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중국산 무기, 전쟁의 규칙 바꿀까
지난 7일 인도군이 ‘신두르 작전’을 선언하며 파키스탄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남아시아의 앙숙이 또다시 무력 충돌에 돌입한 것이다. 마지막 대규모 충돌은 1999년 카슈미르를 둘러싸고 벌어진 카길 전투였으니 사반세기 만에 양국이 다시 격돌한 셈이다. 이번 공격도 역시 카슈미르 지역이 발단이었다. 4월 22일에 파키스탄의 무장조직이 인도 관광객 28명을 살해하자 인도가 배후에 파키스탄 정부가 있다고 간주하고 보복에 들어간 것이다. 많은 분석가는 양국의 국력 차이를 고려하며 인도의 우위를 점쳤다. 장기간의 혼란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과 달리 인도는 정치적 안정과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꾸준히 국력을 키워 왔다. 인구, 경제력, 무장 수준 등 모든 면에서 인도는 파키스탄을 압도했고, 실제로 이전의 전쟁들에서도 대체로 승기를 잡는 국가는 인도였다.
하지만 신두르 작전 이후 펼쳐진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공중전 결과는 예상을 뒤집는 것이었다. 양국 도합 125대의 전투기를 출격시키며 부딪친 교전에서 파키스탄군은 인도가 자랑하는 프랑스제 라팔 전투기를 격추했다. 공식적으로는 1대의 손실이 확인됐지만, 파키스탄은 3~5대가 격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파키스탄 공군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으니 인도 공군의 참패라고 할 만하다.
이 교전에서 많은 관찰자를 놀라게 한 것은 라팔을 떨어뜨린 파키스탄의 전투기 J-10C였다. 라팔이 대당 2억 달러를 넘는 고가 전투기인 반면 J-10C는 중국제 전투기로 가격은 6500만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당초에 중국이 파키스탄을 일대일로의 핵심 거점 국가로 삼으며 대규모 투자를 할 때, ‘일대일로의 부채 올가미’라는 비난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 중국제 전투기가 대활약을 펼치자 파키스탄에서는 중국 우호 여론이 크게 일고 있다.
‘저가의 중국제’가 ‘고가의 프랑스제’를 무찌른 사건은 지난 10년간 벌어지고 있는 군사 문제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 이전까지 현대전은 고가의 첨단 무기를 얼마나 보유하느냐로 결정되는 싸움이었다. 첨단 무기의 시대를 알린 걸프 전쟁에서 미군은 구식 소련제 무기로 무장한 이라크군을 순식간에 부수고, 냉전 이후 미국 일극 체제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미국은 비록 그 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전쟁’에서는 승리하지 못했지만, 전투에서는 항상 이기며 군사적 우위만큼은 여전함을 과시했다. 이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로 묶인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도 각종 고가 첨단 무기 개발에 뛰어들며 자신들만의 명품 장비를 방산 시장에 내놓았다.
상황은 미국의 경쟁국들인 중국, 러시아, 이란이 자신들의 열세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며 빠르게 바뀌었다. 2019년에 이란은 예멘 후티 반군을 지원하며 미국산 고가 무기로 무장한 사우디군을 저가의 드론과 미사일로 농락했다. 2023년에 러시아군은 나토에서 받은 무기로 진격하는 우크라이나군을 일방적으로 격퇴해 ‘대반격’을 일장춘몽으로 만들었다.
중국, 러시아, 이란은 다양한 무기를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조합하고, 전자전을 통한 교란과 위성 정찰 등 전방과 후방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기술적으로 우위인 군대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무기의 질이 승리를 보장해 주는 시대가 끝나고, 수준 높은 장교단과 군 조직의 체계성, 그리고 결정적으로 소모를 보충해 주는 대량생산 능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열리고 있다.
북한을 머리에 이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군은 러시아에서 실전 경험을 쌓았고, 그 대가로 러시아제 무기들도 제공받을지 모른다. 남북한의 국력 격차를 생각하면 당분간은 우리 군의 우위가 흔들리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우크라이나, 예멘, 카슈미르까지 세계 곳곳에서 격화되고 있는 군사적 충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임명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