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해부 실습용? 일제 실험 희생자?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가 지난달 말 서울 대학로 한복판에서 발견된 백골 상태의 유해들에 대한 유전자(DNA) 감식에 들어간 가운데 이를 두고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지금까지는 해방 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전신인 경성의학전문학교 학생들의 해부학 실습에 사용됐던 시신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그러나 최근 들어 일제의 생체실험 희생자일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역사학계에는 아직 국내에서 생체실험이 이뤄졌다는 사실에 대한 연구나 보고는 없다.
서울대병원 역사문화센터 전우용 교수는 “해부학 실습에 사용된 시신은 망자의 헌신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뜻을 기려 화장 등 정해진 장례절차에 따라 모신다.”면서 “전쟁과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 제대로 처리를 못 했을 가능성 등 여러 가지 사연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서울대 의대 황상익 교수는 “국내에선 1920년대부터 해부학 실습용 시신의 장례를 치러 왔다.”면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기는 하지만 사망연대 추정이 이뤄진 후에나 뭐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연구실장은 “중국 연변 일대에서 731부대(일제 관동군 산하 세균전 부대) 이외의 생체실험의 증거가 계속 발견된다는 점에 비춰 봤을 때,국내에서도 이같은 반인륜적 만행이 없었다고 확언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구체적인 사망시기와 원인 등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가능성일 뿐이다.”고 말했다.국과수는 전체적인 감식 결과가 내년 초쯤에나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국과수 정낙은 박사는 “워낙 오래된 유골이라 사망시기 파악에도 오래 걸릴 것”이라면서 “가족이나 친척의 DNA 샘플이 없으면 신원확인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2008-12-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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