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사람의 뇌’ 보고 디지털로 ‘뇌의 단면’ 해부

눈앞에서 ‘사람의 뇌’ 보고 디지털로 ‘뇌의 단면’ 해부

입력 2013-03-12 00:00
수정 2013-03-12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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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뇌 주간 16일까지 진행

“자 그럼 뇌막에서 뇌를 꺼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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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의대 유광사홀에서 류임주 해부학교실 교수가 가상해부테이블의 디지털시체로 뇌와 시신경의 연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제공
지난 9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의대 유광사홀에서 류임주 해부학교실 교수가 가상해부테이블의 디지털시체로 뇌와 시신경의 연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제공
지난 9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의대 유광사홀. 해부학교실 류임주 교수가 투명한 통에서 꺼낸 사람의 뇌를 탁자에 올려 놓는 순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던 고등학생들의 손이 일제히 멈췄다. “야, 진짜야.”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류 교수는 뇌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이 V자 형태의 관은 시신경과 연결되고, 이 부분은 청각신경과 연결된다”며 말을 이어갔다. ‘전두엽’, ‘측두엽’, ‘뇌간막’ 등 말과 그림으로만 배운 사람의 머릿속이 700여명의 청중들 앞에 생생히 펼쳐졌다. 휘경여고에서 온 한 학생은 “수행학습 점수나 따자는 생각으로 왔는데, 진짜 뇌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류 교수가 “뇌 기증자가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뇌를 잘라 보여 줄 수는 없다”고 하자 안타까운 탄성이 터져나왔다. 류 교수는 이 같은 아쉬움을 달래 주기 위해 의대에서 사용하는 ‘가상 해부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디지털시체로 뇌 단면과 각종 기능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어 무대에 오른 이헌정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머리에 쇠막대가 박힌 뒤 성격이 변한 ‘피니어스 게이지’의 사례를 소개하며 뇌가 감성과 이성을 관장한다는 사실을 설명했고, 곽지현 뇌공학과 교수는 인간의 뇌를 모사한 컴퓨터를 만드는 ‘블루 브레인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2013 세계 뇌 주간’의 개막식을 겸해 열렸다. 일반인에게 뇌과학 연구의 중요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1996년 미국에서 처음 개최된 뇌 주간은 세계 최대의 무료 과학 대중강연 행사다. 60여개 국에서 매년 3월 셋째주에 동시에 진행된다. 한국에서는 2002년 시작돼 올해로 12번째를 맞았다. 16일까지 서울대, 서울대병원, 연세대, 아주대 등 14곳에서 진행된다.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강연이 열리는 만큼 누구나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

학생들의 호응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고려대 행사를 준비한 선웅 교수는 “당초 400석 규모의 강당이 다 찰까 걱정스러웠는데 강당 밖에 스크린과 의자를 설치해야 할 정도로 많이 왔다”고 밝혔다.

김승환(포스텍 교수) 한국뇌학회장은 “각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우수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려 애쓰고 있다”면서 “미래의 뇌과학 연구자를 키우는 일이라 석학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6000만 달러의 사나이’, ‘뇌를 알면 꿈이 보인다’ 등 어린이나 어른 모두 흥미를 느낄 강연도 가득하다. 자세한 프로그램 및 일정은 뇌학회 홈페이지(www.brainsociety.org)에서 볼 수 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2013-03-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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