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폭격에 방망이 폭행까지…“그래도 버터야 했습니다”

원산폭격에 방망이 폭행까지…“그래도 버터야 했습니다”

김지수 기자
입력 2018-01-11 15:44
수정 2018-01-1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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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병원 폭행 피해 전공의 “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

“밤늦은 시간 전공의 10명 정도를 사무실 불러 야구 방망이로 엉덩이를 때리거나 원산폭격을 시켰습니다. 맞으려고 의사가 된 건 아닌데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부산대학교병원 전경과 지도교수 폭행으로 피멍든 전공의 다리[부산대학교병원 홍보동영상 캡처, 유은혜 의원실 제공=연합뉴스]
부산대학교병원 전경과 지도교수 폭행으로 피멍든 전공의 다리[부산대학교병원 홍보동영상 캡처, 유은혜 의원실 제공=연합뉴스]
경찰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대리수술과 전공의 폭행 의혹이 불거진 부산대병원 의사 3명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11일 폭행을 당했던 전공의 A 씨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A 씨는 “부산대학교 정형외과 B(39) 전 조교수와 C(34) 조교수가 외부에서 우리 과에 대해서 안 좋은 소리를 들었다” 혹은 “문서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등의 이유로 전공의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B와 C 교수처럼 정도가 심하지는 않지만 다른 교수들도 전공의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것이 당연한 듯한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 “교수가 전공의에게 개인 심부름을 시키기도 했는데 그걸 제대로 하지 못하면 폭언을 하기도 했다”며 “딱히 이유가 있기보다는 개인적인 감정풀이로 느껴질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동료 전공의가 B 교수의 폭언과 폭행을 견디지 못해 전문의의 꿈을 버리고 병원을 그만둔 적도 있었다”며 “퇴직처리 되기 전에 동료들이 다 같이 만류해 다시 병원으로 데리고 온 적도 있다”고 밝혔다.

조교수들에게 폭행당한 전공의들은 고막이 파열되거나 온몸에 시퍼런 멍이 들었고 피부 곳곳이 찢어지기도 해 서로 상처를 꿰매주고 치료해준 사실이 국정감사 때 드러난 바 있다.

경찰은 국정감사 때 제기된 의혹을 토대로 두 달간 수사를 벌인 끝에 상습상해 혐의로 B와 C 교수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길 예정이다.

A 씨는 전공의 폭행이 그동안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 교수들의 심사를 통과할 수밖에 없는데 교수와의 관계가 안 좋아질 것을 우려해 지시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정재범 부산대병원 노조 지부장은 “교수와 전공의들 사이에는 스승과 제자 관계를 넘어 권력형 갑을 관계가 만연해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수들의 권력을 제한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17년 전공의 수련·근무환경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71.2%가 언어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20.3%는 신체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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