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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잼 사이언스] 소독제가 오히려 항생제 내성 키운다? (연구)

    [핵잼 사이언스] 소독제가 오히려 항생제 내성 키운다? (연구)

    손 소독제는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이제는 생활 필수품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이전에도 병원에서는 필수적인 물품이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이 이미 기저 질환이나 중증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소독제 성분이 역설적으로 항생제 내성을 키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호주 맥쿼리 대학의 연구팀은 병원에서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항생제 내성균 그룹인 이스케이프 (ESKAPE, Enterococcus faecium, Staphylococcus aureus, Klebsiella pneumoniae, Acinetobacter baumannii, Pseudomonas aeruginosa, Enterobacter) 병원균의 내성 발현 기전을 연구했다. 연구팀의 관심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소독제가 내성균에 미치는 영향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소독제와 항생제는 모두 세균을 죽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같이 사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팀이 이스케이프 병원균의 하나인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 (A. baumannii)와 손 소독제 및 의약품에 흔히 사용하는 성분인 염화 벤잘코늄 (benzalkonium chloride, BAC)을 같이 사용한 결과 전혀 의외의 결과가 나타났다. 염화 벤잘코늄은 겐타마이신이나 스트렙토마이신 같은 아미노글리코사이드 (aminoglycoside) 항생제의 작용을 방해해 오히려 항생제 내성균 출현을 도왔다. 염화 벤잘코늄은 현재도 일부 의약품과 손 소독제에 사용되고 있으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원인 물질로 지목되면서 최근에는 사용이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효과가 우수한 소독제로 여전히 많은 소독제와 의약품에 사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염화 벤잘코늄의 농도가 매우 높을 때는 당연히 세균이 죽을 수밖에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농도가 낮아지면 세균을 죽이는 대신 아미노글라이코사이드 항생제의 세균 흡수를 방해해 오히려 세균을 도와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균이 항생제에 잘 죽지 않으면 내성이 있는 후손을 남길 가능성이 높아져 결국 점점 항생제에 강한 내성을 지니게 된다. 소독제 성분은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염화 벤잘코늄이 정말 문제가 된다면 대체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전에 다른 소독제도 비슷한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실험실 환경이 아니라 실제 진료 환경에서 의미 있는 내성을 유발할 수 있는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란셋의 자매지인 EBioMedicine에 실렸다. 
  • 툭하면 항생제 쓰는 한국… ‘슈퍼 박테리아’ 위협받는다

    툭하면 항생제 쓰는 한국… ‘슈퍼 박테리아’ 위협받는다

    2019년 국내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26.1DID(인구 1000명당 1일 항생제 소비량)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세 번째 수준이다. 축·수산 분야 항생제 사용량 또한 2013년 기준 188㎎/PCU로, 일본(78㎎/PCU), 덴마크(28㎎/PCU) 등 다른 국가보다 많다. 보건복지부는 항생제 내성균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2025년까지 인체 항생제 사용량을 올해 대비 20%, 가축은 10% 줄이는 내용을 담은 ‘제2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했다고 7일 밝혔다. 정부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제1차 대책을 추진해 인제 항생제 사용량을 31.5DID에서 26.1DID까지 줄였다. 이 수치를 2025년까지 20.9DID로 20% 줄일 계획이다. 축·수산용 항생제 판매량은 현재 보정단위(PCU)당 217㎎에서 2025년 195㎎로 10% 감축하기로 했다. 항생제는 사용기간이 짧고 내성이 쉽게 생겨 항생제 개발보다 내성균 발생 속도가 더 빠르다. 제약회사가 내성균에 대항할 항생제를 만들면 또 다른 내성균이 생겨 약제를 폐기할 수밖에 없다.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 내성률은 2007년 26.0%에서 2017년 34.0%로 늘었고 2019년에는 40.9%에 이르렀다.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은 2010년 국내에 첫 보고된 이후 2020년 1만 8904건이 발생했다. 항생제가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형국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구 고령화와 의료기관 접근성이 좋으면 항생제 사용도 상대적으로 많을 수 있다”면서 “항생제 오남용 방지와 내성균 확산 방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2차 대책에서는 의료기관용 항생제 사용관리 프로그램과 분석 시스템을 마련하고, 축·수산분야 관리 시스템을 강화해 수의사가 처방할 수 있는 항생제 품목 수도 20종에서 79종으로 크게 늘렸다. 중소·요양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역량을 높여 줄 수 있도록 기술지원 네트워크를 확대해 감염관리 활동을 촉진할 방침이다. 항생제 내성관리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목표로 한다.
  • [와우! 과학] 박테리아 이용해 항생제 내성 슈퍼 박테리아 잡는다

    [와우! 과학] 박테리아 이용해 항생제 내성 슈퍼 박테리아 잡는다

    외부에서 온 사람을 배척할 때 흔히 ‘텃세 부린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표현이 아니다. 사실 많은 동물들이 먹이와 서식지를 두고 경쟁하는 침입자를 배척하고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텃세를 부린다. 텃세 부리기는 박테리아 세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한곳에 정착한 박테리아들은 외부에서 다른 박테리아가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생물막(biofilm) 같은 물리적 장벽을 치거나 혹은 다른 박테리아를 파괴하는 독성 물질을 분비한다.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지녀 극히 치료가 어려운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역시 항생제와 외부 침입자를 막을 수 있는 수단으로 생물막을 이용한다. 이 세균은 몸에 삽입하는 관인 카테터 표면에서 생물막을 형성해 중증 환자의 상태를 더 악화시킨다. 스페인의 유전자 조절 센터(Centre for Genomic Regulation, CRG)의 과학자들은 황색포도상구균의 텃세를 이겨내는 다른 세균을 이용한 치료법을 연구했다. 연구팀이 찾은 해답은 마이코플라스마 페렴균(Mycoplasma pneumoniae, 사진)이다. 물론 이 박테리아도 병원성이 있지만, 연구팀은 병원성이 없게 변형한 마이코플라스마 페렴균을 이용하면 가장 골치 아픈 슈퍼 박테리아 중 하나인 황색포도상구균 생물막을 파괴해 환자를 더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과 실험실 배양 모델 모두에서 무독성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이 카테터 표면에 있는 황색포도상구균 생물막을 효과적으로 용해하고 파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쥐 체내에 삽입한 카테터에 있는 항생제 내성균 생물막은 82% 정도 사라졌다. 생물막은 여러 세균이 협력해 만든 방어막으로 면역 시스템과 항생제 침투를 가로막는다. 따라서 생물막이 사라진 슈퍼 박테리아는 항생제와 인체 면역 시스템에 그대로 노출되어 훨씬 치료가 쉬워진다. 연구팀은 무독성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자체를 살아 있는 약물로 사용할수도 있지만, 생물막을 녹이는 효소를 따로 추출해서 카테터 표면에 코팅하거나 항생제와 함께 투여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은 기초 연구 단계이지만,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진행해 2023년부터 임상 시험에 도전할 계획이다. 박테리아를 이용해 박테리아를 막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 과연 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주사 맞을 필요없네…반창고처럼 피부에 붙이는 미세침 패치

    주사 맞을 필요없네…반창고처럼 피부에 붙이는 미세침 패치

    미세침 패치(microneedle patch)는 피부 아래 신경을 자극하지 않을 정도로 작은 바늘 여러 개를 이용한 패치로 최근 새로운 약물 투여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세침 패치의 가장 큰 장점은 주사기처럼 피부를 깊이 뚫지 않기 때문에 신경을 자극하지 않아 통증이 없다는 것이다. ‘조금 따끔한 거야 참으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매일 주사를 맞거나 혹은 장시간 주사제를 투여해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통증이 없는 미세침 패치는 반창고처럼 피부에 장시간 붙일 수 있기 때문에 주사제로 투여해야 하는 인슐린 같은 약물도 서서히 투여할 수 있다. 백신의 경우에도 항원을 한번 대량으로 주입하는 것보다 오랜 시간 서서히 주입하는 것이 더 강한 면역 반응을 유발하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어 미세침 패치가 새로운 백신 투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퍼듀 대학 연구팀은 미세침 패치가 약물 전달 수단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질병을 치료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문제는 항생제 내성균이 만드는 생물막(biofilm)이다.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것은 세균도 마찬가지다. 세균들은 주변으로 분비물을 내놓아 보호막인 생물막을 만든다. 생물막은 면역세포나 항생제처럼 세균에 유해한 세포나 물질이 쉽게 침투하지 못하게 막아 세균을 보호한다. 물론 세균 입장에서 보면 보호이지만, 만약 이 세균이 항생제 내성균인 경우 사람 입장에서는 반드시 파괴해야 할 장애물이다. 항생제 내성균은 21세기 의학이 직면한 가장 중대한 문제로 연구팀은 상처에서 생기는 감염에 주목했다. 당뇨 환자에서 자주 생기는 발의 궤양이나 욕창 환자에서 볼 수 있는 만성 궤양은 쉽게 치료되지 않고 만성으로 진행하면서 항생제 내성균 감염이 생기기 쉽다. 특히 이 세균이 생물막을 형성한 경우 더 치료가 쉽지 않다. 연구팀은 상처를 덮을 수 있는 부드러운 미세침 패치를 이용해서 물리적으로 생물막을 찢은 후 과산화칼슘(CaO2)을 분비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과산화칼슘이 산소를 발생시키면서 주변의 세균을 화학적으로 파괴하고 새로운 조직의 성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돼지 피부를 이용한 동물 모델에서 미세침 패치는 효과적으로 생물막을 파괴하고 상처의 치유를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을 준비 중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물리적으로 생물막을 파괴하기 때문에 어떤 내성균에도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실제 사람에서 효과가 없거나 혹은 생각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임상 연구와 검증이 필요하다. 최근 주목 받는 미세침 패치가 새로운 방식으로 인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 ‘플라스마 제트’로 난치성 중이염 치료한다 (연구)

    ‘플라스마 제트’로 난치성 중이염 치료한다 (연구)

    고막에서 달팽이관 사이 공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병인 중이염은 소아에서 생기는 가장 흔한 감염병 가운데 하나다. 다행히 대부분의 중이염은 쉽게 치료할 수 있으나 일부 중증 환자에서는 뇌수막염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중이염 치료에서 한 가지 문제점은 세균 감염을 없애기 위해 사용되는 항생제가 세균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균도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세균과 협력한다. 대표적인 협력 방법은 세균 공동체를 보호하는 보호막인 생물막(biofilm)을 만드는 것이다. 세균의 분비물로 형성된 생물막은 인체의 내부 장기에도 생길 수 있다. 세균 입장에서는 인체의 면역 시스템이나 항생제 같은 외부의 위협을 방어하는 수단이다. 중이염을 일으키는 세균 역시 고막 뒤에 생물막을 형성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세균이 항생제와 면역 시스템을 회피하면 결국 수술적 치료를 통해 중이염을 치료할 수밖에 없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 연구팀은 수술보다 덜 침습적이고 상당수 어린아이인 환자들이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을 연구했다. 이들이 개발한 장치는 마치 고막을 보는 장비인 검이경(otoscope)처럼 생겼지만, 고막 내부를 보는 대신 미세한 플라스마 제트(plasma jet)를 발사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플라스마는 이온핵과 자유전자로 이루어진 고온의 물질로 사실 우주에 가장 흔한 물질 형태다. 하지만 대부분 고온의 고에너지 입자이기 때문에 세균이나 생물막을 쉽게 파괴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강력한 플라스마 제트를 발사하면 고막도 크게 손상될 수 있으므로 매우 미세한 플라스마 제트를 여러 개 발사한다. 물론 세균은 다 죽일 수 없지만, 대신 생물막을 찢는 일은 가능하다. 미세한 바늘로 찔러 풍선을 터트리는 것 같은 원리다. 이렇게 되면 항생제와 면역 시스템이 훨씬 세균을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어 치료 효과가 훨씬 좋아진다. 이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물리적으로 생물막을 파괴하므로 내성균에 대한 우려가 없다는 점이다. 다만 사람에서 임상 시험을 하기 전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우선 고막 모형을 만들어 녹농균 생물막에 대한 치료 효과를 검증했다. 그 결과 15분간의 플라스마 제트 치료가 고막 손상 없이 대부분의 녹농균과 생물막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남아 있는 세균 역시 적은 양의 항생제로 쉽게 치료가 가능했다. 물론 플라스마 제트 치료기가 정식 승인받기 위해서는 다른 치료법과 마찬가지로 동물 실험을 통한 전임상 단계와 임상 단계를 거쳐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사실 상당수 치료기와 신약이 이 단계를 넘기지 못하고 사장된다. 하지만 이런 도전과 연구를 통해 의학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다. 실패할 가능성이 있지만, 많은 과학자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유다.
  • [열린세상] 미 대륙에 결핵을 처음 전파한 것은 바다표범/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열린세상] 미 대륙에 결핵을 처음 전파한 것은 바다표범/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지난해 대유행을 시작한 코로나19의 전 세계 사망자 수가 지난 7일 400만명을 넘어섰다. 누적 환자는 1억 8500만여명(worldometers.info)이다. 하지만 2019년까지만 해도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 원인 1위는 결핵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결핵 사망자 수는 140만명, 신규 발병자는 1000만명이었다. 결핵은 언제 시작돼서 어떤 방식으로 인류를 괴롭히기 시작했을까. 오랫동안 생물학자들은 그 유래를 안다고 생각해 왔다. 약 1만년 전 이후 인류가 가축을 키우면서 사람에게 옮겨 왔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결핵을 일으키는 균은 미코박테리움(Mycobacterium) 속(屬)의 튜버쿨로시스(tuberculosis) 종(種)이다. 이 속은 오소리에서 바다표범에 이르는 수많은 동물에게 병을 일으킨다. 소에서 흔히 발견되는 결핵균(Mycobacterium bovis)은 사람도 감염시킬 수 있다. BCG 백신도 이 균의 독성을 제거해 만든 것이다. 가축 유래설의 기반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 연구자들이 대체로 합의하는 바에 따르면 결핵의 기원은 가축이 아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우리의 조상을 괴롭히고 있었다. 유전학과 고병리학의 발달로 고대 DNA와 현대 DNA를 비교 분석할 수 있게 된 덕분에 드러난 사실이다. 초기의 호모에렉투스에서 기원해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로부터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면서 균 자체도 함께 진화했다. 오늘날 인간 결핵균은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일곱 가지 계통에 속한다. 스위스 바젤대학의 세바스티앙 가뉴가 2013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가장 오랜 계통은 아프리카 동부나 서부를 기원으로 한다. 분석에 따르면 이 균의 새로운 계통은 약 6만 7000년 전 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에게 결핵을 일으킬 수 있는 미코박테리움 259종의 유전체 전체를 들여다본 결과다. 새로운 계통이 진화한 것은 현생인류가 세계 곳곳의 각기 다른 환경에 적응하면서부터다. 이들 균이 번창한 것은 농경과 목축 이후이지만 이것이 원인은 아니다. 농업혁명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한 곳에 빽빽하게 모여 살게 된 결과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대륙에 이 균을 처음 퍼뜨린 것은 가축도 사람도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2014년 독일 튀빙겐대학 연구팀이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보자. 이들은 페루에서 발견된 1000년 전 유골 3구의 결핵균 유전체를 분석해 이를 현대의 균주와 비교했다. 분자유전학적 검토 결과 미국 대륙에 퍼진 여러 결핵 균주는 6000년 전 이후에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화했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신세계로 결핵이 전파된 것은 러시아 극동 지역과 알래스카를 연결하는 육지 다리가 사라진 지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이라는 말이다. 미국 대륙에 인류가 첫발을 디딘 것은 이 육교를 통해서였다. 연구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1000년 전 페루의 유골에서 발견된 균주는 오늘날 인류를 감염시키는 결핵균 어떤 종류와도 달랐다. 이와 가장 비슷한 유형은 해표와 바다사자에서 발견된다. 즉 인간이 아니라 바다 포유류가 이 병을 신대륙으로 옮겼다는 의미다. WHO에 따르면 전체 결핵 환자는 해마다 2% 줄지만 약이 듣지 않는 내성균을 가진 환자는 늘고 있다. 2019년엔 그 전해보다 10% 늘어난 20만여명이었다. 더 큰 문제는 세계 인구 4명 가운데 한 명꼴인 18억명이 보균자(잠복결핵)라는 점이다. 환자가 되는 비율은 평생 5~10%다. 이런 가능성은 에이즈 18배, 영양실조 3배, 알코올 중독 3.3배, 흡연 1.6배로 커진다. 소의 결핵균으로 만든 BCG 백신으로 일부 예방이 가능하지만 효과가 없는 지역이 많다. WHO는 이미 1990년대 초반 세계 결핵 위기를 선포했으며, 2035년까지 새로운 백신을 개발한다는 목표 아래 힘을 쏟고 있다. 진화 과정에서의 변이가 다양한 탓에 BCG 접종이 효과가 없는 지역이 많은 까닭이다. 이 글은 지난달 영국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의 기사 ‘인류의 치명적인 질병, 결핵의 놀라운 고대 기원’과 지난해 이탈리아 피사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 ‘인간 결핵의 기원에 대한 고병리학적 증거: 리뷰’ 등을 참고했다.
  • [핵잼 사이언스] 내성균 잡는 박테리오파지…인류 구할 슈퍼 바이러스 될까?

    [핵잼 사이언스] 내성균 잡는 박테리오파지…인류 구할 슈퍼 바이러스 될까?

    바이러스는 수많은 질병을 일으키는 무서운 감염성 입자다. 본래도 무서운 존재였지만, 코로나19 이후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더욱 두려운 존재가 됐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인류를 전염병에서 구할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바로 내성균을 잡는 무기다. 지금은 코로나19 대유행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지만, 사실 인류가 21세기에 직면한 최대 의학 문제 중 하나가 바로 항생제 내성균이다. 20세기에 개발된 항생제는 기적의 신약이었다. 과거에는 전쟁터에서 총상으로 바로 죽는 경우보다 2차적인 세균 감염으로 죽는 병사가 더 많다고 할 정도로 세균 감염이 큰 문제였다.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 개발은 야전 병원은 물론 전쟁이 끝난 후 민간 병원에서도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세균 역시 여기에 적응해 항생제 내성을 키웠다. 인류는 바로 항생제 내성균을 잡을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했으나 세균 역시 계속 내성을 키워 여러 약물에 내성을 지닌 다제 내성균으로 진화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새로운 항생제 개발 속도가 내성균 진화 속도보다 빠르면 문제없다. 문제는 그 반대라는 것이다. 새로운 신약 개발은 점점 어려워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내성균은 점점 흔해지고 있다. 따라서 일부 과학자들은 세균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에 주목하고 있다. 박테리오파지는 사람 세포에 침투하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 안전하고 항생제 내성과 무관하게 내성균을 파괴할 수 있다. 물론 세균 역시 박테리오파지를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지만, 이점은 박테리오파지도 마찬가지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하지만 내성균에 특화된 박테리오파지를 개발하는 것이 문제점 중 하나였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고캠퍼스 연구팀은 세균이 들어 있는 플라스크에 박테리오파지를 같이 넣고 특정 내성균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도록 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를 훈련(training)이라고 표현했는데, 28일간 훈련된 박테리오파지의 세균 제거 능력은 무려 1000배나 강해졌다. 이렇게 강해진 슈퍼 바이러스의 공격에서 살아남는 세균이 있다해도 다시 이 균주와 박테리오파지를 같이 배양하면 결국 세균을 감염시키는 박테리오파지가 진화하게 된다. 사실 바이러스의 빠른 변이 생성 능력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효과를 무력화시킬 수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박테리오파지 치료제 개발에서는 오히려 장점이다. 세균보다 더 빠르게 진화할 수 있는 만큼 세균의 적응 능력을 쉽게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테리오파지 치료제는 아직 대부분 초기 연구 단계이지만, 내성균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어 앞으로 결과가 주목된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위생 취약 핫스폿 해외여행…항생제 내성 유전자 옮긴다

    위생 취약 핫스폿 해외여행…항생제 내성 유전자 옮긴다

    2019년 늦가을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됐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하루 이틀이면 전 세계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게 된 영향이 컸다. 외국 여행이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항생제 내성을 가진 장내미생물과 유전자까지 옮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0’으로 수렴됐던 외국 여행 수요가 코로나 종식 후 다시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의대 부설 게놈과학·시스템생물학센터, 병리·면역학과, 분자미생물학과, 의생명공학과,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 의대 의료미생물학과, 암스테르담대 의대, 에라스무스대 메디컬센터 의료미생물학·감염과, 암스테르담 국제보건발전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외국 여행객들이 항생제 내성(AMR) 유전자를 가진 장내미생물을 갖고 귀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의생명과학분야 국제학술지 ‘게놈 의학’ 6월 7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2013년 1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8세 이상 네덜란드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여행 후 다항성박테리아 운반’(COMBAT) 연구 데이터를 활용했다. 연구팀은 특히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북아프리카, 동아프리카 등 4개 지역을 여행했던 19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여행 전후 장내미생물 군집과 유전자 변화를 조사했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한 지역들은 열악한 위생 상태와 의료 상황 때문에 항생제 내성균이 많이 발견되는 이른바 ‘핫스폿’(hot spot)이다.사람은 약 39조개의 미생물을 갖고 있는데 대부분 대장이나 소장 등 소화기관에 집중돼 있다. 이들 소화기관에 있는 미생물을 ‘장내미생물’이라고 부른다. 장내미생물은 영양소 분해나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하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다양한 연구를 통해 비만, 대장암을 포함한 다양한 암종과 면역계질환,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 우울증, 양극성장애 같은 신경정신질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장내미생물에는 인체에 유익한 것과 유해한 것들이 모두 존재하고 있다. 최근에는 항생제 오남용과 항생제가 포함된 각종 화학물질로 키운 농축산물을 통해 항생제 내성을 가진 유해한 장내미생물도 늘고 있는 추세다. 연구팀은 여행 전후로 실험대상자들의 장내미생물을 메타게놈 염기서열 분석법으로 조사하고 지금까지 알려진 AMR 유전자 자료들과 비교했다. 그 결과 여행자들 대부분 출국 전에는 없었던 AMR 유전자를 가진 장내미생물들이 여행 이후 발견됐다. 이렇게 발견된 AMR 유전자는 56종이었으며 그중에는 항생제 내성이 강해 어떤 항생제도 통하지 않는 고위험 AMR 유전자도 10종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온 실험대상자들에게서 고위험 AMR 유전자가 가장 많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AMR 유전자는 여행 이후에 발견된 만큼 해외여행이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항생제 내성 장내미생물을 전달하고 확산시키는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연구를 이끈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 의대 존 펜더스 교수(의료미생물학)는 “백신접종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돼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되면 다시 여행자들이 늘어날 텐데 이때 보건학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의 빠른 확산”이라면서 “이번 발견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확산 차단을 위한 공중보건정책을 수립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인류 위협하는 슈퍼 박테리아…인공지능이 구세주 될까?

    [고든 정의 TECH+] 인류 위협하는 슈퍼 박테리아…인공지능이 구세주 될까?

    코로나19는 전자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작은 바이러스의 파괴적인 위력을 생생하게 증명했습니다. 사실 코로나19 같은 신종 전염병 유행은 많은 과학자가 이전부터 경고해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오래된 병원균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19처럼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문제가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슈퍼 박테리아입니다. 20세기 의학의 가장 큰 성과는 백신과 항생제의 개발 및 보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세균 감염으로 죽는 사람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면서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은 물론 수술 후 감염으로 사망하거나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장기 이식을 포함해 여러 가지 치료법이 크게 발전했습니다. 20세기 이후 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많은 부분 항생제에 기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생물은 끊임없이 진화하기 마련입니다. 숫자가 많고 세대가 짧은 세균의 진화 속도는 매우 빨라 이미 20세기에 기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지닌 세균이 다수 보고됐습니다. 물론 과학자들도 새로운 항생제를 만들어 재빨리 여기 대응했으나 새로운 항생제 개발 속도는 더딘 반면 내성 발현 속도는 갈수록 빨라졌습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050년에는 1000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IBM 왓슨 연구소 파엘 다스가 이끄는 연구팀은 인공지능을 통해 기존의 연구 방법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새로운 항생 물질을 찾아내는 데 도전했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첫 단계로 심층 생성 오토인코더(deep generative autoencoder) 기법을 통해 항생 능력을 지닌 펩타이드(peptide)를 학습하고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로 CLaSS(Controlled Latent attribute Space Sampling)라는 방법을 통해 항생 능력을 지닌 펩타이드 후보군을 9만 개나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박테리아를 죽이는 능력이 있다고 해서 바로 항생제로 개발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인체에도 해로운 물질이라면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약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마지막 단계로 딥러닝 기반의 분류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인간에게 독성이 있거나 항생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를 탈락시켰습니다. 3일에 걸친 인공지능 연산 끝에 연구팀은 20개의 후보 물질을 선발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후보 물질을 48일간 테스트한 후 두 가지 물질이 특히 유망한 항생제 후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항생 후보 물질은 실험실 환경에서 그람 음성 및 양성균에 대한 광범위한 효능을 지녔으며 여러 약물에 내성을 지닌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과 대장균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도 낮은 독성이 확인됐습니다. 내성균에 효과적인 항생제 신약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 연구는 저널 '네이처'에 발표됐습니다. 물론 후보 물질을 찾았다는 것은 신약 개발에서 아직 초기 단계라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사람에서 임상시험을 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안전성 테스트와 엄격한 임상시험 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임상시험을 진행해도 성공하는 약물은 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연 물질 가운데 새로운 항생제 후보를 찾는 대신 인공지능을 통해 훨씬 빠르게 항생 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면 항생제 개발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쩌면 인공지능에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잠재력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일부의 우려처럼 인류를 위협하는 신기술이 아니라 인류를 치명적인 질병에서 도울 수 있는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을지 앞으로 후속 연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안동대 전용호 교수팀 사과 탄저병 방제 미생물 개발…균주 유전체 규명

    안동대 전용호 교수팀 사과 탄저병 방제 미생물 개발…균주 유전체 규명

    안동대는 13일 전용호 식물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탄저병 방제에 효과 있는 유용 미생물을 개발하고 해당 균주 유전체도 세계 처음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유용 미생물 바실러스 벨레젠시스(Bacillus velezensis) AK-0가 사과 탄저병과 고추 탄저병, 인삼 뿌리썩음병을 효율적으로 방제하고 식물 생육을 촉진하는 효과도 뛰어난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또 해당 균주 전체 유전체인 약 400만개 염기와 3795개 유전자도 밝혀냈다. 이로써 항균 활성과 관련 있는 2차 대사산물 연구로 더욱 우수한 미생물 살균제를 개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포스트게놈 유전체사업 지원을 받아 미생물제제 전문 기업인 고려바이오와 공동으로 연구했다. 이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 온라인판(2021년 1월호)에 실렸다. 전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AK-0 균주를 고려바이오에 이전해 ‘탄저킬’ 액제를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국내 사과 탄저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은 이미 변이가 발생해 화학농약에 내성이 있는 균주가 출현했고 기존 농약으로는 방제가 어렵다고 한다. 탄저킬은 유용 미생물인 AK-0 균주가 탄저병균 포자 발아,균사 생장과 부착기 형성을 완전히 억제함으로써 탄저병이 발생하지 못 하게 한다. 더구나 화학 약제에 내성이 있는 탄저병 균주도 효과 있게 방제하는 것을 입증해 내성균주 방제에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전 교수는 “이번 생물농약은 친환경 농산물 생산을 위한 제품으로 미생물을 이용한 저항성 탄저병균 관리에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로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우수 균주 발굴과 살균 메커니즘에 심도 있는 연구로 개발 제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나도 세균 싫어” 바퀴벌레도 항생물질 만든다

    [핵잼 사이언스] “나도 세균 싫어” 바퀴벌레도 항생물질 만든다

    바퀴벌레는 불결한 환경을 상징하는 벌레다. 주로 음식물 찌꺼기나 부스러기 따위를 먹으면서 살아갈 뿐 아니라 지저분한 환경에서 창궐하는 해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퀴벌레 역시 불결한 환경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장소에는 유해한 세균이나 곰팡이 역시 유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퀴벌레가 이런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는 뭔가 여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독일 바퀴벌레(학명 Blattella germanica)는 생존을 위해 여러 가지 항생 물질을 분비한다.독일 바퀴벌레는 이름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바퀴벌레로 작지만 번식력은 매우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과학자들은 이 바퀴벌레가 살충제에만 강한 것이 아니라 세균이나 곰팡이 감염에도 매우 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비결을 연구했다. 그 결과 이 바퀴벌레가 디펜신(defensin)과 테르미신(termicin), 드로소마이신(drosomycin) 그리고 아타신(attacin)이라는 네 가지 종류의 항생 물질을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스페인 발렌시아대와 국립과학연구소의 연구팀은 새로운 종류의 항생 물질인 블라텔리신(Blattellicin)을 발견했다. 발렌시아대의 프란시스코 J 실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블라텔리신 유전자가 기존에 알려진 항균 펩티드 유전자인 아타신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흥미롭게도 블라텔리신은 바퀴벌레의 장내 공생 미생물의 생존을 돕고 숙주에 영양분을 공급해 바퀴벌레를 유해한 세균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흰개미의 사촌인 바퀴벌레는 장내에 많은 공생 미생물을 지니고 있는데, 유해한 병원성 세균이 많으면 이들의 생존이 위험하다. 따라서 장내 미생물을 보호할 목적의 항생 물질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블라텔리신이 주로 성체가 된 이후 가장 활성화되는 점으로 봤을 때 이 시기에 장내 미생물을 노리는 병원성 세균으로부터 숙주를 보호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연구를 계속 진행 중이다. 바퀴벌레가 병원성 세균이나 곰팡이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알아낸다면 역으로 이를 활용해 살충제를 쓰지 않고 바퀴벌레만 없애는 물질을 개발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바퀴벌레에서 새로운 항생제 후보 물질을 찾을 수도 있다. 항생제 내성균은 코로나19처럼 인류를 위협하는 심각한 감염병으로 기존의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세균의 비율이 점점 높아져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시급한 상태다. 어쩌면 이 분야 만큼은 바퀴벌레가 인간에게 뜻밖의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단독] 당신이 쓴 ‘화장실 손세정제’ 세균에 오염됐다

    [단독] 당신이 쓴 ‘화장실 손세정제’ 세균에 오염됐다

    홍승복 충북보건과학대 임상병리과 교수 연구“1명의 관리자가 용액 보충하면서 오염 추측”밀봉형 손세정제는 오염 안돼…재사용 말아야손씻기는 개인 위생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통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생에 대한 경각심은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그런데 국내 보건전문가가 공공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손세정제를 조사했더니 내용물을 채워 재사용하는 제품의 90% 이상에서 세균이 검출됐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바이러스나 세균을 제거하려고 손을 씻지만, 오히려 손씻기가 미생물을 전파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14일 홍승복 충북보건과학대 임상병리과 교수가 대한임상검사과학회지에 발표한 ‘공공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액체 손세정제의 세균 오염도 조사’ 논문에 따르면 다시 채워 사용하는 손세정제의 92.6%에서 병원성 세균이 검출됐다. 홍 교수는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청주 지역에 있는 4개 기관 6개 건물 58개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손세정제를 조사했다. 4개 기관 중 2곳은 ‘겔’ 형태의 손세정제를 다시 채워 사용하고 있었고, 2곳은 ‘거품형’을 밀봉 상태로 사용하고 있었다. 홍 교수는 손세정제를 직접 사용한 뒤 손배양 배지를 사용해 세균 배양을 했다. 분석 결과 2개 기관 25개 화장실의 세정제에서 병원성 세균이 분리됐다. 밀봉된 세정제에서는 균이 나오지 않았다. 반면 교체형 세정제를 사용하는 A기관의 23개 화장실 세정제 중 21곳(91.3%)에서, B기관 4개 화장실 모두에서 세균이 분리됐다. 다시 채워 사용하는 손세정제의 세균 검출률은 최종 분석 결과 92.6%에 이르렀다. 또 분리된 균 수는 2007년 화장품 및 화장실 등에서 사용하는 세정제에 대한 산업가이드라인 기준치를 넘었다.분리된 균은 물에서 번식하며 병원 내 감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람음성막대균’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항생제 내성균’도 검출됐다. 홍 교수는 “동일 건물 내 9개 화장실 중 8개 화장실의 세정제에서 같은 균이 검출됐다”며 “1명의 관리자가 여러 화장실의 세정제를 보충하는 과정 중에 외부로부터 오염됐을 가능성을 추측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02년 ‘손위생 가이드라인’을 통해 용기를 재사용하는 세정제는 외부로부터의 균 오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홍 교수는 “다시 채워 사용하는 손세정제는 그람음성 세균의 오염가능성이 매우 크며 공공장소에서 오염된 세정제의 재사용은 병원체 전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따라서 면역이 감소한 환자들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의 화장실에서는 액체 손세정제를 재사용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카바페넴 항생제 내성 감염증 증가…병원 감염관리 강화

    보건당국이 항생제 내성균 감염증의 일종인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 감염증 환자가 증가하는 것과 관련해 의료기관에 감염관리 강화를 당부했다. 7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CRE 감염증은 2017년 6월부터 전수감시 감염병으로 지정된 후 신고 건수가 2017년 5717건, 2018년 1만 1953건, 2019년 1만 5369건, 올해 6월 현재 7446건에 달했다. 감염자 중 고령자 비율이 높은데 올해는 70세 이상이 60% 이상을 차지했다. 요양병원 신고 비율도 2018년 4.0%에서 2020년 10%로 늘었다. CRE 감염증은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내성인 장내세균속균종에 의한 감염질환으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환자 또는 병원체보유자와의 직·간접 접촉이나 오염된 기구, 물품, 환경표면 등을 통해서도 전파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요양병원 CRE 관리를 위해 ‘요양병원 의료관련감염 예방·관리’ 지침서를 개발해 배포했고, 요양병원을 전국 의료관련감염 감시체계(KONIS)에 편입시켰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은 “CRE 감염증은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항균제 종류가 많지 않아 의료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감염관리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료기관 종별 특성에 맞춰 감염병의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하수도로 전파되는 항생제 내성균, ‘이것’ 때문에 제거 힘들다 (연구)

    하수도로 전파되는 항생제 내성균, ‘이것’ 때문에 제거 힘들다 (연구)

    올해 최악의 전염병은 두말할 필요 없이 코로나19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이 코로나19 하나만이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나 인플루엔자, 그리고 에볼라 같은 신종 전염병의 당연히 큰 위협이긴 하지만, 항생제 내성균의 확산 역시 심각한 보건 위기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의 발명은 백신의 개발과 함께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극적으로 낮추고 인류의 평균 수명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의학적 성과였다. 하지만 세균도 그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세균 역시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키웠다. 이에 맞서 과학자들도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했지만, 항생제 개발 속도보다 내성균 출현 속도가 빨라지면서 항생제 내성균 문제는 21세기 의학이 당면한 최대 문제가 됐다. 인구 고령화와 만성 질환을 지닌 환자 증가로 감염병에 취약한 인구는 늘었는데, 세균 감염을 치료할 항생제가 무력화된다면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치솟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성균 출현을 막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많은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항생제 내성균이 예상외의 장소에서 번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하수도에서도 많은 항생제 내성균을 볼 수 있다. 환자들이 복용한 항생제가 대변 및 소변을 통해 배출되거나 혹은 반복적인 항생제 노출에 의해 자연스럽게 내성을 확보한 장내 세균이 하수관을 타고 들어오는 것이다. 미국 럿거스 대학의 연구팀은 하수관에서 다수의 내성균을 포함한 생물막 (biofilm)을 발견했다. 생물막은 세균이 분비한 여러 가지 유기물과 다수의 세균으로 구성된 막으로 위험한 외부 환경에서 세균을 지켜주는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세균과 유기물이 풍부한 하수관은 본래 생물막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장소로 이번 연구에서는 적지 않은 내성균이 하수관에 생물막을 만들어 번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생물막에서 증식한 세균은 다시 하수를 타고 자연계로 들어가 강과 호수, 토양으로 흘러간다. 현재는 일부 연구자 외에는 주목하는 사람이 없지만, 미래에 심각한 보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같이 제시했다. 주기적인 하수도의 세척 및 소독은 모든 종류의 생물막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하수도의 소재에 따라 소독 효과가 달랐다. 예를 들어 콘크리트보다 PVC 소재의 생물막 제거 효과가 뛰어났는데, 표면이 매끈한 PVC의 특징상 생물막이 숨을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하수도를 통한 내성균 전파를 억제하는 데 유용한 정보로 판단된다. 지금은 코로나 19로 인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지만, 항생제 내성균 문제는 점점 더 인류를 옥죄어 오는 심각한 보건 문제다. 내성균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신중하고 정확한 항생제 사용은 물론 자연계로 항생제 내성균이 퍼지는 경로를 차단해야 할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한강물 들여다보니 항생제내성균 가진 바이러스 득실

    한강물 들여다보니 항생제내성균 가진 바이러스 득실

    병원이나 약국에서 처방받은 뒤 먹거나 바른 뒤 남은 것들을 무심코 화장실, 싱크대나 화장실 변기에 버리는 이들이 있다. 문제는 이렇게 버려진 약물은 강이나 토양으로 흘러들어가 환경오염을 시킬 뿐만 아니라 항생제 내성균을 만들어 다시 사람의 몸 속에 축적될 우려가 있다. 국내 연구진이 실제로 한강물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항생제 내성균을 전달할 수 있는 바이러스 유전자를 찾아냈다. 인하대 생명과학과, 명지대 생명과학정보학부, 중앙대 시스템생명공학과 공동연구팀은 한강물 속에 있는 박테리오파지라는 바이러스에서 항생제 내성을 일으키는 원인 유전자를 찾아내고 ‘한강 바이롬 베타락탐 분해효소’(HRV)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8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에 실렸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숙주 삼아 기생하는 바이러스로 지구상에 가장 많이 존재하며 강이나 바다 같은 물에서 존재하는 바이러스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보통 박테리오파지는 세균 속에 침투한 뒤 숙주세균의 유전자를 획득해 다른 세균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생존하고 확산된다. 이 때문에 박테리오파지가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얻어 다른 세균으로 전파시키고 결국 사람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다는 가설들이 제기됐다. 문제는 박테리오파지 연구를 위해서는 분리와 배양이 필수적인데 숙주세균의 배양이 어려워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이에 연구팀은 한강의 6개 지점에서 10ℓ씩 표층수를 채취한 뒤 세균을 제거하고 바이러스만 농축했다. 그 다음 핵산 추출을 통해 130만개의 염기서열 조각을 얻었고 이 중 25개가 항생제 내성 유전자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베타락탐, 폴리믹신, 반코마이신 등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가운데 4개 유전자는 가장 흔한 항생제 내성 유전자인 베타락탐 분해효소 유전자로 판명됐으며 이들 유전자의 염기서열은 이전까지 보고된 것과는 연관관계가 낮은 새로운 것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조장천 인하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박테리오파지에서 유래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음을 보임으로써 이를 통한 전파가능성을 제기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라며 “박테리오파지 유래 항생제 내성 유전자 이동을 추적하기 위해 파지 유전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버려진 페트병으로 물속 박테리아 제거 소재 개발

    버려진 페트병으로 물속 박테리아 제거 소재 개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자원순환연구센터 연구팀은 버려지는 페트병을 활용해 물속에 녹아 있는 환경독성물질과 항생제 내성균을 제거할 수 있는 고효율 흡착소재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합성물 B: 공학’에 실렸다. 연구팀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된 뒤 버려지는 폐페트병에 주목했다. 페트병은 테레프탈산과 에틸렌글리콜을 중합한 고분자물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흡착소재로 많이 활용되는 고순도 테레프탈산을 쉽게 추출할 수 있다. 연구팀은 고순도 테레프탈산을 100% 추출해 물속 박테리아들을 쉽게 흡착할 수 있는 다공성 탄소복합소재를 만들었다. 이번에 개발된 소재는 실제로 90분 만에 물속 오염물질을 100% 흡착, 제거하는 데 성공했으며 5회 반복 사용해도 성능이 90% 이상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코로나19 바이러스 제거 로봇 등장…의료용 자율 로봇 시대

    [고든 정의 TECH+] 코로나19 바이러스 제거 로봇 등장…의료용 자율 로봇 시대

    의료 서비스는 상당히 노동 집약적인 산업입니다. 의사, 간호사가 하는 일은 쉽게 자동화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의료 서비스가 계속 전문화, 분업화되면서 많은 사람의 협업이 필요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암 수술과 항암 치료를 위해 내과, 외과, 마취과, 병리과, 방사선과 등 여러 부서가 협진하는 일은 일반적입니다. 큰 대형 병원일수록 필요한 의료 인력과 지원 인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료 부분에서도 자동화와 IT 기술이 도입되어 의료인과 지원 인력의 잡무를 줄이고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게 개선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래전에는 X선 필름을 모두 수작업으로 찾아야 했지만, 현재는 디지털 이미지로 저장해 의사가 언제든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율 로봇을 이용해 각종 약품과 검체를 사람 대신 수송하는 시도도 진행 중입니다. 덴마크의 스타트업인 UVD 로봇(UVD Robot)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번거롭고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병원 내 소독을 자율 로봇으로 대체하려고 시도 중입니다. 이들이 개발한 자율 소독 로봇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전기 배터리로 움직이는 자율 로봇 위에 254nm 파장의 자외선 C(UVC) 램프를 올려 주변에 있는 세균과 박테리아를 모두 죽이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강력한 자외선 살균 소독기로 병실이나 수술실을 한 번에 소독하는 것입니다.(사진 참조)UVD 로봇의 자외선 소독 로봇은 방안의 구조를 확인한 후 1-2분에 걸쳐 한 자리에서 소독하고 다른 자리로 이동해 최대한 사각지대 없이 자외선 소독합니다. 물론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는 소독을 못하기 때문에 빈 병실이나 수술실 등을 소독하는 용도입니다.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사각지대에 대해서는 수작업으로 추가 소독이 필요하지만, 전부 수작업으로 소독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확실하게 소독이 가능합니다. UVD 로봇의 자외선은 세균과 바이러스의 99.99%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로봇은 코로나 19로 홍역을 치른 중국에 먼저 수출되어 병원을 소독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많은 숫자의 환자가 발생해 수작업으로 소독이 어려운 상황이고 그렇다고 소독을 하지 않을 수도 없으니 로봇을 도입한 것입니다. 제조사 측은 코로나바이러스 소독을 통해 자외선 소독 로봇의 유용성을 입증하고 나면 코로나19 유행 이후에도 수요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빼고 생각해도 항생제에 듣지 않는 내성균이 늘어나면서 철저한 소독의 필요성 역시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외선 소독 로봇의 가격은 8-9만 달러로 결코 싼 가격은 아니지만, 최근 플로리다에 있는 병원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다른 나라에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 서비스 수요 증가와 인공지능 및 로봇 기술의 발전을 생각하면 의료용 자율 로봇의 전망은 밝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목적의 의료용 자율 로봇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유용하 기자의 멋진 신세계] AI로 슈퍼박테리아 잡는 슈퍼항생제 찾았다

    [유용하 기자의 멋진 신세계] AI로 슈퍼박테리아 잡는 슈퍼항생제 찾았다

    20세기 초중반 항생물질이 발견돼 항생제로 활용되면서 인류는 많은 세균성 질병을 정복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항생제의 지나친 남용으로 치료불가능한 변종 박테리아, 일명 슈퍼박테리아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연구자들은 슈퍼박테리아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을 막을 수 있는 또다른 항생제를 찾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과 캐나다 과학자들이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치료 불가능한 변종 박테리아를 포함한 광범위한 박테리아에 대응할 수 있는 항생물질을 발견해 주목받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의공학연구소, 컴퓨터과학·인공지능 연구실, 보건 인공지능클리닉, 하버드-MIT 브로드 연구소, 하버드대 유전학과, 캐나다 맥매스터대 감염병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인공지능의 기계학습을 통해 결핵은 물론 치료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다양한 변종 박테리아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항생제 ‘할리신’(halicin)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20일자에 실렸다. 이번에 개발된 할리신은 항생제 개발 과정에 인공지능을 일부 활용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전혀 개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자 빅데이터만을 활용해 인공지능만으로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항생물질을 찾아냈다는데 과학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최근들어 항생제에 대한 내성균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항생제 내성균을 잡는 슈퍼 항생제가 개발되지 않을 경우 2050년까지 내성균 감염으로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0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신개념 항생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연구팀은 우선 분자와 원자의 특성과 기능을 인공지능에 학습시켰다. 그 다음 기존 항균물질 라이브러리에 포함된 300여개의 항균물질, 동식물, 미생물에서 확인된 800여 종의 자연물질을 포함한 2335개의 항균능력을 가진 분자가 대장균 성장을 억제할 수 있는 물질을 찾아내도록 신경망을 훈련시켰다. 연구팀은 이렇게 훈련된 인공지능을 다시 브로드연구소가 보유한 ‘약물용도 재지정 허브’ 데이터에 적용해 대장균 억제에 효과적이며 기존 항생제와는 다른 분자구조를 가진 물질만 찾도록 했다. 그 결과 약 100개의 새로운 슈퍼항생제 후보를 거르는데 성공했다. 그 중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보이는 것은 당뇨치료제에 포함된 분자구조를 가진 물질로 연구팀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할’의 이름을 따 할리신이라고 명명했다. 연구팀은 이 물질을 이용해 생쥐실험을 한 결과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시필’과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에 대해 효과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은 대장 속에 사는 대표적인 병원성 미생물로 독소를 만들어 장을 심하게 망가뜨려 처음에는 설사증상으로 시작해 심할 경우는 사망에 이르게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 나와있는 항생제로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는 대표적인 슈퍼박테리아로 역시 현재 나와있는 항생제로는 잡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할리신은 세포막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양성자의 흐름을 차단함으로써 박테리아의 항생제 내성을 차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물실험에서 독성도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사람에 대한 임상시험이 필요하겠지만 할리신 이외에도 항생제 내성균에 대항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항생물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임스 콜린스 MIT 의공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잠재적 약물의 특성을 발견하고 약효를 예측하는데 인공지능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할리신을 찾아낸 것처럼 AI를 활용해 암이나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제도 개발할 수 있을 것”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와우! 과학] 당 분자로 바이러스 파괴 성공…새 항바이러스제 나올까?

    [와우! 과학] 당 분자로 바이러스 파괴 성공…새 항바이러스제 나올까?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에 반응하지 않는 내성균의 출현은 21세기 의료 현장에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더구나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도 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나 메르스처럼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해 큰 문제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광범위 항바이러스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항바이러스제의 가장 흔한 기전은 바이러스가 유전자를 복제할 때 끼어 들어가 방해하는 물질로 바이러스가 복제할 때만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복제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 바이러스에는 아무 효과가 없는 것이다. 박테리아와 달리 바이러스는 지속적으로 생명 활동을 하는 완전한 생명체가 아니기 때문에 증식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는 경우 파괴하기가 어려웠다. 맨체스터 대학, 제네바 대학,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EPEL)의 합동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외피와 결합해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물질을 개발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당(sugar) 분자인 사이클로덱스트린(cyclodextrin)이다. 사이클로덱스트린은 여러 개의 당 분자가 고리 형태로 결합한 물질로 식품첨가제로 사용되는 안전한 물질이다. 연구팀은 이 물질을 변형해 바이러스 외피와 결합하게 한 후 이를 파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개조된 사이클로덱스트린은 실험실 환경에서 단순포진 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호흡기세포 융합 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 뎅기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같은 다양한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가 자기 복제를 하지 않을 때도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슷한 방식의 항바이러스 물질은 이전에도 개발되었지만, 세포 독성이 있어 사람에게 약물로 투여하기 곤란했다. 하지만 사이클로덱스트린은 안전한 물질로 부작용이 적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실제 인체에 약물로 투여했을 때 효과적으로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심각한 부작용이 없을지는 임상 시험을 진행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해 효과적인 광범위 항바이러스제의 필요성은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보듯이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 질병은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할 수 있으며 국제적인 위기로 진행할 수 있다. 다양한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새로운 항바이러스제가 필요한 이유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세균 대신 사는 집을 파괴?…새로운 세균 치료법 개발

    세균 대신 사는 집을 파괴?…새로운 세균 치료법 개발

    항생제 내성균의 확산은 21세기 의학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다. 기존의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세균을 치료하기 위해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다제 내성균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면역이 저하된 만성 질환자나 면역 억제제를 사용하는 장기 이식 환자, 고령 환자가 늘면서 세균 감염에 취약한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항생제 사용과 내성균 출현도 같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내성균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과학자들의 노력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벨기에 루벤 대학교 과학자들은 조금 색다른 방법을 제안했다. 세균 감염 치료의 일차 목표는 당연히 세균 그 자체다. 하지만 연구팀은 세균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인 생물막(biofilm)에 주목했다. 세균 역시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집을 짓는다. 많은 세균이 서로 협력해 점액성 물질을 분비해 세균 군집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를 생물막이라고 부른다. 생물막은 항생제나 면역 시스템을 막아주기 때문에 세균에게는 고마운 삶의 터전이지만,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인간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처치 곤란한 물질이다. 연구팀은 이를 파괴하기 위해 살로넬라균의 생물막 생성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개발한 것이 생물막의 주요 성분인 세포외 중합체 물질(extracellular polymeric substances, EPS)에 대한 억제제다. EPS 억제제의 가장 큰 장점은 내성균 출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항생제의 경우 내성을 지닌 돌연변이 세균이 생존에 유리한 상황이 된다. 당연히 많은 자손을 남겨 내성이 없는 세균을 대체한다. 하지만 EPS 생성이 억제된 상태에서 혼자서 EPS를 활발히 분비하는 세균은 생존에 불리한 상황이 된다. 이 세균이 분비한 EPS는 모두의 생존에 도움이 되지만, 에너지는 혼자만 투입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EPS를 생산하지 않고 무임승차하는 세균이 생존에 유리하다. 사실 세균은 생물막 없이도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안전한 집 밖으로 나온 상황이라 항생제나 면역 시스템의 공격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생물막 생성 억제제와 항생제를 함께 쓴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 방법이 효과가 있더라도 실제 약물 및 임상 시험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심각한 항생제 내성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해볼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인 점은 분명하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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