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페만 개전 싸고 “뜨거운 고전”/무력사용안 표결결과 주목
◎“전쟁출혈 막게 경제봉쇄 통한 해결을”/비둘기파/“중동평화 정착위해 후세인 응징 마땅”/매파
부시 미 대통령이 쿠웨이트 점령 이라크군을 축출하기 위한 무력 사용을 민주당지배 의회로부터 승인받기 위해 치열한 로비 활동을 벌였다. 부시는 11일 공화,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1백25명을 백악관으로 초치,『사담 후세인에게 미국의 결의를 알리는 마지막 기회가 당신들의 손에 달려 있다』며 무력사용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미 의회는 부시 대통령에게 무력 사용권을 부여할 것인지 아니면 대이라크 경제제재가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기다리도록 촉구할 것인지에 관한 토론을 빠르면 12일(한국시간 13일) 중에 끝내고 무력 사용 여부를 결정짓는 표결에 들어간다.
11일 토론에서 상원의 샘 넌 군사위원장(민주)은 무력사용 반대 결의안 제안 설명을 통해 『전쟁이 쉽게 끝나고 미군 희생이 경미할 것이라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고 따지면서 『전쟁이 5일을 끌지,아니면 5주일,5개월을 끌지 아무도 장담 못한다』며 부시진영이 주장하는 「속전속결」을 공박했다.
그러나 뒤이어 등단한 민주당의 헤리 레이드 의원은 『지금까지의 모든 증거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이라크가 시간을 끌면서 방위 태세를 강화하고 미국의 동맹을 파괴하려는 시도뿐』이라며 부시 지지를 선언,민주당의 분열상을 드러냈다.
10일의 첫 토론에서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 조지 미첼의원은 『전쟁 여부를 가름하는 중대한 결정이 조급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무력 사용론을 비판하면서 『사태 해결을 경제 및 외교압력에 계속 의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하원 공화당 원내총무 로버트 미첼의원은 『사태 해결 지연의 위험성이 전쟁의 위험성 보다 더 크다』고 지적하면서 『인내가 외교정책의 목표가 된다는 건 미덕이 아니다』 『대가를 치르는 인내는 정책이 아니라 도피』라고 맞섰다.
하원 군사위는 경제제재만으론 충분치 않다고 주장하는 윌리엄 웹스터 CIA(중앙정보국) 국장의 서한을 공개,무력사용 승인안을 옹호했다.
이 서한에서 웹스터국장은 대이라크 금수가 경제적 효과는 나타내고 있으나 이라크군을 쿠웨이트에서몰아내는데 필요한 정치적·군사적 타격을 충분히 주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경제제재가 앞으로 6개월∼12개월을 더 계속되더라도 경제난 하나만으로 이라크를 쿠웨이트에서 축출하거나 사담 후세인 정권을 위태롭게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웹스터는 내년이 되면 경제 제재가 이라크의 군사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시인했다.
현재 미 의회는 대이라크 무력사용과 관련,4개의 결의안을 심의중이다.
우선,하원의 공화당 총무 로버트 미첼의원과 민주당 소속 스티븐 솔라즈 의원이 제출한 부시 지지결의안은 유엔이 설정한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수시한(15일 자정)을 관철시키기 위해 부시 대통령에게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다음,상원의 민주당총무 조지 미첼의원과 넌 군사위원장이 제출한 이른바 비둘기파의 결의안은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진 않지만 가장 현명한 선택은 경제제재와 외교적 해결책임을 강조하며 부시가 무력을 사용하려면 의회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밖의 다른 두 결의안은 미첼 넌결의안과 별차이가 없거나 부시에게 전쟁 권한을 부여하는 문제에 관해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원과 하원의 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현시점에서 전쟁을 벌이는 것에 반대하고 있어 부시가 투표결과를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지난 9일 제네바에서 베이커아지즈 담판이 결렬됐을때만해도 분위기가 부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었으나 토론진행과 더불어 반전 목소리가 증폭된 것이다. 미 의사당내의 일반적인 견해는 전쟁으로 가는 행진 속도를 가급적 늦추자는 것이다.
이번 표결에서 의원들의 판단을 좌우할 또 하나의 요인은 40년전 한국전때 잃은 의회의 전쟁 선포권을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미 대통령은 미 육군과 해군의 총사령관이지만 미 헌법은 의회에 대해서만 전쟁선포권을 부여하고 있다.
미 의회가 이 권한을 마지막으로 행사한 것은 미국이 일본·독일·이탈리아에게 전쟁을 선포했던 2차대전 때였다.
1950년 6월 한국전 발발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의회에 전쟁선포를 요청하지 않은채 유엔 결의에 의거,한국에 파병했다. 부시도 이번에 그랬다. 한국전에서 미국은 5만4천명의 전사자와 약 6백70억달러의 재정 출혈이 있었다.
이처럼 엄청난 희생을 생각할 때 전쟁을 대통령 단독으로 결정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되겠다는 것이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이다.
표결이 실시되면 하원의 경우 80명 이상의 민주당 의원이 부시 지지에 가세,무력사용 승인안은 그런대로 무난한 통과가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경제제재를 선호하는 상원이 부시의 무력대응을 훼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표결전날의 한 분석은 50대 50,아니면 단 1표가 결과를 좌우하는 가운데 부시에게 불리하게 결말이 날지도 모른다고 경고해 한때 백악관을 긴장시켰다.
공화·민주 양당지도부는 상원에서 자파의 승리를 각기 호언하고 있으나 언론은 공화당의 신승을 점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와 ABC 뉴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이라크와의 전쟁이 불가피한 것으로 믿고 있으며 10명 가운데 8명은 이라크군이 쿠웨이트에서 철수하지 않을 경우 무력 사용을 승인한 유엔 결의안을 미 의회가 뒷받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응답자의 3분의 2가 쿠웨이트에서 이라크군이 철수할 경우 부시 행정부는 후세인이 주장해온 중동문제에 관한 국제회의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며 아랍이스라엘 회담을 지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여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