론재판으로 몰고 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이 같은 인식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때부터 제기된 것이다.검사 출신인 박희태 대표는 지난달 2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이 매일매일 수사진행 상황을 브리핑하다시피 하고, 거기에 노 전 대통령이 인터넷으로 답하는 이런 수사 방식은 처음 봤다.”면서 “검찰 수사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임채진 검찰총장이 최근 책임을 느끼고 사의를 표했지만 반려된 것에 대해서는 반응이 갈렸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지금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여론에 떠밀려 물러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그럼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를 부인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하지만 또 다른 검사 출신 의원은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금의 검찰 수뇌부를 그대로 둔 채 ‘박연차 게이트’와 ‘천신일 의혹’을 수사한다면 국민들이 믿겠느냐.”며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검찰 수뇌부의 경질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수사는 수뇌부가 하는 게 아니라 검사가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하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은 섣불리 책임론을 제기했다가 엉뚱한 방향으로 불똥이 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영남 출신의 한 의원은 “아직은 아무 것도 정리된 것이 없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끝나고 여론의 흐름을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열린세상]못다 이룬 꿈 하늘에서 펼치시라/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열린세상]못다 이룬 꿈 하늘에서 펼치시라/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어릴 적 배고픈 꿈을 가꾸던 김해 봉하마을의 봉화산 부엉이 바위 위에 다시 선다. 인생의 고비마다 마음을 다지러 올랐던 곳 아닌가. 동이 터 오르는 하늘을 쳐다본다. 2002년 대통령으로 당선된 기쁨이 한 번 더 느껴진다. 아쉽다. 국가와 민족, 그리고 통일을 위하여 보다 더 많은 업적을 낼 수 있었는데. 모두 미안하다. 내 주장보다 다른 이들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이지 못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퇴임 뒤 대북송금 특검으로 이처럼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무엇보다 퇴임 뒤 내 생명과 같은 가족과 친구, 그리고 나의 도덕성과 자존심을 지키지 못했다. 삶과 죽음이 자연의 일부이므로 나는 이렇게 먼 길을 떠난다.” 오욕으로 점철된 한국의 대통령사를 돌이켜보면 더 이상 반복되지 말아야 할 일이 또 벌어졌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망명지에서 세상을 떠났고, 윤보선 전 대통령은 5·16쿠데타로 자리를 내주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아끼던 심복의 흉탄에 운명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퇴임 뒤 감옥에 들어갔다. 이제까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큰 탈이 없었지만 대신 아들들이 감옥을 들락거렸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이렇게 돌을 던질 수 있었나 싶다. 과연 돌을 던질 만한 사람이 돌을 던졌느냐는 말이다. 퇴임 전에 결코 ‘집’에서라도 600만달러를 받지 말았어야 했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폭탄주를 즐기고 전별금도 두둑하게 챙겼으며 골프를 함께 친 인사를 내부에 두고 있었던 검찰이 이렇게까지 전임 대통령을 압박했어야 했을까.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아직도 머뭇거리고 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 사실은 친절하게 있는 거 없는 거 다 공표해 버렸다. 그리고 일부 언론들은 앞을 다투어 사실을 부풀리고 온갖 추측으로 전임 대통령이자 한 인간에게 갖은 수치와 모멸을 안겨주었다. 정치란 사회의 제한적인 자원을 권위적인 방식으로 분배하는 것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권력을 가진 사람이 사회의 자원을 나눠주는 방식을 정하고 이에 따르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는 대화와 타협을 필요로 하지만 때로는 복종이나 굴복까지 요구한다. 전자를 택하는 정치가 민주적이라면 후자는 힘에 기초하는 후진적 정치이다. 한국의 정치는 아직 후자 쪽에 가까워 전임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인색하다. 게다가 ‘민주주의 2.0’이니 뭐니 하면서 정치와 직간접적으로 발을 담가두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매우 부담스러운 존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 때부터 전임 대통령을 최선으로 예우하겠다고 하고 이 난리를 치르고 세상을 떠나보낸 뒤 다시 예우를 다하겠다고 말만 하면 무슨 소용인가. 한국 정치가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미래를 내다보기 쉽지 않지만 앞으로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랬듯이 전통이란 하루아침에 쉽게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항간에는 필부였던 ‘봉하대군’에 비하여 상당기간 세력가로 군림한 ‘영포대군’에 줄을 대려는 사람이 많아도 한참 더 많았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에게는 진정성과 신뢰에 큰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잘 가시라, 노무현 전 대통령. 사나이 한 평생 화통하게 사시고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며 이렇게 떠나가시게 해 국민으로서 마음이 무겁다. 때로 의심하고 가혹하게 대한 세상을 모두 다 용서하고 훌쩍 가신 당신에게 평화만 있으라. 그곳에서 당신이 꿈꾸던 멋있는 세상을 만드시라. 마을 한편에 작은 비석 하나 세워달라고 했지만 온 국민의 마음에 남아 있으리라.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삼권분립에 앞장섰다고.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 [노 前대통령 서거] “무리한 수사” 쏟아지는 비판… 궁지 몰린 검찰

    [노 前대통령 서거] “무리한 수사” 쏟아지는 비판… 궁지 몰린 검찰

    대검 중수부가 궁지에 몰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검찰 책임론이 급부상하는 데다 ‘최대 무기’인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충격으로 입을 닫을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24일 무거운 표정으로 아무런 말없이 대검 청사에 출근했다. 비상근무 명령을 내리고 23일에 이어 이날도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전국에서 열린 추모식, 추모집회 상황을 보고 받고 엄숙하게 장례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시민과 정치권,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검찰이 지난달 30일 노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한 뒤 한 달 가까이 사법처리 결정을 미루면서 노 전 대통령의 심리적 압박감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책임론이 힘을 얻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는 “500만달러도 100만달러도 노 전 대통령이 알았거나, 요구했다는 증거가 없으니 계속해서 정황 증거를 찾으려고 수사를 지지부진하게 끌어 왔다.”고 지적했다. 검찰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검찰을 비난하는 글이 수천개 올라왔다. ‘이용자 본인확인제’를 사용하는 데도 대검찰청 게시판 ‘국민의 소리’는 접속자 폭주로 이날 여러 차례 다운됐다. 대부분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전직 대통령을 사지로 몰았다.”는 원망과 중계식 수사상황 공개를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검찰이 권양숙 여사가 박 전 회장이 선물한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거나, 딸 정연씨가 미국 고급주택 계약서를 찢어버렸다는 증거인멸 정황을 공식 브리핑에서 밝혀 노 전 대통령을 망신주었던 점을 문제 삼았다. 본격 재판에 앞서 여론 몰이로 노 전 대통령을 범죄자로 낙인 찍으려했다는 것이다. 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를 고집하고, 권 여사의 비공개 소환 방침을 공개해 언론을 동원한 ‘가택연금’ 상황을 연출했다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수사팀 교체나 수뇌부 책임 사퇴론이 거론되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끝나면 곧바로 청구하는 등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조은석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사실상 수사가 중단됐다.”면서 “장례가 끝나면 검찰이 부패 수사를 해야 한다. 남은 수사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검찰 수사나 재판은 순탄하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에서 박연차 특검 도입이 논의되는 데다 심리적 충격을 받은 박 전 회장이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의 ‘자백’은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을 받았다는 ‘박연차 리스트’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해왔다. 그가 증인으로 나가야 하는 재판만 해도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줄잡아 10여건에 이른다. 천 회장을 비롯해 앞으로 소환될 정치인이나 지방자치단체장과도 검찰에서 대질신문해야 한다. 그런 박 전 회장이 만약, 이번 일로 심경 변화를 일으켜 입에 자물쇠를 채울 경우 향후 수사와 재판을 이끌어야 하는 검찰은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김해 특별취재팀 zangzak@seoul.co.kr
  • [사설] 전직 대통령 비운의 역사 고리를 끊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온 국민은 깊은 슬픔에 잠겨 있다. 빈소가 차려진 봉하마을에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까지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전 세계도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충격과 슬픔을 함께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유가족에 삼가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 뒤 봉화산에서 바위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지키려 했던 것은 도덕성과 자존심이었던 듯하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00여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의 멍에를 짊어지고 살기에는 63세라는 노 전 대통령의 나이가 젊었을지 모른다. 형에 이어 부인, 아들, 딸까지 모두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은 진실 여부를 떠나 밤잠을 이루기 어려울 정도의 심적 부담이었을 것이다. 유서에서 ‘앞으로 받을 고통이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대목은 심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그대로 보여준다. 다만 심적 고통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단절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금할 길 없다.노 전 대통령은 도덕성을 정치 밑천이자 상징으로 살아온 인물이다. 탈권위주의를 몸으로 실천했고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내리기에 인색할 국민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기업체 사장을 죽음으로 몰고갈 정도로 거침없고 거친 표현으로 민주주의를 한단계 성숙시킨 자신의 업적을 희석시켰던 측면도 있다. 링컨을 닮고자 했으면서도 링컨식 국민 화합보다는 승부사적인 편가르기를 해서 비난을 사기도 했다.노 전 대통령을 갑작스럽게 잃은 우리의 아픔과 슬픔은 너무나 크다. 전직 대통령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대통령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가 가야 할 바람직한 길을 제언해 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몇 안 되는 원로다. 그런 전직 대통령을 떠나보냈다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고, 국민적인 불행이다.노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우리가 할 일은 수난과 비운의 전직 대통령 역사 고리를 단절시키는 일이다. 이제는 전직 대통령 본인 또는 가족들이 비리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거나 구속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 아울러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치·사회적인 시스템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박연차 수사와 관련해서도 노 전 대통령이 관련된 부분은 수사가 중단되었다고 하더라도 천신일씨 등 다른 권력 비리는 끝까지 파헤쳐 비리척결의 귀감을 삼아야 한다.땅콩농장 농부와 빈농의 아들, 고집스러운 점, 인권 관심 등에서 닮은 꼴로 미국의 지미 카터와 노 전 대통령은 화제를 모았다.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환경운동도 카터의 해비탯 운동과 비슷한 점이 많다. 하지만 카터는 백악관을 떠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의회에 나가 에너지 문제에 고견을 낼 정도로 존경받고 있다.우리는 왜 카터와 같은 전직 대통령을 갖지 못하는지, 우리 사회의 무엇이 잘못돼 있는지를 냉철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전직 대통령이 국가적 큰 일이 있을 때 고견을 내놓을 수 있고, 국민들이 그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국민적인 과제라고 본다.
  • [노 前대통령 서거] ‘조문정국’에 정치 올스톱

    [노 前대통령 서거] ‘조문정국’에 정치 올스톱

    ‘동작 그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 뒤 정치권은 멈춰섰다. 여야 모두 줄줄이 정치 일정을 취소했고 한나라당 대표단은 해외 순방도 중단했다. ‘애도’와 ‘비통’이 쏟아졌다. 이면에는 극도의 ‘당혹’이 느껴진다. ‘불안감’과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동 자세 속에서, 시선은 우선 거리로 나온 ‘촛불’에 쏠려 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크기인지, 얼마나 계속될지를 지켜보는 눈들이다. 국민들이 흘리는 눈물의 의미도 해석해내야 하는 머리 속도 복잡하다. 빠르고 끊임없이 인터넷을 뒤덮고 있는 글들을 독해해야 한다. 때문에 친노(親)의 ‘울분’에도 비(非)노·반(反)노의 ‘침묵’에도, 한동안 현 상황은 계속될 것 같다. 7일장이 끝나고 민심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정치권은 긴장감이 팽팽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정국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다음달 1일로 예정됐던 6월 임시국회 개회도 순연되는 등 여의도 정치권은 당분간 ‘개점 휴업’이 불가피하다. 대신 여야는 민심이 어디로 흐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정국의 향배가 민심에 의해 갈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24일 기자 간담회에서 “국민장을 치르기 때문에 애도 기간에는 국회 개회 협상을 할 수 없다.”면서 “6월 국회는 셋째주 이후로 순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당초 25일 국회 일정을 협의할 예정이었다. 여야는 6월 국회에 앞서 각각 예정된 의원연찬회도 모두 장례식 이후로 연기했다. ●한나라 제2촛불 우려… 6월 국회 순연될 듯 한나라당은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촛불 정국 1주년과 맞물린 점에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반(反) 이명박(MB) 정서’가 확산, 고착되지 않을까 경계하는 분위기다. 전직 대통령이 퇴임 1년3개월 만에 서거한 것이 현 정부에 핍박을 받은 데 따른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여권으로서는 지난 4·29 재·보선의 참패에 이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는 당장 한두 달은 불필요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는 등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촛불 1주년을 맞아 여론이 잘못 결합되면 지난해 촛불집회 이상의 폭발력을 갖게 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집권 2년차를 맞은 현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이 상실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런 상황에서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법을 처리하기 위해 강공을 펴는 것은 ‘울고 싶은데 뺨 때리는 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여권의 심경을 반영한 것이다. ●민주 ‘박연차 게이트’ 특검 주장 탄력받을 듯 반면 민주당은 지금으로서는 현안 관련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6월 국회가 열리게 되면 여권을 상대로 총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비롯해 여권 인사들의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특검 카드’를 거세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정국과 민심의 흐름이 유동적인 상황이라 여당을 향한 민주당의 공세가 한층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정부와 여당이 6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미디어 관련법 등 쟁점법안의 처리도 사실상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박 리스트’ 수사 속도 조절 불가피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박 리스트’ 수사 속도 조절 불가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현 정권의 치밀한 기획 하에 2대 사정기관인 검찰과 국세청의 주연으로 진행돼 왔다. 이야기는 지난해 5월 서울 청계광장을 밝히기 시작한 촛불시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형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등 현 정권의 핵심부는 촛불집회의 배후에 노 전 대통령이 있다고 생각하고 정국 전반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전 정권에 대한 수사를 결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의 실마리는 지난해 7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전 정권 후원자인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하면서 나왔다. 4개월간 세무조사를 벌인 국세청은 탈세 혐의로 박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이 대통령을 독대해 박 전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을 받은 전·현직 정치인들의 명단을 제출했다. ‘박연차 리스트’가 탄생한 것이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 민정라인은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잠시 미뤘다. 노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가 등장하는 ‘세종증권 게이트’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과 건평씨가 구속되고 지난 1월 세종증권 로비 사건 수사가 일단락되자 현 정권은 리스트 수사를 위한 진용을 갖췄다. 대검 중수부에 중간급 특수통 검사들을 대거 파견해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때 이미 박 전 회장의 APC 계좌 등 주요 수사자료들이 확보됐고, 어느 정도 분석을 마쳤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중순 대검 중수부는 본격적인 수사를 선언했고, 수사 시작 보름도 되지 않아 일부 언론에서 노 전 대통령이 박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검찰은 이를 기회로 “언론에 제기된 의혹을 철저히 수사한다.”고 밝히고,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체포했다. 노 전 대통령 수사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것이다. ‘잔인한 4월’이 지났지만 검찰의 수사는 허망하게 막을 내리게 됐다. 검찰은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공소권 없음 결론을 내렸다. 노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했던 600만달러는 물론 최근 새로 불거진 40만달러, 미국 뉴욕 고급주택 차명보유 의혹 등도 모두 접는다. 가족 수사도 마찬가지이다. 검찰이 수차례 권 여사는 물론 아들 건호씨, 딸 정연씨는 사법처리하지 않겠다고 밝혀 왔다. 게다가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강압·표적수사라는 비난 여론을 감내해야 할 형국이다. 그러나 검찰은 세무조사 무마 로비 사건과 관련한 정·관계 인사에 대한 수사는 큰 틀에서 예정대로 진행한다. 다만 속도 조절은 불가피해 보인다. 23일로 예정됐던 천신일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는 주초로 미뤘고, 박 전 회장에게서 7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은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사법처리도 연기됐다. 이미 소환·조사해 혐의를 확인한 정·관계자에 대한 사법처리도 유보한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오이석 장형우기자 hot@seoul.co.kr
  •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檢 “형언할 수 없이 슬프고 안타까워” 애도성명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檢 “형언할 수 없이 슬프고 안타까워” 애도성명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뒤 검찰 수뇌부는 당황한 가운데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일찍 격려차 의정부지검을 방문했다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곧바로 과천 청사보다 가까운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로 가 경위 파악을 지시하는 등 상황을 주시했다. 곧바로 실·국장 회의를 연 뒤 낮 12시13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하여’라는 성명을 내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갑작스레 서거하시게 된 점에 대하여 충격과 비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사망원인과 경위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에서 조사 중에 있으며, 신속히 규명해 국민 여러분께 소상히 알려드리도록 하겠다.”면서 애도의 뜻을 표했다. 대검찰청 역시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10시48분쯤 출근했으며 11시쯤 곧바로 간부회의를 시작, 오후 3시쯤까지 논의를 계속했다. 대검 조은석 대변인은 회의 중간인 오후 1시쯤 애도성명을 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하여 형언할 수 없이 슬프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문성우 차장과 이인규 중앙수사부장을 비롯한 대검 검사장 7명과 홍만표 수사기획관, 오세인 공안기획관, 강찬우 범죄정보기획관 등이 참석했다. 회의에 참석한 검찰 관계자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며 다들 충격을 받아 망연자실해 있다.”면서 “임 총장도 별다른 이야기도 못하고, 다들 침울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수과장을 비롯한 수사팀도 급히 출근해 상황을 지켜봤다. 이들은 당초 이날 오전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조만간 김태호 경남지사를 소환조사할 계획을 세우는 등 수사 막바지를 향해 가다 예상치 못한 비극이 일어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박연차 게이트] ‘朴 리스트’ 대미는 경남권 지자체장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종착역인 경남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전·현직 경남도지사와 경남지역의 국회의원들이 ‘박연차 리스트’ 수사의 대미를 장식한다. 경남은 박 전 회장의 사업 근거지로 검찰 수사의 진원지였다. 원래 경남 지역 정·관계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초토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검찰이 수사초기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 등 경남지역의 지자체 및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정치인들을 차례로 잡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초 임시국회 개원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들이 쏟아짐에 따라 검찰의 수사 방향은 급선회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한 뒤 5월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된 인사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재개하려 했지만 다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죽은 권력’에만 엄정하고 ‘살아있는 권력’에는 약하다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천 회장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했고 검찰은 이에 집중했다. 하지만 국회는 6월에도 임시회를 예정하고 있어 검찰에는 수사를 더 미룰 만한 여지가 없다. 경남지역 정·관계 인사들도 지역의 흉흉한 소문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차라리 빨리 수사해 달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김태호 경남지사는 오는 25일부터 있을 해외일정을 앞두고 “빨리 불러 조사해 의혹을 풀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 지사와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 등 경남지역 정·관계 인사들을 대거 소환조사하고 기소·불기소의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민주당 최철국 의원을 시작으로 소문만 무성했던 종착역에 마지막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김태호지사 24일 소환… 천신일 23일 영장 청구

    김태호지사 24일 소환… 천신일 23일 영장 청구

    대검 중수부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태호 경남지사가 25일부터 시작되는 해외출장 이전에 조사 받기를 원함에 따라 김 지사를 24일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지방선거 당시 박 전 회장에게서 불법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지사는 투자유치 및 시장개척을 위해 25일부터 6월2일까지 터키·헝가리를 방문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김 지사측은 22일 “지사 출장 건은 지난해 말에 정해진 것”이라면서 “25일 출발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검찰도 김 지사의 출장계획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또 이날 오후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19, 21일에 이어 세번째 불러 조사했으며 23일 알선수재 및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구속영장 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26일 열릴 예정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천 회장이 (일관되게)혐의를 부인하다가 일부를 시인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박 전 회장의 돈을 갚은 것처럼 위장거래한 정황이 포착된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이날 재소환했다. 이 전 수석은 2003년 3월 서울고검장 퇴임 직후 박 전 회장에게서 7억원을 빌려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되기 직전인 지난해 2월 갚았는데 검찰은 갚은 돈도 박 전 회장에게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박 전 회장으로부터 지난해 4월 18대 총선 당시 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민주당 최철국(경남 김해을) 의원도 이날 조사받았다. 검찰은 최 의원이 “2005년 전세보증금 공탁을 위해 박 전 회장측으로부터 빌렸다가 2007년 갚았다.”고 해명한 7000만원과는 별개의 돈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이번 주말 권양숙 여사를 재소환해 100만달러의 사용처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한나라당 김학송(경남 진해) 의원 등 2~3명의 여당 의원들도 조만간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한편 검찰은 21일 소환조사한 이택순 전 경찰청장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돈 받은 사실은 모두 시인하고 있지만 직무관련성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청장 등 박 전 회장의 돈을 받은 10여명을 다음달 초 일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오이석 장형우기자 hot@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