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 퇴진 시위에도 끄떡없는 아베 지지율
일요일인 30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 주변에 집단자위권을 밀어부치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 12만 여명이 운집했다. 안보법안 관련 집회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고 NHK는 전했다. 일본 시민단체 등은 전국 300곳 이상에서 ‘아베 정권 퇴진을 위한 10만인, 전국 100만인 행동’ 집회를 개최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63)도 시위대에 합류했다. 사카모토는 영화 ‘마지막 황제’의 영화음악으로 일본인으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유명인이다.
좀처럼 정부에 대한 불만을, 특히 시위라는 형태로 표출하지 않던 일본인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2012년 고쿄에서 반원전 시위에 17만명이 모인 이후 3년여 만이다.교복을 입은 학생부터 아이를 안고 나온 엄마, 백발이 성성한 노인까지 전 연령층이 망라됐다.
국회의사당 주변을 발디딜 틈 없이 채운 일본인들의 시위 사진은 31일 상당수 신문의 1면에 실렸다.
아베 총리의 보수적인 대외정책 등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반증일텐데, 이날 일제히 발표된 일본 언론들의 아베 총리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는 시위대의 목소리와 달리 다시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전체적인 내각 지지율은 반등했지만 안보법안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아베 담화 발표 이후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40%대를 회복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TV도쿄가 8월 28∼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7월 조사결과에 비해 8%포인트 오른 46%로 집계됐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 비율은 10%포인트 떨어진 40%였다.
닛케이 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이 반등한 것은 4개월만이다. 지난 7월 2차 아베 내각(2012년 12월 출범)들어 처음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지지한다는 응답자를 앞섰는데, 1개월 만에 뒤집혔다. 7월 지지율 하락의 최대 원인이 아베 정권의 안보법안 강행처리였다면 이번 지지율 반등은 아베 담화에 대한 국내외의 긍정적 평가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앞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담화 발표 직후에 나온 교도통신(14∼15일 실시) 조사에서 43.2%, 산케이신문 조사(15∼16일)에서 43.1%를 각각 기록하며 40%대에 다시 들어섰다.
하지만 개별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다.
닛케이 조사에서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 방침을 담은 안보법안을 9월 27일까지인 현 정기국회 회기 중에 통과시킨다는 아베의 계획에 대해 반대가 55%로 27%에 그친 찬성의 배 수준이었다. 센다이 원전을 시작으로 약 2년만에 이뤄진 일본의 원전 재가동 회귀에 대해 반대가 56%로 찬성 응답 비율(30%)을 크게 웃돌았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확연해진 안보법안에 대한 반대 여론과 빗속에 국회의사당을 에워싼 성난 민심을 아베 총리가 과연 어떤 식으로 수용할 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김균미 기자 km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