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 48개국 확대…‘기회 증가 vs 질적 저하’

월드컵 본선 48개국 확대…‘기회 증가 vs 질적 저하’

입력 2017-01-10 19:53
수정 2017-01-1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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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수입 1조원 이상 늘어날 것”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긍정적인 면 못지 않게 많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월드컵 본선국 확대는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 당시 잔니 인판티노(47) 현 회장의 선거 공약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월드컵 출전권이 적은 대륙이나 월드컵에 한 번도 참가하지 못한 국가에 많은 출전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를 토대로 북미와 아프리카의 표를 대거 끌어들임으로써 제프 블라터 전 회장의 뒤를 이어 FIFA 수장에 올랐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FIFA의 수입 증대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월드컵 참가국이 늘어나면 경기수도 그만큼 증가해 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축구계 큰손으로 부상한 중국을 끌어들이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가디언과 BBC 등 유럽 매체는 FIFA의 내부 보고서를 토대로 출전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면 FIFA의 수입이 1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018 러시아 월드컵(32개국)의 예상 수입이 55억달러(약 6조6천억원)인데 반해 48개국이 되면 최대 65억 달러(약 7조8천억원)까지 수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출전국 확대로 월드컵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유럽과 남미로 재편되고 있는 전 세계 축구계에서 이들 대륙과 다른 대륙간 기량차는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기준으로만 봐도 20위 이내에는 유럽과 남미 국가가 순위를 독차지하고 있다.

북미에서는 미국이 28위로 순위가 가장 높고, 아시아에서 순위가 가장 높은 이란도 29위밖에 되지 않는다. 아프리카는 30위 밖이다.

월드컵 역대 우승국 역시 유럽과 남미가 양분하고 있다. 그 이외 대륙에서는 우승은커녕 한 번도 결승에 오른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월드컵 본선 참가국이 늘어나게 되면 국가간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만큼 월드컵의 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2년 월드컵에서 브라질 우승의 주역이었던 카푸는 “월드컵에서 일방적 경기가 나오고, 경기는 쉽게 끝날 수 있다”며 “이는 오히려 많은 국가들의 사기를 꺾어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월드컵 기간도 기존 한 달에서 한 달 반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하다.

1년간 전 세계 소속 클럽에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선수들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유럽 축구 클럽 연합체인 유럽클럽협회(ECA)가 출전국 확대에 반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협회는 “월드컵 참가국이 확대되면 대회 기간도 늘어나 소속팀 선수들의 대표팀 차출 기간도 함께 늘어나 부상에 더 노출된다”고 주장했다.

월드컵의 전반적인 수준 저하는 물론 선수들이 너무 많은 경기를 뛰게 돼 ‘혹사 논란’까지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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