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도시 지난 6일 오후 1시 24분(현지시간) 규모 7.5의 두 번째 강진이 발생해 건물이 붕괴된 튀르키예 남동부 카라만마라슈 시내를 항공 촬영한 모습. 카라만마라슈는 이날 오전 4시 17분 첫 번째 강진이 덮친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주와 약 77㎞ 떨어져 있다. 카라만마라슈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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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허가 된 도시
지난 6일 오후 1시 24분(현지시간) 규모 7.5의 두 번째 강진이 발생해 건물이 붕괴된 튀르키예 남동부 카라만마라슈 시내를 항공 촬영한 모습. 카라만마라슈는 이날 오전 4시 17분 첫 번째 강진이 덮친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주와 약 77㎞ 떨어져 있다.
카라만마라슈 로이터 연합뉴스

여진의 ‘공포’와 ‘한파’, 생존자 구조를 위한 필사의 사투.

수소폭탄 수십개가 한꺼번에 터진 것과 동일한 위력의 규모 7.8의 강진과 첫 지진 강타 후 6.0 안팎의 여진이 285회나 발생한 튀르키예와 시리아 피해 지역이 위태롭다.

7일(현지시간) 지진으로 파손된 건물이 6217채에 달한다. 무너진 잔해 속에서 처절한 생존자 찾기가 이어진다. 푸아트 옥타이 튀르키예 부통령은 이날 “현재까지 7840명이 무너진 건물의 잔해에서 구조됐다”면서 “눈과 비가 내리는 악천후와 영하의 강추위 속에 구조 작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당국은 굴삭기 등 중장비 4250대를 동원했지만 이마저도 크게 부족해 인명 피해가 최대 2만명까지 불어날 것이란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악천후와 계속되는 여진에 구조대가 현장 진입에 애를 먹고 있다. 영국 포츠머스대 카르멘 솔라나 박사는 “앞으로 24시간이 사실상 생존자를 구출할 마지막 기회”라며 “48시간이 지나면 생존자 수가 급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추가 붕괴 우려로 인해 구조 작업의 어려움도 크다. 미국 구호단체 메드글로벌의 모스타파 에도 시리아 지역 국장은 CNN에 “현장에서 구조대가 잔해 아래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 때문에 중장비를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시리아에서 6살 여자아이의 생명이 꺼져 가는 것을 지켜본 의사는 뉴욕타임스에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영혼이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며 울먹였다.
지진발생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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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발생일지

현재까지 튀르키예와 시리아 양국 사망자가 5000명을 넘었고 부상자는 2만명을 훌쩍 넘겼다. 현지 의료 관계자들은 병원 응급실이 가득 찬 상황이고 생존자들도 거처를 잃고 추위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적신월사(적십자에 대응하는 이슬람권 구호기구) 케렘 키닉 대표는 “심각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며 “헌혈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약 450만명이 살고 있는 시리아 지진 피해 지역 주민들은 오랜 내전으로 공습에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일에 익숙하지만, 지진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시리아 민방위대인 ‘화이트 헬멧’은 극심한 겨울폭풍 이후 지진이 지역을 덮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지인들은 언론에 “마치 심판의 날이라도 온 듯 일부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울부짖고 있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번 지진으로 한국인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스탄불의 대학에 재학 중인 한인 유학생의 연락이 끊겨 한인 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이 유학생은 지진이 일어난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와 가까운 하타이 지역을 여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튀르키예 주재 한국대사관 역시 “실종으로 보기는 아직 어렵다”며 “현재 연락이 안 되고 소재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튀르키예 교민의 총숫자는 3500여명 정도로 2500여명이 이스탄불에 거주 중이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흔적이 남아 있는 튀르키예 고대도시 가지안테프와 시리아 반군이 점령한 고대 유적들도 폐허가 됐다. 지진이 강타한 2200여년 역사의 가지안테프 성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됐다. 이미 시리아 내전으로 손상된 고대 도시 알레포도 지진파의 충격에서 비켜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