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문화를 누리고 교육을 생각하는 공간 확대해 주길/강용철 경희여자중학교 교사
‘언론 자유’와 ‘문화 향연’으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실시되고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연수에 참가하고 있다. 이번 연수는 전 세계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신문을 비롯한 정통 미디어의 사회·문화적 역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프랑스에서 가장 관심 있게 본 부분은 바로 ‘언론과 교육의 연관성’이었다. ‘CLEMI’(클레미)라는 국립미디어센터에서는 미디어교육 전문가들이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구안하고 학교에서 쉽게 수업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고 있었다. 또한 학생들이 직접 신문을 만들고 라디오 방송을 제작할 수 있도록 저널리스트들이 지원하는 등 신문사, 방송사와 학교가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었다. 미디어 주간을 설정해 프랑스 전역에서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미디어 작품을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공개하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었다.
특히 초등학교의 수업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는데 1, 2학년 아이들이 정규 수업 시간에 신문을 읽으면서 기사 글의 의미, 사진에 담긴 내용에 대해 선생님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신문 문화의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교해 볼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첫째, 신문사들이 초·중·고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읽을 수 있는 다수의 신문과 잡지를 발간한다는 점 둘째, 정규 수업 시간에 종이신문 읽기를 통해 문식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 셋째, 신문의 내용에 대해 서로 토의하면서 학생들의 사고력과 표현력을 고양하고 있다는 점 넷째, 길거리에 키오스크라는 가판대가 활성화돼 지하철에서 신문과 잡지를 보는 국민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러기 위해 신문사들은 학생들이 신문을 통해 교양과 문화정신을 높일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단순히 미래의 예비 독자를 확보한다는 경제적 관점을 넘어 민주시민을 기르기 위해 중요한 교육적 기여를 하고 있었다. 프랑스 신문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신문들의 상황이 떠올랐다.
서울신문은 앞으로 ‘교육’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해야 할까. 학생용 신문을 발간하자는 이야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제안인 ‘교육’과 ‘문화’ 관련 내용의 비중을 높여달라는 요청을 하고 싶다.
특히 학생을 위한 인성 소양 내용, 한국적인 정신을 담은 기사, 밝고 모범적인 사례들을 소개해 학생들과 함께 읽고 싶은 내용을 지면에 더욱 많이 담아주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신문의 기사 내용에 대해 희망을 갖는다. 2013년 서울신문에서는 10월 9일 한글날 당일에만 3~4건 정도의 한글 관련 내용을 다루었다. 하지만 올해는 7일부터 9일까지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한글 발전 공로자 훈장 수여, 우리말과 예술, 한글 사랑 인물, 한글날과 일본어, 훈맹정음 등 다채로운 한글날 관련 내용을 기사와 칼럼으로 다루었다.
물론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한글 관련 정책,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언어문화개선 범국민운동, 세대별 의사소통의 차이, 청소년들의 언어 오용 사례와 문제점, 관공서의 어려운 한자용어 개선, 한글 문식성 등과 같이 폭넓은 시야를 담은 내용이 부족한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많은 학생 독자들이 자주 볼 수 있고 문화를 누릴 수 있게 도와주는 서울신문의 교육적 고민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