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폭 운전을 했다는 이유로 타이어 니컬스를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경찰관 5명. 왼쪽부터 터대리어스 빈, 디미트리어스 헤일리, 에밋 마틴, 데스먼드 밀스 주니어, 저스틴 스미스. 2023.1.27 멤피스 경찰 제공 AP 연합뉴스
교통 단속 중이던 흑인 경찰관 5명이 흑인 운전자를 집단 구타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미국에서 발생한 가운데 당시 현장 상황을 고스란히 담은 보디캠(사람 몸에 달아 영상을 찍는 카메라) 영상이 27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뉴욕에서 벌어진 경찰의 과잉 진압 규탄 시위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다.
AP통신,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경찰은 지난 7일 흑인 청년 타이어 니컬스(29)를 경찰이 폭행하는 등 상황이 담긴 약 67분 분량의 보디캠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해가 져 깜깜해진 오후 8시 30분쯤 경찰관들이 난폭 운전으로 정지 지시를 받아 길가에 멈춰선 니컬스의 자동차로 달려간다.
▲ 27일(현지시간) 미국 멤피스 경찰은 경찰관들의 집단구타로 사망한 타이어 니컬스 사건의 과잉진압 당시 상황을 촬영한 보디캠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경찰관이 구타당해 쓰러진 니컬스에 페퍼 스프레이를 뿌리는 장면. 2023.1.27 AP 연합뉴스
한 경관은 운전석 문을 열고는 니컬스의 멱살을 잡고 끌어냈고, 니컬스는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라고 항변했다.
경찰관들에 둘러싸여 제압당하던 니컬스는 이들을 뿌리치고 도주했으나 7분여 후 다시 잡혔다.
경찰관들은 니컬스와 몸싸움이 벌어지자 그를 주먹과 발로 때리기 시작했다. 옆에 서 있던 다른 경찰관이 통증과 눈물을 유발하는 ‘페퍼 스프레이’를 꺼내 얼굴에 뿌리자 이를 맞은 니컬스는 “엄마”라고 외치며 울부짖었다.
현장에서 니컬스에 몰매를 가한 경찰관 5명은 모두 흑인이었다.
니컬스는 체포된 후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흘 뒤인 10일 신부전과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는 희귀질환인 크론병을 앓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시위자들이 타이어 니컬스 사망 사건과 관련,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1.27 AFP 연합뉴스
해당 경찰관 5명은 모두 해고됐으며, 대배심은 전날 이들을 2급 살인과 가중 폭행 등 혐의로 기소할 것을 결정했다.
니컬스의 어머니 로번 웰스는 CNN과 인터뷰에서 “그들은 아들을 가혹하게 구타했다”며 “온몸이 멍투성이였고, 머리는 수박만큼 부어올랐으며, 목은 부러져 있었고, 코는 ‘S’자로 휘었다. 살아남았더라도 식물인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를린 데이비스 멤피스 경찰서장은 AP와 인터뷰에서 “경찰관들의 행동은 악랄하고 난폭했으며 비인도적이었다”면서 체포 당시 니컬스에게 적용된 혐의인 난폭 운전과 관련해 보디캠에 촬영된 영상은 없다고 전했다.
▲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타이어 니컬스 사망 사건과 관련,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한 시위 참가자가 경찰 차량의 앞유리를 파손하고 있다. 지난 7일 테네시주 멤피스에서는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청년 니컬스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23.1.27 AFP 연합뉴스
한편 멤피스의 사고 현장 인근과 뉴욕 등지에서는 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뉴욕 경찰은 이날 밤 타임스퀘어에서 시위에 참가한 한 명이 경찰 차량 앞유리를 깨뜨린 혐의로 기소됐으며 다른 두 명의 시위자도 체포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사소한 충돌 외에는 대체로 평화로운 시위가 이어졌다고 CNN은 전했다.
멤피스에서도 100명 미만 규모의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