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감독 패인 분석 “염기훈 찬스 못살려 반전 기회 놓쳐”
“오늘 선수들이 열심히 싸웠지만 경기 흐름을 타지 못한 게 패인이다. 염기훈이 찬스에서 넣어 주었으면 결정적인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었는데 기회를 날렸다.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7일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B조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 마라도나 감독이 아웃된 공을 밖으로 차 버리자 양손을 들어올리는 제스처를 취하며 항의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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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17일 아르헨티나와의 남아공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1-4 패배를 당하고 나서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나섰다. 허정무 감독은 “선수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오늘 패배가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 보약이 될 것”이라며 최종 3차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예상하지 못한 점수차다.
-나 역시 예상하지 못한 점수 차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모든 게 결정될 것이다.
→기성용을 김남일로 교체한 이유는.
-전반을 1-2로 마치고 원톱 시스템에 이어 후반에는 투톱을 쓰면서 점수를 만회하려고 했다. 흐름을 잡았지만 찬스에서 못 넣은 게 실점하는 이유가 됐다.
→메시를 충분히 대비했는데 막지 못한 이유는.
-실제로 전반에 실점한 두 골은 메시에게서 나온 것은 아니다. 우리 자체의 실수다. 후반에 실점하지 않고 갔다면 메시를 봉쇄하려는 작전을 쓰려고 했는데 우리가 실점을 만회하려고 간접적으로 막다 보니 완전히 봉쇄를 못했다.
→마라도나에게 뭐라고 이야기했나.
-경기 도중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몸싸움에 대해 우리 벤치에 격앙된 제스처를 해 자제해 달라고 했다.
→1986년 월드컵 때 1-3 패배를 설욕할 기회였는데.
-1-4냐 1-3이냐는 큰 의미가 없다. 오늘 우리 선수들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실점은 우리가 많이 했지만 경기하다 보면 실점할 수 있다. 실점으로 경기 내용까지 평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오범석이 실수가 있었다. 차두리 대신 넣은 이유는.
-오범석과 차두리를 직접적으로 비교한다는 것보다는 서로 장단점이 있다. 우리가 그리스와의 1차전에서 이겼지만 그때 차두리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오범석은 오늘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요하네스버그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지난 17일(한국시간) 한국 월드컵 대표팀이 아르헨티나에 대패하면서 실망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허정무 감독과 수비수 오범석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이날 허 감독은 1차전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친 차두리를 빼고 오범석을 오른쪽 풀백으로 투입했다. 전문 수비요원인 오범석이 민첩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막는데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오범석은 위험 지역에서 반칙이 잦았다는 점에서 팬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 전반 박주영의 자책골과 이과인의 헤딩골 모두 오범석의 반칙에서부터 시작됐다.
네티즌들은 “펄펄 날던 차두리를 빼고 대체 왜 오범석을 집어 넣어 구멍을 만들었냐.”고 모질게 질타하고 있다. 이와함께 오범석의 가족 관계를 거론하며 ‘영향론’을 제시하고 있다. 오범석의 아버지 오세권씨가 대한축구협회 상벌 분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기 때문에 오범석이 출장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한 네티즌은 포털사이트 경기 결과 게시판에 “오범석 ‘풀백’에 ‘빽’이 작용한 거냐.”고 적었다.
허 감독의 해명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허 감독은 이날 경기후 “차두리가 그리스전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 오범석을 넣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월드컵에서 특정 선수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은 오는 23일 새벽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같은 조에 속한 아르헨티나-그리스도 똑같은 시간에 경기를 펼친다. 이 경기의 승패에 따라 ‘원정 첫 16강행’에 대한 성패 여부가 가려진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2010-06-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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