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사망자 289명 분석
3명중 1명 약물남용·충동구매징후 알아도 22%만 병원동행
정신건강·가족·경제문제 요인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 대부분이 사망 전 ‘죽고 싶다’고 호소하는 등 경고신호를 보내지만 가족 가운데 이런 징후를 알아채는 이는 5명에 1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자살사망자의 92.0%는 언어·행동·정서 상태 변화를 통해 주변에 명확한 자살 경고신호를 보냈다. 주로 자살이나 살인, 죽음에 대한 말을 자주 하고 자살 방법에 대해 묻거나 자신의 물건과 통장 등을 정리했다. 불면증과 과다수면, 과식, 소식 등 우울증 증상도 보였다. 자살자 3명 가운데 1명꼴인 36.0%가 약물·알코올 남용이나 충동구매, 과속운전 등 자극 추구 행위를 했고 12.8%는 자해, 35.6%는 자살 시도를 반복했다.
그러나 이런 경고신호를 인지한 가족은 21.4%에 그쳤다. 자살징후를 인지한 가족 역시 22.8%만 의료기관이나 전문가에게 데려가는 등 적극적 행동을 했다. (자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 비율이 36.8%, (자살자의 경고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비율도 21.1%였다.
자살사망자의 스트레스 요인(복수응답)은 정신건강 문제(87.5%)와 가족관계(64.0%), 경제적 문제(60.9%), 직업 관련 문제(53.6%) 순이었다. 경제적 문제(복수응답)의 경우 부채(71.0%), 수입 감소(32.4%)가 주를 이뤘다. 부채 발생 사유는 생활비 충당(24.8%)과 주택 구매(21.6%), 사업자금 마련(20.8%) 등이었다.
연령별로 청년기(19∼34세)는 연애 관계와 학업 스트레스 영향이 컸고 중년기(35~49세)는 대인관계 등 직장 스트레스와 주택 관련 부채로 인한 경제문제 스트레스가 많았다. 장년기(50~64세)는 실업 스트레스와 사업자금 관련 부채 고통을 주로 호소했다. 전명숙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가족이나 친구, 이웃의 자살위험 신호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를 100만명까지 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2018-05-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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