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항공료 저가경쟁
“마카오에서 싱가포르까지의 항공요금이 6000원, 태국 방콕에서 중국 남서부까지는 2만원.”
이 정도면 고속버스나 기차보다 비행기를 타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지금 세계는 저가항공의 열기로 가득하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아시아 시장에서도 항공요금 인하 전쟁이 시작됐다. 우리도 늦었지만 제주를 4만∼5만원대에 갈 수 있는 저가항공사가 등장했다.
●동남아는 지금 가격전쟁중
싱가포르항공 계열사인 타이거항공은 28일부터 4월 1일까지 한시적으로 7∼10월에 사용할 수 있는 마카오발 싱가포르행 항공권을 45홍콩달러(6000원)에 판다. 공항세 100홍콩달러(1만 3000원)를 포함하면 편도 2만원선이다.
타이거항공은 2003년 유럽의 대표적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와 합작해 설립됐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불필요한 서비스를 없애고 싼 가격만으로 미국 4위의 항공사로 성장한 것을 벤치마킹했다.
타이거항공은 당초 홍콩에 취항할 예정이었으나 대형 항공사들의 견제가 심한데다 홍콩국제공항이 번잡해 마카오로 방향을 틀었다. 대신 파격적인 6000원대의 티켓을 내놓았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첫 저가항공사인 발루에어와 홍콩의 캐세이 퍼시픽이 비슷한 거리의 싱가포르∼홍콩 노선을 놓고 전쟁을 벌일 당시의 요금 15만원선에 비하면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 타이거항공은 베트남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으로도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다. 발루에어와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는 방콕∼싱가포르 노선을 두고 전쟁을 벌여 10만원이 넘던 항공요금을 4만원까지 떨어뜨렸다.
●저가항공 설립과 취항 붐
호주의 콴타스항공은 지난해 비상이 걸렸다. 신생사인 저가항공사 버진블루의 좌석 점유율이 30%를 넘어선 반면 콴타스는 적자를 기록했다. 제오프 딕슨 콴타스 회장은 결국 저가항공사인 제트스타를 신설,8만원 미만의 호주노선을 취항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 노선도 저가로 재개하기로 했다.
2001년 설립된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는 방콕에서 중국 남서부 쿤밍까지의 편도 요금을 20달러로 책정했다. 중국시장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저가정책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충칭, 청두, 하이난섬, 광저우 등 중국내 노선을 늘릴 생각이다.
타이항공은 저가항공사인 ‘녹에어’를 새로 설립했고 중국 당국도 기존 항공사보다 20% 싼 티켓을 제공하는 잉롄항공의 영업신청에 예비허가를 내줬다. 제주도와 애경그룹이 손잡은 제주에어와 부정기 항공운송사업 허가를 받은 한성항공도 저가항공사 설립의 세계적 추세를 반영했다. 미국에서도 인디펜던스항공이 지난해 6월부터 영업을 시작, 동부지역을 5만원에서 11만원대에 운항하고 있다.
●서비스보다 가격이 우선
저가항공사들은 대부분 티켓을 인터넷으로 팔고 기내식을 제한한다. 베개 제공 같은 서비스도 없고 기내 헤드폰은 유료로 빌려준다. 그래도 소비자들은 싼 티켓을 찾는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이같은 전략으로 32년간 흑자행진을 계속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제트블루는 고급서비스를 함께 지향, 저가항공사 내에서도 다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내 저가항공사들의 시장점유율은 91년 4%에서 내년에 40%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에는 사우스웨스트항공 이외에 에어트란(애틀랜타), 스피리트항공(플로리다), 프런티어항공(덴버), 아메리카웨스트(피닉스) 등이 지역별로 거점을 두고 영업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라이언에어와 이지제트 등이 70% 정도 싼 요금으로 기존 대형항공사 시장을 잠식, 시장점유율이 2003년 10% 미만에서 올해 20%를 넘을 전망이다. 독일에만 15개의 저가항공사가 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