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의혹’ 김진수 이어… 檢 ‘포스코 비리’ 확인도 차질 불가피
전방위 부정·부패 수사에 나선 검찰이 주요 피의자들의 사전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검찰은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23일 이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정 전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정준양(67) 전 회장 등 그룹 수뇌부를 겨냥하려던 수사 계획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경남기업 워크아웃 특혜 제공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진수(55)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에 이어 영장이 거푸 기각되며 검찰이 ‘과속’ 내지 ‘무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조윤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정 전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면서 “횡령과 입찰방해 혐의의 소명 정도, 배임수재죄의 성립 여부나 범위에 대한 사실적·법률적 다툼의 여지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사유를 밝혔다. 정 전 부회장은 영장 기각 직후 “나는 횡령을 저지른 적이 없다”며 검찰 수사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앞서 법원이 포스코건설의 전·현직 국내외 영업 담당 상무 5명과 전무급인 토목환경사업본부장 3명에 대한 영장을 모두 발부해 주었던 터라 검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번 영장 기각은 비자금 조성에 최고위층이 조직적으로 가담했는지에 대해서는 보강 수사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포스코와 협력업체 코스틸의 불법거래, 성진지오텍 부실 인수와 포스코플랜텍 이란 자금 횡령 수사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도 김 전 부원장보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서 조영제 전 부원장과 최수현 전 원장 등 금감원 윗선 수사에 대한 일정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보가 채권은행 관계자 등과 접촉해 경남기업 워크아웃 과정과 대출 과정에서 경남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파악하고, 이 같은 행위가 금감원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봤다. 하지만 법원은 “기업 구조조정에서 금융감독기관의 역할이나 권한 행사 범위 및 한계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보 선에서 전방위 압력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영장 기각으로 금감원 수뇌부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5-05-2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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