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朴 한달만에 또…
청와대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또 정면충돌했다.
지난달 15일에 이어 한달여 만에 2라운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급조의혹’을 제기하고, 또 ‘청와대가 도덕성 검증 인사청문회를 비공개로 하자고 제안했다.’는 발언을 했다. 청와대는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당시 언론 보도를 보고 진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제1야당의 원내대표를 맡고 계신 분의 거짓말이 지나치다.”면서 “무책임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박 원내대표는 시진핑(習近平)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난해 5월 베이징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이명박 정부는 교과서 문제도 있는데 왜 일본과 함께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 노릇을 하느냐.”고 말했다고 지난 19일 주장했다.
이런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청와대가 발끈했다. 홍상표 홍보수석이 브리핑을 자청해 반격에 나섰다.“국익을 훼손하는 이적행위”, “허무맹랑한 얘기로, 전형적인 흠집내기 수법”이라는 거친 표현도 이어졌다.
청와대가 이처럼 강경한 대응에 나선 것은 ‘단군 이래 최대 행사’라는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한달도 채 안 남은 시점에서 외교적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악재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번 사태를 단순히 정치적인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있지도 않은 얘기를 만들어서 대통령을 공격하고,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합당한지를 본질적인 측면에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홍 수석은 “중국의 책임있는 지도자들은 외교언행이 매우 신중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면서 “박 원내대표가 정치적인 차원에서 외교문제를 악용하고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용납돼서는 안 되며, 청와대가 보기에는 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관계에 대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당시 면담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당시 면담은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가 중국인민외교학회 주선으로 지난해 5월 4~8일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이뤄졌다. 지난해 5월 5일 오후 3시 30분부터 4시 20분까지 50분간 인민대회당에서 면담이 진행됐다. 중국 측에서는 시 부주석과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 등 4명이, 우리 쪽에서는 김 전 대통령 내외와 박 원내대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신정승 당시 주중대사 등 외교관 3명이 참석했다.
당시 대화를 정리한 외교부의 ‘면담요록’이나 김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최경환 비서관의 면담록을 모두 살펴봐도 박 원내대표의 발언과 비슷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도 “박 원내대표가 시 부주석한테 실수한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시 부주석이 다른 나라 현직 대통령을 향해 그런 발언을 할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때문에 박 원내대표가 자신의 발언과 관련한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현재로서는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성수·김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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