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1심 무죄] 김준규 검찰총장 긴급 간부회의 “진실 없앨 수는 없다”

[한명숙 1심 무죄] 김준규 검찰총장 긴급 간부회의 “진실 없앨 수는 없다”

입력 2010-04-10 00:00
수정 2010-04-1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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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은 당혹과 충격에 휩싸였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긴급 간부 회의를 열고 “거짓과 가식으로 진실을 흔들 수는 있어도 진실을 없앨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참석자는 “진술거부권이 남용되는 사법절차의 허점이 악용돼 진실이 밝혀지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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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취재진에게 소회를 밝히고 있는 한명숙(가운데) 전 국무총리.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취재진에게 소회를 밝히고 있는 한명숙(가운데) 전 국무총리.
그러나 이 사건은 초기부터 ‘무리한 기소’라는 논란이 거셌다. 뇌물 5만달러의 출처와 사용처가 전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일한 증거가 돈을 직접 전달했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자백진술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재판 때 오락가락하면서 ‘무죄’라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특히 검찰로서 뼈아픈 것은 곽 전 사장이 수사과정에서 자유스러운 상태에서 임의로 진술했다고 볼 수 없다고 법원이 이례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곽 전 사장이 검찰의 강압이나 회유 탓에 허위자백을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형두)는 “곽 전 사장이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뇌물공여 부분에서 검사에게 협조적인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 뇌물공여를 부인하면 검찰이 심야조사와 면담으로 압박하자 곽 전 사장이 생사의 기로에 이르렀다는 느낌을 받아 검사가 요구하는 바를 그대로 따라 진술했다는 것이다.

그 사례로 재판부는 뇌물공여를 일시적으로 시인했던 곽 전 사장이 혐의를 부인하기 시작한 2009년 11월17일부터 밤늦게까지 또는 다음날 새벽까지 검찰의 조사가 계속됐다는 점을 들었다.

반면 곽 전 사장이 다시 뇌물공여를 시인한 같은 해 11월24일에는 오후 6시30분에 일찍 조사가 끝났다.

또 검찰은 다른 비자금 사건보다 곽 전 사장의 횡령 액수를 줄여 주고, 옛 증권거래법 위반 사건의 내사를 종결했다. 곽 전 사장의 횡령액은 빼돌린 돈 75억 8800만원 가운데 개인적으로 쓴 37억 3990만원이지만, 부하 직원 이모씨의 횡령액은 비자금 229억 9078만원 전부이기 때문이다. 횡령죄는 기소 액수에 따라 형량이 달라진다.

서울중앙지검 김주현 3차장은 “검찰 진술과 현장검증 과정에서 곽 전 사장은 명백하게 뇌물공여를 진술했고, 법정 진술에서도 뇌물공여 사실을 밝히고 있는데 어떻게 진술의 임의성을 부인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검찰의 부실수사, 망신 주기 수사가 무죄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전 총리가 5만달러를 아들의 유학비용으로 사용했을 것라면서도 검찰은 구체적인 물증도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한 전 총리 측에 유학비용을 어떻게 충당했는지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다가 재판부로부터 면박을 당했다. 유죄 입증의 책임을 검찰이 피고인에게 떠넘기려고 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검찰은 핵심 공소사실과 직접적인 관계도 없는 ‘골프 문제’를 추궁하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 곽 전 사장과 한 전 총리의 친분관계를 증명하기 위해서라고는 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하지도 못한 골프세트 선물과 뇌물사건 이후 2~3년이나 지난 제주도 골프빌리지 투숙을 공개해 검찰이 실체적 진실 규명보다 ‘망신 주기’에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한 전 총리의 새로운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밝혀내 반격에 나설 방침이다. ‘무죄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는 비판과 함께 한 전 총리가 또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기소도 어려운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이에 검찰 인책론과 개혁론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2010-04-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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