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기서 죽을지 살아남을지 모르겠어요. 아마 이 영상을 누군가 보게 된다면 난 살아나갔을 텐데요.”
지진 잔해 아래서 영상 남긴 시리아 소년 압둘 라흐만(abdurlahman.araj)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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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 잔해 아래서 영상 남긴 시리아 소년
압둘 라흐만(abdurlahman.araj) 인스타그램 캡처

뿌연 먼지를 뒤집어쓴 소년의 표정과 목소리는 비교적 담담했다. 천장이 무너져내려 부서진 조명이 등 뒤로 보였고, 침대 틀인지 건물 뼈대인지 모를 철근이 아슬아슬하게 삐져나와 있었다.

지난 6일(현지시간)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덮쳤을 때 한 시리아 소년은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누가 언제 구하러 올 수 있을지 전혀 알 길이 없었고, 이 소년은 아직 배터리가 남아 있는 휴대전화로 자기 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 순간을 영상으로 남기기로 마음먹었다.

8일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방송은 한 시리아 소년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휴대전화로 찍은 영상을 공개했다.

영어 자막이 첨부된 이 영상에서 소년은 “제가 여기서 죽을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만약 이 영상이 공유된다면 난 살아나갔을 수도 있겠죠”라고 말했다.
지진 잔해 아래서 영상 남긴 시리아 소년 압둘 라흐만(abdurlahman.araj) 인스타그램 캡처

▲ 지진 잔해 아래서 영상 남긴 시리아 소년
압둘 라흐만(abdurlahman.araj) 인스타그램 캡처

그는 “이렇게 잔해더미 아래 갇힌 기분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보다시피 지금 여기는 잔해더미 아래입니다”라며 카메라를 돌려 주변을 보여줬고, 그 순간 잔해 부스러기가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운 좋게 잔해더미 내부에 공간이 형성돼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건물이 언제 무너져내릴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무너진 잔해더미 너머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소년은 “두서넛의 다른 가족과 이웃들이 (저 너머에) 있어요”라면서 “신께서 우릴 돕기를 바랍니다”고 말했다.

또다시 화면이 흔들렸고, 소년은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흔들리고 있어요”면서 영상은 끝이 났다.

소년의 바람대로 그는 구사일생으로 구조됐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영상을 올렸다. 그의 다른 가족들도 살아남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망자 수 1만 5천명 넘어…골든타임 72시간 임박

숨진 자신의 아이 데려가는 구조대원 팔 잡는 시리아 주민 8일(현지시간) 시리아 이들리브주 하림의 한 주민이 이틀 전 튀르키예발 강진 충격파로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자신의 사망한 아이를 끌어내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구조대원의 팔을 붙잡고 있다. 지난 6일 시리아와 맞닿은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강진이 잇따라 발생해 양국에서 지금까지 1만5천명 이상이 사망했다. 2023.02.0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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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진 자신의 아이 데려가는 구조대원 팔 잡는 시리아 주민
8일(현지시간) 시리아 이들리브주 하림의 한 주민이 이틀 전 튀르키예발 강진 충격파로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자신의 사망한 아이를 끌어내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구조대원의 팔을 붙잡고 있다. 지난 6일 시리아와 맞닿은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강진이 잇따라 발생해 양국에서 지금까지 1만5천명 이상이 사망했다. 2023.02.09
연합뉴스

형제 구해달라고 구조대원에 애원하는 튀르키예 주민 튀르키예 남동부 하타이에서 한 주민이 강진 발생 사흘째인 8일(현지시간) 구조대원에게 건물 잔해 속에 갇힌 자신의 형제를 구해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지난 6일 시리아와 맞닿은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지금까지 양국에서 1만5천명 이상이 사망했다. 세계 각국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 규모와 비해 구조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2023.02.09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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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제 구해달라고 구조대원에 애원하는 튀르키예 주민
튀르키예 남동부 하타이에서 한 주민이 강진 발생 사흘째인 8일(현지시간) 구조대원에게 건물 잔해 속에 갇힌 자신의 형제를 구해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지난 6일 시리아와 맞닿은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지금까지 양국에서 1만5천명 이상이 사망했다. 세계 각국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 규모와 비해 구조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2023.02.09
AFP 연합뉴스

한편 지진 발생 후 나흘째인 9일 사망자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양국의 사망자 수는 1만 5000명을 훌쩍 넘겼다. 2015년 네팔 대지진(사망자 8831명)의 피해 규모도 이미 넘어섰다.

현지 구조대는 단 한 명의 생존자라도 더 구출하고자 안간힘을 쓰며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를 헤치고 있다.

곳곳에서 기적적인 구조 사례가 전해지고 있지만 자연재해 발생 후 인명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