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활동정지 가처분신청 조기 결론날까

진보당 활동정지 가처분신청 조기 결론날까

입력 2013-11-07 00:00
수정 2013-11-0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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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보조금 지급 15일 이전 결정 여부 주목 기존 가처분 사건 1천300건 중 인용은 단 4건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심판청구 사건을 맡게된 헌법재판소가 이정미 헌법재판관을 주심으로 지정하고 본격적인 기록 검토에 들어갔다.

헌재는 7일 사건 접수 이후 처음으로 재판관 평의를 개최했다.

진보당 해산 심판청구는 이날 평의에 정식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았지만 사안이 워낙 중요한 만큼 향후 사건 처리 방향과 절차에 관해 재판관들 간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접수된 기록 자체가 방대한데다 헌재가 내릴 결정의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차분하면서도 신중하게 사건을 처리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무부가 본안 판단과 별개로 진보당 활동을 시급히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함께 낸 만큼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정당해산심판 청구시 가처분 결정 가능

법무부는 지난 5일 헌재에 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청구 사건을 접수하면서 별도로 정당활동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법무부는 “정당해산 결정 시까지 진보당 활동을 계속 허용할 경우 RO(Revolution Organization) 사건과 같은 대한민국 체제 파괴·변혁 활동으로 인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침해될 우려가 존재한다”고 사유를 밝혔다.

진보당이 내년에 열리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통해 위헌적 세력의 확산을 시도할 우려가 있고 정부보조금을 위헌적 활동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당해산 결정 전이라도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달라고 법무부는 주장했다.

가처분 대상으로 법무부는 진보당의 합당·분당·자진해산, 당명 변경, 강령이나 당헌당규 개정. 당원의 제명, 입당 및 탈당, 선거 공천행위, 당원 모집, 정당 소유 재산 처분, 정당보조금이나 기탁금 수령. 소속 국회의원의 직무활동 등을 적시했다.

사실상 진보당의 모든 활동을 정당해산 결정 전이라도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57조(가처분)는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받은 때는 직권 또는 청구인의 신청에 의해 종국결정의 선고 시까지 피청구인의 활동을 정지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헌재는 급박한 위험을 방지할 필요가 있거나 긴급한 필요성이 존재할 때, 중대한 불이익의 방지나 공공복리 등을 위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수 있다.

◇정당보조금 지급일 이전 결정 가능할까

헌법재판소법은 정당해산심판 청구와 관련해 가처분 신청 근거는 마련해뒀지만 처리 절차와 시한, 요건 등에 관해서는 따로 규정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헌재가 과연 가처분 대상 중 하나인 정부보조금 수령일인 15일 이전 인용 내지 기각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법무부는 “오는 15일은 경상보조금이 지급되는 날로 진보당은 가까운 시일 내에 7억원에 가까운 돈을 수령해 이를 위헌적 활동에 사용할 우려가 있다”고 청구서에 적시했다.

헌재는 15일 이전 결정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제 막 수백페이지에 이르는 기록 검토에 들어간 상황에서 재판관들이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 사례를 살펴봐도 예측이 어려운건 마찬가지다.

헌재는 1988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접수된 가처분 신청 1천300여건 중 불과 4건만 인용했다.

2000년 11월 21일 접수된 사법시험 응시제한 규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은 본안 판단(2001년 4월26일) 전인 12월 8일 신속히 인용 결정을 내렸다.

반면 투표시간 제한 가처분 신청은 본안 결정과 같은 날 최종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은 인용의 경우에는 빠른 결정이 의미가 있지만 기각 시에는 청구사유에 적힌 시한이 지나도 별 문제가 없다”면서 “헌재가 창설 이래 접수된 가처분 신청 중 4건만 인용돼 이번 사건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가처분 신청은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변론없이 기록만으로 결정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신청된 가처분 사건 중 변론을 진행한 것은 1998년 국무총리 서리 임명행위 효력정지 가처분, 감사원장 서리 임명행위 효력정지 가처분 등 2건 뿐이다.

◇이석기·RO 사건 형사재판 변수

헌재 심리와 직접 관계는 없지만 이석기 진보당 의원과 RO 조직원들에 대한 수원지법의 1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점도 변수다.

통상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특정 사건에서는 법원의 재판을 거치면서 증거를 채택하거나 정리하고 사실 관계를 확정해 나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현재 이 의원의 내란 음모·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은 1심 초기 단계다.

헌재가 본안 판단 전 정부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진보당 활동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형사재판 1심 선고도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인 정당의 활동 정지 결정을 내리기에는 부담도 적지 않다.

가처분 신청의 경우 법에 관련 심판정족수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아 일반적인 규정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즉 재판관 7명 출석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게 된다.

가처분 결정은 헌재 심판정에서 내리는 정기선고와 같은 형태가 아니라 재판관 평의에서 결정하게 된다.

헌재가 가처분 신청 인용·기각 결정을 하면 양측에 결정문이 송달되며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관련 내용이 통지된다. 헌재가 인용 결정을 통지할 경우 국회는 이를 근거로 정당 활동을 정지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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