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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시각] 화성연쇄살인의 추억과 진실/박찬구 사회부 차장

    [데스크시각] 화성연쇄살인의 추억과 진실/박찬구 사회부 차장

    “맞습니다. 경찰도 J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턱, 숨이 막혔다.‘그럼, 왜….’라고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용의자를 다른 지역 경찰에게 빼앗긴 수사본부의 축소·은폐, 고질적인 관할 다툼, 부실한 초동수사, 물증 확보 실패….’ 돌아올 답이란,15년 전 화성사건을 취재한 이후 기자가 줄곧 자문자답한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터였다. 날선 의구심과 죄책감은 뜻밖의 충격에 오히려 맥이 풀렸다. 맞은쪽에 앉은 경찰청 소속 베테랑 형사도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침묵이 흘렀다. 1993년 여름 화성사건의 용의자로 검거된 J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거짓말탐지기 검증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기사가 서울신문에 실렸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적어도 86년 12월과 87년 1월 두차례의 범행을 J가 자백했다고 밝혔다. 당직 변호사는 J를 단독 면담한 뒤 자백의 임의성과 신빙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J는 경기도경 수사본부로 인계된 직후 풀려났다. 사건 당시 J가 수사본부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가 무혐의 처리된 적이 있으며, 뚜렷한 물증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서대문팀의 한 간부는 수사본부가 공조수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기보다 당초 J를 무성의하고 형식적으로 조사한 것에 따른 책임 추궁을 피하고 싶어 한다고 기자에게 푸념했다. 권력기관, 특히 경찰에서 진실은 때로 현실에 묻혀버리고 만다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백지장처럼 핏기 없는 손에 쪽지가 놓여 있었다. 날림체로 이름 석자가 적혀 있었다.H는 소스라치며 잠을 깼다. 화성사건을 다룬 신문기사를 뜯어보던 뒤끝이었다. H는 경찰에서 일하는 고향 후배의 도움으로 화성과 수원 인근에서 ‘꿈속의 이름’을 검색했다. 탐정을 자칭하는 H는 기자에게 다른 몇건의 살인사건 수사에 간여하거나, 단서를 제공한 적이 있다며 화성사건에 집착했다.H는 ‘화성사건은 미궁이 아니다’라는 책을 펴냈고, 다음에 회원 2만 7000여명의 관련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H가 꿈 속에서 보고, 서대문팀에 제보한 이름이 바로 J였다. 서대문팀이 H의 꿈에 놀아났다 하더라도, 거짓말탐지기 반응, 당직 변호사에게 자백한 정황, 최근 경찰청 형사의 ‘고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현실은 때로 상식을 일탈하고, 진실은 이성의 바깥에도 존재하는 것인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화성에 경찰서가 새로 생겼다.‘혜진·예슬법’도 만든다고 한다. 제2·제3의 피해자가 줄어든다면,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수사는 전시행정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적어도 강력 사건에서 진실과 현실의 괴리는, 허공 속에서도 범인의 채취를 찾아내는 과학수사와 현장의 담배꽁초 하나도 놓치지 않는 초동수사, 제 몸을 사리지 않는 공조수사가 전제되어야 극복해 나갈 수 있다. 등록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는 대학생 행렬에 경찰력을 곱절이나 배치하고, 대통령 행사를 이유로 도심 건물을 철통같이 에워싸는 일에 일선 경찰을 투입하는 전근대적 행태가 되살아난다면 ‘93년 화성’의 오류가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다. 현 정부는 실용을 얘기한다. 공안이나 권위의 부활이 실용은 아닐 것이다. 경찰서 하나 세울 여력으로,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그 저돌성으로, 묻혀가는 강력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노력을 보인다면, 그때 민생치안의 실용은 설득력을 지닐 것이다. 다시 화성을 생각한다. 원혼은 누가 무엇으로 달랠 것인가. J, 그는 10년 전 자택에서 돌연사했다. 혹자는 양심의 가책에 따른 것이라 했고, 어떤 이는 누군가의 계획된 살인이라고 했다. 경찰의 강압수사 후유증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진실과 현실 사이에서 화성은 잊혀져 간다. 박찬구 사회부 차장 ckpark@seoul.co.kr
  • 정씨, 군포 부녀자 성폭행 드러나

    정씨, 군포 부녀자 성폭행 드러나

    안양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 피의자 정모(39)씨가 2004·2005년 발생한 부녀자 실종 및 성폭행 사건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19일 잇따라 드러나면서 정씨의 범죄 행각이 어디까지 뻗쳤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서울신문 3월19일자 8면 참조> 정씨는 오는 25일 검찰에 송치될 예정으로, 수사 기한이 5일 정도밖에 남지 않아 추가 범행의 혐의 입증이 가능할지 여부도 고스란히 경찰의 짐으로 남게 됐다. 19일 군포경찰서에 따르면 정씨는 2005년 12월3일 밤 군포시 금정동 먹자골목에 있는 전화방 종업원 A(53·여)씨를 자신의 집으로 부른 뒤 성폭행했다. 당시 A씨는 두 손이 묶인 채 정씨에게 얼굴 등을 마구 폭행당한 뒤 정씨가 한눈 파는 틈을 타 도망쳤다.2004년 7월17일 실종됐던 전화방 운영자 정모(당시 44세·여)씨와 A씨가 일한 전화방은 같은 먹자골목에 있다. 결국 피의자 정씨가 부녀자 정씨 실종 사건에 연관됐을 가능성이 더욱 짙어졌다. 또 밝혀지지 않았던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의 범행 동기 역시 성폭력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경찰의 혐의 입증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정씨는 2004년 7월17일 부녀자 정씨와 4차례에 걸쳐 마지막으로 통화했을 때의 통화내역과 대리운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조회결과 당시 서로 다른 장소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당시 정씨를 용의선상에 올렸을 뿐 결정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집에서 잤다.”고 주장하는 정씨를 강하게 추궁하지 못했다. 게다가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나왔던 거짓 반응은 재판 증거로 인정받지 못한다. 또 정씨가 몰던 에스페로 승용차에서 발견된 야삽 2개 역시 혈흔이나 흙묻은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수사 자료를 넘겨받은 경기경찰청 수사본부가 할 수 있는 건 정씨의 자백 확보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군포서 관계자는 “당시 사건 수사 형사들이 이미 모두 타서로 전출한 상태” 라면서 “정씨의 심경이 변했다면 모르지만 사실상 다른 부분은 수사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서의 한 형사과장은 “2004년 수사 땐 심하게 추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이미 혜진·예슬양 살해 혐의가 거의 입증된 상태라 강하게 몰아붙일 수 있다.”면서 “연쇄살인범 유영철도 그렇게 무너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정씨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 2006년 12월부터 한 달 새 군포와 화성, 수원 일대에서 잇따라 발생한 노래방 종업원 배모(당시 45세)씨 등 부녀자 4명 연쇄실종사건과의 연관성도 수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군포서 관계자는 “앞의 두 여성 실종 때는 GPS로 위치상 전혀 다른 곳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고 뒤의 두 사건은 수법이 달라 연관성이 높지 않다.”면서 “배씨와의 마지막 통화자도 정씨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서울 이재훈·안양 김정은 황비웅기자 nomad@seoul.co.kr
  • [단독]정씨, 2004년 군포 전화방 도우미 실종때도 용의 선상에…당시 거짓말탐지기 조사서 거짓 반응

    안양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의 피의자 정모(39)씨가 2004년 군포 전화방 도우미 A(당시 44세·여)씨 실종사건 수사 당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거짓 반응이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18일 “정씨가 2004년 당시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라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거짓 반응이 나왔지만 더이상의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아 풀려났다.”면서 “당시 정씨가 몰던 에스페로 승용차에서 야삽도 2개 발견됐지만 이 역시 결정적 증거가 되진 못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A씨의 마지막 통화자가 용의자 정씨였기 때문에 현재 관련 자료를 수사본부가 설치된 안양경찰서에 넘긴 상태”라고 말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군포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2004년 7월17일 오후 11시44분부터 정씨와 네 차례 통화한 뒤 군포시 금정동 통화기록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A씨는 실종 3개월 전부터 전화방을 운영하며 자신도 도우미 일을 함께 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군포서 관계자는 “당시 정씨는 경찰에서 ‘도우미와 대리운전하면서 통화한 것 같다.17일엔 대리운전하고 집에 가서 잠을 잤다.A씨를 잘 모른다.’고 진술해 결국 증거부족으로 수사를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당시에도 말을 이리저리 돌리며 지금과 같이 교활한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A씨 실종 사건에 대해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정씨가 이혜진(10)·우예슬(8)양을 모두 살해한 뒤 시체를 유기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실종 여성 A씨도 살해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씨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수원 김병철·안양 이재훈 황비웅기자 nomad@seoul.co.kr
  • “컴퓨터 게임 몰두할 때 뇌파는 치매노인과 비슷”

    “컴퓨터 게임 몰두할 때 뇌파는 치매노인과 비슷”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청소년의 뇌파 상태는 치매노인의 그것과 거의 유사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영상을 통해 심신을 치료하는 ‘멀티미디어 세라피’ 영역을 독보적으로 개척한 영상예술가 노헌준(44·남서울대 멀티미디어학과) 교수는 26일 무분별한 컴퓨터 게임이 성장기 청소년들의 두뇌에 미치는 폐해를 경고했다. 이미 음악, 색, 향기 등을 통한 대체의학적 치료는 보편화됐지만 노 교수가 개발, 특허를 받은 ‘두뇌 스트레칭 훈련시스템’은 사용자의 생체신호정보가 실시간 컴퓨터와 통신해 심신의 안정을 꾀하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이다. “두뇌 스트레칭 훈련시스템이란 BT(Bio-Technology)와 IT(Information-Technology), 그리고 영상예술 등 3개를 융합한 기술로 마우스 패드를 통해 체크된 자신의 스트레스 지수를 확인할 수 있는 두뇌 안정 프로그램입니다. 손가락 끝의 말초신경으로부터 전해지는 생체 신호인 피부 저항을 측정·분석해 스트레스를 측정, 해소할 수 있다는 거죠.” 이 같은 원리를 원용한 마우스 패드와 프로그램이 내재된 훈련시스템(제품명 P.D.PAD)을 개발, 지난 3월 국내 특허를 획득한데 이어 미국·중국에도 특허를 출원 중이다. 생체 신호에 따라 동영상과 음향 등이 상호작용해 심신의 안정을 꾀한다는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원리를 응용한 독창적인 기술로 이미 여러 대학과 병원 등에서 임상적으로 검증됐다. 컴퓨터 게임으로 멍들고 있는 청소년의 두뇌는 물론 컴퓨터를 오랜 시간 사용하는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를 오감(五感) 자극을 통해 풀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MC스퀘어란 제품이 소리를 통해 뇌파를 자극한다면 ‘P.D.PAD’는 영상과 음향으로 긴장을 이완시키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뇌운동을 활성화하는 진일보한 리듬호흡명상의 일종이라고 보면 됩니다.” 앞으로 이 기법을 정신치료 등에 도입할 경우 치매, 자폐증, 고소공포증 같은 불치의 심인성 장애를 치료하는 대체의학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과학수사 기법으로 널리 쓰이는 거짓말탐지기도 기초적인 뇌파분석이다. 미국 오리건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영상예술 석사(MFA) 학위를 받은 노 교수는 지난 2001년 국내 최초의 최첨단 멀티미디어 퓨전 퍼포먼스 ‘흑방’,‘시간여행’ 등을 연출하는 등 40차례의 멀티미디어 퓨전공연을 연출한 영상예술가이다. 노주석기자 joo@seoul.co.kr
  • 檢, 김광준씨 소환키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경선 후보의 부동산 차명 소유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와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 서청원 상임고문 등 핵심 관계자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검토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검찰은 김만제 전 포철회장이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이 이 후보’라고 단정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김 전 회장과 지난달 7일 골프회동을 가졌던 서 상임고문, 박종근 의원, 황병태 전 의원 등은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하는 등 진술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필요할 경우 지난달 7일 골프회동을 지켜본 골프장 관계자들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면서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하지만 김 전 회장에 대한 소환 일정에 대해선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함께 포철이 1995년 이 후보의 처남 김씨와 맏형 상은씨로부터 도곡동 땅을 매입할 당시 실소유주가 이 후보라고 김 전 회장에게 보고했다는 당시 포철 김광준 상무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지난 20일 김 전 상무에게 전화를 걸어 ‘참고인 조사를 위해 한국에 귀국하면 꼭 연락을 달라.’고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상무는 98년 포철에서 전무이사로 퇴직한 뒤 ㈜동방금속공업 대표이사를 지내다 현재 베트남에서 철강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 후보의 주민등록 초본 불법 발급과 관련, 중앙일보 전직 부장 이모씨와 현직 이모 기자를 19일 불러 조사했다. 이 기자는 “누구로부터 배달된 것인지 모르겠고, 책상 위에 올려놨는데 열린우리당 전 부대변인인 김갑수씨가 복사해 간 모양이다.”고 항변했고, 이 전 부장은 “전혀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관련자 모두에 대해 계좌추적과 통화내역 조회를 실시한 뒤 재소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홍성규 이경원기자 cool@seoul.co.kr
  • 이명박·국정원 진실공방

    이명박·국정원 진실공방

    ‘국정원 이명박 TF’와 ‘국정원 직원의 자료 열람·유출’을 놓고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경선 후보측과 국정원이 ‘죽기살기식’ 공방을 벌였다. 13일 오전에는 이 후보측이 “이명박 죽이기 공작정치의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국정원을 거세게 공격했다. 오후에는 국정원측이 “허위 사실 유포”라며 초강경 대응을 했다. 국정원측은 이례적으로 9쪽짜리 보도자료를 내고 조목조목 반박하며 “제보자와 제보 내용을 정정당당하게 밝혀달라.”고 압박했다. ●“이명박 캐기” vs “수도권공직자 투기조사” 이 후보측은 국정원이 ‘이명박 TF’를 꾸려 서울시장 시절 업적인 청계천 복원 사업 관련 비리 의혹과 이 후보의 친·인척 부동산 거래 내역에 관한 정보를 캤다는 제보를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측의 주장은 김승규 전 국정원장 재임 시절에 국정원 직원이 이 후보 관련 부동산 보유 내역을 열람했다는 보도에서부터 비롯됐다. 국정원은 이 후보측이 첫 단추부터 잘못 짚었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 관련 부동산 자료를 열람한 것은 ‘수도권 공직자 부동산 투기사례’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보고서 작성의 주체는 2004년 5월에 구성된 ‘부패척결 TF’이고, 이 팀은 다단계 업체인 제이유 그룹 비리 등을 적발해냈다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이상업 당시 국내담당 차장 산하 TF 이 후보측은 행자부 자료를 열람한 국정원 직원 A씨 등 4∼5명이 당시 정권실세와 인척관계에 있던 L모 차장 산하에 소속됐다고 주장했다.L씨는 이상업 당시 국내담당 2차장으로 문희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매제다. 박모씨를 팀장으로 구성된 이른바 이명박 TF가 05년 3월부터 반년 동안 활동했고, 자료 열람이 이 시기에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A씨가 04년 5월부터 부패척결 TF 소속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A씨가 ‘서초동 부지 명의인이 이 후보 측근으로 돼 있는데, 측근의 체납 의료보험료가 이 후보 계좌에서 이체됐다.’는 첩보를 받고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해 8월 행자부에 자료 열람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정원에 ‘이명박 TF’라는 조직이 애초부터 없었고,A씨가 서울시를 담당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국정원 내부제보” vs “보고서도 없어” 이 후보측은 최근 보도된 이 후보 친인척 부동산 내역과 국정원에서 열람한 자료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캠프 관계자는 “국정원 내부 인사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이 후보를 ‘죽이기’ 위해 만든 자료이기 때문에 유출되지 않았냐는 것이다. 국정원은 “외부 유출은 없었을 뿐 아니라 이 후보 관련 보고서도 만들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국정원은 내부 인사에게 들었다는 말은 ‘정치공세’라고 맞받아쳤다. 또 부패척결 TF 조사에서 혐의가 드러난 인사들에 대해서는 보고서를 만들어 수사기관 등에 통보했지만, 이 후보와 관련해 부동산 차명 은닉 등이 확인되지 않아 보고서를 만들지 않고 통보도 안 했다는 설명이다. ●“꼬리자르기” vs “9차례나 거짓말 탐지기” 이 후보측은 최근 이 최고위원이 의혹을 제기하자, 국정원이 활동 증거를 인멸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내부 감찰을 한다고 둘러대고는 국정원 직원들의 통화기록 내역과 이메일을 검열하며 양심적 내부 고발자 색출에 나서고, 각종 전산 흔적을 지우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측은 “국정원이 내부 감찰을 합법적 증거인멸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A씨 선에서 꼬리를 자르려 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수사를 받아도 상관 없다며 감찰이 철저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A씨의 통화내역과 PC의 출력 내용, 이메일 송수신 내역을 모두 조회했고 거짓말탐지기 검사도 9차례에 걸쳐 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A씨가 차명보유 의혹을 확인하지 못하고 자료를 전량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청계천 비리 수집” vs “시기 안맞아” 이 후보측은 국정원 팀의 정보수집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졌고, 청계천 복원 비리 의혹에 관한 사항도 수집 대상이었다고 주장했다. 말 그대로 ‘야당 후보 죽이기’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A씨가 자료를 열람한 시기는 지난해 8월로 검찰의 청계천 수사가 이미 끝났을 때”라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또 “당시 자료열람은 사회부조리 척결을 위한 행자부의 부동산 자료에 국한돼 있어 내용면에서도 청계천 복원 등 이명박 전 시장의 비리조사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희경 김지훈기자 saloo@seoul.co.kr
  • 국정원 자료 유출 없었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측 주장에 대한 국정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X-파일 작성시점·열람자료 분석시기 차이 우선 자료의 외부 유출 여부다. 국정원은 자료를 모두 폐기, 외부 유출은 없다고 주장한다. 국정원은 이날 중간 조사결과 발표 자료를 통해 원내외 문건유출 여부에 대해 9차례의 거짓말탐지기 검사 등 여러 방법으로 외부유출 여부를 조사했으나 외부에 유출하지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후보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배용수 단장은 “(제보받은 내용은)약간의 서면자료로 로 데이타가 아닌 TF의 조사과정에 대한 설명하는 문건”이라고 했다. 이런 의문은 이 후보측에서 국정원에서 이명박 X-파일을 작성했다는 시점(2005년 3월∼9월)과 국정원에서 열람자료를 분석한 시기(2006년 8월∼10월)가 차이나기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국정원이 해명해야 할 대목이다. ●제보자 국정원 내부 직원인지도 의문 한나라당이 국정원의 공작정치 의혹을 제기하게된 제보자가 국정원 직원인지도 의문점이다. 국정원은 “자료의 외부유출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국정원 직원의 제보 가능성을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측 박형준 대변인은 “우리(캠프)가 확보한 제보는 대단히 신뢰할 만한 곳에서 나온 것이며 최근 이재오 최고위원이 제기한 내용, 언론의 보도 내용 등과도 대부분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이뤄 미뤄볼 때 이 후보측이 신원을 밝히지 않는 제보자는 국정원이 이날 공개한 A직원은 아니라 하더라도 다른 전·현직 직원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딥 스로트’이 국정원 직원인지 여부는 이 후보측 제보자의 공개증언이나 국정원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를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보고여부는? 이 후보측 박형준 대변인은 “해당 자료들이 최근 언론사와 범여권 등으로 광범위하게 유포됐으며 청와대로도 전달됐다는 것이 제보내용”이라고 청와대 보고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 8일 이재오 최고위원도 “보고서 3부가 작성돼 상부 권력실세에게 보고됐다는 의혹도 있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국정원은 ▲첩보는 A직원이 직속 과장에게만 구두로 보고했으며 ▲행자로부터 지원받은 자료는 상부(직속과장)에 보고하거나 외부에 유출하지 않은 채 전량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청와대 보고는 없었다는 것이다. ●2006년 4월∼12월 통화내역 조사는 왜 안하나? 한나라당은 2006년 4월부터 12월까지의 통화내역 조사는 왜 하지 않느냐고 “수상하다.”는 입장이다. 이 시기는 국정원 A직원이 수도권 공직자 부동산 투기사례 보고서를 작성하다 이 후보측 첩보를 입수한 시점(4월)에서부터 열람자료를 분석한 시기(8월∼10월), 그리고 폐기한 시점(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음)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 같은 의문점 제기에 대해 “(한나라당 주장대로)누군가가 제보했다면 개괄적으로 풍문으로 했을 가능성이 많다.”면서 “지금은 할수 있는 범위에서 한 것이고 최종은 아니고 여러가지 의문점이 나오는 부문이 있겠죠.”라고 밝혔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톰 크루즈에 의해 화제된 ‘사이언톨로지’는 무엇?

    톰 크루즈에 의해 화제된 ‘사이언톨로지’는 무엇?

    열렬한 신도 톰 크루즈에 의해 화제가 되고 있는 ‘사이언톨로지교’(Scientology)는 1952년 SF소설가이자 사진작가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론 허버드(Ron Hubbard)의 의해 창시됐다. 이 종교는 과학기술을 통한 정신치료, 영혼윤회등을 신봉하며 전세계적으로 약 8백만명의 신도를 두고 있다. 사이언톨로지는 SF적 상상력으로 충만한 교리에 걸맞게 과학기술을 통한 심리치료를 종교적 처방으로 내세우고 있다. 신도들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화’라는 영혼치료법을 받는데 이때 ‘E미터’라는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한다. 유명신자로는 화제가 된 톰 크루즈외에도 존 트라볼타, 제니퍼 로페즈, 크리스티 앨리 등이 신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존 트라볼타는 2000년에 제작된 영화 ‘배틀필드’의 주연으로 출연하였는데 이 작품은 1982년 론 허버드의 SF소설 ‘배틀필드 어스’(Battlefield Earth)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나우뉴스 온라인뉴스팀@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한국의 ‘크리미널 마인드’ 대검 심리분석실을 가다

    한국의 ‘크리미널 마인드’ 대검 심리분석실을 가다

    지난해 1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심리분석실. 행동분석 담당 김재홍 분석관의 눈빛이 번뜩였다. 건너편에 앉은 안모(35·여)씨의 몸짓이 이상했다. 안씨는 2005년 경남 창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 딸이 독극물을 먹고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을 겪은 유가족. 하지만 딸의 죽음을 되짚는 안씨의 얼굴에선 분노나 슬픔이 표현되지 않았다. 무의식중에 김 분석관을 경멸하는 표정이나 미소도 지었다. 아무 이유없이 신체의 일부를 만졌고, 입술에 주기적으로 침을 발랐다. 말을 더듬었고 속도도 일정치 않았다. 평소 안씨가 하지 않던 행동이었다. ●과학수사로 풀 수 없는 범죄 해결 김 분석관은 분석 결과 안씨가 딸을 숨지게 한 범인임에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결론을 얻어냈고 이를 창원지검에 알렸다. 법원은 종합적인 판단 끝에 보험금을 노린 살인죄로 안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 대검 심리분석실 수사팀.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지형기 검사관, 강민국 검사관, 이상현 검사관, 김미영 분석관, 김재홍 분석관, 정재영 실장.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증거도 동기도 없어 과학수사로도 풀 수 없는 범죄. 유일한 단서는 사건 관련자들뿐.‘크리미널 마인드’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실제로 존재하는 행동분석팀(BAU)이 등장하는 미국 드라마다. 범인의 행동과 심리 상태에서 미궁에 빠진 범죄의 열쇠를 찾는 프로파일링을 소재로 한 수사물이다.14일 한국의 ‘크리미널 마인드’ 대검 심리분석실 수사관들을 만나봤다. 충남 보령에 사는 간호사 윤모(22·여)씨는 퇴근길에 직장 동료 유모(37)씨에게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애원도 해보고 고함도 처봤으며 급기야 손에 잡힌 유씨의 흉기로 자해까지 했지만 유씨는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윤씨는 결국 유씨의 어깨를 흉기로 두 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살인과 정당방위의 갈림길에서 물적 증거는 없었다. 열쇠는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한 심리·생리검사 반응뿐이었다. 윤씨는 사건 관련 질문에 답하며 호흡이나 맥박, 혈압에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는 등 진실 반응을 나타내 결국 무죄로 풀려났다. 윤씨는 석달 뒤 결혼할 약혼자와의 사이에서 3개월 된 새 생명을 잉태한 상태여서 성폭행에 대한 저항이 더욱 격렬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심리·뇌파·행동·진술 등 4가지 동원 심리분석실에서 다루는 분석검사는 심리·생리검사와 뇌파분석, 행동분석과 진술분석 등 모두 네 가지다. 심리·생리검사는 거짓말탐지기로 사건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을 때 나타나는 배와 가슴의 호흡 변화, 혈압과 맥박의 변화, 동공의 크기 변화, 피부에 땀이나 닭살 등이 생기는 전류 저항 등을 측정하는 검사법이다. 뇌파 분석은 두피에 뇌파 변화를 탐지하는 32개의 센서를 부착하고 사건 관련자에게 사건 관련 물품을 보여주고 뇌파 변화를 측정한다. 예를 들어 살인사건 용의자 5명에게 피해자의 옷을 보여 줬을 때 범인이라면 이 옷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정보를 처리하면서 특이한 뇌파가 생기지만 관련 없는 용의자는 정보처리를 하지 않는다. 대검 심리분석실 정재영 실장은 “보통 거짓말탐지기를 써도 심리·생리 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반응들은 자율 신경계를 통해 나오기 때문에 통제가 불가능해 거짓말탐지기는 97∼98%, 뇌파분석은 100%의 정확성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고성능 카메라로 행동 경향 파악 행동분석은 분석관과 사건 관련자들이 사건에 대해 얘기할 때 관련자들이 하는 말실수, 목소리 톤 변화, 응답시간 지연, 말더듬기, 진술의 일관성, 얼굴 미세표정, 눈의 움직임, 응시회피, 자세 변화와 몸 각 부위의 위치 등과 같은 행동 특징을 파악하는 기법이다. 심리분석실에는 6대의 고성능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카메라에 찍힌 개인마다의 고유한 행동 경향을 파악하고 특정 진술이나 질문에서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는지를 파악한다. 진술분석 담당 김미영 분석관은 “정말 겪은 사건에 대한 진술은 감각 정보가 풍부하고 사건 전후와 중간 가운데 중간상황에 대한 진술을 길게 적는다. 반면 거짓 진술에는 감각 정보가 부족하고 하나의 대상을 부르는 명칭이 자주 바뀐다.”고 설명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0.25초 순간 온갖 표정 나타나 ‘당신의 표정엔 만감(萬感)이 숨어 있다.’ 행동분석은 사람의 수많은 행동 속에 숨어 있는 감정 변화를 읽어내는 수사기법이다. 국내 최고의 행동분석 전문가인 대검 심리분석실 김재홍 분석관의 설명을 통해 행동변화가 가장 잘 나타나는 얼굴 표정의 미세한 변화를 분석해 봤다. 사람의 얼굴은 수천개의 미세근육으로 이뤄져 있다. 이 근육 중에는 통제가 가능한 수의근(隨意筋)이 있는 반면 통제할 수 없는 불수의근도 있다. 김 수사관은 약 0.25초의 짧은 순간 얼굴 근육의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미세 표정을 통해 인간의 온갖 감정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먼저 눈썹이 팔(八)자 모양이 되고 입술 양끝이 아래로 내려가는 건 ‘슬픔’을 뜻한다.‘분노’를 나타낼 땐 미간이 안쪽으로 몰리고 아래로 내려가며 바깥쪽 눈썹이 위로 올라간다.‘분노’땐 턱을 아래로 내리고 치아를 약간 내보이며 공격 성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눈이 커지고 눈썹과 눈꺼풀이 들어올려지면 ‘두려움’을 뜻하고 여기서 입이 함께 벌어지면 ‘놀라움’이라는 뜻이 된다. 코에 주름이 생기고 눈이 가늘어지면 ‘혐오’라는 뜻이고 입술에 힘을 주는 건 ‘결의·분노’를 뜻한다. 범죄와 관련해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사람이 ‘행복’할 땐 양쪽 입가가 뺨 근육을 통해 살짝 들어올려져 미소 짓는 표정이 된다. 미소에도 진짜와 거짓이 있다. 진짜 미소는 자연스런 긍정 정서에서 유발되기 때문에 눈 양쪽에 주름이 생기는 반면 거짓 미소는 눈가 주름이 형성되지 않는다. 김 수사관은 “얼굴 미세표정 변화로 인한 감정 표현은 심리상태를 포착해낼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면서 “이를 고성능 카메라로 찍어 수천 가지 표정에 일일이 번호를 매기며 분석하다 보면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라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심리수사 軍에서 시작됐다…1961년 국내 첫 거짓말탐지기 도입 우리나라 심리수사의 역사는 군대에서 시작됐다. 1961년 국내 최초로 거짓말탐지기를 도입해 사용한 곳이 군대다. 이후 79년 4월부터 3개월 동안 국내 최초로 거짓말탐지기 검사관 양성교육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같은 해 8월 대검찰청이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한 심리·생리검사 업무를 시작했다.2004년 대검에 뇌파분석이 도입됐고 2005년 행동 및 진술 분석이 추가로 도입되면서 세계 최초로 네 가지 통합심리분석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현재 검찰에는 대검찰청을 포함해 전국 13개 지검에 19명의 심리·생리검사관이 있다. 국내 유일의 행동분석관과 진술분석관인 김재홍 분석관과 김미영 분석관 등 모두 21명이 심리수사 업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지검에서는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한 심리·생리검사밖에 할 수 없고 네 가지 통합심리분석은 대검찰청 심리분석실에서만 이뤄진다. 분석검사는 사건 관련자의 동의를 받아야 이뤄질 수 있다.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의 요청 외에 사건 관련자도 스스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분석을 요청할 수 있다. 심리·생리검사관이 되기 위해서는 대졸 이상 학력에 수사 실무경력이 3년 이상이어야 하고 검찰 수사관 양성교육을 6개월 이상 받아야 한다. 진술과 행동분석관이 되려면 범죄심리학 석사 이상의 학력을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대검 심리분석실 정재영 실장은 “아직 대법원에서는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가 수사 증거로 채택되지 않지만 하급심에서는 종종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검사 결과와 판결문이 94% 정도의 수준으로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6%도 거짓말탐지기의 오류라기보다는 범죄의 추가 증거가 모자라 판결이 검사 결과와 엇갈린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심리수사가 범죄 관련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다 어디로 숨었나…잠적 3인 신병확보 어려움

    술집 종업원 보복 폭행 의혹과 관련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 대한 경찰의 사전구속영장 신청이 검찰과의 조율 단계에서 두 차례나 늦춰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6일 한화그룹 협력업체인 D토건과 김모 사장 집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한편, 잠적한 핵심 관련자 3명의 신병 확보 등 보강 수사에 힘을 쏟고 있다. ●영장신청 검·경 조율단계에서 두 차례 늦춰져 6일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일과 4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이번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 8부(부장 서범정)에 영장 신청을 구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담당 검사가 “이 상태로는 물건이 안 된다(증거가 부족하다). 왜 수사 지휘를 따르지 않느냐.”며 보강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형사소송법상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에서 검토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도록 돼 있다. 구속영장 신청이 검찰에 의해 늦춰진 시점은 2일 정상명 검찰총장이 ‘수사 지휘를 철저히 하라.’고 한 데 이어 3일 서범정 부장검사가 장희곤 남대문서장에게 구두 지휘를 한 직후여서 주목된다. 영장이 기각될 경우 떠안을 부담을 덜기 위해 검찰이 적극적인 지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도 증거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경찰은 폭행 당일 현장에 있었던 협력업체 D토건의 김모 사장, 김 사장과 여러 차례 통화한 한화그룹 김모 부속실장, 김 회장 차남의 초등학교 동창 이모씨 등 3명에 대한 신병 확보에 가동 인원을 쏟아붓고 있다. 휴대전화 발신 내역 추적을 통해 사건 당일 ‘청담동∼청계산∼북창동’의 동선으로 움직인 사실이 확인된 김 사장은 3일 이후 가족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경찰은 6일 오후 광진구 광장동의 D토건 사무실과 같은 건물에 있는 김 사장 집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서류 등을 압수했다. 10년 이상 김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한 김 실장도 언론에 신원이 노출된 뒤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김 실장은 지난 3월8일 밤 D토건 김 사장을 불러낸 휴대전화의 주인이다.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가 없는 김 회장도 종종 김 실장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김 사장을 직접 불러낸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청담동 G가라오케에서부터 김 회장 차남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씨 역시 2주째 은신 중이다. 경찰은 5명의 전담반을 투입했지만 아직까지 행적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5일에 이어 6일에도 피해자들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계속했다.S클럽 종업원들의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 이들의 진술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영장신청 시점은 경찰은 보강 수사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지만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미 늑장 수사와 어설픈 압수수색, 때늦은 증거 확보 등으로 안팎의 비난을 받은 상황에서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다면 경찰 수사력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팀의 핵심 관계자는 “7일도 (영장 신청은) 힘들다. 하루, 이틀 빨리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영장을 기각할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정밀하게 작업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가뜩이나 비난이 거센데 영장 발부가 안 되면 우리는 ‘공공의 적’이 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대응이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구속영장 신청이 계속 늦춰지면 검찰이 송치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보강수사 지휘에 중점을 두지만 그래도 진척이 없을 때는 극약처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대문서, 내부 통신망에 해명 최근 경찰 수사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자 남대문서 언론담당 이지은(29·경찰대 17기) 경위는 “조직 내부에서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 견디기 어려웠다.”며 ‘남대문서, 우리가 바라본 진실’이라는 글을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 이 경위는 “사건 발생 전에도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고문으로 있는 한화와는 ‘냉랭’할 정도로 깨끗한 관계”라며 봐주기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대한민국 경찰은 강자에게 약하고, 수사능력이 부족하고, 검찰로부터 공개적으로 훈수나 들어야 하는 나약한 집단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화 경호팀장, 경찰관계자 고소 한편 한화 경호팀장 진모씨는 이날 이번 사건을 처음 수사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오모 경위를 피의사실 공표 및 공무상 비밀누설,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골프장사장 납치 변호사가 주도”

    경기도 H골프장 사장 납치사건은 부장검사 출신인 김모(41) 변호사가 총괄적으로 기획·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 수사 책임자는 19일 “그동안 골프장 사장의 외삼촌인 윤모씨 또는 M&A회사 대표인 정모(39)씨가 범행을 제안하고 김 변호사는 납치현장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변호사가 범행을 윤씨에게 제의하고 모든 것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가 사건 시나리오를 짜고 인천공항에서 납치현장을 지휘했을 뿐 아니라 납치 후 감금장소인 강원도 펜션에서도 행동대원들을 지휘했다는 것이다. 김모(32·경호업체 팀장)씨 등 행동대원을 정씨에게 소개해 포섭토록 하고, 김씨를 해외로 도피시킨 것도 김 변호사다. 정씨는 윤씨에게 ‘골프장을 빼앗으면 1500억원을 달라.’고 제의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납치에 가담하면 김 변호사가 내가 추진하고 있는 풍력발전소를 30억원에 매도하도록 알선해 주겠다고 해 가담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정씨로부터 거짓말탐지기 사용에 대한 동의를 얻었으나, 김 변호사는 거짓말탐지기 사용을 거부하고 있다.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피해자 두번 울린 경찰 거짓해명

    ‘네티즌의 힘’에 떠밀려 4년 전 폭행사건에 대해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수사 하루만인 12일 가해자를 붙잡았다. 가해자의 신원 확보가 어렵다며 4년 동안 수사를 차일피일 미루던 경찰의 핑계가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이날 2003년 5월 발생한 신모(25·여)씨 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강모(32)씨를 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하지만 강씨는 경찰에서 “두어번 손으로 밀쳤을 뿐 때리지는 않았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경찰은 재수사에 착수하자마자 당초 신씨가 ‘가해자의 친구’라고 주장했던 류모(33)씨를 추궁해 강씨의 신원을 쉽게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류씨가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발뺌하다 거짓말탐지기를 쓰겠다는 말을 듣고서야 순순히 강씨와의 사이를 털어놨다.”고 말했다. 결국 당초 이 사건 담당 경찰이 “신씨가 지목했던 류씨는 가해자의 친구가 아니었다.”고 했던 해명도 거짓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류씨에게 범인 은닉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했다. 신씨는 이에 대해 “어이가 없어 ‘하루면 붙잡을 것을 4년이나 끌었느냐.’고 물었더니 경찰은 ‘담당자가 아니라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해 답답했다. 진작 이렇게 했다면 4년 동안 상처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주말탐방]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선 지금

    [주말탐방]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선 지금

    당신이 갈겨 쓴 메모 한 줄만 가지고 언제 쓴 것인지 맞힐 수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무심코 레이저 컬러프린터로 출력한 종이 한 장으로 당신의 프린터 종류와 출력한 시간까지 알아낼 수 있다면, 섬뜩하지 않은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층 화학분석과에서는 ‘시간을 되돌리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시험관 안에 흩어져 있는 깨알 같은 점들은 바로 글씨가 씌어진 종이에서 떼어낸 시료. 연구실에서는 직경 0.5㎜의 시료 20여개를 가지고 글씨가 씌어진 시기를 알아내는 실험이 한창이었다. 원리는 의외로 간단했다. 펜의 잉크를 만들 때 넣는 용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휘발돼 씌어진 지 오래된 글씨일수록 적게 검출된다는 것. 하지만 시료를 초, 분 단위로 분석하는 정밀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고분자연구실의 홍성욱 실장 한 사람뿐이다.2003년부터 이 기법을 개발하기 시작해 2004년 첫 감정을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200건에 대해 작성 시기를 판별해냈다. ●복사기에도 ‘지문´… 범인 딱 걸렸어 필적조사·위조지폐 감별·문서감정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국과수 문서영상과에서는 ‘복사기 지문(指紋)’을 통해 진급 관련 ‘괴문서’를 유포한 예비역 장교를 적발해 냈다. 지난해 10월 충남 계룡대 군인아파트 근처에 현역 대령이 장군으로 승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괴문서가 뿌려진 사건이 발생했다. 육군 중앙수사단은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공조해 수사를 벌였다. 검경수사단은 용의자를 압축할 수 있었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었다.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괴문서가 용의자의 복사기에서 복사됐다는 사실을 검증할 수 있는지 국과수에 의뢰해 왔다. 복사기를 통째로 들고 왔다. 문서영상과 나기현(32) 박사는 “복사기의 핵심 부품인 드럼을 교체하지 않는 이상 특정 복사기에서 복사된 종이는 똑같은 위치에 똑같은 모양의 점(흠점)을 갖게 된다.”면서 “괴문서에 나타난 몇 개의 점이 해당 복사기에서 사용된 것과 일치했다.”고 말했다. 나 박사의 결정적 분석으로 괴문서는 진급 예정자에 대해 평소 서운한 감정이 있었던 예비역 대령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물 성분으로 ‘식품 산지´ 콕 짚고 약독물 분석과 식품연구담당실에서는 성분 분석을 통해 가짜 양주와 가짜 참기름 등을 가려내고, 혈중 알코올 농도를 분석한다. 감정 건수는 보통 한 달에 20∼30건 수준이지만 수사기관의 기획 수사로 가짜 상품들이 무더기로 적발될 때는 한꺼번에 300건씩 감정 의뢰가 들어오기도 한다. 단골 의뢰 상품은 참기름. 옥수수 기름 등과 섞어 놓으면 향이나 맛에서는 별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판가름이 쉽지 않다. 하지만 참기름에는 참깨과 식물에만 들어있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분석을 통해 진위를 가려낼 수 있다. 현재 식품연구담당실의 가장 큰 과제는 바로 중국산 식품을 가려내는 일이다. 현재로서는 정상식품의 경우 원산지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에 식품연구담당실은 지역마다 토양과 물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물을 구성하고 있는 수소의 동위원소 함량비를 통해 식품의 산지를 알아내는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뺑소니범 피해자 봤나 못봤나도 알수있어 뺑소니 사고를 담당하는 교통공학과 분석연구실에서는 ‘마디모(MADYMO)’라는 프로그램을 교통사고에 적용해, 교통사고 상황을 3차원으로 재현해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마디모’는 원래 자동차 범퍼에 가해지는 충격 등을 측정하기 위해 외국에서 사용하던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분석연구실 박성기(41) 박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교통사고 상황 재현에 적용하도록 개선했다. 이 프로그램에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부상 정도와 사고 차량의 정보를 입력하면, 교통사고 상황이 3차원으로 파악된다. 교통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최초 사고 발생지점 등도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분석연구실 손성건 실장은 “이 프로그램을 좀더 개발하면 운전자가 사고 당시 보행자를 인지했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기용 유지혜기자 kiyong@seoul.co.kr ■ 아동11명 ‘얼굴없는 성폭행범’ 최면요법 검거 지난 2003년 평택과 아산에서 초등·중학생 11명이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피해 아동들이 기억하는 것은 무서운 아저씨가 파란 트럭으로 끌고 갔다는 사실 뿐, 동일범이 분명한데도 사건은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수사진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과수 범죄심리과를 찾아 최면을 실시했다. “지금 당신의 손에는 상상의 리모컨이 있습니다. 범인은 당신을 보지 못하고 당신이 범인을 통제합니다.1,2,3까지 세다 범인의 얼굴과 주변의 물건이 가장 잘 보이는 순간에 멈춤버튼을 누르세요. 이제 그 장면을 기억의 카메라에 저장합니다.” 놀랍게도 피해 아동 중 2명이 최면요법을 통해 “끝자리에 둥근 모양의 숫자가 두 개 반복된다.”며 트럭의 차량번호를 거의 정확하게 기억해냈다. 차량 안에 바퀴 하나가 빠진 빨간 자동차 모양의 방향제가 있었고, 범인의 신체 특정 부위에 점이 있었다는 사실도 떠올렸다. 수사진은 당장 비슷한 번호의 트럭으로 대상을 좁혔고 며칠 지나지 않아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국과수는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머리카락 한 올도, 감쪽같이 조작한 사진도 국과수에 오면 ‘딱’ 걸리기 마련이다. 국과수의 사건 해결담과 그동안의 에피소드를 들어봤다. 지난해 12월 강원도 고성 휴전선 인근에 위치한 육군 모 부대에서 발생한 K-2소총 2정과 실탄 700발, 수류탄 6발 도난 사고도 국과수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잡아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범인은 사건 발생 4∼6개월 전인 6월과 8월 각각 이 부대에서 복무하다 전역한 장모(23·예비역 병장)씨와 정모(26·예비역 중사)씨였다. 누구보다도 부대를 잘 아는 사람들이 저지른 ‘완전범죄’였지만, 무기고 주변 철조망에 남아있던 머리카락 한 올이 해결의 열쇠가 됐다. 국과수 분석 결과 밝혀진 범인의 혈액형은 A형. 이때부터 수사는 급진전돼 혈액형이 A형인 전역자들을 면밀히 검토하던 중 장씨와 정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육군 장성진급 비리사건도 국과수가 해결한 사건으로 유명하다. 진급 심사 비리를 폭로하는 문건이 뿌려진 데서 출발한 수사는 결국 2004년 10월5일부터 8일까지 진급 심사가 있었던 회의실의 CC(폐쇄회로)TV 검증으로 이어졌다. 군검찰은 육군본부에서 증거자료를 인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으나, 육군본부는 진급심사 장면을 녹화하지 않았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난처한 상황에 몰린 군검찰은 결국 CCTV 전체를 국과수로 보내 조작 여부 분석을 의뢰했다. 국과수 문서영상과에서는 “여러 차례 실험 결과 ‘육군장성진급 심사’가 있었던 당시 CCTV에는 녹화가 됐고 하드디스크(녹화저장자료)도 바뀌었다.”는 소견을 발표했다. 문서영상과 이중(37) 박사는 법정 증언에서 “해당 CCTV 시스템은 기계가 작동해 녹화를 할 때 항상 시스템 로그 파일이 생기는 동시에 디버그 로그 파일도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육군의 CCTV에는 시스템 로그파일은 존재하나 디버그 로그 파일은 없었다.”면서 조작 사실을 확인했다. 약독물 분석과 식품연구담당실에서는 가장 먼저 2000년대 초반에 가짜로 의심된다고 의뢰가 들어온 동충하초를 분석하다 난데없이 본드 성분이 나와 당황했던 일화를 떠올렸다. 알고 보니 곰팡이를 누에에 접종해 동충하초를 만드는 과정이 복잡해 그냥 누에에 곰팡이를 본드로 붙인 것. 비슷한 시기에 당뇨에 좋다고 인기를 끌었던 누에 가루에 뽕잎 가루를 섞어 양을 늘리고 속여 팔았던 일당도 연구팀 분석으로 꼬리가 잡혔다. 연구팀은 숯가루를 넣은 칡냉면, 공업용 알코올과 캐러멜 색소를 섞어 만든 가짜 양주 등도 밝혀냈다. 유지혜 김기용기자 wisepen@seoul.co.kr ■ 한국 과학수사 CSI도 깜짝? “현장을 철저히 보존하라. 과학수사의 성패를 좌우한다.” 경찰의 과학수사 요원들은 한결같이 이 부분을 강조한다.119구조대 대원이나 경황이 없는 가족들이 현장을 흐트려 놓으면 현장에서 대부분 단서를 취득하는 과학수사가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한 과학수사 요원은 “현장이 흐트러져 있으면 ‘김이 샌다.’”고 했다. 경찰이 구조대원을 교육시킬 때 ‘지혈한다고 커튼을 찢지 말라.’‘현장에 놓여있는 물을 먹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과학수사의 핵심은 지문과 유전자(DNA) 분석. 요즘은 지문채취 기법이 발달해 썩은 피부도 뜨거운 물에 3초 동안 담갔다가 한꺼풀 벗기면 뜰 수 있다고 한다. 단백질이 굳어져 지문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동남아의 쓰나미사건 때 시체 신원확인에 유용하게 쓰였다. 분말이 많이 쓰이지만 액체시약을 이용해 종이에서 지문을 뜨는 법도 개발됐다. 고운 섬유에서도 마찬가지다. 산화철을 이용해 스티로폼에서 지문을 뜨는 기법도 개발돼 있다. 지문채취법의 압권은 피살자 피부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방법. 미국에서 개발돼 국내에서도 시험하고 있다. DNA 감식은 정액은 물론 침, 머리카락, 혈액에서 모두 가능하다. 뼈나 땀에서도 DNA가 나오고 있다. 대전 ‘원조발바리’도 그의 아들이 버린 담배꽁초에 묻은 침의 DNA를 분석한 뒤 피해 여성에게서 검출한 것과 대조해 검거했다. 몸속의 정액은 72시간 동안 남는다. 올해 초 발생한 천안 연쇄살인사건의 한 피해자에게서 정액이 검출됐으나 범인의 것인지, 사망 전 관계한 다른 남자의 것인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경찰관들이 주로 사용하는 과학수사 장비는 음모를 빗을 때 쓰는 빗, 면봉, 가위 등이 들어있는 현장종합감정세트와 잘 안 보이는 신발자국이나 차바퀴 흔적을 뜨는 족·윤적감정시스템, 얼굴 샘플이 수없이 들어가 몽타주 그릴 때 참조하는 몽타주 그래픽 등이 있다. 과학수사 요원들은 시장에 틈나면 가서 새로 나온 신발 바닥을 찍어오고 있다. 과학수사기법은 지문채취에서 유전자분석으로 옮겨가고 있고 구더기와 알 등 곤충을 활용하는 법도 늘고 있다. 경찰은 CCTV에 찍힌 얼굴과 주민등록 사진의 일치 여부를 판독하는 ‘얼굴인식시스템’ 개발이 끝나면 과학수사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경찰관은 “‘CSI’ 등 드라마에서 과학수사 요원이 범인검거에 나서거나 지문이 겹치는 등의 내용은 과장된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장비도 뒤지지 않지만 범인검거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과학수사요원 선발·양성은전문적인 과학수사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말고도 경찰과 경찰도 자체 과학수사 조직을 운용하고 있다. 경찰은 과학수사 요원을 경찰관 중에서 선발하고 있다. 보통 지원을 받지만 ‘일방적으로’ 선발하는 경우가 많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선 경찰서에서는 혼자 맡는 경우가 많아 힘들기 때문에 과학수사 요원이 되길 꺼린다. 그래서 신참 경찰을 뽑아 보내는 경우가 흔하다.”고 귀띔했다. 선발된 과학수사 요원은 3단계(초중고급) 교육을 받는다. 초급과정은 국과수에서 감식과정을 견학하고 2∼3일간 지방청을 돌면서 교육을 받는다. 중급은 2주 정도씩 서울에 있는 수사보안연구소에서 지문채취 등 종합적인 과학수사 기법을 배우게 된다. 고급은 자신이 선택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운다. 분야는 지문채취, 화재감식, 거짓말탐지기 등 10여개로 교육기간이 짧게는 2∼3주에서 3개월까지 있다. 거짓말탐지기 다루는 기법처럼 자격증이 필요한 분야도 있다. 이후 한국가스공사 등 전문분야 관련 기관에 1주일 정도씩 위탁교육을 시킨 뒤 실무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특채하는 분야도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심리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이들을 대상으로 범죄분석 프로파일링 요원을, 간호사 등을 상대로 현장에서 시체를 검시하는 요원을 선발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석·박사 학위자를 뽑는다. 연구직 공무원이다. 현재 240명이 이 연구소의 법의학 및 법과학 분야에서 감식 업무를 맡고 있다. 법의학은 부검, 유전자분석, 문서감정,CCTV분석 등이 있고 법과학은 마약과 전기(화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전문의를 비롯, 유전자 및 화학·전기공학도가 이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으나 의사들은 낮은 보수와 과중한 업무 등을 이유로 기피하는 실정이다. 미국 등 외국에서는 일부 대학에 과학수사 관련 전공이 있고 경찰은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요원을 뽑고 있다. 이동주 충남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전문가를 중심으로 요원을 채용하는 시책이 필요하며 인력을 확충하고 장비도 더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20&30] “그게 바로 우리 직업이죠”

    [20&30] “그게 바로 우리 직업이죠”

    남들이 가는 길은 가지 않는다. 나만의 개성과 적성을 살린 이색 직업을 선택한 2030이 있다. 이들에게 직업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다. 낯설어하는 타인의 시선도 상관할 바 아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도전과 자아실현을 위해 희귀 직업을 선택한 당당한 20·30대들에게 그들만의 직업 이야기를 들어본다. ● 컬러리스트 유수진씨 “유행하는 색을 쓰시겠다고요? 올 봄 인기색인 핑크도 사람마다 어울리는 채도·명도가 따로 있습니다.” 태평양에 근무하는 유수진(28·여)씨는 컬러리스트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는 화장품 색을 골라주고, 만들어주는 게 그의 일이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유씨는 5년 전 전공과 상관없이 화장품 회사에 입사, 조색 업무를 맡았다.“처음엔 유행하는 색만 만들어내면 됐죠. 그러다가 컬러리스트 자격증을 따면서 달라졌습니다.” 2002년 자격증이 생긴 컬러리스트는 색깔에 대한 전문가다. 옷 디자인이나 인테리어, 화장품 등 각종 분야에서 최적의 색깔을 선택해주는 일을 한다. 고객에게 맞는 색깔을 고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3분 남짓. 경력 4년차인 그는 잠깐 보기만 해도 어울리는 색을 잡아낼 수 있다. 선택한 색깔을 제대로 된 조명 아래에서 실제로 화장을 해본 다음 약간의 수정작업을 거치면 고객에게 맞는 색 선택이 끝난다. 그는 “화장품 색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도 달라보이는 고객들을 보면 뿌듯하다.”며 웃는다. 고객들도 평소와 똑같은 화장법에 색깔만 바꿔도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확인하면 놀라고 감탄한다. 그런 고객들은 일반 화장품에 비해 고가임에도 그 색깔대로 화장품을 주문·제작해서 사용한다. 고객들은 대부분 구매력이 있으면서 개성을 중시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가끔 제가 골라 드려도 ‘고집대로’ 색을 쓰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럴 때마다 조금은 안타깝죠. 개성도 좋지만 사회생활에서 색 하나로 이미지가 달라질 수 있거든요.” 컬러리스트 자격증은 대부분 미술 관련 전공자들이 도전하지만 비전공자도 학원이나 스터디 그룹 등을 통해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자격증이 곧바로 취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컬러리스트의 위치는 디자인, 메이크업 등 전공 분야를 가진 이들이 자격증으로 시너지 효과를 얻는 정도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도청탐지전문가 최영선씨 “술술 새어나가는 정보의 구멍을 찾아라.” 정보의 흐름만 좇아도 누구나 대박을 기대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정보를 부당하게 빼내거나 상대의 약점을 캐내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하려고 도청기를 설치하는 사람들. 삼성 에스원 최영선(35)씨는 이런 사람들이 장착해둔 도청기를 찾아내는 도청탐지전문가다. 우리나라에서 도청탐지전문가로 공식 활동하는 사람들은 60명 안팎. 대부분 전기·전자·통신 분야 전공자들이다. 최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 99년부터다. 통신관련 업체에서 근무하던 중 유선 분야의 도청탐지전문가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이 회사로 옮겨왔다. 직업 자체가 워낙 희귀하고 전공을 살리면서 새 분야에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호기심이 마음을 움직였다. 그의 주업무는 유선전화에 장착된 도청기를 찾는 것이다. 바닥이나 천장에 가려진 전화선에 클립 형태로 도청기를 설치해 두거나 전화기 본체와 수화기 또는 전화선과의 접지 부분에 교묘하게 부착해둔 도청기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는 일반 서류가방만 한 크기의 도청탐지기를 유선에 연결해 거기서 발생하는 전압과 전류를 측정해 도청기 설치 여부를 파악한다. 무작정 모든 유선에 도청탐지기를 연결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도청기가 있을 만한 곳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이 기술이다. 이런 감지 활동을 통해 도청기를 발견하는 경우는 2∼3%. 도청기를 찾아낸 후의 처리는 의뢰인들의 몫이다. 그는 한 해에 보통 170∼200차례 탐지 활동을 한다. 의뢰 업체는 국·내외 삼성 계열사 임원실이나 대기업 간부실, 고급 주택들이다. 출장도 잦고 야간작업도 빈번하다. 그는 “탐지작업은 주로 사람들이 퇴근한 시간에 하기 때문에 냉·난방 시설이 가동되지 않는 공간을 샅샅이 훑다 보면 땀이 비오듯 흐른다.”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거짓말탐지관 김희송씨 매일매일 사람의 마음을 읽는 남자가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심리연구실에서 범죄심리분석을 담당하고 있는 김희송(36)씨. 그는 거짓말탐지관이다. 우리나라에서 거짓말탐지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100명 안팎. 이들 대부분은 경찰이다. 민간인 신분의 거짓말탐지관은 김씨를 포함해 3명뿐이다. 그의 주된 업무는 거짓말 탐지 의뢰인들의 거짓말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형사상 수사 목적으로만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한다. 주로 경찰이 물증 없이 피해자나 가해자의 진술에 근거해 수사를 해야 할 때 거짓말탐지관을 찾는다. 그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정부기관에서 상담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2000년부터 거짓말탐지관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교통사고, 사기, 고소, 절도, 강간, 살인 등 지금까지 피해자 또는 가해자의 거짓말 여부를 가려낸 사건만 2000여건에 이른다. 이 중에는 지난해 8월 아내에게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한 남편에게 법원이 처음으로 유죄판결을 내린 사건도 포함돼 있다. 당시 남편은 경찰에서 아내의 동의를 얻었다고 진술했지만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 거짓인 것으로 판명됐었다. 그는 “거짓말탐지관은 단순히 기계를 조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읽도록 돕는 전문가”라고 말한다. 거짓말탐지관은 형사상 처벌을 받을 만한 중죄를 지은 사람이 거짓말을 했을 때 나타나는 호흡, 피부전기반사, 혈압, 맥박 4가지 요소의 차이를 비교해 거짓말 여부를 판단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피검사자들의 심리상태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그는 검사에 앞서 피검사자들에게 거짓말탐지기의 원리와 정확성을 설명한다. 검사관의 질문에 피검사자들은 ‘예’,‘아니오’로만 답할 수 있도록 문항을 짜고 문제를 사전에 알려준다.98%에 가까운 거짓말탐지기의 적중률을 설명하면 검사를 받기도 전에 자백하고 돌아가는 사람이 태반이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개빵제빵사 이주리씨 “오늘도 개를 위한 간식을 굽고 고르며 하루를 보냅니다. 개를 사랑하신다면 빵을 구워보시는 건 어떠세요?” 서울 청담동 쓰리독베이커리의 이주리(34·여)씨는 개를 위해 빵과 과자를 만든다. 쓰리독베이커리는 미국에서 들어온, 개를 위한 프랜차이즈 빵집. 당근맛 조각 케이크에서 뼈 모양의 대형 케이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개 간식 제빵사 자격증은 어느 나라에도 없지만 미국에서는 프랑스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돌아와 개빵 제빵사를 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보편화된 직업이다. “광고 쪽 일을 하다 1년 반 전 우연히 한국에 개 간식 전문 매장이 생기고 직원을 뽑는다는 걸 알았죠. 개도 좋아하고 요리에도 자신이 있어 도전하게 됐습니다.” 재료를 미국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일반 제빵사에 비해 일은 많지 않지만 결코 쉽지 않다. 사람에 비해 미각이 둔한 개를 위한 빵은 밀가루가 거칠어 반죽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또 재료 선택은 사람을 위한 빵보다 까다롭다. 그는 “사람한테는 특별한 질병이 없는 한 좋은 재료를 쓰면 되지만 개는 다르다.”면서 “고구마, 유지방 등 사람에게는 괜찮지만 개에게 치명적인 재료들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든 빵과 과자를 골라주는 것도 그의 일이다. 말 못하는 개를 위해 개의 종류, 크기에 따라 간식을 선택해줘야 한다. 개 주인은 모양을 보고 고르지만 개들의 입맛은 다르기 때문이다. 이씨는 “개를 사랑하는 마음도 필요하지만 개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얼핏 예쁜 빵을 만들어 그럴 듯한 매장에서 팔고 있어 쉬워 보이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힘들지만 누구보다 자신의 일에 만족한다. 개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개를 위해 빵과 과자를 굽는 일이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규격화된 빵을 만들고 있지만 꿈은 따로 있다. 개들이 뛰어놀 수 있는 넓은 마당이 있는 빵집을 차려 자기가 직접 만든 디자인으로 케이크와 과자를 구워 파는 것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거짓말탐지기에 “딱 걸렸어”

    음주운전 도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동승자가 사망하자 처벌을 피하려고 사망자를 운전자로 허위 진술했던 피의자가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 걸렸다. 지난해 10월20일 오전 4시48분, 대구시 동구 지묘동 팔공터널에서 공산댐 방향으로 향하던 옵티마 승용차가 커브길에서 맞은편 차로로 넘어가 전복됐다. 이 사고로 탑승자 3명 가운데 승용차 소유자 차모(28)씨가 그자리에서 숨졌고, 박모(23)씨와 박씨의 애인 권모(20·여)씨는 중경상을 입었다. 박씨와 권씨는 박씨의 동네 선배인 차씨가 술을 먹고 운전했고 자신들은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고 진술했다. 차씨와 박씨는 혈중 알코올농도가 각각 만취상태와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235%,0.079%로 조사됐다. 그러나 경찰 수사과정에서 의심나는 점이 속속 발견됐다. 숨진 차씨가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 앞유리 밖으로 튕겨 나와 있었고, 차씨 옷 실오라기가 조수석에서 발견됐다. 두번의 조사에서 두번 다 거짓반응을 보인 권씨는 결국 박씨가 음주상태에서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고 털어놨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뇌파분석기’로 거짓말 잡는다

    수사기관에서 통용됐던 ‘거짓말 탐지기’라는 용어가 사라진다. 대검찰청은 관련 규정을 바꿔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심리생리 검사’라는 용어로 바꾸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거짓말탐지기는 앞으로 ‘폴리그래프(Polygraph·다중기록)’라는 원어 그대로 쓰기로 했다. 거짓말탐지기란 원래 검사를 받는 사람이 특정 진술을 할 때 나타나는 혈압,맥박,피부전류저항 등 심리·생리적인 반응을 분석해 진술의 진위를 추론하는 장치다.국내에 처음 도입될 때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별칭인 ‘라이 디텍터(lie detector)’를 번역하는 바람에 거짓말탐지기라는 용어가 쓰였다. 그러나 거짓말탐지기에 반응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거짓말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데다 피검사자의 거부감 등을 감안,용어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대검은 이와 함께 과학수사를 뒷받침할 장비인 ‘뇌파분석기’를 도입,일선 수사에 활용하기로 했다.뇌파분석기는 사람의 뇌가 익히 알고 있는 친숙한 단어나 이미지에 반응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예를 들어 상습도박 피의자의 경우 ‘고스톱’,‘포커’ 등 도박용어가 주어질 경우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뇌파가 이들 용어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학계가 뇌파분석기의 정확성을 95∼98%로 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과학수사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종률 대검 과학수사과장은 “뇌파분석기의 수사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가들과 공동연구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라면서 “뇌파분석과 심리학을 이용한 수사는 범죄자에게 더이상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케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아내 폭력으로 성추행한 40대 첫 유죄판결

    아내가 성관계를 원하지 않는데도 폭력을 행사해 성추행을 한 남편에 유죄가 선고됐다.부부 사이에도 협박·폭행으로 성관계를 강요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첫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최완주)는 20일 아내를 강제추행하고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A(45)씨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회사원인 A씨와 중학교 교사인 아내 B(39)씨가 결혼한 것은 1989년.2002년 아내는 남편의 의처증에 지쳤다며 이혼을 요구했지만 남편은 자녀를 이유로 거절했다.그해 9월 술취한 남편은 딸의 방에서 자고 있던 아내를 안방으로 끌고 와 옷을 벗겼다.아내는 반항했지만,남편이 완력으로 두팔을 붙잡아 소용이 없었다.상처를 입은 아내는 진단서를 끊어 남편을 강간과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10월에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도 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11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강간은 무혐의 처리하고,강제추행치상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남편은 재판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지만,성관계나 접촉 없이 바로 잠들었을 것”이라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거짓말탐지기에서 남편은 ‘거짓말’,아내는 ‘진실’로 나오자 A씨는 그제서야 혐의를 인정했다. ●1970년 부부강간죄 부정 대법판례 재검토 지적 재판부는 “결혼으로 부부는 성관계를 맺을 의무를 갖지만,협박·폭행으로 상대방에게 강요할 권리는 없다.”면서 “부부 사이에서도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성적자기결정권이란 자신이 원하는 성생활을 스스로 결정하고,원하지 않는 상대와의 성관계를 거부할 권리를 말한다. 재판부는 이어 “1970년 3월 대법원이 이혼의사 등이 없는 정상적인 부부사이에서는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지만,이 사건은 강제추행 사건이기에 직접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도 “대법원 판결이 부부사이의 강제추행까지 죄로서 성립하지 않는 것이라면 3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당시 부부는 결혼으로 정조권(貞操權)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표시했기에 강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이 판결을 근거로 검찰은 부부간의 성폭행을 그동안 기소하지 않았다.이번에 강간 혐의를 공소사실에서 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그러나 법원이 처음으로 ‘성적자기결정권’을 인정함에 따라 부부 성폭행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재판부는 그러나 “가슴을 스친다거나 엉덩이를 만지는 등 단순한 신체접촉만으로 부부간 강제추행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일반인보다 추행정도가 훨씬 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형법 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을 통해 다른 사람을 성추행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지난달 재산의 일부인 2억 2000만원을 B씨에게 지급하라는 서울가정법원 조정을 받아들여 이혼에 합의한 상태다. ●여성단체 “잘못된 인식 바로잡는 계기” 환영 여성단체들은 판결을 크게 환영했다.한국성폭력상담소는 “‘아내를 내맘대로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한국여성단체연합 등도 부부강간을 처벌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도록 관련 법안을 개정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인정한 것은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라고 반가워했다. 아내의 변론을 맡은 이명숙 변호사는 “1984년 미국 뉴욕법원이 ‘혼인증명서가 남편이 형사처벌없이 아내를 강간할 자격으로 파악해선 안된다.’고 판결했다.”면서 “이제 우리 법원도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본인 의사에 반해 성관계를 맺거나 추행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영국·독일 등은 부부강간을 인정하고 있으나,일본은 혼인이 실질적으로 파탄난 경우에만 처벌하고 있다.이 변호사는 “남편이 판결에 불복,항소할 경우 부부강간을 인정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세상속으로] 서울역앞 ‘파출소’ 통해본 세태

    “늙은이가 엿이라도 팔아서 목구멍에 풀칠 좀 하겄다고 서울 올라왔어.평생 농사짓다 망한 것도 서러운디 야박하게 딱지를 끊고 그려.” 토요일인 27일 밤 11시10분쯤 서울 남대문경찰서 동부지구대(옛 서울역전 파출소)에서는 전북 정읍에서 상경한 이모(70·농업)씨가 자식뻘되는 경찰관을 붙잡고 선처를 호소하고 있었다. 지하철 4호선 서울역 승강장에서 망치질을 하며 엿을 팔다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잡혀온 것.이씨는 “농사도 못짓고 몸도 아파 이제는 이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라고 하소연했지만 3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이씨는 농촌 생활이 갈수록 힘들어 얼마전부터 서울과 정읍을 며칠씩 오가며 엿을 팔았다고 했다. 지난해 8월 ‘파출소’에서 ‘지구대’로 이름은 바뀌었지만,이곳은 여전히 서민의 힘겨운 삶과 세태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농촌서 온 노숙자 1주일에 2∼3명 최근 이씨처럼 농촌에서 푼돈이나 벌겠다고 상경한 뒤 이곳 신세를 지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지구대 직원들은 환란위기 때 ‘IMF노숙자’가 쏟아져 나온 것처럼 요즘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했다.지구대장 이용성(52)경위는 “농촌경제 파탄으로 무작정 상경했다가 일을 구하지 못해 귀향도 못하고 노숙하며 발만 동동 구르는 딱한 사람들이 많아졌다.”면서 “지난 겨울부터 예전에는 없던 이같은 신종 노숙자가 1주일에 2~3명씩 꾸준히 생겨난다.”고 말했다. ●“더 큰 도둑은 여의도 있는데 왜 우리만…” 서울역 인근의 노숙자들이 걸핏하면 문을 두드리는 곳도 동부지구대.지난 26일 오후 8시32분쯤 만취한 노숙자 서모(43)씨가 지구대에 들러 무작정 “죄가 있으니 나를 잡아가 달라.”고 소리지르며 20분 남짓 소란을 피웠다.배 고프고 갈 곳 없으니 유치장이나 감옥에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김동식(50)경사는 “힘들게 살아가는 노숙자들에게 벌금을 물려 뭐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불편을 겪는 시민들이 있으니 단속은 해야 한다.”라면서 “요즘엔 노상방뇨나 소란 등 경범죄로 단속하려고 하면 노숙자들이 ‘더 큰 도둑은 국회에 모여 있는데 왜 이런 것 가지고 그러냐.’고 항의해 난감할 때가 많다.”고 씁쓸해했다. ●무임승차권 발급 올들어 176명 무임승차권을 얻으려는 ‘딱한 사람’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여비와 연고가 없는 노약자나 장애인,지갑을 분실한 사람 등이 무료로 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서울역에 의뢰해 무임승차권을 내주는 것은 ‘서울역전 파출소’만의 오랜 전통.하지만 지구대측은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무조건 무임승차를 요구하며 떼 쓰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실제 무임승차권이 발급된 건수는 올들어 지금까지 176장으로, 300만원 어치에 이른다.이 가운데 ‘귀향 노숙자’가 41명으로 4분의1정도를 차지한다. 지난 26일 낮 1시쯤에는 군산에서 일용직 노동을 했다는 한모(51)씨가 지구대 문을 열고 들어섰다.한씨는 “지방에 하도 일이 없어 며칠전 상경했는데 일도 못 구하고 이제 1000원짜리 몇장만 달랑 남았다.”면서 “군산으로 내려가게 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27일 오후 10시43분쯤에는 술에 취한 김모(50·여)씨가 세살배기 외손자와 함께 와서 “사흘 전 친척집에 놀러왔는데 내려갈 차비가 없다.”면서 “가정주부가 돈이 없어 집에 못 내려갈 판인데 왜 무임승차권 하나 못 끊어주냐.”고 20분 남짓 떠들었다.경찰은 대구에 있는 김씨의 남편에게 연락해 후불제로 귀향토록 조치했다. 무임승차 비용은 결국 국민의 혈세에서 충당되기 때문에 발급 여부를 결정하는 지구대 직원들의 눈은 거의 ‘인간 거짓말탐지기’ 수준.박순기(48)경사는 “일부 노숙자들은 무임승차권을 건네주면,그것을 다른 승객에게 팔아 소주를 사 마시곤 한다.”면서 “얘기를 나눠보고 정말 딱한 사정이 있는 사람에게만 무임승차권을 발급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wisepen@seoul.co.kr˝
  • 이광재 “최상궁 같은 한나라당에…”

    18일 오후 ‘감세청탁’ 등에 대해 조사를 받기 위해 김진흥 특검팀에 처음으로 소환된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인기드라마 ‘대장금’의 등장인물인 ‘최 상궁’을 인용하며 결백을 주장했다.서울 평창동 빌라 구입자금의 출처를 묻는 질문에 이씨는 “‘대장금’에 나오는 최 상궁과 같은 한나라당의 모함으로 수사가 시작됐다.”면서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이미 철저히 조사했고,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점이 있었다면 중수부에서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일축했다.이어 “사필귀정이며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면서 “썬앤문 그룹 문병욱 회장으로부터 받은 1억원을 영수증 처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지만 이외 부정한 돈을 받지도 않았고 감세청탁을 하지도 않았다.”며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이씨는 대통령 탄핵에 대해 “대통령은 국민의 아버지이자 국민의 아들이라 할 수 있다.가장을 흔드는 집안이 잘 될 리 없고,자식이 좀 잘못했다고 자식을 버리는 부모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누가 누구를 탄핵한다는 것인가.서청원을 감옥에서 탈옥시키고,탈옥한 서청원이 탄핵안 표결하는 것을 어느 국민이 용납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한편 특검팀은 썬앤문그룹의 국세청 감세청탁에 노무현대통령이 관련됐다는 의혹과 관련,홍성근 전 국세청 과장이 보고서에 한글로 쓴 ‘노’자는 노 대통령이 아니라는 거짓말탐지기 감정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김재천기자 patrick@˝
  • ‘감세청탁’ 거짓말탐지기 조사

    ‘대통령 측근비리’를 수사중인 김진흥 특검팀은 15일 썬앤문 감세청탁 의혹과 관련,박종이 전 청와대 파견 경감의 친형인 박종일 세무사와 썬앤문그룹 문병욱 회장을 소환,조사했다. 박씨는 2002년 7월 김성래 전 썬앤문 부회장으로부터 감세청탁 명목으로 2억 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특검팀은 돈의 사용처와 동생 종이씨가 썬앤문 감세청탁에 개입했는지 추궁했다.또 손영래 전 국세청장과 홍성근 전 국세청 과장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대검에 의뢰했다고 밝혔다.결과는 이번 주말쯤 나올 예정이다.손씨는 “홍씨가 내 이름을 팔아 감세를 주도했다.”고 주장한 반면 홍씨는 “손씨가 감세청탁을 지시했다.”며 팽팽히 맞서왔다.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비리 의혹과 관련,특검팀은 이날 김도훈 전 청주지검 검사가 제출한 녹취록 감정 결과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넘겨받았다.녹취록에는 청주 키스나이트클럽 실소유주 이원호씨가 수십억원대의 사채를 동원,정치권 등에 로비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감정 결과를 검토한 뒤 김씨와 녹취록에 등장한 인물들을 소환,보강 조사할 방침이다. 정은주기자 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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