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살해 여대생’父 진정서, 세브란스 의사가 작성

‘청부살해 여대생’父 진정서, 세브란스 의사가 작성

입력 2013-12-07 00:00
수정 2013-12-07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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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父에게 “진단서 비정상” 조언 …변호인, 배경·목적 추궁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의 주범 윤길자(68·여)씨의 고발 경위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6일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하늘) 심리로 열린 윤씨 주치의 세브란스병원 박모(54) 교수에 대한 7차 공판에 출석한 같은 병원 장기 재원(在院)환자관리위원회 위원장 한모 교수는 “피해자 아버지에게 연락해 윤씨 상태에 관한 진정서를 써서 줬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한 교수가 진정서를 작성한 배경과 목적을 집중 추궁했다.

환자가 4주 이상 입원하면 자동으로 의료진에게 알리게 돼 있고, 입원 연장 여부는 주치의 1차 판단을 거쳐 위원회에서 2차 판단을 한다.

위원회에서 작년 12월 윤씨가 특별한 치료 없이 4주 이상 입원한 사실을 적발해 강제퇴원시키려 하자 윤씨는 올해 1월 30일 자진 퇴원해 일산병원으로 옮겼다.

2008∼2012년 세브란스병원에서만 38차례에 걸쳐 입·퇴원을 반복했던 윤씨는 이후 2월 25일 재입원하려고 했지만, 위원회에서 거절당했다.

당시 위원장이었던 한 교수는 “윤씨 진료기록을 다 살펴본 결과 윤씨 상태와 진단서 내용이 맞지 않았다”며 “진단서도 비정상적으로 환자에게 우호적으로 써준 것으로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윤씨의 입원 거절과 관련해 “비정상적 의료라고 생각해 병원장께 보고하고 박 교수가 발부한 입원장을 취소하도록 권유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윤씨가 일산병원에 재입원한 사실을 알고 고민에 빠져 잠을 잘 수 없었다”며 “살인을 저지르고 무기징역을 받은 자가 병원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 아버지 하모씨를 수소문해 불러내서는 “윤씨가 부적절하게 입원해있다”고 알렸다.

그는 “처음에는 ‘병원과 박 교수는 보호하는 쪽으로 일을 진행해줬으면 좋겠다’는 조건을 걸었고 하씨도 동의했다”며 “그러나 나중에 하씨가 찾아와 ‘진정서를 쓰려고 해도 팩트가 뭔지 정확히 모르고 박 교수를 끌어들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며 의무기록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무기록 요청은 거절하고 대신 진정서를 써줄 테니 그걸 토대로 고발장을 제출하라고 했다”며 “2∼3일에 걸쳐 진정서를 하씨 명의로 작성해 우편으로 보냈다”고 덧붙였다.

하씨는 검찰 조사에서 “고발장에 첨부한 자료는 병원 내부의 장기재원환자관리위원회가 평가한 협진 의사들의 증언 및 제공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변호인은 “MBC ‘2580’의 보도내용, 하씨의 고발장, 검찰의 공소사실, 한 교수의 검찰 진술이 거의 같은 내용”이라며 “단지 정의감이 많아서 진정서를 써준 것이냐”, “직접 자료를 제공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한 교수는 “병원과 박 교수를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 아버지에게 진정서를 써 준 것”이라며 “진정서가 실질적으로는 수사기관에 제출되길 바랐다”고 답했다. 또 “박 교수와 원한관계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사건을 최초로 다룬 ‘2580’ 보도와 관련해 윤씨가 병실을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 등을 촬영한 취재의 위법성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이 이어졌다.

변호인은 병원과 윤씨의 승낙 없이 특정 장소에 카메라를 고정해두고 윤씨를 몰래 촬영한 것이라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공익적 목적이 크다고 반박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13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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