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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포토] K-POP 커버댄스 참가자들과 한류 토크콘서트

    [서울포토] K-POP 커버댄스 참가자들과 한류 토크콘서트

    1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가 포레스트홀에서 열린 한류 토크콘서트에 K-POP 커버댄스 참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본사 이경형 주필이 발언을 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이경형 칼럼] 이낙연 총리 후보와 계영배

    [이경형 칼럼] 이낙연 총리 후보와 계영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이틀간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늘 마무리된다. 이달 말 국회가 이 총리 인준안을 가결하면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보잘것없는’,‘누추한’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최대한 자세를 낮췄다. “총리가 되면 제일 먼저 갈등 현장으로 가서 경청하겠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내각은 총리 책임 아래, 각 부처는 장관 책임 아래 일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80%를 웃돌고, 대통령이 직접 소통의 중심에서 현장을 누비고 있어 향후 총리의 존재감은 부각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정치사 70년을 되돌아보면 총리직은 누가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그 무게감이 달랐고 정권의 성공 여부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행정 각 부를 통할하고, 국무위원의 임명 제청권을 가진 총리지만, 역대 총리들은 대개 ‘의전총리’에 머물거나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보호하는 ‘방탄총리’에 그쳤다. ‘비상대권 대통령제’인 제4공화국의 유신체제 시절 외교관 출신인 최규하 총리는 정치적으로 무색무취한 ‘대독총리’로 통했고 의전총리의 전형이었다. 최초의 호남 출신 총리로 고려대 총장을 역임한 5공의 김상협 총리는 ‘거물 총리’로 평가됐지만, 재임 중 KAL기 피격 사건, 미얀마 아웅산 폭발 사건, 대형 금융사건이 터지자 교체됐다. 그 뒤 노신영 총리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물러났다. 대통령의 용인술 측면에서 보면 총리직은 대통령이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국면 전환용 카드라고 할 수 있다. 이 후보자는 총리의 장관 제청권과 관련, “총리가 하자는 대로 다 하라는 뜻이라면 대통령중심제 헌법 구조가 다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대통령과 총리가 장관 인선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필요하면 총리도 인재를 추천할 수 있는 정도의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개헌 논의가 있을 때마다 권력분산형 대통령제가 제기되는 것도 역대 정권의 국정 운영이 너무 청와대 중심으로 이뤄진 탓이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 농단 사태도 청와대 비서실이 내각 위에서 상왕 노릇을 했기 때문에 초래됐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가 정책 어젠다를 짜고, 내각은 이를 집행하는 것으로 가르마를 타겠다고 한다. 청와대가 부처의 모든 것을 보고받고 통제하려 들면 장관은 허수아비가 된다. 행정을 통할하는 총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각 부처가 자율성을 갖고 잘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역대 정권에서 ‘실세총리’도 더러 있었지만, 최고 권력은 2인자를 좋아하지 않고, 통치 영역을 함부로 넘보지 못하게 한다. 3공화국 마지막 총리였던 JP(김종필)가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은 신년 하례식(1972. 1. 1)에 1850명의 하례객이 다녀가 청와대의 1087명을 훨씬 앞질렀다. 당시 JP는 박정희 후계 구도와 관련, 주목을 받았으나 같은 해 ‘10월 유신’으로 무위에 그쳤다. YS(김영삼)문민정부에서 1993년 12월 ‘개혁’의 상표로 발탁된 이회창 총리는 4개월 만에 전격 경질됐다. 총리가 고식적인 법규를 들어 외국 방문 중인 대통령 부재 시 안기부장에게 업무보고를 요구하고, 대통령의 남북특사 교환 조건 변경에 관계 장관 질책을 통해 제동을 건 것이 화근이었다. 조선시대의 거상 임상옥은 늘 계영배(戒盈杯)를 옆에 두고 과욕을 다스렸다고 한다. 잔에 7할 이상의 술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리게 만든 술잔이다. 넘침을 스스로 경계한다는 뜻이다. 이 후보자의 업무 스타일은 치밀하게 챙기는 형이다. 품성은 합리적이다. 앞으로 총리가 되더라도 계영배처럼 권력 반경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총리는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은 대통령과 주례 회동을 갖고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총리는 스스로 빛을 발하는 발광체가 아니다. 대통령이라는 태양의 빛을 받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하는 달빛과 같은 존재다. 지난 정치사가 그랬다.
  • [길섶에서] 캠프 그리브스/이경형 주필

    훈련과 경계 근무를 마친 미군 병사들이 막사로 줄지어 돌아오고 있었다. 한국전쟁이 정전된 이듬해부터 2004년까지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에서 2㎞ 떨어진 곳에 위치한 캠프 그리브스. 지난주 이곳의 막사 등을 둘러봤다. 미군들의 모습이 환영처럼 눈앞을 스친다. 지난 17일부터 ‘기억과 기다림’이란 주제로 옛 콘센트 막사, 탄약고, 체육관 등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 땅에서 반세기 이상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다 철수한 폐허의 미군기지 건물이 미술전시장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DMZ는 아직도 전쟁의 상흔을 안고 있다. 작가들은 아픈 기억을 평화의 기다림으로 승화시킨다. 한 막사에 전시된 DMZ 인근의 식물들로 이뤄진 미니 동산은 전쟁의 땅을 생명의 발전소로 치환하기에 충분했다. DMZ 숲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하는 것을 화폭에 담기도 했다. 주한 미군의 유일한 DMZ 부대가 머물렀던 이 기지의 작은 역사도 소개됐다. 미군기지가 주는 장소의 긴장성은 이제 새로운 평화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옹달샘으로 바뀌고 있다. 이경형 주필
  • [길섶에서] 누런 논두렁/이경형 주필

    벌써 모내기를 한 논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눈짐작으로 볼 때, 아직 모내기를 할 만큼 모의 키가 자라지 않았다. 파주는 북쪽인데도 어린 모를 낸 것을 보면, 5월 기후가 초여름 같은 탓도 있으리라. 들판엔 물을 댄 논이 드문드문 보였고, 백로들이 아침 식사를 위해 긴 목을 빼 논바닥을 훑고 있다. 농로를 따라 걷다 보니, 대개의 논두렁은 풀이 한 뼘 반 정도 자랐는데 어떤 데는 풀이 말라 죽어 누렇게 변했다. 또 어떤 데는 풀을 짧게 깎아 시원해 보였다. 누른 곳은 제초제를 뿌려 풀을 고사시킨 것이다. 농로 주변이나 논두렁의 잡초는 볏논 관리를 하는 농부에게는 늘 골칫거리다. 베트남전 때 살포된 고엽제로 수많은 참전용사가 지금도 후유증을 앓고 있다. 독성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제초제나 고엽제나 같은 것이다. 비가 오면 제초제의 잔류 독성이 논으로 흘러들어 결국은 시중의 쌀에 남아 있을 것이다. 어떤 농부는 제초제를 뿌릴 줄 몰라서 힘들게 예초기로 풀을 깎지는 않았을 것이다. 벼를 키우는 과정이야 어떻든 수확만 하면 된다는 효율지상주의의 끝은 어딜까. 이경형 주필
  • [이경형 칼럼] 후보들 득표, 새 정부 구성에 활용해야

    [이경형 칼럼] 후보들 득표, 새 정부 구성에 활용해야

    민심은 선거로 표출된다. 닷새 앞으로 다가온 대선 민심은 후보별 득표로 나타난다. 1년여 전 4·13 총선 민심은 20대 국회 의석 분포로 나타났다. 대통령 선거는 최고 득표자의 승자 독식이 가능하다. 하지만 새 대통령이 권력을 독식하려 들면 정치가 굴러가기 어려울 것이다. 누가 당선되든 여소야대의 현 국회의 벽을 협치를 통해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동안 민심은 크게 변했다. 국정 농단 사태→6개월에 걸친 광장 시민의 분노 표출→대통령 파면으로 이어진 민심의 변화가 이번 대선에 드러나게 된다. 차기 정부가 맞닥뜨려야 할 국회 의석 분포는 1년 전 민심이다. 문제는 이번 대선 민심과 1년 전 총선 민심의 괴리를 어떻게든 조화시키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은 5년 임기 중 2020년 5월까지 3년을 현 국회의원들의 입법 뒷받침을 받아야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 대선 직후의 원내 총의석 299명의 분포는 문재인 후보의 더불어민주당 119석(39.7%), 홍준표 후보의 자유한국당 106석(35.4%), 안철수 후보의 국민의당 39석(13%), 유승민 후보의 바른정당 20석(6.6%), 심상정 후보의 정의당 6석(2%), 기타 새누리당 1석, 무소속 8석으로 예상된다. 총선 당시 새누리당이 탄핵 찬·반으로 분열됐고 지난 2~3일 바른정당 소속 13명이 탈당, 다시 자유한국당에 재입당을 신청해 다소 변화가 있었다. 후보별 득표율은 선거 후 개표를 해 봐야 알 수 있지만, 20대 국회 각 정당별 의석 분포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을 것이다. 현재 5자 구도에서 유권자들의 지지율을 참고해 보면 문재인 40.6%, 홍준표 19.6%, 안철수 17.8%, 심상정 7.2%, 유승민 4.2% 순으로 나타났다(3일 서울신문·YTN 여론조사).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일반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총의석의 5분지3(60%)에 해당하는 180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당장 국무총리를 인준받으려 해도 재적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통과한다. 차기 대통령의 국정 성패는 국회와의 협치 성공 여부에 달렸다. 협치는 국민 통합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저께 마지막 TV토론의 큰 주제가 국민 통합이었지만 후보들은 해법을 내놓기보다는 사드 찬·반 등 분열의 책임 공방으로 일관했다. ‘적폐청산’과 ‘계파패권주의’가 날카롭게 부딪쳤고, “보수는 화형당하느냐”는 등 살벌한 언어가 난무했다. 국민 통합의 정치를 위해 문재인 후보는 ‘통합정부론’을, 안철수 후보는 ‘개혁공동정부론’을 내세우고 있고 홍준표 후보 등도 나름대로 총리 인선 기준을 내놓고 있다. 통합정부론은 탕평 인사에 방점이 찍혀 있고, 개혁공동정부론은 사실상 연립정부를 하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의 탕평인사는 정치 세력 간의 연정이 아니고 인적 구성을 다양화한다는 것이다. 통합정부를 하든, 공동정부를 하든 차기 정부는 현재의 국회 의석 분포를 감안하되 각 후보의 득표 비율을 인적 구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합당하다. 적어도 국회 의석 180석을 확보할 수 있는 협치는 ‘맨입’으로는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적대적 공존 관계를 떨쳐버리고 어느 날 미친 듯이 의기투합하지 않는 한 법안 통과는 제3, 4, 5의 정당들과 손잡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합당 등 인위적으로 정계 개편을 하려 들면 내년 6월 지방선거 때부터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새 정부의 통합적인 인적 구성은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를 외치는 ‘강북우파’ 유승민 후보의 바른정당 지분,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철폐, 선거제도 개편’을 외치는 TV토론 챔피언 심상정 후보의 정의당 지분을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 된다. 대통령의 궐위에 따른 이번 5·9 대선의 시대적 염원은 국민 소통과 통합이다. 여기에 부응하는 것은 편 가르기와 배제의 정치가 아니라 서로 포용하는 ‘무지개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느리더라도 함께 가야 하는 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다.
  • “나 죽어도 신문은 살려라” 신념 물려준 베델

    “나 죽어도 신문은 살려라” 신념 물려준 베델

    대한매일신보 만들어 항일 투쟁 본지 승계… “언론 본연 역할 충실” 英대사 “한·영 표현의 자유 노력” 구한말 대한매일신보(서울신문 전신)를 창간하고 이를 중심으로 항일구국운동을 벌인 어니스트 베델(한국명 배설·1872~1909) 선생의 108주기 경모대회가 1일 오전 선생의 묘역이 있는 서울 마포구 양화진성지공원에서 광복회, 헌정회 등 시민단체 회원과 시민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배설(베델)선생기념사업회(회장 최도열) 주최로 열린 이날 대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면 경모사를 통해 “베델 선생은 어떤 한국인 못지않게 독립을 위해 싸우셨던 언론인이자 항일투사”라며 “일제의 만행과 침략을 폭로함으로써 항일투쟁 전개에 크게 기여하셨다”고 추모했다. 윤종오 서울남부보훈지청장은 “베델 선생은 ‘나는 죽지만 대한매일신보는 영생케 해 한국 민족을 구하라’는 유언을 남겨 조국 광복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심어 주셨다”며 그의 뜻을 기렸다.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는 닉 뒤비비에 대변인이 대독한 경모사를 통해 “선생은 죽은 지 1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한국의 언론인에게 참언론인으로 각인되고 있다”며 “한국과 영국은 공동의 신념으로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만 서울신문 사장은 이경형 주필이 대독한 경모사에서 “대한매일신보의 구국 창간정신과 지령을 계승한 서울신문은 올해로 113주년을 맞는다”면서 “초대 발행인의 정신을 되새겨 언론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수도방위사령부 군악대의 연주 속에 진행된 이날 경모대회는 성악가 허양, 장영애의 송가, 순국선열유족회 소속 대한독립군가선양회 합창단의 독립군가 합창, 헌시 낭독, 진혼무 ‘님이시여’ 공연,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이어졌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한국전 순직 종군기자 추도식 故한규호 본지 기자 등 기려

    한국전 순직 종군기자 추도식 故한규호 본지 기자 등 기려

    제40주년 한국전 순직 종군기자 추도식이 27일 한국기자협회(회장 정규성) 주관으로 경기 파주시 파주읍 통일공원 내 종군기자 추념비 앞에서 열렸다. 정규성 회장은 추도사에서 “고인들이 목숨을 바쳐 가며 웅변하고자 했던 것은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과 책임이며, 이는 오늘날 후배 언론인들에게도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날 추도식은 1사단 군악대의 추모 연주에 맞춰 국민의례와 묵념, 추도사 낭독, 헌화 순으로 장중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추도식에는 한영섭 종군기자회 회장을 비롯해 대한언론인회, 6·25참전언론인회 등 종군·참전기자 출신의 원로 언론인과 이긍규·이상기 한국기자협회 고문, 이경형 서울신문 주필, 국방부와 경찰 관계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6·25 당시 전쟁 상황을 보도하다 순직한 국내외 기자는 모두 18명(미국 10, 영국 4, 프랑스 2, 필리핀 1, 한국 1)이었으며, 한국 기자로서는 유일하게 한규호 서울신문 기자가 순직했다. 6·25 당시 종군기자들의 프레스센터였던 문산역의 ‘평화열차’가 내려다보이는 유서 깊은 취재 현장에 세워진 이 추념비는 1977년 전국 일선 기자들의 성금과 사회 각계 지원금으로 건립됐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길섶에서] 안개 띠/이경형 주필

    비가 온 다음 날, 동트기 전이다. 오두산 중턱에서 시작된 안개 띠는 비탈진 아파트 단지의 허리를 가로질러 장릉 숲으로 이어졌다. 갈현리 들판의 끄트머리를 따라 수평으로 형성된 짙은 안개 띠는 논밭과 산 능선을 상·하로 양분했다. 마치 들판 가장자리에 빙 둘러 흰 장막을 쳐 놓은 것 같다. 안개 띠 아래의 공릉천 습지와 논은 새벽 산책길에 만나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안개 띠 위로 보이는 높은 곳의 풍경은 아주 낯설었다. 높은 지역의 아파트는 구름 위에 있는 알프스 산간의 마을 같았고, 키 큰 나무들의 실루엣은 산수화 화폭의 여백 위에 떠 있는 산들을 연상시켰다.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의 차이는 뭘까. 안개 띠가 없었다면 풍경을 바라보는 시각적인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본질은 변함이 없는데, 주변 환경과 여건에 따라 같은 대상을 두고도 달리 생각하게 된다. 연극 무대에 선 배우는 똑같아도 분장과 조명과 효과음에 따라 천사가 되기도, 악마가 되기도 한다. 요즘 대선 무대에서는 얼굴의 가면을 수없이 바꾸는 중국 전통극의 변검(變脸)이 유행하고 있다.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 [이경형 칼럼] 트럼프의 대북 ‘벼랑 끝’ 전략

    [이경형 칼럼] 트럼프의 대북 ‘벼랑 끝’ 전략

    미국의 군사력은 중국과 비교할 때, 10대 1로 우세하다. 미국은 구소련이 해체된 이후 세계를 상대로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이다. 중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군사적 초강대국 지위는 2050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조지프 나이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 군사력에 관한 한, 미국은 절대 강자이다. 지난 주말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당초 발표된 것과는 달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북핵 밀담’을 나눴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시 주석이 북핵 문제가 행동을 취해야 할 수준의 위협에 도달했다는 데 동의했다”면서 “두 정상 간에 ‘모든 옵션’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모든 옵션’의 하나로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으로 속속 집결시키고 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요격할 것임을 호주 등 우방국에 통보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트럼프는 시진핑과 회담하면서 시리아를 공습했다. 노련한 흥정꾼의 정치현장 감각이 ‘신고립주의’원칙을 뛰어넘었다. 러시아와의 대결을 감수하고라도 북한이 ‘제2의 시리아’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과 북한에 던졌다. 중국에 약발이 통했는지, 관영 언론들은 북한이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할 경우, 중국이 원유 공급 차단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가 시진핑과 북한문제에 관해 어디까지 논의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100일 계획’으로 숨통을 튼 마당에 중국 안보에도 불리한 북핵 문제로 미국과 군사적 대결을 할 필요는 없다. 미국이 자국 안보를 위해 설정한 ‘금지선’(red line) 안으로 북한 미사일이 도달하면 어떤 형태로든 제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중국에 전했을 것이다. 대국 간에 비밀 흥정을 할 때, 제3국의 운명은 개의치 않고 처리한 역사는 허다하다. 구한말 1905년 태프트-가쓰라 밀약이 좋은 예다. 미국은 필리핀을, 일본은 한국을 각기 식민지로 삼는 것을 서로 용인했다. 2차 대전 전후 처리를 논의한 1945년의 미·영·소의 얄타회담과 후속 회의는 우리 민족의 의사와 관계없이 신탁통치와 분단의 씨앗을 뿌렸다. 1950년 1월 애치슨 미 국무장관은 미국의 태평양방위선을 후퇴시켜 한국과 대만을 제외한 애치슨라인을 선언했다. 5개월 뒤 6·25 남침을 초래했다. 1979년 1월 중국의 덩샤오핑과 미국의 카터 대통령은 양국 국교정상화를 했다. 당시 중국은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파는 것을, 미국은 화교 보호를 내건 중국의 베트남 침공을 묵인하는 ‘주고받기’를 했다. 지금이라고 대국 간에 그 같은 흥정이 없으란 법은 없다. 트럼프의 ‘모든 옵션’은 북한을 절벽 끝으로 몰아붙여 마지막 선택지에서 결판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북한은 절벽 아래로 추락하느냐, 아니면 타협하느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테러리스트처럼 자살폭탄 전술을 구사, 자멸하더라도 남한에 상응한 해코지를 할 수도 있다. 경계해야 한다. 미국의 대북 벼랑 끝 전략에 한국은 동맹으로서 일단 박자를 맞추는 것이 맞다. 그동안 대선 삼매경에 빠졌던 각 당 후보들은 ‘4월 안보 위기설’이 나돌자 사드 배치에 따른 입장을 재정리하고 각 당 대표와 대선 후보가 참석하는 ‘5+5 긴급회의’를 제안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대북 ‘벼랑 끝 전략’에 ‘한반도 무력충돌 반대’와 같은 당위론만 펴는 것은 비전략적이다. 미국의 전략 목표에 보조를 맞추며 대북 경고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목표이지, 정권교체는 목표가 아니라고 짐짓 퇴로를 열어놓고 있다.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전면 중단할 경우, 대화의 가능성은 살아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북한은 미국과 핵 협상을 벌일 때마다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다. 재미도 보았다. 이번에는 미국이 북한을 다룰 차례다. 지금은 전략적으로 북한을 밀어붙여야 하는 시기다.
  • [길섶에서] 분신(分身)/이경형 주필

    서울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 들렀다. 화폭은 산맥, 오솔길, 계곡, 숲, 들꽃, 밤하늘의 은하수, 메밀꽃밭으로 둘러싸인 외딴집 등 강원 산간 풍경들로 가득했다. 유화물감을 나이프로 찍어 켜켜이 쌓아 올려 캔버스 표면은 두툴두툴하기 그지없다. 작가는 “내 옆에는 늘 어린아이가 있다”고 했다. 그 아이의 얼굴은 산속 옹달샘에 어린 달님 같고, 여린 몸은 신새벽에 처음 우는 종달새의 몸짓을 닮았단다. “나는 늙어 가고 21세기 문명에 지쳐 정신 줄을 놓고 있는데, 아이는 나의 손을 끌고 별을 헤며 오솔길을 걷는다”고 했다. 작업의 영감을 그의 분신에게서 얻는다. 일상의 삶이 답답할 때, 나의 분신은 여행을 한다. 군불 땐 뜨끈뜨끈한 고택 온돌방에 누워 옛 선비의 미학을 더듬어 본다. “시를 짓는 것(詩法)은 차가운 샘물에 비견된다. 돌에 부딪히면 흐느껴 울부짖고, 못에 고이면 거울처럼 비치더라.” 조선 초기 학자 김시습이 관서 지방을 방랑할 때, 후학과 문답을 하면서 한 말이다. ‘시법’은 곧 글을 쓰는 것이 아닌가. 분신이라도 잠깐 여행을 하고 나면 머리가 맑아진다.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 [이경형 칼럼] 미·중의 대북 광폭 옵션에 대응할 수 있나

    [이경형 칼럼] 미·중의 대북 광폭 옵션에 대응할 수 있나

    미국의 북핵 전략적 선택의 분기점이 다가오고 있다. 4월 6~7일께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가르마가 타질 것으로 기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오바마 행정부에 비해 선택지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 최근 한·일·중 연쇄 방문을 마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고위 인사들의 발언을 연결해 보면 하나의 맥락을 이루고 있다. ‘북한이 미국을 갖고 놀았다’(트럼프)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틸러슨)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대화 없다’(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미국은 6자회담 틀에 복귀하지 않겠다’(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 등의 언급은 기존의 대북 전략을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년간의 대북 전략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보고 새로운 접근법을 구사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대북 전략의 선택지는 경제 제재로 북한의 국제금융망 접근 제한, 북한 거래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의 확대를 들 수 있다. 군사적으로는 한·일의 핵무장 허용, 한국 내 전술핵무기 재배치, 선제 정밀타격,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 등이 언급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핵 항공모함 칼빈슨호, 전략폭격기 B1B 랜서, 핵 잠수함 콜럼버스함이 참가한 가운데 한반도 해역에서 실시 중인 한·미 연합훈련엔 이러한 군사적 선택의 가상 상황까지도 포함돼 있다. 중국은 ‘강력한 대북 압박’을 요청한 미국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이 틸러슨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핵 문제는 중국, 조선, 미국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을 거쳐 6자회담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상대방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지 않는’ 시진핑 주석의 신형대국관계를 고수하면서 느닷없이 ‘3자회담’을 꺼냈다. 3자회담은 1953년 한국전쟁 휴전협정 서명 당사국인 미·중·북한 회담을 통해 정전체제를 주한미군 철수와 연계된 평화체제로 전환하자는 주장으로 우리를 회담 당사자에서 제외하자는 것이다. 중국은 이 같은 ‘한국배제론’에 이어 2007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6자회담을 다시 언급함으로써 북핵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한국에 사드 배치가 시작되자 한국을 건너뛰겠다는 노림수로 대응하고 있다. 미·중 간의 판이한 북핵 접근 방법은 미국의 군사적 선택을 촉진할 수 있다. 온 나라가 대통령 탄핵에 이은 대선 국면으로 국내정치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미·중의 패권 경쟁은 북핵을 둘러싸고 대결 국면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한국이 미·중의 ‘넛크래커’에 낀 호두 신세를 면하려면 세계 11위 경제 규모에 걸맞은 당당한 외교안보 역량을 보여 줘야 한다. 차기 정부를 담당할 유력 대선 주자들의 확고한 안보관이 중요하다. 미국의 조지프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연이틀 여야 유력 대선 주자나 그 캠프 관련자를 두루 접촉한 것도 차기 정부의 대외 정책노선을 타진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은 동맹, 한국은 파트너”라고 한 틸러슨의 발언은 동북아 신국제질서에 대한 미국의 인식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다. 1950년 1월 미 국무장관 애치슨은 태평양에서의 미국의 방위선은 남한을 제외한 ‘알류샨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으로 연결하는 선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2차 대전 이후 소련, 중공의 공산주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설정된 애치슨라인이 천명된 지 6개월도 안 돼 6·25 전쟁이 발발했다. 5·9 대선까지는 50일도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6차 핵실험이나 ICBM 발사라도 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먹구름에 싸일 것이다. 과도정부를 관장하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안보를 최우선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정권인수위 활동 기간이 없는 차기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대못’을 박는 대외정책은 이제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khlee@seoul.co.kr
  • 자연의 순수함을 추구하는 백중기 서양화 개인전 열려

    자연의 순수함을 추구하는 백중기 서양화 개인전 열려

    서양화가 백중기의 제19회 개인전이 새달 4일까지 서울 인사동 희수갤러리에서 열린다. 강원 영월에서 자연을 대상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백 화백의 이번 전시에는 동강의 절경인 어라연을 그린 ‘어라연’(193*112cm)을 비롯. ‘홍매 2’(120*60cm) 등 20여 점의 최근작들을 선보이고 있다. 두터운 마티에르 기법으로 유화 물감을 나이프로 켜켜이 찍어 그린 풍경들은 작가가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가보지 않은 길’을 추구하는 작업정신을 보여준다. 산간 작업실에서 두문불출하던 작가는 작년과 금년 초, 바다가 있는 도시로 스케치 여행을 떠났다. 작품 ‘동피랑’(145*97cm)은 통영 중앙어시장 뒷산 달동네마을, 벽화마을로 유명한 동피랑(동쪽 벼랑 위의 마을)을 그린 것인데, 그는 동피랑을 관람자들에게 정겨운 우리 이웃마을로 재탄생시켜 놓았다. 지붕 위에 ‘순정다방’ 간판이 걸린 한적한 시골 길가의 외딴집, 하얀 메밀꽃밭으로 둘러싸인 산간 집, 석양에 하늘과 바다가 온통 붉은 빛으로 뒤덮인 풍력기가 있는 바닷가 풍경 등이 보는 이들의 눈을 매료시킨다. 백 화백은 작업노트를 통해 “내 옆에는 늘 어린 꼬마아이가 있다. 그 아이의 얼굴은 산속 맑은 시냇물에 어린 달님 같고, 여린 몸은 신 새벽에 처음 우는 종달새의 몸짓을 닮았다”면서 “내 그림은 이 아이의 몸짓과 소망하는 꿈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설명한다. 그의 작업은 자신의 분신이기도 한 ‘꼬마아이’처럼 늘 티 없이 맑은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을 추구하고 있다. 또 밤하늘에 무수히 떠있는 별을 헤며 숲속 오솔길을 걸으면서 자연과 교감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 [이경형 칼럼] ‘광화문 DMZ’ 허물 지도자는 없소

    [이경형 칼럼] ‘광화문 DMZ’ 허물 지도자는 없소

    가슴이 울컥 치밀었다. 남북 분단도 서러운데 이 무슨 참담한 광경인가. 어제 3·1절 날 경찰은 광화문에서 시차를 두고 이뤄지는 태극기 집회와 촛불 집회의 충돌을 막기 위해 전경 버스로 차벽을 세워 분리·차단 공간을 만들었다. 지난 주말엔 광화문 사거리 북쪽엔 촛불 군중이, 서울광장 남쪽엔 태극기 군중이 같은 시간에 자리 잡았다. 적개심에 몸을 떠는 수십만 군중이 세종대로 중간 350m의 ‘광화문 DMZ(비무장지대)’를 경계로 남북으로 대치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남북 분단 상황을 쏙 빼닮았나 싶다.9년 전 개성 관광을 위해 DMZ를 거쳐 개성으로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펼쳐진 북한 판자촌 마을과 남루한 주민들을 보면서 가슴이 울컥했었다. 누가 저들을 갈라놓고 헐벗게 했나 싶어 분노가 치밀었다. 그 심정이 ‘광화문 DMZ’를 통과하면서 반복됐다. 청계광장 입구는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검문소 같았다. 경찰들이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 쪽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일일이 불러 세웠다. “태극기를 접어 옷 속에 넣어라. 촛불 군중에게 봉변당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도대체 뭣 때문에 촛불과 태극기가 적대감으로 똘똘 뭉치고 있는가. 군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태극기를 든 노년층은 “이 나라를 어떻게 지키고 키워 왔는데 ‘종북좌빨’이…” 하면서 씩씩댔다.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되는 축제 쇼 같은 광화문의 촛불 청장년은 “박근혜를 감옥으로”, “재벌 해체”를 외치며 기존 체제를 뒤엎자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어제는 3·1 만세운동 98주년이었다. 일제 식민통치의 총칼에 맞서 분연히 일어나 대한독립만세를 목이 터져라 외친 날이다. 그런데 지금 서울 도심 광화문에선 3·1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촛불 시민과 태극기 시민이 마치 시가전이라도 벌일 듯이 살기등등했다. 이제 탄핵시계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헌법재판소는 늦어도 2주 안에 선고를 내릴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 선고 전 하야한들 크게 감동을 줄 시기는 지났다. 설사 탄핵이 기각된다 해도 ‘식물 대통령’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은 과제는 탄핵 선고 이후 국민을 둘로 갈라놓은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다. 헌법재판관들이 탄핵 인용이든, 기각이든 내부 토론을 통해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려 준다면 국민 통합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소수 의견을 적시하도록 돼 있는 현행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기대난망이다. 탄핵이 되면 태극기 군중은 허탈감과 분노로 결집하고 ‘샤이 보수’들과 연대해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이 대선 본선으로 간주되는 판국에 ‘태극기 민심’이 ‘차악’(次惡) 선택을 위해 대거 국민경선에 참여할 수도 있다. 안희정의 연정론에 보수들도 솔깃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가의 진운을 개척하고 국민을 이끌어 나갈 지도자라면 광장민주주의에 편승하는,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달빛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된다. 국가 어젠다를 내걸고 추진 동력을 스스로 일으키는 지도자야말로 참지도자다. 다가올 대선에서 참지도자가 되기를 꿈꾼다면 광장에 나가 손뼉을 칠 것이 아니라, 촛불과 태극기를 든 군중 앞에 나가 “헌재 결정에 승복하자. 더이상 분열은 안 된다. 다 함께 나아가자”고 호소해야 한다. 원로 사회학자 송복 교수는 “1919년 3·1 운동은 우리 사회를 조선 왕조라는 중세에서 ‘근대’ 단계 없이 단번에 현대사회로 뛰어오르게 했다”고 말했다. 지역과 종교, 출신 신분을 떠나 하나로 뭉친 3·1 운동 정신이야말로 해방 공간의 좌우 대립, 동족상잔의 6·25 극한 상황, 1960~70년대의 굶주림을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지주였다고 설파했다. 이런 3·1 정신을 오늘에 되새겨 탄핵 결정이 어떻게 나든 국민 분열 후폭풍이라는 중간 단계를 훌쩍 뛰어넘어 바로 통합 사회로 나아가야 하고,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용기 있는 지도자가 높이 든 국민 통합 깃발을 보고 싶다.
  • 경차 유류세 환급 年 10만→ 20만원으로 늘린다

    경차 유류세 환급 年 10만→ 20만원으로 늘린다

    정부가 23일 발표한 내수 활성화 대책은 잦아드는 소비 심리의 불씨를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교통과 관광을 통해 직접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이날 나온 여러 대책 중 월급쟁이 직장인들에게 우선 와 닿는 부분은 연말정산 소득공제 확대 방안이다. 정부는 전통시장 물품 구입비와 대중교통에 사용한 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지금의 30%에서 40%로 상향하기로 했다. 올해 소득에만 적용하는 한시 대책이다. 2015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따른 소비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소득공제를 강화한 적이 있는데, 그와 비슷한 조치다. 당시 전통시장과 대중교통 본인 사용액이 전년도 사용액의 50%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소득공제율을 50%로 올려준 바 있다.‘모닝’, ‘스파크’, ‘다마스’ 등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1000㏄ 미만 경차 소유자는 유류세 환급을 지금보다 2배 많은 20만원까지 받게 된다. 지금은 휘발유와 경유는 ℓ당 250원, LPG는 ℓ당 161원(전액)의 세금을 10만원까지 환급해 주고 있다. 환급용 유류 구매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면 된다. 단, 동거가족이 경차 이외의 다른 차를 소유하고 있으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형 승합차를 배달용으로 써서 연간 주행거리가 상대적으로 긴 영세 자영업자가 유류세 환급 확대의 혜택을 많이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는 8월부터 수요가 적은 시간대에 고속철도 승차권을 일찍 예약하면 최대 반값까지 싸게 살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25일 전 예약을 하면 30~50%를 깎아주고 15일 전에 예약하면 20~30%를 할인해준다. 서울과 부산을 무정차로 운행하는 고속열차가 도입되는 시기에 맞춰 추진된다. 만 25세 이하 청년들이 7일간 무제한으로 철도 여행을 할 수 있는 자유여행패스 ‘내일로’의 이용 대상은 올해 말까지 29세 이하로 늘어난다. 또 요금을 낮추는 숙박업소들은 세금 부담을 덜게 된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개정을 유도해 객실요금을 10% 이상 낮춘 호텔이나 콘도 등 관광숙박업 사업자에게 올해 재산세(건물분)를 최대 30%까지 낮춰주도록 할 방침이다. 재산세는 지방세이기 때문에 정부는 지역경제정책협의회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개정을 유도할 계획이다. 숙박업은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연속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수 부진에 따른 숙박업 부진이 더 지속되면 종사자 14만명과 관광 지역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돼 대책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동남아 등으로 골프여행을 가는 중산층 수요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국내 골프장 간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도 오는 4월 마련된다. 골프장 세 부담 경감과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실버관광도 활성화된다. 국내 여행을 하는 고령자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시니어 관광카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요 소비계층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고령층 여가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내수 활성화로 연결시키기 위한 대책이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고령 여가산업 시장은 2015년 13조 7000억원에서 2020년 26조 2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미국과 호주에서도 호텔, 스포츠, 요식업 분야에 돈을 쓰는 노인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 이동통신 단말기를 살 때 경품 기준을 완화해 업계 간 마케팅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도 나왔다. 정부는 경품가액의 총합과 개별 경품가격의 상한을 각각 3000만원과 300만원으로 제한한 현상경품 기준을 완화해 단말기 교체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달에 발표된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경차 유류세 환급 한도, 연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

    경차 유류세 환급 한도, 연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

    경차 유류세 환급 한도가 연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된다. 고속철도를 한 달 전에 예약하면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23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와 같은 유류비 경감·교통 애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최근 기름값 상승에 따른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경차 유류세 환급 한도를 연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정부는 배기량 1000cc 미만인 마티즈, 레이, 모닝, 스파크, 다마스 등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환급용 유류구매 카드로 주유 결제할 경우 휘발유·경유는 ℓ당 250원, LPG는 전액 환급해주고 있다. 정부는 경차 유류세 환급 한도를 높이면 경형 승합차를 배달용으로 사용하는 영세자영업자들이 실질적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본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계층별로 주어지던 고속철도 할인 혜택을 이용조건에 따라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제까지는 만 25∼33세 청년에게 KTX 요금을 최대 40%를 할인해주거나 만 18세 미만 자녀가 3명 이상인 가족에게 요금을 30%까지 깎아주는 방안은 있었지만 조기 예약자에 대한 할인은 없었다. 정부는 수요가 적은 시간대 KTX, SRT 승차권을 일찍 구매하는 경우 운임을 파격적으로 할인하는 상품을 올해 하반기에 도입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출발 25일 전에 승차권을 예약할 때 요금의 30∼50% 할인하거나 15일 전 예약할 때 20∼30% 할인하는 식이다. 구체적인 할인조건이나 할인율은 KTX, SRT를 운영하는 코레일과 ㈜SR가 검토하고 있다. 올해 8월부터는 서울∼부산, 서울∼광주 등 주요 노선에서 중간역에 세우지 않는 ‘직통’ 고속열차도 등장한다. 무정차 직통열차의 경우에도 정차역이 적을수록 운임을 더 많이 받는 식으로 운임 체계를 차별화할 예정이다. 서민들의 출퇴근 교통 불편을 줄이기 위해선 송도,동탄 등 수도권에 M-버스 4개 노선을 신설하고 인천 구월,고양 원당 등에도 올해 상반기 내로 M-버스를 추가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늦게 타는 정류장 고객들이 장시간 기다리지 않도록 장시간 좌석예약제를 도입하는 한편 버스운행 지역이나 시간, 횟수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수요자가 요청한 대로 조정하는 ‘수요응답형 여객업’의 도시운행도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농촌, 어촌을 기점 또는 종점으로 하는 경우만 허용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길섶에서] 매화부(梅花賦)/이경형 주필

    아침 햇살을 핥고 있는 정원의 매화는 아직 춥다. 김포반도를 지나 한강과 임진강의 두물머리를 거쳐 불어오는 북서풍은 한기(寒氣)를 품었다. 남도에서는 벌써 꽃망울을 터뜨렸다지만, 파주 땅엔 우수가 지났어도 개화의 기별은 없다. 매화의 가지를 당겨 꽃눈과 눈을 맞춘다. 심사정의 ‘파교심매도’(?橋尋梅圖)가 생각난다. 당나라 시인 맹호연은 눈발이 분분한 가운데 나귀를 타고 파교를 건너 눈 쌓인 골짜기로 매화를 찾아 나선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설중매는 선비의 고결한 기품이 배어 있다. 인고의 세월 속에서 절개를 지키며 암향(暗香)으로 우아한 자태를 알리는 매화는 여인에게도 어울린다. 예능에 뛰어난 기생들의 이름에도 매(梅) 자가 많다, 매화, 매홍, 매창, 홍매는 우리 문화사에 많은 족적을 남겼다. 연꽃이 불교, 장미와 백합이 기독교의 꽃이라면, 매화는 유교의 꽃이다. 한국, 중국, 일본 문화의 유전자는 유·불·선 삼교가 일치하는 매화 문화권으로 만난다고 이어령 선생은 말한다. 동북아의 평화가 매화 향기처럼 온 누리에 퍼져 나갔으면 좋으련만.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 [길섶에서] 달집 태우기/이경형 주필

    오늘은 정월 대보름이다. 달집 태우기의 추억이 뇌리에 선명하다. 능선 위로 달이 눈썹처럼 삐죽 내밀자 누군가 ‘달 떴다. 불 질러라’고 외친다. 순식간에 짚과 청솔가지와 생대나무로 엮은 달집에 불이 붙어 연기가 하늘 위로 높이 치솟는다. 할머니들은 주문을 외우듯이 소원을 빈다. 수줍은 처녀들도 달을 보고 합장한다. 아이들은 ‘달에 집에 불이야!’를 반복적으로 외친다. 달집 주변을 돌면서 신이 나 한다. 큰 둑길을 따라 여기저기에 세운 달집에서 피어오른 연기는 마치 봉화 같다. 연기가 많이 날수록 풍년이 든다. 푸른 솔잎의 생나무가 연기가 많이 난다. 대나무 마디가 불에 타면서 터지는 소리는 클수록 액땜에 좋다고 한다. 굵은 대나무가 소리도 크다. 불에 탄 달집이 쓰러지는 쪽의 들판에 풍년이 든다. ‘한바다’ 쪽이다, ‘둘안’ 쪽이다 하면서 서로 핏대를 올리기도 한다. 주위에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달은 어느새 휘영청 중천에 떠 있다. 대보름달은 만삭의 어머니 배와 같다. 희망과 풍요가 스며 있다. 불길은 사악한 것을 불살라 버리는 정화의 상징이다. 요즘엔 달집과 함께 태워 버려야 할 부정한 것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 [이경형 칼럼] 연정론, 흑백 정치에서 ‘흑묘백묘’ 정치로!

    [이경형 칼럼] 연정론, 흑백 정치에서 ‘흑묘백묘’ 정치로!

    한국인들은 검거나 희거나 분명한 것을 좋아한다. 한국 정치도 진보든 보수든 선명한 쪽에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던진 ‘대연정론’이 대선 가도에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대연정론은 야권이 집권하더라도 차기 정권의 안정을 위해서는 바른정당, 새누리당과도 연대하고 연립정부도 구성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현 20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2020년 5월까지다. 5월 대선이 이뤄진다면 차기 대통령은 향후 3년간 지금의 4당 체제 국회와 보조를 맞춰야 ‘적폐 청산’ 등 국정을 수행할 수 있다. 여야 협치를 강제하고 있는 국회선진화법은 법안 통과 기준을 180석(총의석의 5분의3)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야권이 정권을 잡는다 해도 현 의석 분포로는 야권 정당과 친야 무소속 의원을 다 끌어모아도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연정론은 매우 실용적인 접근 방법이다. 우리 정치문화는 오랫동안 흑백 이분법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정치적 타협 노선은 바로 ‘사쿠라’로 치부됐다. 반독재 민주화 투쟁 시절 정치인의 최고 덕목은 선명 투쟁이었다. ‘사육신’도 ‘생육신’도 다 같은 충신이건만, 사육신만이 충신이라는 윤리관이 지배해 왔다. 지금 정치권도 이런 선명 논쟁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대연정론에 정면으로 반대한다. “청산 대상과 청산 주체 간 이종교배는 있을 수 없다”며 ‘촛불 민심’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야권끼리의 ‘소연정’은 몰라도 대연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대선 주자들의 이념적 좌표를 보면 문재인=이재명(3.5) > 안희정(3.9) > 안철수(4.4) > 손학규(5.0) > 남경필(5.4) > 유승민(5.5) 순으로 나타났다(매일경제신문·서울대 폴랩 작년 12월 29~30일 여론조사 / 가장 진보 0, 가장 보수 10점으로 할 때). 바른정당 대선 주자인 남경필 지사나 유승민 의원을 놓고 보면 보수보다는 중도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안 지사가 이들과 정책연대, 연립정부를 추진한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과거 김대중 정권은 DJ(김대중)+JP(김종필)의 연합 정권으로 출범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이나 한국은 그동안 양당 중심으로 국회를 운영해 온 탓에 연립정부를 구성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재 4당 체제와 같이 다당제가 정착되면 협치의 발전된 형태로 연립정부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대연정의 성공 사례로 독일을 꼽을 수 있다. 중도 우파인 기민당과 중도 좌파인 사민당이 세 번째 대연정을 운영하고 있다. 사민당의 슈뢰더 총리는 2003년 2차 대전 후 최대 경제구조 개혁인 ‘어젠다 2010’을 발표하면서 인력 파견 취업알선회사 도입, 실업자 취업교육 의무화, 생계형 창업보조금제 등 노동개혁을 사회보장제도, 세제개편, 규제철폐 등과 패키지로 묶은 ‘하르츠 개혁’을 강행했다. 슈뢰더는 이런 인기 없는 개혁의 여파로 2005년 선거에 패배해 총리직을 기민당의 메르켈에게 넘겨주었다. 메르켈 정부는 정파의 이익과 관계없이 사민당과의 연정을 통해 슈뢰더의 개혁 정책을 계승하여 오늘날 유럽의 성장 엔진으로서 독일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대연정 실험은 한국 정치의 도전이다. 정당별 노선 경쟁을 촉진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국가 재설계의 방향과 국가 과제를 두고 연대나 연정을 모색하는 것은 한국 정치 발전의 진화 과정이다. 한국의 정치는 이제 흑백 정치가 쇠락하고 다원 정치로 진화하는 길목에 놓여 있다. 대연정론을 계기로 한국의 고질적인 이분법 정치 프레임을 극복할 때가 됐다. ‘좌빨 종북’ ‘꼴통 보수’ 등 이념적 편 가르기는 물론 정파나 계파를 노선이 아닌 ‘친(親), 반(反), 비(非)’의 접두어로 구분하는 정치문화는 폐기해야 한다. 한국 정치가 흑백 논리가 아니라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처럼 좌파 정책이든 우파 정책이든 이를 혼합하든 우리의 당면 문제를 풀 수 있는 생산적인 해법을 내놓는 정치로 탈바꿈했으면 좋겠다.
  • [길섶에서] 쓸모없는 것들/이경형 주필

    쓸모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좁은 공간의 집안 정리를 할 때는 더더욱 실감한다. 하지만 저것들이 정말 쓸모없는 것들인가 하고 자문해 본다. 한때는 쓸모가 많았을 것이나 지금은 아니다. 그럼 쓸모가 없다고 당장 버려야 할까. 퇴근길에는 늘 이재효 작가의 조각품을 만나게 된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뒤 자투리땅에 설치된 높이 6m의 거꾸로 선 원뿔 모양의 작품이다. 하늘을 향해 아름다운 멜로디를 날리는 나팔처럼 보인다. 껍질이 붙은 보잘것없는 밤나무 토막들을 속살이 보이게 잘라 연마한 것들을 연이어 조형물을 만든 것이다. 작품설명 동판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쓸모없어진 것들, 아름답지 않은 것들로 나는 작업을 한다. … 쓸모없는 휘어진 나뭇가지들이 모여 웅장한 클래식이 된다.” 지난주 눈이 와 아파트 계단이 미끄러웠다. 옛날엔 빙판길에 연탄재를 뿌렸다. 매일 아침 연탄재를 버리려 쓰레기장으로 가던 기억이 난다. 쓸모없다고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나”라고 안도현 시인은 읊었다. 누가 감히 ‘쓸모없는 것들’이라고 단정할 수 있겠나.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 [이경형 칼럼] 황 대행, 안보 리더십 절실하다

    [이경형 칼럼] 황 대행, 안보 리더십 절실하다

    탄핵안 의결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었다고 해서 안보 리더십까지 공백이 될 수는 없다. 내치(內治) 문제는 차기 정부 출범 때까지 권력의 공백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외치(外治) 문제는 권력의 공백이 용인되지 않는다. 내일 출범하는 트럼프 미 신행정부의 국방장관 후보자는 북핵 시설의 선제 타격을 포함한 ‘격퇴 계획 보고서’를 미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한다. 지난주에는 중국 폭격기, 전투기들이 편대를 지어 대한해협을 거쳐 동중국해와 동해 상공을 오가며 무력 시위를 반복했고 한국과 일본 전투기가 출격하면서 3국의 군용기 50여대가 뒤엉켜 힘겨루기를 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주초에 외교안보 부처 장관들과 4강 및 유엔 주재 대사들을 불러 ‘한반도·동북아 정세 점검회의’를 주재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다. 국가 간의 합의 정신을 살리면서 외교·안보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은 상대국에는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도 안도감을 심어 준다. 정치권은 황 권한대행에게 행정을 관리, 유지하는 최소한의 집무 방식을 주문해 왔다. 야권은 황 대행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일 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실패에 공동책임이 있으므로 행정의 소극적인 관리자 범주를 벗어나는 국정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보 상황이 급박해지면 황 대행은 필요한 대응 조치를 해야 하고, 국회도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맞다. 탄핵 정국과 대선 정국이 맞물려 돌아가는 혼란스런 상황에서도 상대국이 있는 외교, 안보 문제만은 신중하게 다루는 것이 좋다. 유력한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했다. 그저께 출판간담회에선 “북핵을 해결하고 역대 남북 합의를 이행할 수 있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그의 언급에선 일말의 불안감이 가셔지지 않는다. 재야의 한 원로도 문 전 대표가 “미국과 연결하고 있는 튼튼한 동아줄이라도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동북아에서 한·미 동맹의 끈을 쥐고 있는 미국의 존재감을 엄중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선택해야 하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보면 야권 대선 주자들도 시간이 갈수록 현실 인정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황 대행은 사드 배치 문제는 우리의 안보 사안이라고 분명하게 가르마를 타 주었다. 차기 정권에서 대외 정책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때 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외교안보 정책의 흔들림 없는 일관성이 중요하다. 한·일 관계는 계속 껄끄럽다.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건립 문제에 이어 경기도의회가 독도에 소녀상을 건립할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 외무상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망언을 함으로써 양국의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북한 도발에 따른 한·일 간의 안보협력이 긴요한 시기에 일제 식민통치 역사의 응어리가 풀리지 않아 양국의 미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01년 6월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의 쩐득르엉 국가주석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자신들(북베트남)과 한국군이 서로 적으로 싸운 한국군의 월남전 참전 등 과거사 문제에 관해 “과거는 제쳐 두고 미래를 위해 협력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이 오늘날 동남아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과거보다는 미래’에 방점을 찍은 국민적 지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일 간에도 위안부의 상처를 진정한 사죄가 아니라 돈으로 때우려는 듯한 일본 정부의 행태가 괘씸하기는 하지만, 국제적으로나 양국 간에 민감한 외교공관 앞이나 독도 등에 소녀상을 세우는 것도 지혜로운 감성 표현 방법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행한 위안부 합의가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한·일 양국이 미래를 위해 감정 분출을 자제하고 양 국민 간의 문화 교류, 역사 인식 공감대 확산 등 민간을 중심으로 한·일 공공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한반도 안보 위기가 점증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외치의 리더십은 더욱 절실해진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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