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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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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범죄 변호인없이 재판은 위법”

    법정형이 징역 3년 이상인 사건을 변호인 없이 재판하는 것은 위법이므로 재심리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술집에서 술병과 가위 등을 던져 상해를 입힌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집단·흉기 등 상해) 등으로 기소된 지모(67)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지씨는 지난해 6월 전남 광양의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 피해자가 째려본다는 이유로 소주병과 식탁위 가위를 집어던져 전치 2주의 상해를 가하고, 남의 토지를 자신의 것으로 속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6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나훈아(羅勳兒) 공군 입대-지금 신병 훈련중

    나훈아(羅勳兒) 공군 입대-지금 신병 훈련중

    [선데이서울 73년 7월15일호 제6권 28호 통권 제248호] ●이 기사는 38년전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실렸던 내용입니다. 당시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연말 은퇴할 것이라고 미리 은퇴 선언을 했던 나훈아(羅勳兒·26)가 돌연 공군에 입대, 예정보다 빨리 가요계를 떠났다. 5일부터 이미 신병훈련에 들어간 그는 자신의 은퇴 소감도 직접 전하지 못한채 「매니저」인 강창호(姜昌浩)씨를 통해 이 소식을 전했다.    羅勳兒「매니저」인 姜昌浩씨는 7월7일 상오 11시 M제과점에서 羅勳兒의 갑작스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11시10분쯤에 羅勳兒는 나오지 않았고 「매니저」만 혼자 나타나『羅勳兒가 7월5일 하오 3시 공군에 지원 입대, 이미 훈련 중이어서 대리로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羅勳兒는 지난 4월에 서울서 공군 시험을 치르고 합격했다.  지원은 했지만 영장은 내년쯤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7월3일에 나왔다는 얘기. 아무에게도 연락을 취하지 않았고「매니저」와 단 둘이 신병훈련소로 떠났다고 그간의 경위를 설명했다.  『주변 사람들에겐 훈련이 끝나고 휴가때 인사하기로 하고 조용히 입대했다』고.  3군 중에 공군을 택한 것은『육군과 해병대에는 이미 많은 연예인이 다녀왔고 공군에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그가 입대하면 군예대로 활동하게 되는 것일까? 물론 이것은 개인의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군복무 기간 중에 군연예대에서 노래 부를 생각은 전혀 없고 일반병으로 충실히 근무하겠다는 것이 羅勳兒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羅勳兒의 공군 입대설은 지난 4월부터 나돌았다.(선데이서울 4월8일자 보도) 그때 공군 입대설을 물었을때 장본인은『그런 일 없다』고 딱 잘라 말하고『징병검사에서 X레이를 세번에 걸쳐 찍었는데 폐가 좋지 않아서 번번이 불합격을 맞아서 입대할 수 없는 처지예요』라고 부인했었다. 그때 공군시험을 치른 사실을 구태여 숨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때 말대로 라면 羅勳兒는 폐가 좋지 않다. 어떻게 군에 입대할 수 있었는지?  『70년에 처음으로 징병검사를 받았을 때 정말 폐가 좋지 않았읍(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무종을 받았죠. 그후 약을 계속 복용하여 작년 가을 신체검사 때는 X레이 사진에 완쾌된 것이 나타나 합격을 맞았던 거죠』  그는 금년 초에 73년 말이란 기한부 은퇴를 선언했었다. 은퇴의 이유는 『젊었을때 사업가로 전향해 보기 위해서』라고 말했었다.  은퇴를 선언했던 것은 사업가의 기초를 닦는 것이기보다 군에 입대하게 되기 때문에 그랬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의 약속대로 된 것은 은퇴 공연을 지난 5월에 성공적으로 한 것 뿐이다.  -제대 후에 연예활동을 벌일 것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라이온스」쇼에 6개월간 남은 전속기간과 지구(地球)레코드에 3개월 남은 전속기간은 해 줘야 되지 않겠느냐』고 제대 후 일단 다시「컴백」할 뜻을 비치기(내비치기)도 했다.  -地球레코드와 재계약을 했다는 것은 사실인지?  『군에 가는 사람이 재계약 될 리 있읍니까. 낭설이에요』   地球레코드는 오는 9월로 1년반 기간 동안의 전속기간이 끝난다. 3개월 앞두고 떠나 버린 것.  『은퇴에 관계없이 제대 후라도 남은 기간은 채워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게 임정수(林政秀·地球레코드 대표)씨의 얘기다.  인기 가수로서 정상을 걷다가 군에 입대한 것은 남진(南珍·해병대) 조영남(趙英男·육군)에 이어서 羅勳兒가 3번째.   羅勳兒의 군입대는 남자 가수들의 판도에 적지 않은 변화를 자연 일으키게 됐다.  제대가 임박한 趙英男의「컴백」도 관심거리이긴 하지만 장기 도미유학설이 확실시 되고 있어 제외된다면 가요계 판도는 두 가지로 압축되어 생각할 수 있다.  그 하나는 南珍이 단독 플레이로 계속 아성을 굳혀나갈 것인가 하는 점, 다른 하나는 羅勳兒 자리를 메울 유능한 신인가수가 나타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실상 羅勳兒가 은퇴를 선언한 후 그 영향 탓(때문)인지는 모르나 羅勳兒와 비슷한 목소리의 신진들이 대량으로 등장했다.  『흙에 살리라』의 홍세민(洪世民), 『산비둘기』의 한세일(韓世一),『아시겠지요』의 한국일(韓國一),『사랑도 세월이 가면』의 박우철(朴友喆),『영광의 길』의 나광일(羅光一),『순아』의 김지성(金志成), 김영준(金榮俊), 하길(河吉) 등과 도중 하차해 버린 전창규(全昌奎) 등 무려 10여명에 이른다.  신인들은 한결 같이 羅勳兒와 비슷한 창법을 들고 나와 저마다 제2의 羅勳兒를 표방했다.  그러나 羅勳兒식 창법은 자칫 벽에 부딪치기 쉽다. 최근 방송계서는 울부짖고 쥐어짜는 듯한 노래는 되도록 피하자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羅勳兒 자신의 노래도 어느 가수보다 방송 전파를 타기 어려워 타격을 받아왔던 입장이다.<杰>    羅勳兒의 가수생활 8년  ▲66년「오아시스·레코드」사에서 가수 출발. 무명 가수로 고군분투하다가 67년에『사랑은 눈물의 씨앗』(金榮光 곡)으로 톱 싱어의 길에.  ▲70년에 지금의 아내(李淑姬·23)와 결혼. 그러나 이 사실은 73년 1월까지 숨겨져 왔다.  ▲72년 6월, 서울 시민회관 무대에서 테러를 당했다. 소주병으로 얼굴에 상처를 입힌 청년은 「나도 유명해지고 싶어서」라고 범행 동기를 설명.  ▲72년 12월에 전속사를「地球」로 옮겼다, 1년6개월 전속이니까 아직 3개월이 남았다.  ▲취입곡=『잊을 수가 있을까』『해변의 여인』『물레방아 도는데』『찻집의 고독』『머나먼 고향』등 약 5백곡.  ▲출연영화=『친구』『사랑은 눈물의 씨앗』등 40여편.
  • 통영 모텔서 3명 자살시도···1명 사망,2명 중태

     7일 오후 1시쯤 경남 통영시 항남동 한 모텔에서 남성 3명이 연탄을 피워 놓은채 쓰려져 있는 것을 모텔 주인 정모(여)씨가 발견했다.  정씨는 경찰에서 “어제 저녁에 투숙한 세 사람이 나갈 시간이 됐는데도 인기척이 없어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연탄 냄새가 가득했다.”고 말했다.  이들 중 강모(28·부산시)씨는 숨졌고 박모(29·인천시)씨와 신원 미상의 남성 1명이 중태에 빠졌다.  경찰은 “발견 당시 유서는 없었으며 출입문과 창문 틈이 테이프로 막혀 있었고 침대 주위에는 맥주,소주병,수면제를 비롯해 연탄이 타다 남은 화덕이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사람들의 주거지가 다른 점으로 미뤄 이들이 자살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부산서 30대 외국인 하의 벗고 14층서 투신 자살

    19일 오후 6시쯤 부산 수영구 민락동의 한 아파트 14층에서 미국인 영어학원 강사 K(31)씨가 뛰어내려 숨진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했다. K씨는 하의를 모두 벗어 아파트 창문 밖으로 던졌으며 상의를 뒤집어쓰고 얼굴을 가린 채 투신했다. 경찰은 “K씨가 이달 15일 월급을 받고 나서 학원에 출근하지 않았으며 전날도 김해공항에서 술을 마시고 나서 소란을 피우다 학원 관계자에게 인계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K씨의 숙소와 투신 현장에 소주병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술을 마신 채 자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겁나게’ 추운 날씨 설에도 계속될까?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에 묻다

    온도계 보기가 겁나는 겨울입니다. 연일 곳곳에서 한파 특보가 내려지고 있고 최근 부산에서는 96년만의 한파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대체 왜 이런 한파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궁금한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21일 오후 7시30분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쏙 서울신문’ 스튜디오로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을 모시고 얘기 들어보았습니다.김 대변인과의 대담은 20일 오후 3시쯤 진행됐습니다.  ▷이호준 앵커- 어떤 이유에서 이런 한파가 오고,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중위도 지역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겨울이면 북쪽의 대륙고기압이 확장해 내려오는 계절이기에 원래 춥습니다. 다만 작년과 올 겨울 북극 진동에 의한 북극의 한기가 남하해 올해 더욱 추운 날이 많습니다. 이런 추위는 1월 하순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여경 앵커-다음 주면 설 연휴인데 한파가 계속될까요.  다음 주 초반부터 다시 한파가 극성을 부리다가 설 연휴에는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호준 앵커-한파 특보가 발령되는 횟수는 예년보다 잦은 편인가요.  한파주의보의 기준이 올 겨울부터 바뀌어 늘어난 면도 있지만 최근 10년간 연(年) 평균 1.6회 내렸습니다. 올해는 서울에서만 모두 9회 발표됐으니, 예년보다 많은 편이죠.    ▷최여경 앵커- 매년 이런 한파가 계속되는 건가요.  조금 전 말씀드렸듯이 매년 겨울이면 우리나라에 한파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올해와 같은 수준의 강한 한파가 매년 반복되지는 않을 겁니다. 자연에는 변동성이 늘 있습니다.    ▷이호준 앵커 - 지구과학을 배울 때 겨울철 한반도 기후의 특징이 ‘3한 4온’인데, 완전히 깨진 듯합니다.  겨울이 되면 우리나라 북쪽의 대륙은 더욱 냉각되어 대륙고기압이 발달해 남쪽으로 확장합니다. 그때마다 한반도에는 추위가 찾아옵니다.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 덩어리는 사나흘 지나면 남쪽의 따뜻한 공기와 섞여 변질되어 추위가 누그러진다. 이러한 우리나라 겨울철 기온 변화의 특성을 ‘3한 4온’이라 말합니다. 올해도 한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사나흘 기온이 뚝 떨어졌다가 사나흘 다시 오르는 현상은 반복되고 있으니 3한 4온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최여경 앵커- 기상청에 근무하신 동안 겪은 최악의 한파인가요. 아니면 다른 기억나는 경우가 있는지요.  1981년 1월 5일 양평에서 관측된 영하 32.6도가 남한에서 가장 낮은 기온입니다. 이때 소주병이 깨질 정도로 추웠지요.    ▷이호준 앵커 - 날씨 예보가 자주 틀린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1년 365일을 기준으로 보면 기상예보 적중률이 아주 낮은 것도 아니라면서요? 조금 억울한 느낌도 있으시겠네요.  당연히 기상청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지요. 기상청 예보 정확도는 90% 정도입니다. 열 번 중 아홉 번은 맞고 한 번 정도 틀린다는 의미인데,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날씨예보인 만큼 불확실성을 안고 있습니다. 모든 예측이 다 그렇지만 날씨, 경제, 건강 문제는 이들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아서 100%의 예측 정확도는 있을 수 없습니다.    ▷최여경 앵커- 특히 얼굴이 잘 알려져 있으니 왜 이렇게 날씨를 틀리느냐는 지적을 몸소 당하기도 할 듯한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면.  예보가 빗나갔을 때 손해를 본 분들이 강하게 항의를 하십니다. 작년 1월 4일 서울에 폭설이 왔을 때 고층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크레인 사업자가 여러 대의 작업을 못하게 돼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거칠게 항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호준 앵커- 요즘같은 혹한기에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옛날에는 지금보다 더 추웠습니다만 최근 겨울이 그만큼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몸이 과거보다 따뜻해진 최근 겨울에 익숙해졌습니다. 자동차나 난방이 잘 된 건물 안에서의 실내 생활이 많아져 거리로 나설 때 추위를 상대적으로 더 느끼게 됩니다.한파가 닥치면 노약자는 가능한 외출을 삼가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입니다.    @최여경 앵커-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꽁꽁 언 寒半島] 한파에 무료급식 행렬도 뚝 끊겼다

    [꽁꽁 언 寒半島] 한파에 무료급식 행렬도 뚝 끊겼다

    한반도를 덮친 한파에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지 고 있다. 노숙인들은 서울역과 영등포역 대신 만화방을 찾았고, 연탄 보일러를 다시 쓰는 집도 늘었다. 새로운 풍속도다. 지난 16일 밤 10시 서울 영등포역. 뼛속까지 파고드는 매서운 추위는 영등포역이라고 비켜가지 않았다. 오후 10시면 역 대합실을 가득 채우곤 하던, 한뎃잠에 익숙한 ‘그’들도 차가운 바닥의 냉기를 못 견뎌 상당수가 자리를 떠났다. 바닥에서 전해 오는 아린 한기가 신발을 뚫고 발바닥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땟국에 절은 침낭서 ‘새우잠’ 갈 곳이 없어 영등포역에 남은 몇 명은 땟국에 전 침낭 속에 몸을 말아 넣은 채 움츠리고 있었다. 머리맡엔 빈 소주병이 휑하니 뒹굴고 있었다. 술기운이 아니면 버티기 어려운 혹한, 종이박스 위에는 고추장과 쥐포 부스러기가 널려 있었다. 행여나 그들과 일반 행인들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해서 대합실에 배치된 경찰 2명도 한가롭게 뒷짐을 지고 서성이고 있었다. 역 대합실을 서성이던 노숙인 김창순(59·가명)씨는 “날이 추워서 다 가부렀제.”라며 털어내듯 내뱉었다. 그는 “예전엔 점퍼를 5000원에 팔아 소주 2병을 사 마셨는데 올해는 날씨가 추워서 그냥 껴입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노숙인은 “요즘은 너무 추워서 일요일에 ‘현역’들이 ‘짤짤이’도 제대로 못한다.”며 투덜댔다. ‘짤짤이’란 인근 교회를 돌며 구호금 500원씩을 받는 것을 말하며, ‘현역’이란 하루에 교회 20여곳을 돌아다닐 만큼 체력이 좋은 젊은 노숙인을 지칭한다. 평소 짤짤이로 하루 1만 1000원까지 수입을 올릴 수 있었으나, 요새는 많아 봤자 1000~2000원에 그친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또 이날 영등포역 앞 무료밥차를 기다리는 노숙인 행렬도 그리 길지 않았다. 2년 전 겨울의 부산했던 영등포역 모습과 사뭇 달랐다. 한파가 만들어 낸 새로운 풍경이었다. 서울시 자활지원과에 따르면 2009년 12월 489명이었던 노숙인들은 2010년 12월 442명으로 10%가량 줄었다. 최근엔 더욱 줄었을 것이란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시설까지 합친 전체 숫자도 2935명에서 2971명으로 약 9% 감소했다. 추위에 쫓긴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한 복지사는 “올해 유난스러운 한파로 노숙인들이 PC방·만화방·다방·쉼터 등으로 뿔뿔이 흩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노숙인은 “요새는 하루 3000원 하는 만화방이나 피시방 등으로 많이들 간다.”고 말했다. 노숙인의 쉼터 안내와 구호를 위해 영등포역을 둘러보는 박철수 햇살보금자리 팀장은 “평소 100여명이나 되던 노숙인들이 지금은 50~60명에 불과할 정도로 줄었다.”고 전했다. ●달동네도 더 고달픈 삶 혹한에 서민들의 겨울은 더욱 고달팠다. 17일 오전 10시, 서울 중계본동 달동네에도 살을 파고드는 냉기가 가득했다. 골목골목 파고드는 칼바람을 따라 우종운(75) 할머니의 작은 방을 찾았다. 우 할머니는 “연탄에 의지해 겨우 몸을 녹이고 있다.”고 했지만, 방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벽 틈새를 뚫고 들이치는 송곳 같은 칼바람은 속수무책이었다. 우 할머니를 동장군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은 양말 두겹·내복·솜바지가 전부였다. 백민경·이영준·윤샘이나기자 apple@seoul.co.kr
  • [길섶에서] 대한국인/이춘규 논설위원

    겨울 산행에 익숙해진 지 오래다. 혹한 속 산행은 의외로 매력이 넘친다. 눈부신 눈길, 칼바람소리, 뜻밖의 고즈넉함. 강추위 때 가족들은 산행을 말렸었다. 지금은 추운 산에서 먹을 따뜻한 간식을 준비해 줄 정도가 됐다. 그래도 아침이면 한번 더 말리고픈 게 가족의 마음인가 보다. 영하 15도 안팎까지 떨어진 주말 아침 중무장을 하고 집을 나선다. 여러 겹 옷을 입고 털모자에, 얼굴도 가린다. 등산 외투 모자까지 덮어쓰고 바람구멍을 꼼꼼히 차단한다. 전철역에 가니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1981년 영하 32.6도까지 곤두박질쳐 소주병도 깨져 버렸던 경기도 양평으로 간다. 제법 높은 산꼭대기에 오른다. 눈길 산행이라 조심스럽다. 가끔 칼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든다. 체감온도 영하 30도에 가까운 무시무시한 혹한이다. 함께 간 동료가 “공포라는 말이 떠올랐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산 정상에 20여명. 다른 봉우리에서는 40여명이 음식을 먹고 있다. 대한국인(大寒國人)들이다. 정말 대단한 한국인들이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등장인물 꾸부정 지금 막 해고된 초보 해고자. 40대 후반. 키 크고 꾸부정하다. 대머리 해고된 지 1년이 넘은 베테랑 해고자. 40대 후반. 키 작고 대머리다. 단발 꾸부정의 아내. 40대 초반 파마 대머리의 아내. 40대 중반 *연출에 따라 남편들이 부인들의 역할을 겸하는 2인극이 가능하다. ●시 간 현대 ●무 대 놀이터. 놀이터를 구체적으로 꾸밀 필요는 없다. 그네 두 개만으로도 연출이 가능하다.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으면 좋다. #1 해가 질 무렵의 저녁, 놀이터. 양복 차림의 남자가 힘없이 놀이터로 걸어 들어온다. 고개를 푹 숙이고 꾸부정한 모습으로 보아 무언가 고민이 있는 듯하다. 꾸부정한 이 남자, 그네에 주저앉는다.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어색하게) 여…… 여보… … 나 오늘, 해, 해, 해고……. 고개를 흔들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여보, 훌쩍, 나 오늘 해고당했어. 머리통을 때리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호탕하게 웃으며) 사랑하는 여보! 나! 오늘 짤렸어! 멋지지? 하하하!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저앉는다. 한참을 그렇게 쥐어뜯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히 일어나 열정적인 독백을 시작한다. 꾸부정이 열심히 말하는 동안, 양복 차림의 대머리가 천천히 걸어 들어와 옆에 있는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자기 상상에 빠진 꾸부정은 대머리를 눈치채지 못한다. 꾸부정 여보. 우리가 결혼한 지 이십 년이 넘었구나. 단칸방으로 시작해서 전세를 거쳐서 우리 집을 갖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 비록 평수는 작지만 우리 집이라는 게 중요하지. 애들도 건강하게 잘 컸어. 얼마 안 있으면 큰애는 대학에, 작은애는 고등학교에 가겠지. 이 정도면 우린 잘 산 거야 그렇지? 당신,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아니? 뭐라고?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고? 십오 년을 변함없이 회사에 다녀주어서 고맙다고? 때론 가기 싫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을 텐데 가족을 위해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아이, 당신도 참 부끄럽게…… 뭐라고? 이제 나이도 먹고 간도 안 좋을 텐데 생각 같아서는 한 몇 년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이럴 수가, 당신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마워 여보! 하하하하……말이 나와서 말인데 여보……사실……내가……오늘……회사에서. 대머리 (불쑥) 소용없을 겁니다. 꾸부정 (화들짝)네 넷? (돌아본다) 아니, 언제부터 거기? 대머리 죄송하군요.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닙니다만. 꾸부정 괘 괜찮습니다. 그런데 방금……소용없다고……. 대머리 (단호) 네, 소용없습니다. 불쌍하게 말하든 호탕하게 말하든 부드럽게 말하든 소용없습니다. 해고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부인께서는 엄청난 쇼크를 받으실 겁니다. 부인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휘청거리거나 털썩 주저앉거나 뒤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부인이 건강하신가요? 꾸부정 아……아니요, 혈압이 조금. 대머리 혈압이라, 뒤로 넘어가겠군. 꾸부정 새……생각해보니 골다공증도.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겠군. 꾸부정 얼마 전부턴 심장이 답답하다고.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다음 호흡 곤란을 일으키겠군. 꾸부정 뭐……뭐라구요! 대머리 집이 몇 층이죠? 꾸부정 시……십오층인데? 대머리 완벽하군요. 해고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선생의 부인은 혈압이 높아져서 뒤로 넘어지고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진 다음, 심장 이상으로 호흡 곤란을 일으킬 겁니다. 놀란 선생은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혈압과 뼈와 심장이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거든요. 우물쭈물하다가 선생님은 119에 전화를 하겠죠. 119 요원들은 잽싸게 아파트에 도착하지만 선생님의 집은 십오층입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맨 꼭대기 층에 있군요. 요원들이 계단을 뛰어올라 옵니다. 일층 이층 삼층 사층 선생의 부인은 점점 호흡이 가빠집니다. 오층 육층 칠층 더더욱 가빠집니다. 팔층 구층 부인의 의식이 점점 없어집니다. 십층 십일층 선생이 말합니다. 여보, 조금만 참아. 십이층 십삼층 선생이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여보, 제발 조금만 더 참아. 그렇게 십사층을 지나고 십오층에 도착해 마침내 선생의 집으로 왔을 때 선생의 부인은 이미……. 꾸부정 (이야기에 몰입해 있다가)아……안 돼! 안 돼! 여보오! 꾸부정, 털썩 쓰러진다. 대머리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는 없겠죠. 해고는 해고니까요. 이왕이면 부인의 컨디션이 최상일 때, 119가 바로 올 수 있는, 뒤로 넘어가도 뼈가 부러지지 않을만한 장소에서 하시죠. 부드러운 모래라든가……이 놀이터가 딱이로군요. (다시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한참의 정적. 꾸부정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대머리 사실 저도 해고잡니다. 꾸부정 동업자…… 아니…… 동반자셨군요. 대머리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꾸부정 고참…… 이시네요. 혹시……선생님 부인께서도 뒤로? 대머리 아니요. 꾸부정 뼈가? 대머리 전혀. 꾸부정 호흡 곤란이라든가. 대머리 천만에요. 멀쩡합니다. 멀쩡함을 넘어 건강하죠. 김치찌개에다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운 다음, 남은 찌개를 밥통에 넣고 비벼먹으니까요. 꾸부정 ……대단하군요. 대체……비결이……. 대머리 간단합니다. 해고됐단 얘기를 안했으니까요. 꾸부정 그, 그럼? 대머리 계속 다니는 줄 압니다. 꾸부정 아니 그게 일 년 넘게 가능한가요? 대머리 보통 사람은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하지만 선생님은? 대머리 전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영특, 기특,똑똑, 비범이란 말을 달고 다녔으니까요. 한마디로 머리가 좋았죠. 꾸부정 (대머리의 머리를 한참 쳐다본다) 대머리 지금, 대머리 주제에 머리가 좋아봤자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어쨌든, 저 정도의 두뇌라면 충분히 속이는 게 가능합니다. 분명한 원칙 규칙 법칙만 확립한다면 말이죠. (시계를 가리키며) 이 시계도 그런 원칙 중의 하납니다. 퇴근시간 여섯시, 전철 타고 내리면 여섯시 삼십분, 역 앞에서 버스 타고 동네까지 오면 여섯시 오십분, 동네에서 아파트까지 오는 데 여섯시 오십오분, 아파트에서 우리 집까지 오면 딱 일곱시, 그렇지만 시간을 너무 딱 맞춰 오면 이상하니까 적당하게 일곱시 삼분 정도……마침 지금이 일곱시 삼분이군요. 더 늦으면 어색합니다. 그럼 이만. 대머리, 일어나서 가려고 한다. 꾸부정 (벌떡 일어나며) 자……잠시만요. 대머리 ……. 꾸부정 저한테도 그……원칙 규칙 법칙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대머리 (위아래로 훑어보며) 딱 보니 보통 사람이시군요.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앞을 막아서며) 부탁드립니다.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꾸부정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대머리 미안합니다. 늦으면 의심합니다. (가려고 한다) 꾸부정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며) 제발요, 제발. 이렇게 빕니다. 우리 집사람이 뒤로 넘어가고 뼈가 부러지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 사람은 저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랑……결혼을 해준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일분일초라도 더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무릎 꿇으며) 허락하실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겠습니다. 무릎 꿇은 꾸부정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대머리. 꾸부정, 점점 다리가 저려온다. 대머리 다리 저리죠? 꾸부정 ……조금. 대머리 이쯤 되면 좀 봐주지 저 대머리 진짜 독한 놈이다,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요? 대머리 다리 저리면,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아……아닙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대머리 괜찮습니다.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그럼……조금만 꼼지락을. 꾸부정, 슬며시 꼼지락거린다. 대머리 (시계를 들여다본다) 시간이 꽤 지났군요. 어중간한 시간입니다. 지금 들어가면 뭔가 부조리합니다. 이럴 때는 회식을 한 것처럼 아예 늦게 들어가는 게 좋은 방법이죠. (전화를 건다) 나야, 별일 없지? 부장님이 딱 한잔만 하자고 하시네. 당신도 알잖아 부장님이 회사일 힘들면 나한테 털어놓는 거. 일찍 갈 테니까 밥은 먼저 먹어. (전화 끊자마자 가방에서 반병 정도 남은 소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다) 회식이라고 했기 때문에 입에서 술 냄새가 나야 됩니다. (오징어 다리를 꺼내 우물우물 씹는다) 술 냄새만 나면 이상하니까요. 자, 그럼, 훈련을 시작해 볼까요? 꾸부정 (기쁨) 저……정말이십니까? 대머리 시간이 없으니까 3단계로 요약 학습을 하죠.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꾸부정 (차렷 자세로) 옛! 대머리 가장 중요한 1단계는, 변화입니다. 꾸부정 변화? 대머리 많은 해고자들이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만 대부분 들킵니다. 왜일까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떠한 행동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한숨을 쉰다든가, 소파에 푹 주저앉는다든가, 밥 먹다가 숟가락을 멈추고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든가, 밤이 깊도록 식탁에서 소주를 마신다든가, 아들한테 사립대 말고 국립대로 가는 건 어떠냐고 한다든가, 잠자리에서 등을 돌린 후 웅크리고 잔다든가,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흐느낀다든가. 이런 변화들이 해고를 들키는 가장 큰 이유죠. 꾸부정 (감탄) 그렇군요. 대머리 변화되지 않는 것. 일상적인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꾸부정 (감탄의 연속) 으음……. 대머리 이론만 가지고는 감이 안 옵니다. 실전훈련을 해보죠. 이 놀이터가 집이고 제가 부인이라고 설정을 해봅시다. 선생은 회사 일을 마치고 막 퇴근한 상탭니다. 바깥에서 벨을 눌러보세요. (꾸부정이 멍하니 있자) 시간 없습니다. 빨리. 꾸부정 (얼떨결에) 예…… 옛! (바깥으로 달려 나가) 띵동! 대머리 (부인 흉내)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대머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풉……. 대머리 ……. 꾸부정 그게……집사람이 대머리라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 웃겨서……. 대머리 ……. 꾸부정 죄……죄송합니다. 제대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아, 먹었어. 대머리 (손을 잡으며) 고생 많았지? 꾸부정 …… 흐흑. (흐느낀다) 대머리 뭡니까? 왜 울죠? 꾸부정 (흐느끼며) 집사람이 손을 잡아주니까 갑자기 미안하고, 고생만 시킨 것 같고, 젖은 손이 애처롭고……. 대머리 어허, 이러니까 들키는 겁니다. 마음을 강하게 먹으세요. 돌부처처럼! 꾸부정 네……넷! 돌부처! 다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과장되게) 밥? 먹었지! 아주 많이! 대머리 (손을 잡으며) 별일은 없었어? 꾸부정 (더더욱 과장되게) 별일은 무슨, 평소랑 또오오옥 같았어 하하하하! 대머리 잠깐, 왜 이렇게 들떠 있죠? 회사에서 좋은 일이 있었나요?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월급날입니까?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부인 생일인가요? 꾸부정 아니요……별일 없었는데 대머리 그런데 왜 그렇게 오버를 합니까? 별일 없었는데 그렇게 오버 하면서 별일 없었다고 하니까 마치 별일이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꾸부정 아……거기까지는 차마. 대머리 자, 눈을 감으세요. 상상을 해봅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반복적인 회사의 하루, 위에서 눌리고 밑에서 치이고 정리해고의 소문이 뒤숭숭하게 들려오고, 선생은 그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하루를 버티고 퇴근을 합니다. 지하철이 붐빕니다. 버스가 막힙니다. 심신이 지쳐있습니다. 터덜터덜 걸어옵니다. 그 상황에서 초인종을 누릅니다. 띵동! (부인 목소리) 당신 왔어? 별일 없었지? 꾸부정 (상상하다가 정말 지친 듯, 무심하게) 뭐, 똑같지 뭐. 대머리 나이스! 그겁니다! 하니까 되잖아요? 꾸부정 아? 정말? 정말 되네? 환호하는 꾸부정. 대견한 듯 지켜보는 대머리. 대머리 (느닷없이)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재빨리)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능숙하게)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완전 능숙) 뭐, 똑같지 뭐.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대머리. 대머리를 부둥켜 안는 꾸부정.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2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초조한 듯 그네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상하게도 잠옷 차림. 그의 발밑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들. 대머리가 체육복 가방을 들고 놀이터로 들어온다. 그네에 타고 있는 꾸부정을 의식 못한 채 양복바지와 윗도리를 벗는다. 아아, 그 속에 입고 있는 축구 유니폼. 대머리 (부인에게 전화하는 듯) 나야. 사내 축구대회가 이제 끝났어. 오늘은 두골밖에 못 넣었어. 부장님은 후보였지 뭐. 밥?……부장님이 같이 먹자고는 했는데…… 정 그렇다면 집에서 먹지 뭐.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모래밭에 뒹굴며 유니폼을 더럽히는 대머리. 만족한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꾸부정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대머리 뭐……뭡니까? 꾸부정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대머리가 꾸부정을 잡아채어 그네 밑으로 숨는다.(숨어질 리가 없으니 웃기다) 대머리 오랜만? 헤어진 지 하루 만에 만났는데 오랜만이라구요? 꾸부정 오랜만은……아니네요. 대머리 이 놀이터는 제가 찜했으니까 다른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라고 몇 번을 말했습니까? 꾸부정 그건……알지만. 대머리 대체, 40대의 못생긴 남자 둘이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다는 게 주민들이 봤을 때 얼마나 평범하지 않은 일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방금, 솔직히 이 대머리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는데 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쌓여있는 담배를 본다) 맙소사, 이 아까운 담배. 이 담배값이면 김밥이 두 줄이거늘…… 왜 이런 비행을 일삼는 겁니까? 혹시…… 걸린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세상에, 하루 만에 걸리다니……시키는 대로 안 했죠? 꾸부정 아…… 아닙니다. 배운 그대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변수가 있었어요. 대머리 변수라니요? 꾸부정 스승님께 배운 1단계를 계속 되뇌면서, 심호흡을 하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대머리 순간? 꾸부정 첫째 둘째가 쪼르륵 달려오더라구요. 그러고는 갑자기……. 대머리 갑자기? 꾸부정 아빠 생일을 축하한다면서 첫째 놈이 어깨를 주무르고 둘째 놈이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러면서 .(갑자기 목이 멘다) 대머리 세상에……본인 생일인지도 몰랐나요? 꾸부정 저는 집사람이랑 애들이랑 부모님이랑 장인 장모랑 부장님 상무님 전무님 사장님 생일밖에 모릅니다. 대머리 ……. 꾸부정 자식들이 생일노래를 불러주는데 어떤 아빠가 목이 안 멥니까. (흐느낀다) 대머리 잠깐, 이상하군요. 선생 말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은 자녀들이 생일을 챙겨줄 때 웁니다. 자녀들의 생일 축하에 감동한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운다. 이건 튀는 게 아닌데? 평범한 건데? 꾸부정 조용히 운 게 아니라……. (갑자기 바닥에 뒹굴며 통곡한다) 대머리 음 ……그렇게 울었군요. 꾸부정 (끄덕이며 계속 통곡) 대머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나 할 법한 울음을 생일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꾸부정 (더 크게 통곡) 대머리 가족들은 가장의 뜬금없는 대성통곡에 당황했을 테고. 꾸부정 (그야말로 대성통곡) 대머리 그래서……그 다음 행동은? 꾸부정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도망치듯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대머리 도망치듯 이라, 이런. 꾸부정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안방 문을 잠그고. 대머리 맙소사. 꾸부정 밖에서 두들겨도 열어주지 않다가 . 대머리 하느님. 꾸부정 눈을 떠보니 아침이더군요. 대머리 ……부인은? 꾸부정 ……거실에서. 대머리 ……. 꾸부정 눈을 뜨자마자 너무 당황스러워서……몰래 집을 나왔습니다. 대머리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더군다나……잠옷 차림. 꾸부정 공원에 계속 숨어 있다가 시간 맞춰서 나온 겁니다. 스승님…… 저 어쩌죠?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거늘. 꾸부정, 흐느낀다. 대머리, 눈을 감은 채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축구 유니폼을 벗는다. 속옷 차림으로, 꾸부정에게 축구 유니폼을 건네는 대머리. 대머리 회사원인 남자가,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나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러나 체육대회를 했다면 알리바이가 생기죠. 입으세요. 꾸부정 ……하지만……스승님도……. 대머리 저는…… 심판 봤다고 하겠습니다. (가방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목에 걸며) 이건……다음 달에 쓸 거였는데……. 꾸부정 이 은혜……잊지 않겠습니다. 스승님. 대머리 들어가자마자 아버님 사진을 꺼내세요. 꺼내자마자 사진 부여잡고 우세요. 어제 선생은, 돌아가신 아버님 때문에 울었던 겁니다. 꾸부정 (경이로움) 과연……스승님은……. 대머리 이제, 뒹구세요! 꾸부정, 열심히 모래바닥에 몸을 뒹군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3 불이 켜지면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놀이터에 서 있다. 그녀는 양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다. 단발 (냉랭하게) 여보, 솔직히 말 안 하면 나, 집 나갈 거야……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울먹이며) 당신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빨리 말해?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화통하게) 호호호호! 괜찮아 여보! 딱 보니까, 짤렸네? 호호호호!! 힘없이 주저앉는 단발머리.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차분하게 독백을 시작한다. 단발머리가 독백을 하는 동안 파마머리를 한 여성이 조용히 들어온다. 그러고는 옆 그네에 앉아 벼룩신문을 보기 시작한다. 단발 (이성적으로) 여보, 나 당신과 지금까지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거야. 당신도 알겠지만 우린 부부야. 부부가 뭔데? 비밀이 없는 게 부부야. 내가 열을 셀 동안 당신이 끝까지 비밀을 말 안 해준다면 나……집 나갈 거야. 이게 당신의 마지막 기회야.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넷……. 파마 (불쑥) 대답 안 할 거예요. 단발 (화들짝) 네 넷? 파마 그쪽 아저씨한테 짤렸냐고 추궁해도 대답 안 할거라구요. 단발 ……. 파마 오히려 추궁하면 추궁할수록 그쪽 아저씨는 위험해질 거예요. 단발 위험해……진다구요? 파마 남편 성격이? 단발 조금……소심해요. 파마 소심하다라……열을 세자마자 바로 집을 뛰쳐나가겠네. 단발 약간 다혈질이기도. 파마 다혈질이라……바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뛰어내릴 수도 있겠네. 단발 조금 고전적인 면도. 파마 고전적이라……고전적으로 약국마다 돌면서 수면제를 살 수도 있겠네. 단발머리, 비틀거리다가 그네에 주저앉는다. 파마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뛰쳐나가면 잡으면 되고 옥상 문은 잠가놓으면 되고 약 먹어도 응급실이 있으니까. 그래도……상처는 남겠죠. 돈 없어도 살지만 자존심 없으면 못사는 게 남자니까. (일어나며)그럼 이만. 단발 저……저기……. 파마 ……. 단발 어떻게……그렇게……잘……. 파마 우리 아저씨도 짤렸거든요. 그것도 1년째. 단발 그쪽 아저씨가 혹시……뛰쳐나가셨나요?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옥상에서?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약을? 파마 전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건조하고, 재미없고, 대머리고. 단발 그게 어떻게 …… 가능하죠? 파마 모르는 척 했거든요, 해고당한 걸. 단발 모르는 척……그게……그렇게 쉽게……. 파마 평범한 주부들은 안 돼요. 어느 정도 비범해야만 가능하죠.(시계 본다)늦었네요. 잠시 후면 우리 아저씨가 이 놀이터로 올 거예요. 항상 여기 들렀다가 시간을 맞춰서 퇴근한 척하거든요. 파마머리, 벼룩시장을 챙겨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단발 사모님! 파마 ……. 단발 저도……저도 비범하게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파마 일반 주부가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에요.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단발 (무릎 꿇으며) 부탁이에요, 사모님. 저희 남편이 때때로 소심하고 때때로 한심하고 때때로 답답하기는 하지만……좋은 사람이에요. 오로지 집이랑 애들이랑 저밖에 모르는……그 사람이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약을 사러 돌아다니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그 사람이 계속해서 맘 편히 집으로 오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무릎 꿇으며) 부탁드려요! 한동안의 정적. 파마 제자로 받아주면……가끔 소금 설탕 간장 같은 거 빌려줄 수 있어요? 단발 그럼요! 파마 맛있는 반찬 하면 나눠줄 수도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그쪽 애들 통닭이나 피자 시켜주면 우리 애들도 불러 먹일 수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제자님이 그렇게 해주면 나도 제자님한테 그렇게 해주겠어요. 서로 서로 나눔으로써 감소된 경제력을 최대한 이겨내는 거예요. 단발 방금, 제자라고? 파마 그래요. 제자로 받아주겠어요. 단발 (큰절) 스승님! 파마 (대머리에게 전화하는 것일까) 여보, 퇴근하는 중이지? 미안한데 올 때 계란 좀 사다줘요. 동네 슈퍼 말고 꼭 유기농 파는 데로 가서, 그래 큰길가에 있는, 고마워요. (전화 끊는다) 우리 아저씨가 놀이터로 오는 시간을 지연시킨 거예요. 수업을 해야 하니까 단발 그런 깊은 뜻이! 그럼 저도 전화할까요? 파마 비싼 거 말고, 계란이나 당근처럼, 싸면서도 깐깐하게 골라야 하는 걸로, 그래야 남편에게 부담이 안 가면서 시간도 벌어지니까. 단발, 꾸부정에게 열심히 전화한다. 파마, 대견하게 지켜본다. 통화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는 두 사람. 파마 상태 체크부터 해보죠. 그쪽 아저씨가 해고당했을 거라는 판단을 하게 된 이유는? 단발 그게……집에 왔을 때만 해도 평소랑 똑같았어요. 별일 없었냐고 물어보니까. 파마 “뭐, 똑같지 뭐.” 라고 했죠? 단발 (놀란다) 그걸 어떻게? 파마 그게 1단계니까요. 단발 그런데 그날이……남편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노래를 불러줬어요. 그런데. 파마 그쪽 아저씨가 한참을 가만있다가 대성통곡을 한 거죠? 단발 맞아요! 파마 그러다 울먹이면서 안방으로 뛰쳐들어갔을 테고. 단발 맞아요! 파마 문을 잠가놓고 밤새 안 열어주다가 다음 날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나갔는데 들어올 때는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들어오더니 아버님 사진을 꺼내놓고 울지는 않던가요? 단발 맞아요! 그것도 멀쩡히 살아계신 아버님을……. (흐느낀다) 파마 분석을 해보니, 짤린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오는 증상이네요. 지금이 가장 위험할 때에요. 걸릴까 말까 말할까 말까 집에 들어올까 말까를 가장 고민할 때죠. 단발 그……그러면……어떻게? 파마 제자님이 실력을 발휘할 때인 거예요 일명 ‘모른 척’의 실력을. 단발 모른 척의 실력? 파마 생각해봐요. 남편들이 “아, 걸릴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언제 하게 될까요? 단발 글쎄……. 파마 바로 ‘눈빛’이에요. 단발 눈빛? 파마 가장들이 고달프고 괴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힘이 뭘까요? 그건 바로 가족들의 눈빛이에요.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 왔을 때,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가족들의 애정 어린 눈빛. 그럴 때 가장들은 힘을 얻는 거예요. 단발 아! 그렇다면, 앞으로 그 눈빛을 더 열심히 보내주면 되겠네요? 파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그건 그 사람들이 ‘일’을 할 때잖아요. 단발 ……. 파마 지금은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태죠. 일을 못 구해서 미안하고 돈을 못 버니까 미안하고, 그런 가슴 아픈 상태에서 집에 들어왔는데 가족들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고 생각해봐요. 어떻겠어요? 단발 (서서히 깨달음을 얻는다) 아아……. 파마 애들이 노래를 불렀을 때 그쪽 아저씨가 왜 대성통곡을 했는지 알겠죠? 단발 (깨달음) 이제야 알겠습니다. 스승님. 파마 그렇기 때문에 그 1단계가 바로 ‘눈빛 돌리기’ 인 거예요. 단발 눈빛 돌리기! 파마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 봐요. 남편이 퇴근한 척하고 집에 들어왔어요. 대꾸를 해 보세요. “여보, 나 왔어.” 단발 (눈빛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으……응……별일 없었어? 파마 그렇게 어색하게 눈빛을 돌리면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느낌이 바로 오잖아요. 단발 그렇네요. 파마 다시 한 번 해봐요. “여보, 나 왔어.” 단발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며) 응, 별일 없었지? 파마 그렇게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면서 얘기하면 냉랭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단발 아아…… 어렵네요. 파마 눈빛을 피하되, 의도적이지도 냉랭하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피해야 되는 거예요. 상상을 해봐요. 남편이 집에 왔을 때 눈빛을 돌리고 있을만한 자연스러운 무엇. 단발 자연스러운 무엇이라……. 파마 시범을 보여주죠. 역할을 바꿔 봐요. 단발 (남편 흉내) 여보, 나 왔어. 파마 (뒤돌아 요리하는 척) 왔어? 계란 사왔어? 단발 (계란 건네주는 척) 응, 여기. 파마 (계란 받자마자, 다른 곳으로 가며) 빨래가 다 됐나? 당신은 빨리 씻어. 단발 (씻으러 가는 척) 응, 그래. (씻으러 들어갔다 나온 듯) 다 씻었는데? 파마 (식탁을 가리키는 듯) 밥 차려놨어. 단발 당신은? 파마 당신 기다리다 배고파서 먹었어. 아이고, 내 정신? 드라마 녹화해 놨는데. (거실로 달려가는 시늉) 단발 (껄껄 웃는다) 허허 당신도 참! (편하게 밥을 먹는 시늉을 하다가) ……어머? 한 번도 안 마주쳤어요! 파마 그리고 자연스럽죠? 단발 남편 입장에서도 정말 자연스럽고 편하겠어요! 파마 이 1단계를 여러 가지로 조합해서 써먹으세요. 요리-빨래-드라마, 드라마-요리-빨래 같은 식으로. 여기서 중요한 건, 요리가 맨 마지막에 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밥을 같이 먹게 되고, 같이 먹게 되면 눈이 마주치게 되니까. 단발 (경이로움) 스승님……. 파마 통닭 시키면, 꼭 우리 애들 불러줘요. 단발이 파마를 껴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4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대머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머리가 생일 때 쓰는 고깔모자를 쓰고 천천히 걸어온다. 꾸부정 스승님! 대머리 (고깔모자가 부끄러운 듯) 오늘, 생일이거든요. 오늘 컨셉은 직원들이 해준 생일파티 컨셉입니다. 1년에 한번밖에 못 써먹는 게 아쉽긴 하지만…… (꾸부정의 상태를 보고) 좋아 보이는군요. 꾸부정 그럼요! 집사람이 완전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집에 갈 때마다 빨래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구요. 눈이 안 마주치니까 더더욱 마음이 편합니다. 하하하하! 대머리 참으로……대단한 우연의 일치로군요. 꾸부정 네? 대머리 아닙니다. 그런 우연이 겹칠 때가 있죠……저도 그랬으니까. 어쨌든 다행입니다. 꾸부정 (비닐봉지를 내밀며) 저어……이거……. 대머리 이건? 꾸부정 스승님 생신 선물입니다. 대머리 ……해고자들끼리는……경조사를 모른 척 하는 게 불문율인데……. 꾸부정 그건 알지만, 스승님의 생신이니까요. 자판기 커피를 서울역에서 영등포 쪽으로 옮기니까 50원이 절약되더라구요. 그걸 두 달 동안 모아서 산 겁니다. 대머리, 천천히 봉지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소주 한 병이 들어있다. 꾸부정 한 달 치 회식 아이템입니다. 대머리 ……직원들도……챙겨준 적 없었는데……선물……. 꾸부정 ……약소합니다. 한동안 말없이, 소주병을 만지작거리는 대머리. 대머리 (분위기 전환) 흠흠, 두 달이 지났으니 2단계로 들어갈 차례로군요. 꾸부정 그 생각을 하니까 두근거려서 잠이 안 왔습니다. 대머리 배우고 익히면 때때로 즐겁지 아니하죠. (선물 받은 소주를 따서 권하며) 일단, 한 모금 하시죠. 꾸부정 하지만……이건 스승님의 대머리 오늘은 제 생일이니까 특별히 보름치만 마시죠 (오징어 다리 네 개를 꺼내며) 안주도 사치스럽게 1인당 무려 두 개씩. 소주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게 소주를 마시는 두 남자. 대머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꾸부정 글쎄요, 명함? 대머리 (고개 흔든다) 꾸부정 그럼, 양복이나 작업복? 대머리 이렇게 물어보죠. 직장에 다니는 이유가 뭡니까? 자아실현 같은 뻔한 답 말고. 꾸부정 돈을 벌기 위해서죠. 돈을 벌어야 가족들 먹여 살리고 집도 사고. 대머리 그렇습니다. 돈, 바로 월급이죠. 직장을 다닌다는 가장 큰 증거는 바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입니다. 꾸부정 (이마를 치며) 아아 그렇구나. 대머리 선생이 그 어떤 실수나 튀는 행동을 하더라도 월급을 꼬박꼬박 가져다주는 한 쉽게 의심받지 않습니다. 1단계보다 더 강력한 2단계는 바로 ‘월급’입니다. 꾸부정 월급이라……무슨 수로 월급을……. 대머리 퇴직금과 저축과 비자금을 포함하면 얼마나 됩니까? 꾸부정 한……삼천 정도…….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당겨쓰는 바람에……. 대머리 월급은? 꾸부정 이백이 조금…….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성과급제 인지라……. 대머리 봅시다, 재취업의 목표를 일 년으로 잡았을 때, 총자본 삼천에서 하루 용돈 만원 곱하기 365해서 빼면 2635만원. 중간 중간 부인과 아이들 생일 선물 챙겨주고, 가끔 부모님 외식도 시켜드리고, 아프면 병원 가야되고, 친구 만나면 술 한잔도 해야 되니까 100만원 빼면 2535만원. 이걸 열두 달로 나누면 211. 25만원. 딱 맞아떨어지는군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맞아 떨어지다니! 대머리 아직 감탄은 일러요. 변수를 따져봅시다. 올해 안에 큰돈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뭐가 있죠? 꾸부정 음……올해 봄에 어머니 금니를 해드리기로.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임플란트 해드린다고 하세요. 꾸부정 음……올해 여름에 가족들하고 제주도를.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하와이 가자고 하세요. 꾸부정 처제가 연애를 하는데 가을쯤 결혼하고 싶다고. 대머리 어떻게든 둘이 깨지게 만드세요. 꾸부정 겨울에 큰애가 수능을 보는데 그럼 대학 등록금을. 대머리 어떻게든 재수하게 만드세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쉽게 해결되다니! 선생님은 천재예요! 대머리 지금 당장, 은행으로 가서, 입금 하세요. 꾸부정, 대머리를 부둥켜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5 불이 켜지면, 단발과 파마가 그네에 앉아있다. 단발은 통닭을, 파마는 장조림 통을 들고 있다. 그들의 발밑에는 반쯤 남은 소주병(남자들이 마신)이 남아있다. 단발 다 먹으면 살찐다고 애들한테 강제로 뺏어 온 통닭이에요. 파마 우리 애들 좋아하겠네. 이건 우리 엄마가 보내준 장조림이야. 단발 이 귀한 걸. 파마 미국산일 거야. 단발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죠. 두 여자, 웃는다. 단발 (소주병을 내려다보며) 회식을 보름치나 빠뜨려놓고 갔네요. 불쌍한 그이. 파마 남은 보름은 축구대회로 때우겠지. 모래판에 뒹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파. 단발 이번 달엔 월급을 두 번이나 입금했더라구요. 파마 우리 아저씨는 실수로 우리 딸한테 입금한 적도 있어.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월급날이니까 당당하게 들어오겠네. 오랜만에……하자고 할지도 몰라. 단발 어머, 스승님도. 파마 안 좋아도……좋은 척해 줘야지 뭐. 단발 난 그냥……좋은데. 파마 역시, 젊구나.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소주병 집으며) 이 회식 보름치는, 우리가 마시자구. 곗날이었다고 하지 뭐. 단발 곗날이라……짤린 지 1년 넘은 곗날. 파마 난 2년. 두 여자, 한참을 웃다가, 사이좋게 소주를 나눠 마신다. 파마 그 아저씨들…… 앞으로 1년 버티기도 간당간당할 거야. 퇴직금은 한계가 있지. 단발 우리 남편은…… 당겨썼을 텐데. 파마 중간에 큰돈 들어갈 일 있으면 알아서 짤라줘. 어머니 금니라든가 제주도로 떠나는 가족 여행이라든가 자식들 학자금이라든가 동생 결혼식 같은 것들 있잖아. 단발 어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파마 사는 게 비슷비슷하니까 돈 들어가는 것도 비슷비슷하겠지 뭐. 단발 정말이지……스승님은. 파마 대놓고 짜르면 의심하니까 자연스러워야 돼. 나 같은 경우는 뉴스를 많이 활용해. 요즘 뉴스에 경제 어렵다는 얘기 많이 나오잖아. 등록금에 목숨 끊고 효도 못 해 목숨 끊고 결혼 못 시켜줘서 목숨 끊고……그런 뉴스 나올 때마다 호들갑을 떠는 거야. “어머머머, 저걸 어떡해? 우리라고 안심하면 안 되겠네. 여보, 경제도 어려운데 당분간 허리띠 좀 졸라맵시다.” 그럼 남편이 그러겠지. “그래도……할 건 해야 되잖아?” 그럼 이러는 거지. “그거 안 한다고 당장 죽어? 다 내년에 합시다. 금니는 임플란트로, 제주도는 하와이로, 그리고 첫째 너는 조금만 더 공부하면 ‘인 서울’ 가능해. 그냥 재수해. 그리고 동생 결혼식은……으이그 나 그 남자 맘에 안 들어!” 두 여자, 배꼽을 잡다가, 다시 기분 좋게 마시는 소주. 파마 자기도…… 빨리 일을 구해야 돼. 단발 ……그래야죠. 파마 일을 구할 때도 튀지 말아야 돼. 집에만 있으니까 갑갑하다, 옆집 엄마들이 마트에 가서 일하니까 돈도 벌어 좋고 심심하지도 않아서 좋지 않느냐, 일도 엄청 편하다더라…… 물론 편하지는 않지……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단발 ……. 파마 그래도 마트를 구하면 다행이야. 술집을 돌면서 전병을 파는 아줌마들도 있어. 단발 ……. 파마 더 심하면……도우미로 나서는 거지. 단발 ……. 파마 남자들도 마찬가지야……일을 도저히 못 구하면 아빠방 같은 데로 가기도 하거든. 알지? 그, 남자 도우미 같은……. 단발 ……. 파마 대단한 거야……그렇게 해서 가족이 유지되니까. 단발 대단하네요……저로서는 엄두도 못 낼……. 파마 더 지나면……엄두가 날 거야……. 단발 ……. 파마 ‘뭐든’이라는 단어가 중요해. 뭐든. 단발 ……뭐든. 파마 2단계가 바로 그 ‘뭐든’ 이야. 단발 ……. 파마 (벼룩시장을 건넨다) 생일 축하해. 선물이야. 단발 ……고마워요. 파마 꼼꼼히 읽어 보면 일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소주병을 들고) 마시자고……곗날인데 말없이, 소주를 마시는 여자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6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축구 유니폼 차림으로 모래판에 열심히 뒹굴고 있다. 잠시 후,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대머리. 그러나, 대머리가 아니다. 윤기 흐르는 리젠트 헤어스타일에 삐까번쩍한 양복, 광나는 구두. 그러나, 왠지 어색한.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운. 꾸부정 스승님! …… 머리가? 대머리 가발입니다. 꾸부정 결혼식이라도?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이제, 완벽하게 홀로서기를 하셨군요. 꾸부정 스승님 덕분이죠……덕분에 집사람이 뒤로 자빠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네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어머니 금니도 가족들 여행도 다 내년으로 미뤄졌어요. 처제는 결혼 상대가 갑자기 마음에 안 들고 아들놈은 갑자기 ‘인 서울’을 노리겠다더군요. 4년제도 힘든 놈이……. 대머리 그건 정말로……완벽한 행운이군요. 꾸부정 예……그야말로 완벽한……. 대머리 ……. 꾸부정 집사람이 일을 시작했어요.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하다면서. 대머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겠군요. 꾸부정 전병을 팔고 있더라구요……술집을 돌아다니면서.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하다고 할 만할 일일까요……전병을 파는 게…….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해서겠죠……분명……. 좋은 건지, 씁쓸한 건지 모를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네를 타는 두 남자. 대머리 마지막 3단계를 배울 차례로군요. (양주를 꺼낸다) 양주 한잔 하시죠. 꾸부정 양주가……어디서?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졸업 선물입니다. 어떠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양주를 받아 마시는 꾸부정. 대머리 3단계는 ……시간입니다. 꾸부정 ……시간. 대머리, 그네에서 일어나 놀이터를 천천히 거닌다. 대머리 어릴 때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꾸부정 ……. 대머리 의사도 됐다가 선생님도 됐다가 과학자, 대통령, 경찰관, 소방관, 백화점 사장, 옷가게 사장, 슈퍼마켓 사장……그렇게 소꿉놀이를 하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더 많으면 나는 더 많이 놀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생각했죠. 시간이 많다는 게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걸……이제야 깨닫게 되는군요. 꾸부정 ……. 대머리 선생님이 해고된 순간부터 선생님에게는 엄청난 시간이 생겼습니다. 이제 선생님은 직장을 구할 때까지 평범함을 연기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시간과 싸워야 합니다. 늦잠을 잘 수 없습니다. 출근 하는 척해야 되니까요. 밖에서 시간을 때워야 합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야 집에 갈 수 있으니까요. 밥도 혼자 먹어야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직장에서 먹으니까요. 비싼 걸 먹으면 안 됩니다. 돈이 없으니까요. 꾸부정 ……. 대머리 동네 주변에 있으면 안 됩니다.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극장도 있고 피씨방도 있고 커피숍도 있지만 갈 수 없습니다. 돈이 드니까요. 아침이 되면 꾸역꾸역 밖으로 나가서 저녁이 될 때까지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돈 안 드는 방법을 택해서 시간을 죽여야 됩니다. 시간이 많다고 책을 읽어서도 안 됩니다. 취직을 위해서 교차로 벼룩시장 가로수만 죽어라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매일매일 그런 시간과 싸워야 됩니다. 그게……마지막 3단계입니다. 꾸부정 ……. 대머리 (놀이터를 둘러 본 후) 어릴 때는 이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놀이터에서 대머리의 어른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으면 웃기잖아요……어른이니까……. 꾸부정 ……. 대머리 (시계를 본다) 이제 가야겠군요. 저도 오늘은 축구대회라고 한지라 ……. 대머리, 가발을 벗고, 비까번쩍한 양복을 벗으면, 그 안에 입혀져 있는 유니폼. 그 상태로 모래바닥에 사정없이 뒹굴고, 꾸부정도 말없이 뒹굴고. 꾸부정 (뒹굴면서) 스승님……우리…… 소꿉놀이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어릴 때처럼? 대머리 (역시 뒹굴면서) 우리 같은 중년의 가장에겐……조금은 괴로운 소꿉놀이군요. 그런데……어릴 때 소꿉놀이 할 때는 왜 한번도……회사원 역할을 안 했을까요. 꾸부정 ……. 대머리 시시해서였을까요? 꾸부정, 말없이 더욱 열심히 뒹굴고, 대머리도 그런 꾸부정을 보며 더더욱 열심히 뒹굴고……. 암전. 잠시 후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두 남자의 목소리. 목소리 나 왔어…… 별일은 무슨…… (심호흡을 한번 하고) 뭐, 똑같지 뭐. 작은 멜로디. -막-
  • ‘한잔의 승부’… 음료업계 미니제품 마케팅 바람

    ‘한잔의 승부’… 음료업계 미니제품 마케팅 바람

    ‘딱 한잔만… ’ 음료 제품이 인기를 끌면 용량을 크게 늘리는 대신 가격은 낮춰 알뜰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게 일반적인 추세. 그러나 최근에는 한입에 가볍게 털어 넣기 좋은 미니 제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맛뿐 아니라 용량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세분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개봉 후 맛과 향이 쉽게 변하는 음료의 특성상 ‘한잔 제품’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때문에 아예 종이컵(약 100㎖) 용량에 맞춘 제품까지 나오는 등 ‘딱 한잔의 승부’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소용량 제품의 증가 추세는 커피업계에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커피믹스나 원두커피백 제품 또한 소용량 제품. 그러나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일회용이나 간편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 아니라 ‘나의 양에 맞는 제품’을 원한다. 커피전문기업 쟈뎅은 이런 욕구를 간파했다. 지난해 출시된 ‘마일드 원드커피백’은 머그컵용이 아니라 종이컵용 제품이다. 종이컵 사용이 많은 사무실에서 기존 원두커피백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 고작 100㎖ 용량인 종이컵에 담아 한번 우려먹기에는 너무 진하고 두번 우려먹자니 이미 젖은 커피백의 처리가 곤란했다. ‘마일드 원두커피백’은 이런 점을 노린 것이다. 용량처럼 가격 또한 기존 제품의 약 3분의1 수준으로 1포 기준 100원대 중반. 커피믹스와 동일한 가격대로 원두커피를 즐기고 싶은 2030세대들의 반응이 특히 뜨겁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쟈뎅 관계자는 “최상의 맛을 주기 위해 최적의 맛과 양을 ‘한잔’에 담으려는 새로운 음료 문화가 고개를 들고 있다.”면서 “다양한 욕구를 가진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동서식품도 최근 종이컵에 맞춘 핫초코 제품을 선보였다. 이 회사의 ‘핫 초코 미떼’는 겨울철 인기 음료. 300g 용량의 기존 제품을 17g으로 확 줄여 내놓은 ‘미떼 미니 스틱’은 첫 출시 때 종이컵에 알맞는 용량임을 강조하기 위해 박스 옆에 아예 종이컵을 달고 나오기도 했다. 학교나 사무실뿐 아니라 스키장 등 야외활동을 하는 현장에서 간편하고 가볍게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각 가정마다 에스프레소 머신 하나 들여놓는 게 유행이 된 지도 오래. 수많은 커피 기계 가운데 가장 두각을 나타낸 것은 1잔 분량의 ‘캡슐커피’를 내놓은 네스프레소다. 일일이 커피 가루의 용량을 재어 커피를 뽑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확 줄인 캡슐커피는 등장하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보통 원두는 개봉 직후 신선도가 떨어지기 시작해 2주 후면 산화된다고 알려져 있다. 캡슐에 담긴 커피는 신선도, 맛, 향을 모두 잡았기에 커피 애호가들의 입맛을 잡을 수 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등 철마다 새로운 맛을 추가하고, 한정판 제품을 내놓으면서 맛과 향에 대한 호기심까지 자극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200㎖ 우유 한팩도 버거울 때가 많다. 마시다 남은 우유 처리에 고민이 깊은 엄마들의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이 나왔다. 신세계 이마트가 동원데어리푸드와 함께 지난해 9월 선보인 ‘엔젤우유’다. 100㎖ 소포장으로 용량을 차별화했다. 아이들을 겨냥해 나왔지만 다이어트를 원하는 젊은 여성들도 반색하고 있다고 한다. 청정원의 ‘마시는 홍초 미니병 50㎖’는 고객의 요청에 의해 탄생한 경우. 2005년 출시 이후 타깃 소비층인 20~40대 여성들에게 사랑받을 즈음, 홍초를 소주나 맥주에 섞어 먹는 ‘홍초칵테일’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소주 1병과 타 먹기 좋도록 기존 500㎖, 900㎖보다 작은 사이즈의 제품을 찾는 남성 고객들이 생겨났다. 이렇게 탄생한 미니병은 기존 제품의 10분의1 크기에 병 입구의 크기도 소주병에 맞추는 매력까지 더했다. ‘마시는 홍초’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600억원. 이 중 홍초 미니병의 매출은 약 30억원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남편·아들 잃은 나는 빵·막걸리로…

    ‘나’는 해마다 장미꽃이 은성하게 피는 집에서 더없이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지닌 아이와 남편과 함께 살았다. 그러나 아들은 강에서 익사 사고로, 남편은 차량 전복 사고로 연이어 ‘나’의 곁을 떠난다. 남편과 아들을 잃은 나는 빵과 막걸리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정성들여 가꾸었던 정원은 옆에 들어선 원룸에서 던진 쓰레기와 소주병, 맥주 깡통 때문에 쓰레기장으로 변한다. 노무현 대통령 분향소에서 ‘나’는 남편 선배의 친구인 작가 이정섭을 만난다. 정섭은 자신의 외도 때문에 아내와 딸이 독일로 떠난 처지. 정섭에게 혈혈단신이 된 ‘나’는 남다르게 느껴진다. 갑작스러운 친구의 부음 소식에 정섭은 홀로 위태롭게 남을 ‘나’를 이끌고 전남 목포로 향한다. 공선옥(46)의 장편소설 ‘영란’(문학에디션 뿔 펴냄)은 기구한 팔자의 여주인공과 그녀를 둘러싼 갖가지 사연을 가진 남도 사람들의 이야기다. 공선옥은 책 끝자락에서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이야기는, 한 슬픔의 사람이 어떻게 슬픔을 딛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가에 관한 것이다. 누구나의 생애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겪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숙명이다. 지금 슬픈 사람들이 자신의 슬픔을 내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썼다. 가족이 남기고 간 빈자리를 정으로 맺은 또 다른 사람으로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소설 ‘영란’은 인간의 슬픔을 내버려 두지 않고 끝끝내 절망을 이겨내려는 사람들이 지칠 줄 모르고 긍정의 힘을 발휘하는 순간을 담아낸다. 목포의 영란 여관에는 졸지에 남편과 아이를 잃은 ‘나’ 말고도 남편이 갑자기 떠나버린 밴드 보컬 심태숙도 있다. 영란 여관의 할머니는 태숙에게 “가수는 노래 하나로 세상을 보듬어 준단다. 존 것만 취허지 말고 아픈 것도 다아 니 품 안으로 보듬어부러라. 세상 일이 다 그렇지마는 노래도 목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부르는 것잉게.”라고 위로한다. 공선옥의 ‘영란’은 치유의 소설이다. 마음으로 부른 노래가 마음을 치료하듯 그의 소설은 세상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울산 폐건물서 40대 남성 백골시신 발견

    울산 폐건물서 40대 남성 백골시신 발견

    울산 남구의 한 폐건물에서 가족과 1년 정도 연락을 끊었던 40대 남성이 백골로 발견됐다. 울산 남부 경찰서는 21일 “지난 19일 오전 8시께 남구 신정동의 폐건물 3층과 4층 사이계단에서 사망한 지 2개월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백골 시신이 발견됐다”며 “발견 당시 이 시신은 뼈만 남은 상태였으며 주변엔 빈 소주병 40여개와 이불, 음식물쓰레기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가 다툼이 잦았던 가족과 작년 7월부터 연락을 끊고 이곳에서 혼자 노숙하며 지내다 건강이 악화해 병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유난희, 격렬 부부싸움 공개 ‘한량 남편 때문에...’▶ 린 웨이링, 한국서 성접대 강요 폭로…중화권 혐한류 확산▶ ‘꽃사슴녀’ 이해인, 고영욱과 소개팅 도중 ‘눈물펑펑’ ▶ ‘스펀지’, 중국 시체와 영혼결혼식 실체…‘오싹공포▶ ’슈퍼스타K2’ 이보람, 만장일치 합격…이승철 극찬 "선천적 딴따라"
  • [깔깔깔]

    ●맥주병과 소주병 한 정신병원에 환자가 있었다. 그 환자는 부인을 맥주병이라고 불렀다. 의사는 부인을 부인이라고 부를 수 있어야만 퇴원할 수 있다고 했다. 한 달 후에 부인을 부인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퇴원하려고 짐을 싸고 있는데 침대 옆 탁자에 놓인 소주병을 보고 말했다. “처제가 여기를 어떻게 알고 왔어?” ●가장 확실한 예언 많은 사람들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몰라 매우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정치가가 전쟁이 두 달 안으로 종결될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고 다니는 것이었다. 기자가 그를 찾아 인터뷰를 했다. 기자:“많은 군사전문가들도, 심지어 점쟁이들까지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확신을 하실 수 있는 거죠?” 정치가:“이번 전쟁에 우리 둘째 아들놈이 참가했기 때문입니다.” 기자:“네?” 정치가:“그 녀석이 몸을 담으면 직장이건 뭐건 두 달 이상 넘기는 꼴을 내가 못 봤거든요.”
  • [고전 톡톡 다시읽기] 프란츠 카프카 ‘변신’

    [고전 톡톡 다시읽기] 프란츠 카프카 ‘변신’

    어느 날 해충으로 변한 그레고르 잠자. 어떻게 그를 이해할 수 있을까. 벌레가 된 자신을 쳐다보던 그레고르 군을 이해하려면 우리 자신이 벌레가 되어야 하리라. 법학박사 학위를 갖고 프라하의 보험 회사에 취직했던 정규직 공무원 프란츠 카프카는 자신 안에 무섭게 꿈틀거리는 글쓰기 욕구를 참지 못하고 퇴근과 출근 사이의 한밤 전부를 문학에 바치기로 결심한다. 1915년 ‘변신’이 발표되자마자 독일어권 독자들은 해충이 되어버린 인간을 접한 충격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점점 동물의 소리를 내다 죽어버리는 한 마리 인간에게서 시민적 삶에 얽매인 자신을 발견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카프카의 작품세계 안에서 인간이 벌레가 되고 원숭이가 사람이 되는 이야기는 특별한 테마가 아니다. 단편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1919)도 감옥 같은 현실과 그곳에서 탈출하기 위한 모험을 다룬다. 원숭이 피터는 동물원에 갇힐 수는 없다고 생각해 필사적으로 출구를 찾는다. 마침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인간을 모방하는 일. 소주병을 들고 술 취한 듯 휘청거리는 인간을 따라하면서, 피터는 동물원 대신 인간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현실이 갑갑하고 싫다면 가만히 서 있지 말고 출구를 찾아라! 원숭이 피터의 메시지는 확실했다. 그러나 부당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어째서 변신인가. ① 나는 한 마리 커다란 딱정벌레 ‘변신’은 해충이 된 그레고르를 보며 작중 인물들이 모두 당황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독자들이 되레 당황스러워지는 작품이다. 사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변신한다. 그레고르는 그를 비난한 회사 지배인조차 언젠가는 변신할지 모른다고 확신했다. 해충으로 죽는 그레고르의 운명이 비극적이지 않은 까닭은 작가 카프카가 변신의 가능성을 모든 존재에게 열어 두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변할 수 있고,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해충이 될 것을 두려워 말라! 변신이 절망적인 세계의 희망이 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카프카는 나의 변신이 세상의 변신과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변신’은 그것을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1장에서 갑자기 그레고르는 변신한다. 잠자씨네 큰아들은 더 이상 돈 벌러 나갈 수 없게 되면서 아들로서의 자격을 잃는다. 하지만 그 순간 돈 버는 기계 같았던 그의 삶도 완전히 멈춘다는 것이 중요하다. ② 변신의 달인, 세계를 바꾸다 2장에서는 가족들의 변신이 일어난다. 해충과 함께 살아야 한다니! 이제 누가 돈을 벌어오지? 아버지는 갑자기 숨겨 놓았던 돈을 꺼내고, 어머니와 여동생 그레테도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집 밖으로 나가게 된다. 가족들 모두 그를 경멸하고, 어머니마저 그레고르를 찾지 않는다. 가족애란 겨우 이런 것이다! 부모의 사랑, 형제애 이 모든 것의 허울이 벗겨지고 적나라한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가족들의 냉혹한 변신과 발맞추어 그레고르도 점점 인간의 감각을 떠난다. 잘 먹던 우유보다는 더러운 음식에 더욱 길들여지며 침대 밑이라든가 천장을 돌아다니는 일이 두 발로 걷는 것보다 편해진다. 아버지는 이런 그레고르를 더 이상 사람으로 여길 수 없다는 뜻으로 사과 한 알을 그의 등 뒤에 던져 박는다. 그레고르가 시력을 상실하자, 가족들은 그가 눈앞에서 기어 다녀도 없는 것처럼 무시한다. 이렇게 그레고르는 가족의 일상으로부터 완벽하게 사라질 수 있게 된다. 3장에서는 잠자씨네를 둘러싼 시공간이 달라진다. 생계를 위해 하숙인들이 집을 장악하고 그들의 물건이 집안을 채우게 되면서 과거의 잠자씨네 공간은 이제 그레고르의 방 한 칸 크기로 줄어든다. 폐쇄된 그들의 집이 낯선 이방인들에게, 사회의 상업 질서에 개방되면서 ‘변신’의 시공간은 훨씬 더 확장된다. 그 안에서 그레고르는 점점 더 ‘싯싯’ 소리를 내고 인간의 말 소리가 아니라 씹는 소리에 민감해져 간다. 마침내 인간의 언어와 인간의 이름을 다 잃는다. 그레테가 참지 못하고 “우리는 저것에서 벗어나야 해요.”라고 외쳤기 때문이다. 이 말은 외판원 그레고르가 차마 내뱉지 못했던 말이기도 했다. 너희들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결국 “저것” 그레고르는 박혀서 썩는 사과와 가족들의 비난을 안고 서서히 죽는다. 이렇게 철벽같이 갑갑하던 현실을 떠난다. ③ 다른 삶을 살라 단지 그가 해충으로 변신했을 뿐인데 가족도, 그를 둘러싼 세계도 다 변해버렸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의 누이 모두 그레고르 없이 노동과 사랑에서 새로운 관계를 찾았다. 그가 죽자 가족들은 더욱 건강해지고 그레테의 젊음과 함께 낯선 꿈을 희망하게 되었다. 물론 잠자씨네 가족의 새로운 삶이 얼마나 훌륭해질지는 미지수다. 결국 그레고르만 불쌍해진 것일까. 아니다. 현실이 변함없이 강고하게 유지된다 해도 일순간 이 쳇바퀴 같은 현실을 멈출 수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자. 해충의 삶을 택하는 동시에 아들과 오빠의 삶을 버림으로써, 그레고르는 한없이 숨막혔던 삶의 질서를 정지시키고 그것들로부터 빠져 나갔다. 카프카는 이야기한다. 만약 당신이 자유롭고 싶다면 반드시 어떤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외판원 하기 싫으니 수영선수 하겠다, 한국이 싫으니 미국 가서 살겠다는 식으로는 이 견고한 시민 사회의 삶을 떠나거나 바꿀 수 없다. 자유의 공간을 찾아 떠나지 말고 지금 이 삶을 정지시켜라. 거기에서 출구가 열린다. 그레고르 잠자의 갑작스러운 변신이 일어난 아침이야말로 바로 그 출구였다. 카프카는 ‘변신’을 통해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 다른 삶을 살 것을 권한다. 익숙했던 모든 습관을 당장 떠나라! 마치 벌레가 된 듯, 원숭이인 듯, 이 순간 낯설게 세상을 보고 경험하라. 맛있던 것, 듣기 좋았던 것, 심지어 사랑했던 사람과도 헤어질 각오를 하고 낯선 삶을 시도하라. 내가 변하면 내가 속한 세계도 변한다. 현재의 나를 고집하면서 나의 권리와 나의 자유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나가 됨으로써 이 한계 상황의 배치를 바꾸자. 그레고르는 가족에게서 추방당하는 슬픔을 무릅쓰고 해충의 본능을 좇았다. 다른 것이 되기 위해서. 다른 삶을 살고 싶어서. 변신 하라. 하고 또 하라. 네가 변하면 너를 둘러싼 전체가 바뀐다. 이것이 그레고르의 명령이다. 오선민 수유+너머 구로 연구원
  • ‘강심장’ 박상혁PD “전 강심장 아니에요”

    ‘강심장’ 박상혁PD “전 강심장 아니에요”

    “깜짝 놀랐습니다. 심장이 콩닥콩닥 거리기까지 했다니까요?” 화요일 밤을 정복하고 있는 SBS 예능토크 ‘강심장’의 박상혁 PD. 지난 15일 목동 SBS 예능국에서 만난 그는 자신이 연출하고 있는 프로그램 제목인 ‘강심장’과 달리, 본인은 의외로 시청률이나 방송 이후 시청자들 반응 하나하나에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약심장’이라고 털어놓는다. ‘입봉’한 지 8년차가 되는 PD인데도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고정 출연자인 개그맨 김영철이 가수 브라이언에게 ‘손가락’ 장난을 한 화면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프로그램 책임자로서 큰 ‘홍역’을 치렀다. 친한 사이인 두 연예인이 녹화장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휩쓸려 서스럼 없이 장난한 것이었지만 ‘편성’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그의 위치인 탓이다. 오해의 소지 장면 거르지 못한 것 ‘책임통감’ “시청자들께 제일 죄송하죠. 오해의 소지가 생길 장면은 편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일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좀더 꼼꼼하게 프로그램을 제작해야한다는 것을 말이에요.”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겠다던 그는 기자 앞에 다시 돌아와 앉으며 ‘손가락 파문’의 장본인인 개그맨 김영철이 내심 걱정된다는 말을 끄집어 낸다. “김영철씨가 많이 놀라서 당황해 하고 있어요. 사실 최근 들어 ‘강심장’에서 인기가 급상승 중이었고 다른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섭외가 줄을 잇는 등 ‘전성기’ 모드였잖아요. 그런데 괜히 이번 일로 인해 자신감을 잃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박 PD의 우려와 달리 다행히 현재로선 당시의 파문이 많이 가라앉은 상태다. 하지만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고정패널을 챙기는 것 역시 프로그램 연출자가 해야 할 몫이라는 게 그가 생각하는 연출 지론. “몇 달 전에는 출연진 뒷자리에 소주병이 놓여 있었던 게 문제가 되기도 했었죠. 물론 이야기 소품으로 사용된 소주병이었는데 해당 ‘토크’가 편집되면서 느닷없이 ‘음주 방송’ 논란을 일으켰어요. 사실 방청객들이 지켜보는 녹화장에서 술을 먹고 촬영에 임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개그맨 김영철 “자신감 잃지 말고 힘냈으면...” 이같은 ‘걱정스런 일’ 외에도 박 PD는 “매주 시청률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예능PD들이 짊어져야 할 짐인 것 같다.”며 ‘약심장’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심스레 밝혔다. 시청률? 시청률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적어도 ‘강심장’ PD라면 시청률 걱정은 안해도 될 듯 하다. 프로그램이 첫 전파를 탄지 3개월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평균 시청률 18%를 기록하며 화요일밤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어서다. 특히 동시간대 타 방송사 시청률에 비하면 2배 가량이나 수치가 높다. 그렇다면 자칭 ‘약심장’ PD가 연출하는 화요일밤의 강자, ‘강심장’은 도대체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우선 ‘강심장’의 탄생 모멘텀은 MC 강호동에서 찾을 수 있다. ‘강심장’의 전신이기도 한 ‘야심만만’에서 MC로 활동한 강호동을 메인 MC로 다시 내세운 토크쇼를 기획한다는 게 그 출발점인 때문이다. 우스갯말로 ‘강심장’에서의 ‘강’이 ‘강호동’을 의미한다는 얘기가 전혀 틀린 말은 아닌 셈. “강호동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건 맞아요. 하지만 강호동씨가 해왔던 기존 토크쇼와는 형식면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특히 기존 ‘설정토크’를 최대한 배제한 채, 이야기 자체에 더 충실하는 토크쇼를 만들고자 했습니다.(그에 따르면 이야기하는 것 외에 토크장소 차별화나 소품 등을 이용한 토크가 곧 설정토크다) 1(MC)대1(출연자) 중심에서 벗어나 1대 다(多) 형식을 취한 것이나, 토크를 하는 패널들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소형 칠판에 써서 발표하도록 한 것 모두 ‘말 중심’의 토크쇼에 집중하기 위한 방법이죠.” 이야기 외에 ‘기름기’를 빼고 토크 중심의 토크쇼를 펼치겠다는 것, 이것이 박 PD가 생각한 ‘강심장’의 밑그림이다. 물론 그의 이같은 제작의도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연예인들의 진솔한 얘기가 ‘예능 토크쇼는 웃음만 주지 않고 감동도 선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철저히 들어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개토크쇼로 출연진엔 긴장감, 시청자들엔 재미 여기에 ‘강심장’이 다른 토크쇼에 비해 이색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많은 패널들이 집단 토크를 한다는 것 외에도 공개 토크쇼를 지향한다는 점도 있다. TV 토크쇼는 나름대로 진화하고 발전한다. 초기만 하더라도 방청객들이 참가한 가운데 패널들과 얘기를 펼쳤던 공개토크가 유행했다. 서세원의 ‘토크박스’가 대표적. 그러나 출연자들이 ‘편안한’ 토크를 선호하면서 언제부터인지 비공개 형식의 토크가 대세를 이루게 됐다. ‘무릎팍도사’나 ‘라디오스타’와 같은 코너가 그렇다. 결국 이같은 상황에서 박 PD는 또다시 공개토크로 과거로의 복귀를 시도한 셈이다. “물론 장단점이 있어요. 비공개 토크는 편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사적인 얘기를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토크의 긴장감은 조금 떨어지겠죠. 반면 ‘강심장’이 선택한 공개토크는 출연진이 여러 명인 까닭에 자연스런 토크를 유발할 수 있으면서도 방청객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에서 패널들이 어느 정도 긴장감을 갖고 토크에 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심장’ 토크의 색다른 매력은 평소에 잘 볼 수 없었던 스타들을 보며,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끄집어낸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으레 영화홍보나 앨범발표 시기에 맞물려 배우 및 가수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찾는 것이 ‘정례화’된 기존의 트렌드를 생각하면 분명히 차별화되는 요소다. 박 PD는 “그룹 ‘투투’ 멤버였던 황혜영을 비롯해 탤런트 양미라, 김준희, 진보라 등은 그동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스타들일 것”이라며 “시청자들이 ‘강심장에서는 소식이 뜸했던 스타들을 만나볼 수 있구나’라고 생각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하지만 제 아무리 ‘화요일의 강자’인 ‘강심장’이라 해도 시청자들의 ‘질책’이 늘 뒤따르기 마련. 방송 초기엔 “너무 산만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후부터는 “폭로 지향적인 토크가 많다.” “특정 패널에만 방송분량이 쏠린다.” 등의 ‘채찍’을 받았다. 그리고 가끔씩은 김영철의 ‘손가락’ 사고처럼 예상치 못한 ‘실수’에 당황스러워 하기도 했다. “모두 다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입니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야 프로그램이 사는 것이니까요. 산만함을 없애고 패널들의 방송분량을 적절히 안배하는 일, 그리고 진솔한 얘기 중심으로 토크쇼를 이끌어가려 노력하는 것. 이것이 시청자들의 ‘주문’에 대응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998년 SBS에 입사한 후 ‘웃찾사’(2003년~), 이경규-김용만의 ‘라인업’(2007년~2008년), 그리고 2009년부터 연출하고 있는 ‘강심장’에 이르기까지 예능 프로그램에만 한길을 걸어온 박상혁 PD. 그의 프로그램이 진화하듯 그의 연출 패러다임도 해마다 진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심장 PD에게 듣는 ‘강심장 15문 15답> 문: 이승기는 어떻게 섭외가 됐나. 답: 강호동은 강한 이미지다. 다양한 패널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강호동의 카리스마와 수평을 이룰 만한 부드러운 이미지의 MC가 필요했다. ‘국민 남동생’의 이미지가 짙은 이승기를 강호동에게 추천했더니 흔쾌히 ‘오케이’ 해서 더블MC를 맡게 됐다. 지금으로선 ‘대성공’이다. 문: MC로서 이승기의 장점은. 답: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잘 잡아낸다. 때로는 속 마음까지도 쉽게 알아차릴 때가 많다. 특히 여성 출연자들에겐 이승기가 큰 인기다. 개그맨이나 가수, 배우들 할 것 없이 누구나가 이승기를 좋아한다. 본인도 가수이면서 예능도 하고 또한 연기도 하지 않는가. 문: 출연진 섭외는 잘 되나. 답: 초반만 하더라도 패널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 때보단 많이 줄었다. 그래도 고정 패널이 9명이고 실제 게스트는 10명 정도니 합해서 매회 출연자는 20명 내외다. 문: 많은 스타들이 패널로 나온다. 제작비 부담이 크지 않은지. 답: 아니다. 오히려 제작비가 적게 든다. 보통 한번 촬영하면 방송 2회분을 찍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정 출연자들이 절반을 차지하는 것도 제작비 절감의 한 축을 담당한다. 그리고 모든 출연진들이 ‘스타’라고 할 수도 없다. 일반인들도 가끔 나온다. 문: 토크내용이 출연진들의 100% 본인 이야기인가. 답: 그렇다. 작가는 단지 말을 재미있게 얘기할 수 있는 조언을 해주고 손짓이나 액션 등을 지도해주는 역할 밖에 안한다. 문: 칠판에 적는 제목도 본인이 직접 정하나. 답: 본인이 쓴다. 단 문법상 안 맞거나 방송에 불가한 내용을 썼을 경우에는 다른 말로 변경하도록 하거나 방송시 부분 모자이크 처리한다. 문: 방송에서 못 나간 제목이나 주제를 뒤늦게 털어놓는다면. 답: 모 출연자의 경우 군대를 비방하는 글을 써서 편집했고, 다른 출연진은 칠판에 선정적인 그림을 그려서 방송에 못 나갔다.(당시 그 출연자는 여자 누드를 상세히 그렸다고 한다) 그 외에도 너무 독한 표현을 쓴 경우도 방송에서 제외시켰다. 문: 출연진으로 인해 가장 당황스러웠던 때는. 답: 토크 주제, 즉 칠판에 쓰여진 제목이 방송시작과 함께 갑자기 바꾸는 패널들이다. 예를 들어 방송 전에는 ‘내 아버지’에 대해 말하기로 해놓고 막상 촬영이 시작된 뒤에는 ‘첫 키스’로 바꿔 이야기 하는 경우다. 그런 때는 공개 프로그램이라 중간에 끊을 수도 없고 조금 난감하다. 문: 토크왕 순위는 누가 결정하나. 답: 방청객들이 한다. 보통 70여명의 방청객들이 참석해 ‘강심장’을 뽑게 된다. 문: 가장 길었던 촬영시간은. 답: 2회분때인데 당시 7시간 정도 녹화를 했다. 저녁까지 먹고 와서 또 촬영했다. 문: 출연진들 중 가장 웃기는 스타는. 답: 방송되기 전 분장실에서 보면 단연 김영철이 가장 웃긴다. 문: 지금은 군 복무중인 붐의 ‘붐기가요’는 어떻게 탄생했나. 답: 붐과는 예전 ‘SBS 인가가요’ 할 때부터 친분이 있었고, 당시 다음 예능 프로그램엔 꼭 같이 하자 제안했었다. 그래서 ‘강심장’에 고정패널로 붐을 캐스팅했고 이후 “고정 코너 하나 준비 해보라.”고 제안했고 붐이 이특, 은혁 등과 함께 꾸민 것이 ‘붐기가요’다. 문: 붐 이후로 현재는 ‘특기가요’가 여전히 인기다. 모두 본인들이 준비하는 것인가. 답: 슈퍼주니어 멤버들(이특, 은혁, 신동)이 다 준비한다. 밤에라도 작가 회의에 참석해 아이템을 낸다. 음악편집이나 소품준비, 심지어 인터넷에서 출연진의 사진까지 직접 찾아온다. 우리가 도와주는 일은 사진 출력밖에 없다. 이들은 녹화 때도 가장 먼저 와서 (특기가요를) 연습하는 ‘연습벌레’다. 문: 이특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도 이특 본인이 직접 쓰나. 답: 100% 본인이 쓴다. 문: 강심장 PD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 3가지를 꼽는다면. 답: 가수 김장훈의 ‘로보트’와 조혜련의 ‘아버지’, 그리고 홍석천의 ‘월드컵’ 이야기다. 당시 현장에서 감동과 재미가 넘쳤던 스토리들이다. 서울신문NTN 김진욱 기자 action@seoulntn.com / 사진=이규하 기자, SBS@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재활용 악기로 공연계 녹색바람

    재활용 악기로 공연계 녹색바람

    ’고무줄로 만든 베이스, 소주병으로 만든 신시사이저….’ 누군가에겐 보잘 것 없는 고물이지만, 이들에겐 훌륭한 악기가 된다. 다음달 2일 서울 마장동 소월아트홀에서 막을 올리는 공연 ‘정크 밴드 스토리~ 어?’는 정크 밴드에 소속된 5명의 멤버가 서로를 의지하며 꿈을 이루는 스토리를 그린 콘서트형 뮤지컬이다. 환경을 주제로 한 ‘저탄소 녹색 공연’을 표방한 만큼 베이스 기타, 신시사이저, 드럼 세트 등 공연 중에 만들어지고, 쓰이는 악기는 모두 고물로 만들어졌다. 쓰레기통을 이용해 만든 드럼 세트, 버려진 각목을 모아 만든 마림바, 화장실 타일로 만든 피아노 등 다양한 재활용 악기는 원 악기의 90% 이상의 음계를 재현한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1년4개월간 전국의 폐차장, 목재소 등을 돌아다니며 재료를 수집하고 실험을 거듭했다.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의 마케팅을 맡았던 권민영 프로듀서는 전국의 악기 박물관 등을 방문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의 신기한 재활용 악기를 수집하는 등 2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쳤다. 극중에는 관객 6명을 직접 무대로 올려 즉석으로 PVC 파이프와 슬리퍼를 이용해 베토벤 교향곡 No.9 ‘합창’의 일부분을 직접 연주하는 시간도 가진다. 또 연말을 맞아 회사에서 단체 관람시 평일 공연에 한정해 선착순 1개팀(15명 이상)에게 공연에 이용된 악기를 직접 연주해보는 ‘정크 밴드 팀워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권 프로듀서는 “재활용 악기로 밴드콘테스트에 도전한다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재료이며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면서 “세계 최초의 재활용 악기 공연이라는 컨셉트로 국내뿐 아니라 중국, 태국 등 아시아 주요 도시에 전용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깨진 유리·쇠파이프… 당시 모습 그대로

    깨진 유리·쇠파이프… 당시 모습 그대로

    “심지가 꽂힌 채 깨진 화염병이 망루 출입구쪽에 상당히 많이 모여 있습니다. 여기서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검찰 “화염병이 사용된 것인지 아니면 망루가 무너지면서 깨진 것인지 확실치 않습니다.” -변호인단 “양쪽 의견 모두 기재해 놓겠습니다.” -재판장 12일 오전 용산 재개발지역 화재참사 사건이 일어난 남일당 건물에서 법정을 옮겨놓은 듯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한양석)가 사건 발생 265일만에 현장검증을 실시한 것. 재판부는 남일당 건물 및 망루 상황 등을 확인했고, 검찰과 변호인단은 화재원인 등과 관련된 현장상황이 나올 때마다 각자 의견을 개진했다. 재판부는 우선 주변건물의 피해상황과 차량통행량 등을 살펴봤다. 이어 용역업체 직원들이 상주하던 컨테이너 사무실이 있는 주차장을 둘러본 뒤 경찰차로 막혀 있는 건물 입구로 들어갔다. 현장은 화재발생 당시 모습이 거의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유리조각이 바닥에 가득했고 옥상에는 못과 나사, 소주병, 복면, 소화기 등이 널려 있었다. 옥상에 설치된 새총과 골프공 수백개가 담긴 푸대자루도 그대로였다. 망루를 지탱하던 쇠파이프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휘어져 있었고, 외벽을 만드는 데 쓰인 함석판은 종잇장처럼 구겨져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현장검증은 한 시간을 훌쩍 넘긴 11시45분쯤 마무리됐다. 한양석 부장판사는 “오늘 본 것을 토대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뒤 현장을 떠났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나

    경기 평택시의 여고생 두 명이 학교 친구들의 집단 따돌림에 괴로워하다가 함께 목숨을 끊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5일 경기 평택경찰서와 평택 모 여고에 따르면 이 학교 2학년생인 최모(17)·조모(17)양이 지난 12일 평택시 용이동 모아파트 1층 바닥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 병원으로 옮겼으나 둘 다 숨졌다. 발견 당시 이들은 한쪽 팔과 다리가 운동화 끈으로 서로 묶여 있었다. 이 아파트 18층 옥상에는 이들이 마신 것으로 보이는 빈 소주병 2개가 발견됐다. 그러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숨진 최양은 사고 이틀 전인 10~11일 어머니에게 “자퇴 시켜줘.”, “학교 가기 싫어.”, “학교 애들이 무서워.”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10여차례 남겼다. 또 어머니와의 전화통화에서도 힘들다는 심정을 수 차례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최양은 10일에 학교에서 같은 반 학생들과 말다툼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고, 조양은 이를 말린 것으로 드러났다. 최양은 결국 이날 오후 2~3시쯤 무단으로 학교를 나와 숨진 채 발견되기 전까지 조양과 함께 귀가도 등교도 하지 않았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최진실 스토커, 유골함 도난과 무관

    고 최진실씨 유골함 도난사건이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양평경찰서는 현장에서 발견된 소주병에 이어 10년 넘게 최씨를 쫓아다닌 ‘스토커’ 성향의 남성도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9일 밝혔다.경찰 관계자는 “최씨 측근의 진술을 토대로 이 남성 팬의 통화내역을 확보해 사건 당일 전후 행적을 조사한 결과 알리바이가 입증됐다.”고 말했다.경찰은 이에 따라 이 남성이 사건 발생 전 갑산공원 묘역 관리소로 전화해 묘 위치를 물어본 사람과 동일 인물은 아닌 것으로 결론짓고 용의 선상에서 배제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1주일 전 최씨 납골묘 위치를 물어본 남성의 신원 파악을 위해 유골함 도난이 확인된 시점으로부터 이전 1주일치 통화내역을 추적 중이다. 현재 분석 중인 363번 지방도 폐쇄회로(CC)TV 녹화 화면에서도 아직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CCTV 녹화 분량이 방대해 분석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통화내역 조사와 CCTV 분석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을 경우 사건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묘 위치 묻는 전화 수차례 걸려와”

    고 최진실씨 유골함 도난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양평경찰서는 사건 발생 직전 묘역 관리소에 최씨의 분묘 위치를 묻는 전화가 여러 차례 걸려왔던 것을 확인, 통화내역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갑산공원 전병기 관리소장으로부터 “사건 발생 5일~1주일 전부터 점심시간 때마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전화를 걸어와 최씨의 묘 위치를 계속 물었다는 얘기를 직원에게서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 통화내역을 분석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 발견된 2개의 소주병에서 채취한 지문은 최씨의 팬을 자처하는 권모(40)씨의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결과 권씨는 15일 오전 2시쯤 일행 2명과 함께 구리에서 출발해 2시30분께 소주 2병을 들고 최씨의 납골묘를 찾아 1병은 묘에 뿌리고 1병을 나눠 마신 뒤 1시간가량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권씨 등 3명은 16일 오전 4시30분쯤 경찰서로 직접 전화를 걸어와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이들의 진술과 현장상황이 일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평서 우재진 수사과장은 “동업자 관계인 권씨 등은 전에도 3~4차례 최씨 묘를 다녀간 사실이 있었다.”면서 “이날도 술을 마시고 앞으로 잘해 보자며 최씨 묘를 찾은 것으로 조사돼 범인으로 추정할 만한 근거는 희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깨진 납골묘 조각에서 채취된 또 다른 지문과 주변 CCTV 분석 결과가 주목된다. 경찰은 국과수에 의뢰한 분묘 조각 등에 대한 감식 결과는 2~3일 뒤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경찰은 또 범행이 15일 오전 1~3시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갑산공원 관계자의 진술도 확보, 사건발생 당일의 자세한 경위를 확인 중이다. 전병기 소장은 “15일 0시30분까지 인근 사찰 관계자 등 3명이 함께 공원 입구를 지키며 시간을 보냈고 나는 공원 내 숙소에서 새벽 3시부터 깨어 있었는데 이 시간대 공원을 드나든 차량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쇠망치 같은 도구로 십수차례 분묘 벽면을 내려쳐 유골함을 빼간 것으로 미뤄 계획적인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최씨 묘소를 찾은 사람에 대한 탐문, 주변 CCTV 분석, 동종 전과자 탐문 등 다각도로 수사를 펴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현회장 “김위원장 원하는거 다 말하라며… “ 웨이터 출신 ‘제주 야생마’ 양용은 황제 등극 해외포르노 저작권 처벌은 ‘복불복’ 21년만에 빛보는 춘화들 ’파리대왕’ 골딩 15세소녀 겁탈하려 했다 신종플루 치료병원 의사도 환자도 몰라 ”KT 테스트서비스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이슬람 수영복 ‘부르키니’ 논쟁
  • 故최진실 유골함 도난 수사… “국과수 결과 장담 못해”

    故최진실 유골함 도난 수사… “국과수 결과 장담 못해”

    故 최진실의 유골함이 도난 당하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한지 사흘이 지나며 다양한 추측만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 수사가 장기화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7일 경기도 양평경찰서에 따르면 수사팀은 현재 이번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될 주변 도로의 CCTV와 현장에서 발견된 소주병 두 병의 지문, 깨진 납골묘 대리석 조각의 DNA를 감식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정밀 감식 중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2~3일 정도가 지나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알려진 현장의 정황과 수사 내용으로 볼 때 감식 결과가 나와도 경찰수사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고인의 묘소를 직접 비추던 CCTV가 지난 12일 낙뢰를 맞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근처 CCTV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절도범이 쇠망치로 추정되는 도구를 사용한 점과 납골묘의 약한 부분을 노려 친 점, 범행이 야간에 이뤄진 점, 묘지 앞 CCTV가 작동이 되지 않는 것을 알았을 가능성이 큰 점 등을 미루어 봤을 때 계획적인 범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경찰이 현재 기대하고 있는 소주병의 지문이나 CCTV 판독 결과가 나온다 해도 범인의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치밀한 계획을 세운 범인이 소주병을 남기고 가거나 맨 손으로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양평경찰서 관계자는 “이제껏 정황으로 보아 전문가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계획 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는 국과수 결과에 큰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도 양평경찰서는 지난 15일 오전 8시10분께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 갑산공원 측으로부터 최진실의 유골함이 도난 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제공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조우영 기자 gilmo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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