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승아양 유족 “고통 늘리는 판결”…항소심 징역 12년에 ‘울분’

배승아양 유족 “고통 늘리는 판결”…항소심 징역 12년에 ‘울분’

이천열 기자
이천열 기자
입력 2024-04-16 16:28
수정 2024-04-1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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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음주운전에 숨진 배승아양 사고 현장에 시민들이 편지, 꽃, 과자 등을 놓고 추모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음주운전에 숨진 배승아양 사고 현장에 시민들이 편지, 꽃, 과자 등을 놓고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낮 만취 운전으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학생 배승아(당시 9세)양을 치어 숨지게 한 60대 전직 공무원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12년을 받자 유족이 “고통을 늘리는 판결”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부장 김병식)는 16일 민식이법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67)씨에게 “지인들의 만류에도 음주운전을 해 어린이 4명에게 비극적 결과가 발생했다”며 “A씨가 잘못을 반성하고 종합보험에 가입해 손해보전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1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선고가 끝나자 배양의 엄마와 오빠는 “굉장히 실망스럽고 음주운전 처벌 강화 흐름에 사법부가 역행하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판결이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가중시킨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유족은 또 “음주운전 사고로 인해 이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경종을 울리고 싶어 엄벌을 탄원해왔다”면서 “재판 내내 힘들었고 재판 결과도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은 “대법원까지 가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법원을 오히려 규탄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8일 오후 2시 21분쯤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교차로 스쿨존에서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 길을 걷던 배양을 치어 숨지게 하고 함께 가던 9∼10세 어린이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차량 속도는 시속 42㎞로 스쿨존 제한 속도(30㎞)를 초과했다.

A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웃도는 0.108%로 측정됐다.

모 자치단체에서 일하다 정년퇴직한 그는 이날 낮 12시 30분쯤 대전 중구 태평동의 한 식당에서 전직 동료 공무원 등 지인들과 술자리를 한 뒤 사고 지점까지 5.3㎞ 가량을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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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승아양의 어머니가 지난해 4월 장례식에서 딸의 관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배승아양의 어머니가 지난해 4월 장례식에서 딸의 관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1심을 진행한 대전지법 형사12부(부장 나상훈)는 지난해 10월 “A씨는 사고 직후 시민들이 달려와 구조 조치하는 와중에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할 정도로 만취 상태였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액셀을 밟아 배양이 사망했다. 과실과 위법성이 크고 결과도 참혹하다”며 “피해 보상을 위해 집을 처분하고 반성하지만 유족이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엄벌을 탄원한다”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다친 어린이들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여전히 그날에 갇혀 있다”며 징역 15년을 구형했었다.

배양의 오빠는 재판 때 “승아는 평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족이었다”며 “사고 후 승아와 관련된 물건을 보면 추억이 떠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려 정상 생활이 힘들다. 나와 어머니는 걱정이 많아지고 삶이 힘들어졌다”고 울먹였다.

배양의 어머니는 지난해 4월 11일 딸의 장례식에서 “우리 딸 어떡해, 어쩌면 좋아. 우리 딸 멀미해요. (관을) 천천히 똑바로 들어주세요”라며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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