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우주기술 공유 북한 로켓 정보 교환… 한·미 동맹 폭 넓혔다

세계 최고 우주기술 공유 북한 로켓 정보 교환… 한·미 동맹 폭 넓혔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6-03-01 01:18
수정 2016-03-01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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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협력협정 타결

일방적 러시아 의존 탈피 기술 자문·검증 형태 협력… 우리 기술 역량 향상 기대

中·日·인도 등과 달리 독자적 발전 저해 우려도

미국과 합의한 우주협력협정 문안에 따라 우리나라는 우주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의 우주기술을 공유하게 됐다. 이번 협정은 양국 간 우주 협력이라는 큰 틀에 대해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협력 내용이 명시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중장기 우주개발 과제를 함께 하며 우리 기술 역량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미국과는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졌지만 우주기술 분야에서는 미흡했다. 1990년대 중반 당시 과학기술처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구·우주과학 협력 협의를 했지만 주목할 만한 성과는 없었다. 2008년 NASA가 중심이 된 9개국이 착륙선 5~6기를 달에 보내 달의 내부 구조와 역사 등을 연구하자는 국제달네트워크(ILN) 사업에 대한 참여의향서를 제출하고 서명했지만 미국의 프로그램 연기로 협력은 중단됐다.

한국이 2020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달 탐사 프로젝트 역시 국가 간 협력 체계가 아니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NASA 간 협력의향서로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국내 우주개발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실제로 2004년 우주기술협력협정, 2006년 우주기술보호협정 등을 통해 한국 최초 우주인 배출과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사업 등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다. 한국 첫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는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에서 훈련받은 뒤 2008년 4월 러시아 소유스 로켓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올라갔다. 2013년 1월 이후 2전 3기 끝에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의 1단 로켓은 러시아의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으로, 우주개발 분야 협력은 러시아 쪽에 쏠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협정으로 자연스럽게 러시아에 대한 우주기술 의존도가 줄어들고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하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관측된다. 나로호 개발 당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국과의 기술 협력도 기술 이전 형태가 아니라 우리가 개발한 기술과 장비 등에 대한 자문과 검증 등 지원 형태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제4차 핵실험 및 장거리로켓 발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받게 된 반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인정한 합법적인 방식으로 우주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이번 협력을 계기로 한·미 간에 북한의 우주개발 활동을 포함한 관련 정보 교환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재문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협정에서는 구체적인 협력 사업 분야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인적 교류 및 시설 접근, 정보 공개, 통관 및 물품 이동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 추후 협력 사업에 더 집중할 수 있고 협력 절차가 간단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아시아 국가 최초로 미국과 국가 차원의 우주협력협정을 맺었다는 데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지역 우주 선진국과 달리 향후에도 미국에 대한 기술 의존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6-03-0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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