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차두리’ 그리스선수에 다가간뒤…

‘착한 차두리’ 그리스선수에 다가간뒤…

입력 2010-06-12 00:00
수정 2010-06-12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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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희망포’ 태극전사 첫 승리 순간

 한국 축구 대표팀은 유럽의 변방 그리스보다 모든 면에서 한 수 위였다.

 12일(한국시간) 한국과 그리스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본선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린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

 가슴이 철렁한 위기가 먼저 왔다.

 요르고스 카라구니스가 올린 크로스를 순간적으로 방관하면서 바실리오스 트로시디스가 페널티지역에서 때렸으나 볼은 골문 구석을 살짝 비켜갔다.

 하지만 이후로는 줄곧 한국의 페이스였다.



 한국은 이영표(알 힐랄)가 코너킥 지역 바로 앞에서 얻은 프리킥을 기성용이 크로스했고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이정수가 오른발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태극전사들은 아직 경기가 끝나려면 83분이 남았다는 점을 고려한 듯 골 세리머니도 펼치지 않고 잠시 환호한 뒤 곧바로 분위기를 추슬렀다.

 골을 터뜨린 한국의 여세는 매서웠다.

 전반 14분 이청용(볼턴)이 골키퍼와 일대일로 마주쳤으나 반칙성 플레이로 넘어지는 장면,24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페널티지역을 돌파했으나 반칙이 선언되면서 아쉽게 공격권을 넘기는 장면 등이 이어졌다.

 기술로 상대를 압도했고 위협적 공격은 짜임새 있는 패스의 결과물이었다.

 스타디움을 찾은 남아공 현지 관중도 이쯤에서는 모두 한국 팬들이 돼 붉은악마의 ‘대∼한민국’ 박자에 맞춰 부부젤라를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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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월드컵> 문전 돌진하는 차두리      (포트엘리자베스=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12일 밤(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첫경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차두리가 그리스 수비수를 제치고 문전으로 향하고 있다.
<2010 월드컵> 문전 돌진하는 차두리
(포트엘리자베스=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12일 밤(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첫경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차두리가 그리스 수비수를 제치고 문전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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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월드컵>막지마      (포트엘리자베스=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2일 밤(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첫경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차두리가 드리블하고 있다.
<2010 월드컵>막지마
(포트엘리자베스=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2일 밤(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첫경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차두리가 드리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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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월드컵>돌파하는 염기훈  (포트엘리자베스=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12일 밤(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첫경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염기훈이 카리스테아스의 태클을 피해 돌파하고 있다.
<2010 월드컵>돌파하는 염기훈
(포트엘리자베스=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12일 밤(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첫경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염기훈이 카리스테아스의 태클을 피해 돌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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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월드컵>기뻐하는 박지성  (포트엘리자베스=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12일 밤(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첫경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박지성이 추가골을 넣은 뒤 이영표 기성용과 기뻐하고 있다.
<2010 월드컵>기뻐하는 박지성
(포트엘리자베스=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12일 밤(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첫경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박지성이 추가골을 넣은 뒤 이영표 기성용과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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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밤(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첫경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승리한 한국대표팀 차두리가 김남일을 안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밤(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B조 첫경기 한국-그리스 경기에서 승리한 한국대표팀 차두리가 김남일을 안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보]통쾌한 그순간! 이정수 선취골! 박지성 추가골!

[화보] “이겼다” 그리스전 승리에 전국이 들썩

 전반 30분을 넘어서면서 그리스는 한국의 기세를 우격다짐으로라도 눌러볼 심산으로 거칠고 위협적인 수비를 자주 보였다.

 주장인 요르고스 카라구니스는 기성용을 뒤에서 세게 밀었고 재치있게 공격수들을 따돌려온 이영표가 공을 잡을 때는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듯 하리스테아스가 거친 태클을 시도하기도 했다.

 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내지는 않았지만 다시 그런 파울이 나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구두로 경고하기도 했다.

 후반 들어서도 한국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고 8분 만에 그리스를 완전히 바닥에 주저앉히는 추가골이 터져 나왔다.

 박지성은 미드필드에서 상대 수비수 루카스 빈트라의 볼을 가로채자 바로 골문을 응시했다.

 전날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이 한국 선수들에 대해 표현한 것처럼 ‘표범처럼 날쌔게’ 수비수 2명을 따돌리고 문전으로 단독 드리블해 골키퍼의 순발력보다 한발 빨리 골네트를 흔들었다.

 선수들은 그로기에 빠진 그리스 응원단 앞에 모여서 서로 부둥켜안았다.박지성은 그리스 축구팬들 앞으로 수영하듯이 팔을 휘저으며 달렸다.

 후반 막판에는 그리스의 공세가 거칠어졌다.

 그리스는 사마라스 대신 디미트리오스 살핑기디스,하리스테아스 대신 판텔리스 카페타노스 등 발빠른 선수들을 투입해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그리스는 몇 차례 간담이 서늘하게 하는 슈팅을 날렸으나 정확도는 높지 않았고 종료 시간이 다가오면서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크로스는 어이없이 빗나갔고 테오파니스 게카스를 포함해 공격수들은 최전방에서 시계를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결국 한국의 2-0 승리.

 태극전사들은 서로 하이파이브를 나눴고 그리스 선수들은 망연자실 필드를 내려다 보다가 경기장을 떠났다.

 차두리는 필드에 멍하게 남아있는 살핑기디스에게 다가가 위로했다.태극전사들은 한국 응원단 앞을 돌며 90분 내내 힘을 실어줬던 갈채에 단체로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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